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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주의

자연이 주의력에게 주는 이득



머리말: 인지심리 매니아


그 동안 '인지심리 매니아'는 자연이 인간의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특히 자연이 인간의 주의력에 큰 공헌을 한다는 사실을 Kaplan 등의 논문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기존 포스트를 읽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환경이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밑에 링크한 게임을 잠깐 해 보자(그림을 클릭하면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처럼 보이는 이 test는 원래 인지심리학 연구에서 자주 사용하는 플랭커 테스트(Flanker test)다.  이 테스트의 목적은 참가자의 주의력을 알아보는 것이다. 어떻게 주의력을 알 수 있을까? 게임을 해 보면 target 화살표와 나머지 화살표의 방향이 서로 일치하거나 불일치하게 제시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일치 조건의 평균 반응시간(얼마나 키보드를 빨리 눌렀나)-불일치 조건의 평균 반응시간을 구하면 주의력의 정도를 알 수 있다. 현재 필자가 해 보니 대략 20~30ms(밀리세컨드, 천분의 1초) 정도 차이가 난다.

근데, 이 두 조건의 차이가 도대체 주의력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플랭커 테스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중앙에 있는 화살표 뿐만 아니라 주위에 함께 제시되는 화살표(플랭커)도 같이 보게 된다. 따라서 목표 화살표와 플랭커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반응을 빨리 해야 하는 상황에서 플랭커 때문에 헷갈리게 된다(시끄러운 까페에서 친구와 대화할 때 옆 테이블의 대화가 자꾸 귀에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다). 즉, 플랭커들이 훼방을 놓는 것이다.

만약 집중력이 뛰어나다면,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플랭커에 현혹되지 않고 목표 화살표의 방향에만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일치 조건의 반응시간-불일치 조건의 반응시간'의 차이가 작다면, '방해가 있든 없든 주의력에 흔들림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이 차이가 커진다면 '방해가 없을땐 괜찮지만, 방해가 생기면 주의력이 흐트러짐'을 의미한다. 

플랭커 테스트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화살표의 방향을 판단할 때도 주위에 방해 자극이 4~5개만 출현하면 주의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 효과는 20~30ms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두뇌에서 20~30ms라면 대단한 지연시간이다. 결국, 우리 눈에 보이는 방해자극들이 인지 기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도심으로 돌아오자. 신촌 한복판에서 돈까스를 파는 집을 찾아 보자. 만약 목적지를 찾았다면 자신이 가게를 찾는 동안 자신의 눈길을 끈 간판이 몇 개나 있었는지 세어보자. 이제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겠는가? 당신의 인지 기능은 지금 수많은 플랭커들에 의해 마비된 상태일 것이다. 목표인 돈까스 집(목표 화살표)을 찾는 도중에 수많은 간판들(플랭커)이 우리의 주의를 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간판 속을 헤매면서 돈까스 집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해 목표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돈까스 집에 도착하면 주의력 고갈로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다(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돈까스 집을 찾고 난 다음 스마트폰으로 플랭커 테스트를 다시 해 봐도 좋다. 아마 두 조건의 차이가 훨씬 커져 있을 것이다).


도심에 사는 것은 플랭커의 아귀지옥에서 사는 것과 다름 없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자연의 중요성을 더더욱 강조한다. 최근 시안 베일록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런 취지의 기사를 쓴 것을 보고 번역해 봤다.


글: Choke(시안 베일록)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여름이 지나갔다. 이는 우리가 다시 학교, 직장, 도시생활로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도시 생활은 수고스럽다. 사람이 북적대는 도심을 돌아다니거나 끊임없는 소음을 참는 것은 도시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도 참기 힘들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잠깐 동안이라도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오랫동안 철학자, 작가 또는 일반인들은 자연과의 상호작용이 인지적 기능, 창조적 능력,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몇 해 전부터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시작했다.

일리노이 대학에서 Landscape and Human Health 연구소를 맡고 있는 Frances Kuo가 이 연구의 대표적 인물이다. 쿠오는 인간과 물리적 환경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나무와 녹지가 심미적 만족과 마찬가지로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자연을 보는 것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쿠오는 한 연구를 통해 녹지가 조성된 아파트에 사는 거주자가 시멘트로 둘러싸인 아파트에 사는 거주자보다 주의력과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 중 창문을 통해 자연풍경을 볼 수 있는 학생의 집중력이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럼, 자연풍경에 노출되었을 때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인 윌리엄 제임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두 가지 유형의 주의를 구분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 중 어떤 것은 우리 노력 없이도 주의를 끄는데 이것을 비자발적 주의라고 한다. 비자발적 주의는 "이상한 것, 움직이는 것, 야생 동물, 밝은 것'을 봤을 때 일어난다. 반면 상황이나 자극에 집중하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을 들이는 경우는 자발적 또는 직접적 주의에 해당한다.

과학자들은 자발적 또는 직접적 주의를 정신적 근육에 비유하면서 이런 주의는 시간에 따라 소진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주의를 끄는 자연 환경(예, 아름다운 노을)은 비자발적 주의를 일으킨다. 따라서 비자발적 주의가 일어나는 동안 자발적 주의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것은 미친 듯이 돌아가는 도심의 환경과 대조적이다. 도시 환경은 보통 비자발적 주의를 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자동차가 울리는 경적 소리를 상상해보자. 게다가, 도심을 걸어다닐 때는 각종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직접적 주의를 사용해야 한다(예, 각종 광고판으로부터 의식적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 즉, 도심 환경은 자연에 비해 주의가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구자들은 자연이 훨씬 유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굳이 자연 속에서 오래 있을 필요가 없다. 몇년 전 미시간 대학의 연구진들이 학부생을 대상으로 주의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학생들에게 1, 4, 7, 3처럼 숫자를 들려준 다음, 들려준 것과 반대의 순서로 숫자를 기억하게 했다(3, 7, 4, 1). 이 과제는 제시된 숫자의 순서를 뒤바꿔서 회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직접적 주의를 요구한다. 이 과제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테스트에 참가하기 전과 후에 Ann Arbor 수목원을 한 시간 정도 걷거나, 도심 한복판을 걸었다.

결과는 아주 명확했다. 자연 속을 걸었던 사람은 도심을 걸었던 사람보다 주의력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결과는 기분이나 날씨 조건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즉, 자연 속에 정신적 혜택이 있었던 것이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는 만큼 도시생활은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도심 생활 속에서 정신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 사이를 걷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