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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

[논문리뷰]외국인의 억양은 신뢰를 떨어뜨린다?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오늘은 얼마 전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실렸던 한 논문을 리뷰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외국인의 억양이 사람들로 하여금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저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외국인이 말할 때 특유의 액센트 때문에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인지적 처리의 용이성이 떨어지는 경우 화자가 한 말의 신뢰성은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청자는 신뢰성 하락의 원인을 다른 것으로 오귀인한다는 것이다(대체 어디에다 오귀인한다는 것인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 저자 주).


저자들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 외에도 인지적 처리의 효율성이 신뢰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래와 같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1


첫번째 실험절차는 간단하다. 실험자가 주어준 문장 (eg, 개미는 잠을 자지 않는다)을 외국인이 읽어주면, 참가자들은 이 문장이 얼마나 진실된 문장일지 신뢰도를 평정하면 된다. 이 때 문제를 읽어주는 사람은 원어민이거나 다른 나라 출신인 경우로 나뉘어진다. 외국인 엑센트가 전혀 없는 경우, 외국인 액센트가 약간 들어간 경우, 외국인 액센트가 심한 경우의 3 조건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논 문에서 인정하고 있듯이, 내국인은 외국인에 대해 선입견이나 stereotype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외국인이 실험자가 준 문장을 전달하는 역할만 했기 때문에,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은 배제되었다고 주장한다. 결국 참가자들의 신뢰도 평정은 순수하게 외국인 액센트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는 저자들의 예상대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의 액센트가 섞인 경우, 신뢰 평정 점수가 낮아진 것이다.






실험2


두번째 실험은 첫번째 실험과 동일하지만 참가자들에게 모든 사실을 다 말해준다. 즉, 외국인의 말을 못 믿는 이유는 그 사람이 외국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말을 잘 못 알아듣기 때문이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사실을 말해주게 되면, 참가자는 오귀인을 하지 않고 자신의 신뢰도 판단이 인지적 처리 용이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을 수정할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결국 신뢰 평정 점수의 변산은 전적으로 인지적 처리용이성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


두번째 실험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자신의 신뢰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파악하게 된 참가자들이 외국인의 말도 신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문점


첫째, 참가자가 오귀인에서 벗어나서 진짜 원인을 알게 되었다면, 액센트 여부와 관련 없이 동일한 신뢰 정도를 보여야 한다. 즉, 실험 2에서 native, mild, heavy 조건간 신뢰 정도가 동일해야 한다. 그런데 heavy 조건은 여전히 신뢰도가 낮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쩌면 참가자들은 오귀인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고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편견으로 신뢰정도를 판단하는지도 모른다.


둘째,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논문은 인지적 처리 용이성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을 우리가 '어디에' 오귀인하는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럼 그 오귀인의 대상은 무엇인가? 편견이 완전히 제거된 순수한 '액센트'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외국인에 대한 편견? 만약 그렇다면 이 실험에서도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끝내 제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결과에서도 보듯이 오귀인이 완전히 수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통제변인의 통제가 실패했음(혼입)을 의미한다.


논문 결과를 보면 질문 문항, 참가자, 지식(이 문제의 정답을 아는지 여부) 요인에 '액센트'라는 요인을 추가할 때 모델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χ²=11.345, p<0.01). 액센트 요인을 이해의 어려움 정도로 '대체'해서 분석했더니 역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χ²=5.85, p<0.02). 여기서 저자는 액센트의 결과와 인지적 용이성 정도의 결과가 유사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아마 인지적 용이성의 정도가 액센트에 따른 변화를 설명하는 것임을 주장하고자 하는 듯 하다. 그러나, 아까도 말 했듯이 이 액센트라는 요인에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라는 요소가 혼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액센트와 인지적 용이성의 카이자승이 같지 않음을 주목해야 한다(유의미할지는 모르겠지만). 인지적 용이성의 효과를 보고 싶다면 다른 분석 방법(예를 들면 회귀 분석)을 통해서 이 요인의 '독자적 설명량'을 확인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실험은 편견이라는 요인을 인지적 용이성과 완전히 분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보다 완벽한 실험설계를 한다면, 편견을 아예 제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컴퓨터를 통해 액센트를 인공적으로 만든 뒤 사람들에게 들려준 다음 그 반응을 본다면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완벽히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


Shiri Lev-Ari, Boaz Keysar, Why don't we believe non-native speakers? The influence of accent on credibility,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6 (2010) 1093–1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