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심리학

좀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출처: Scienceblog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좀비라는 단어를 들으면 공포영화에서 봤던 괴물이 떠오른다. 생각을 할 수 없는 썩은 시신이 팔을 뻗으면서 달려들어 살을 뜯어먹는 장면 말이다.


좀비의 개념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했지만, 진짜 좀비의 개념은 보둔(Vodun, 부두교의 본명)교에서 탄생했다. 부두로 잘 알려진 이 종교는 헐리우드 영화의 영향으로 인해 부두 인형을 만든다든지 사람을 먹는 등의 이상한 종교 제의를 가지고 있다는 오해를 받게 되었다.


실제로 보둔교는 전세계적으로 6천만명의 신도수를 보유하고 있는 복잡한 신념체계다. 이 종교는 베닌(아프리카 서부의 공화국)의 공식 종교이며, 아이티 섬의 대다수가 믿는 종교이다. 그 뿐 아니라 도미니카 공화국, 가나, 심지어 뉴올리언스 같은 미국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이티에서 좀비는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실제로 한해마다 수천명의 좀비가 보고되기도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마술사가 어떻게 희생자를 좀비로 만드는지는 의문이다. 그 인기만큼이나 좀비는 신비에 쌓여있는 존재다.


보둔교는 베닌, 나이지리아, 토고에 살았던 요루바(Yoruba) 사람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8세기 요루바사람들은 프랑스에 의해 노예화되고 플랜테이션을 위해 캐리비안에 위치한 Hispaniola로 이주하게 된다. 이 때 프랑스인들은 이들을 로마 카톨릭교로 개종시키려 했으나, 노에들들 자신의 전통 종교를 비밀리에 고수했다. 따라서 현대의 보둔교는 로마 카톨릭의 요소를 부분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아이티에서 사람을 좀비화 하는 것은 살인과 같이 취급되며, 설사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아이티 형법 246조에 의하면
사람에게 죽음 없이 혼수 상태에 이르게 하거나 이런 상태를 연장하게 하는 물질을 사용한 사람은 살인을 행한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사람이 매장된 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그 행동은 살인으로 간주된다.



독성 물질


아이티의 성직자들은 마술이 좀비를 만든다고 말한다.  보둔교는 corps cadavre(육체), gwo-bon anj (움직이는 원리), ti-bon anj (agency, 의식, 기억)를 구분한다. 누군가를 좀비로 만들 때 부두교 마술사는 희생자의 몸에서 ti-bon anj 를 뺀 다음 이를 질그릇에 보관한다고 한다(zombie astral).


반면 아이티의 의사들은 좀비가 독성 물질의 결과라고 생각하며, 부두교 마술사들이 coupe poudre라 는 흰색 가루를 사용한다는 보고도 있다. 1980년대에 하버드대 인류학자이자 민속식물학자인 Wade Davis는 이 흰색 가루의 원료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아이티를 탐험했다. 그는 몇몇 마술사들을 인터뷰하고 4개의 다른 지역에서 각각 다른 8개의 가루 샘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가루를 분석하여, Davis는 총 7개의 가루가 한가지 공통된 성분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 성분은 수수두꺼비가 만들어내는 독성과 hyla tree frog가 만들어내는 자극성분이었다. 또 다른 샘플에서는 테트로도톡신이 발견되었는데,이 물질은 바다 생물중 특히 복어에서 관찰할수 있는 성분이다.


Davis는 이 결과를 출판했고, 좀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그의 가설은 The Serpent and the Rainbow, Passage of Darkness: The Ethnobiology of the Haitian Zombie이라는 두 권의 책에 실리게 되었다.



Davis는 이 coupe poudre의 주요 성분이 테트로도톡신이라고 가정했다. 이 성분은 체내에 들어갈 경우 마비를 일으키며 사망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 성분을 조금만 쓸 경우 심박수가 내려가고 대사 활동이 느려지며, 몸이 마비되었지만 의식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가 된다.

