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심리학

자미로콰이가 기계 음악을 싫어하는 이유


자미로콰이 UK Tour. Image : http://emoworldandfashion.blogspot.kr/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며칠 전, 자미로콰이가 내한 공연을 가졌다. 그런데, 한 인터뷰에서 그들이 주목을 끌만한 발언을 했다. 제이케이가 최근 음악 트렌드인 전자음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는 "최근 음악 트렌드가 전자음, 컴퓨터의 힘을 많이 빌리는데 이건 개인적으로 사기(Cheating)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자미로콰이는 라이브 밴드로서의 입지를 굳히며 계속 우리의 음악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견해를 가진 사람은 그들뿐만이 아니다. 필자는 기계 음악(Trance 장르를 무척 좋아한다)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Cubase로 Trance 음악을 직접 만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계로 만든 음악을 사기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대중 음악의 기계음 사용을 비판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조작할 경우 노래에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다프트 펑크가 사용했던 목소리 변조기 ‘토크박스’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적인 음악을 싫어할까? 만약 그렇다면, 왜 싫어하는 걸까?


George Newman과 Paul Bloom은 2012년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모조품보다 진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진품에 담겨 있는 예술가의 본질’ 때문이라고 가정했다. 


연구자들은 25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청동조각가가 작품을 만드는 이야기를 제시했다. 어떤 참가자는 청동조각가가 손으로 직접 작품을 만들었다는 지문을 읽은 반면, 다른 참가자는 청동조각가가 기계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었다는 지문을 읽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손으로 직접 만든 작품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반면, 가구를 만드는 장인의 이야기에서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작품이 아니라 단순한 ‘가구’라면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고 해서 가치가 더 높아지지 않았다.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예술가가 작품을 손으로 직접 만질 때 예술가의 본질이 작품에 전달된다고 믿는다. 이것이 우리가 모조품보다 진품을 좋아하는 이유다. 필자의 침대 머리맡에는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예술가 정원’이라는 모조품 그림이 걸려있다. 이 그림은 모네가 직접 그린(만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리거나 공장에서 제조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그림에 모네의 진정한 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큰 감동을 받지 않는다.


모네, 아르장퇴유의 예술가 정원 Image : http://www.paintinghere.org/



음악도 마찬가지다. 기계 음악은 인간의 직접 연주한 음악과 똑같을 수도, 심지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수가 직접 부르거나 연주자가 직접 연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술가의 본질이 빠져 있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 음악보다 라이브 공연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그래서 자미로콰이가 라이브 음악을 고집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자미로콰이의 음악 철학은 비단 그들만의 견해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1. Newman GE, & Bloom P (2012). Art and authenticity: The importance of originals in judgments of valu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