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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기억/학습

공부는 쉽게 해야 잘될까, 어렵게 해야 잘 될까?

출처: All about addiction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지난 수십년 동안, 학습과 기억 연구자들은 실험실 연구결과를 학습 현장에 적용하는데 관심 있었다. 특히 요즘같은 교육 위기 상황에서는 과학적 지식과 학습 방법 사이에 다리를 놓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Robert Bjork의 'desirable difficulties' 개념은 지난 20년 간 학교 교수법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지금까지의 심리학 연구와 달리, 이 이론은 학습 단계 동안 방해물(어려움)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몇가지 주목할 만한 예는 다음과 같다.


  • 구분: 학습을 한꺼번에 하지 말고 나눠서 해라(Baddeley, Longman, 1978; Dempster, 1990)
  • 검사: 단순히 재학습하는 것보다 학습 자료에 대해 테스트를 해라(Roediger & Karpicke, 2006)
  • 학습자료를 수동적으로 읽기 보다 퍼즐을 푸는 등 능동적인 과정을 통해 학습 자료를 스스로 만들게 해라(McDaniel et al., 1994)
  • 학습이 일어나는 환경을 다양하게 해라(Smith, Glenberg & Bjork, 1978)
  • 학습 자료를 덜 명확하게 만들어라(McNamara et al., 1996)
  • 약간 읽기 힘든 글씨체를 사용해라(Diemand-Yauman, Oppenheimer, & Vaughan, in press)

이렇게 학습 내용을 조금 어렵게 만들면 쉬운 학습자료보다 자료를 깊게 처리하게 된다. 물론 학생은 학습을 쉽게 하기 원하고, 선생님 또한 자료를 쉽게 만드려고 한다. 만약 강사가 어떤 개념이나 자료를 가르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써 본다면, 학생의 실력향상이 즉시 나타나는 방법이 최고라고 결론내릴 것이다. 하지만, 교사가 학습을 가능한 쉽게 만드려고 할 때, 단기적 수행은 향상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 기억은 감소한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학습난이도를 제거함으로써 손해를 보는 것이다.


적당히 높은 난이도가 왜 바람직한지 알아보기 위해선 먼저 수행 - 학습과 검사 단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 과 실제 학습 그 자체 - 장기적인 과정으로 측정이 힘든 - 를 구분해야 한다. 역사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일어난 사건과 날짜를 외우는 예를 생각해보자. 심리학 용어에 의하면, 우리는 그 학생이 단서(사건)와 반응(날짜)를 연상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학생은 암기한 당일 자신의 수행이 빠르게 향상되고 학습 기간 동안 기억이 자주, 확실하게 난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만약 학생이 목록을 한번만 공부했다면, 암기한 당일 아무리 기억이 잘 나더라도 며칠 뒤에는 그 중 일부만 기억할 것이다. 학습을 한 당일은 새로 배운 내용이 잘 기억난다. 따라서 만약 학생이 기억을 잘 한다면 그 날 기억은 잘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정보에 접근하는 능력이 향상될지는 보장하지 못한다. 그 날 학습한 것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쉽게 기억할 수 있지만, 추가적인 학습 없이는 새로운 정보가 쉽게 사라진다. 하지만 잊어버린 것을 다시 학습할 때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Bjork와 Bjork(1992)는 그들의 "New Theory of Disuse"를 통해 인출 강도, 즉 특정 시점에서의 즉각적 접근성과 저장 강도, 정보가 장기간에 걸쳐 얼마나 많이 접근됐는지를 구분한다. 저장 강도는 이론적으로 무한하지만(우리는 배우고 싶은 것을 다 배울 수 있다), 수행 능력과 직접 관련있지 않다. 수행능력처럼 특정 시점에서 특정 정보에 접근(기억)하는 능력은 현재의 인출 강도에 의해 좌우된다. 저장 강도는 향상만 가능한 반면, 인출 강도는 점점 사라지는 경향이 있으며 저장 강도가 약하다면 이런 현상이 가속화된다.


NTD 를 위 사례에 적용해 보자면, 그날 그날의 인출 강도는 학습하는 시간동안 급격하게 증가해서 기억을 완벽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장 강도는 점진적으로 발달하며, 학습 초기에 저장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인출 강도 역시 급격히 감소한다. 따라서 학습 시간 종료 즈음에 기억을 잘 하는 것은 인출 강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며, 이것이 꼭 장기적인 기억력(저장 강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저장과 인출 강도 간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Bjork & Bjork, 1993년 논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학습난이도가 너무 낮으면 인출 강도를 높여서 학습자로 하여금 자만심을 가지게 하고, 장기 기억을 돕는 깊은 처리를 방해하게 된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바람직한 '어려움'을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는 교사와 학생에게 이런 '어려움'이 바람직하다고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습이 어렵다면 사람들은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될 것이고, 이 교육 방법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봤을 땐 어려움이 수행을 저해하거나 실수를 낳고 기억도 저조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잊어버림'이 학습자의 장기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잊어버렸던 내용을 다시 학습할 땐 학습률이 훨씬 빨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잊어버린 다음 재학습할 때 발생하는 "절약률(Savings)"은 120년 전에 처음 보고되었다(에빙하우스, 1885/1964). 하지만 이 원칙은 아직까지 교육에서 잘 활용되지 않을 뿐더러, 일반인 사이에서도 이해가 부족하다. 그 이유는 이 방법의 장기적 학습 효과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간격효과는 여러 학습 분야에 걸쳐 견고한(robust) 효과가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벼락치기 전략을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Bjork, 1994). 현실에서는, 벼락치기를 통한 단기적 이익이 있을 수 있지만(시험 전날 벼락치기를 하면 다음날 시험은 통과할 수 있다), 간격 학습이 장기 기억 파지율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교육은 학생이 평생 사용할 학습 전략과 교육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 결국 교사는 장기 기억률을 향상시킬 방법을 활용하고, 그 방법을 쉽게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학습 내용이 어려우면 포기를 해 버린다; '어려움'이 모든 학생에게 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 개혁자들은 교사와 정부가 교육 과정을 쉽게 만듦으로써 단기 기억을 향상시킬지 몰라도, 장기기억은 손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바람직한 어려움에 관한 과학적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의 적용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어려움을 연구하는 동시에, 과학자와 교사가 대화를 통해 학습 방법을 향상시킬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Citations:


Baddeley, A.D., & Longman, D.J.A. (1978). The influence of length and frequency of training session on the rate of learning to type. Ergonomics, 21, 627-635.


Bjork, R.A. (1994). Memory and metamemory considerations in the training of human beings. In J.
Metcalfe & A. Shimamura (Eds.), Metacognition: Knowing about knowing (pp. 185-205). Cambridge,
MA: MIT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