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심리학

신념에 반하는 이야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나 는 이번 주 EBS에서 3부작으로 방영되었던 "다큐프라임- 이야기의 힘"을 재미있게 시청했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스토리텔링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주변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를 재미있게 구성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 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미러링 피플'의 저자인 마르코 야코보니를 인터뷰하여 거울 뉴런이 공감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발달심리학에서 진행된 유명한 연구를 통해 인간이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존재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심리학도인 나에게는 참 인상 깊은 프로그램이었다.


미러링 피플

작가
마르코 야코보니
출판
갤리온
발매
2009.02.27

리뷰보기



그 런데 문득 의문이 든다. 우리는 정말 스토리를 갈망하는 존재인가? 만약 우리의 희망과 기대를 져버리는 이야기가 있다면 정말 듣고 싶을까? 이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지적 욕망을 자극하는 스토리에 대해서만 탐구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듣고 싶지 않은 스토리도 존재한다. 우리의 신념에 반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래에 번역 해 놓은 기사가 이 질문에 해답이 될 지도 모른다.





출처: Psyblog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마음은 세상에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한다. 우리가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우리가 세상에서 무언가 의미를 찾지 않는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무질서한 곳이 될테니까 말이다.


이야기를 통해서 등장 인물, 배경, 꿈, 도덕이 출현한다. 이야기는 간단한 구성을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픈 복잡한 개념을 설명해주며 독자들의 배경지식이 없을 때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야기가 우리가 믿는 가치에 배치되는 경우라면, 우리는 그 이야기를 배척해 버린다. 그러나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실린 최근 논문에 의하면, 인간은 이야기를 거부하는 것 이상의 행동을 한다. 인간은 우리의 신념과 반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 자신에게 익숙한 의미구조로 돌아가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Proulx et al. (2010)의 연구는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신념을 위협하는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토끼와 거북이

첫 번째 이야기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였다. 독자가 이 우화를 당연히 알 것이라 가정하고, 이 우화의 교훈이 무엇인지 바로 말하겠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에 지속적인 노력을 들인다면(거북이처럼), 결국에는 목표를 성취할 것이다. 심지어 상대가 당신보다 훨씬 월등한 경우라도 말이다. 또 다른 해석은 토끼처럼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사람은 경주에서 지게 된다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토끼와 거북이는 자신의 행동에 의해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라고 믿는 것이다. 노력을 하면 보상을 받는 원칙 말이다. 노력 없이는 보상도 없다. 게으르고 자만한 토끼는 결국 지게 된다. 사실일까?


An Imperial Message

연구자는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경우를 조사해보기로 했다. 가장 적절한 예는 카프카가 쓴 "An Imperial Message'이다. 이 이야기에서 왕의 사자는 어떻게 해서든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결단력있고 소신있어도, 아무리 노력해도 그는 메세지를 전달하지 못한다(you can read the full story here).


이솝 우화의 경우오 반대로 카프카는 우리에게 열성적이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교훈을 말하고 있다. 그것이 옳듯 그렇지 않든 상관없다. 우리는 때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받지 못한다.


카프카의 이야기는 이솝 우화와 마찬가지로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의 믿음과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이솝우화와 달리 카프카의 이야기는 마음에 와닿지 않고, 부조리해 보인다. 결국 우리는 카프카의 우울한 이야기보다 이솝 우화의 교훈을 더 선호하게 된다.



무의식적 위협

이 두 이야기는 연구자의 실험에서 사용되었다. 연구자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신념과 일치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의 반응과, 그렇지 않은 이야기에 반응하는 방식을 관찰하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카프카의 이야기를 들을 경우 참가자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기존신념을 강화하는 행동을 할 거라 예상했다. 첫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부조리한 이야기가 참가자의 문화적 정체성 강화와 상관이 있는지를 관찰했다.


26명의 참가자들은 이솝 우화를 읽게 했고, 다른 26명은 카프카의 이야기를 읽었다. 예상한대로 카프카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은 자신의 신념에 무의식적 위협을 받았다. 이 참가자들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더 강하게 구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결국 카프카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은 이야기를 거부하는 방안으로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시킨 것이다.



부조리 코미디

다른 두 실험에서 연구자는 실험 상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보완하고자 했다. 참가자들은 카프카의 이야기가 너무 불공평하거나, 익숙치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따라서 두번째 실험은 Monty Python(영국의 유명한 코미디 집단을 일컫는 것 같다 - 역자 주)의 그림을 사용했다. 세번째 실험에서는 Magritte의 유명한 부조리 그림을 사용했다. 이 그림은 한 신사의 얼굴에 녹색 사과가 그려져 있다.




Monty Python이나 Magritte의 그림 같은 부조리한 자극을 사용함으로써 카프카의 이야기와 동일한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이 자극들은 참가자의 신념을 공격하게 될 것이다.


연구자들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Python과 Magritte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샀다. 참가자들은자신의 기존 신념을 고집하는 방식으로 이에 대응했다. 유사하지만 부조리하지 않은 자극들은 이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문화적 정체성 대신 도덕이나 structure(무슨 뜻인지 몰라서 그대로 쓴다 - 역자 주)에 대한 필요성을 관찰대상으로 삼았다. Python으로 신념에 공격을 받게 된 참가자들은, 범법자를 처벌하는 질문에 대해 엄격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부조리로 인한 신념의 공격이 '정의'에 대한 강화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세번째 실험의 참가자들은 Magritte의 그림을 보고 structure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요청했다. 그들은 '의미'를 찾길 갈망했다. 신사 얼굴에 녹색 사과가 있는 그림처럼 무질서한 세상보다는 의미 있고 이해 가능한 세상을 원했던 것 같다.



부조리의 진실

이 연구 결과의 함의는 신념에 대한 공격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편안해 하는 의미체계를 강화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연구에서 문화적 정체성, 정의나 의미에 대한 갈망을 측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는 정치, 종교처럼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집단에도 동일할 것이다.


우리 세계관을 위협한 부조리, 불예측성, 불합치성은 우리를 심리적으로 후퇴하게 만들고 우리의 안전한 무언가를 강화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피하고 싶은 카프카의 이야기에도 진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