(일 본에서는 복어 요리가 매우 맛있는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테트로도톡신은 이 불고기의 간과 난소에서 생성된다. 따라서 요리사들은 이 독을 제거하고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훈련을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매년 복어를 먹고 사망하는 사람이 발생한다. 아주 드물게, 이들 중 죽지 않고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서 산 체로 묻히는 경우가 있다)


Davis에 의하면 이 가루에 포함된 자극성 물질은 피부에 작은 상처를 만들게 되고 이 상처를 통해 테트로도톡신이 혈액으로 침투할 수 있다. 희생자는 죽은것으로 판명되고, 산 체로 묻히게 된다. 며칠 뒤 마술사가 묘지를 찾아와서 시체를 파헤쳐가는 것이다.




그 다음 마술사는 또 다른 성분을 사용하여 희생자를 영구적인 정신착란상태로 빠지게 만든다. 이 두번째 가루는 아트로핀과 스코폴라민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스코폴라민은 Datura stramonium과 Datura metel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환각 성분이다. 


Davis는 왜 마술사가 좀비를 만드는지도 생각해봤다. 이는 도망친 노비들이 숨어 사는 산에 형성된 Bizango 사회의 법을 어긴 범법자를 위한 처벌수단이었다.


몇몇은 Davis의 가설이 좀비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Davis의 연구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Davis가 얻은 coupe poudre에서 검출된 테트로톡신의 양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기에 미미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어쩌면 이 가루가 적정한 양의 테트로톡신을 포함할 경우 정말 효과가 나타날지는 모르는 일이다.


Davis는 또 좀비 가루가 좀비화에 필요하나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희생자의 믿음(좀비 가루가 정말 효력이 있을 거라는)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이는 왜 일본에서 좀비가 안 나타나는지 설명해준다)




사례 연구


다른 연구자들은 이 현상의 대안적 설명을 찾기 위해 연구했다. Roland Littlewood(Departments of Anthropology and Psychiatry at UCL)와 Chavannes Douyon(a doctor at  the Polyclinique Medica in the Haitian capital Port-au-Prince)은 좀비가 된 세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1997년 Lancet에 보고했다.

WD는 체격이 좋고, 항상 화난 표정을 짓는 남자였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특정한 자세로 앉아있었는데,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고 겨우 몇 단어를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는 자기가 매장됐던 일이나 노예가 됐던 일들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좀비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우리는 그가 걷게끔 설득할 수 있었고, 그의 손은 항상 무의미하게 그의 손톱을 잡고 있거나 바닥을 잡고 있었고, 사람과의 눈 접촉을 피했다.

이 사례는 긴장성 정신분열증의 증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두번째 사레의 경우 'organic brain syndrome and epilepsy consistent with a period of anoxia'라고 진단되었고 세번째 사례의 경우 좀비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Littlewood와 Douyon은 두 명의 마술사를 인터뷰했다. 이 둘은 연구자가 제시한 복어와 식물을 좀비가루의 성분이라고 인정했고, Davis가 밝혀낸 다른 동식물의 이름을 말해주었다(연구자들이 제시한 식물은 manchineel라고 불리며, zombie apple이라고도 불린다)





논의


따라서 좀비화를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은 없는 셈이다. 정신적 문제, 뇌 손상, 학습 장애, 알콜 이나 약의 효과일 수 있으며, 또는 이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또 이 현상의 근원에는 아이티의 복잡한 정치적 역사가 숨어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Francois 'Papa Doc' Duvalier는 사람들의 미신을 이용하였고, 수많은 살인이나 유괴가 - 대략 30,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 좀비나 보둔교라는 이름으로 가려졌다. Duvalier의 준군사 조직이었던 tonton macoutes는 그의 명령을 따르는 좀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좀비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역사적 요인까지도 고려를 해야 할 것이다.


Reference:

Littlewood, R. & Douyon, C. (1997). Clinical findings in three cases of zombification. The Lancet 350: 1094-96. [Full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