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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의사결정/추론

인간은 '효율성'을 토대로 행위의 의도를 파악한다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동영상을 잠깐 살펴보자.







다소 어이없는 동영상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당신은 동영상 속 인물들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말 페인트칠을 목적으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저런 행동이 재미있어서 하는 걸까? 동영상 속 행위는 페인트칠이라는 외부적 목적(external goal)보다 머리를 흔드는 행위, 즉 행위 자체에 목적(movement-based goal)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동영상 속 행동을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할까?



가설


Adena Schachner와 Susan Carey는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어떤 행동이 외부적 목표를 이루는데 ‘비효율적’인 경우 그 행동은 자체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위에서 봤던 동영상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들의 행동은 분명 페인트칠을 하기에 비효율적이었다. 만약 페인트칠이 목적이었다면, 페인트칠에 필요한 롤러나 붓을 들고 벽을 미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관찰자는 이 행동이 외부적 목적보다 행동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추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우선 행위자의 행동이 환경을 변화시키는지 여부를 통해 의도를 파악할 수도 있다. 행위가 목적 달성을 위해 환경을 바꾸는데 실패한다면, 그 행위는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이 가설에 의할 경우, 비록 우스꽝스러운 방법일지라도 페인트를 바르는 데는 성공했다면 그 행위는 외부적 목적을 가졌다고 판단될 것이다. 


또, 행위의 패턴이나 횟수가 반복되면 행위 자체가 목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 가설이 참이라면, 머리를 휘두르는 행위가 반복될수록 그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판단될 것이다. 



실험


당신은 세 가지 설명 중 어느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연구자들은 세 가설 중 어느 것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논문의 세 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은 한 손에 별을 들고 있으며 오른쪽에 놓여있는 박스를 향해 이리 저리 점프를 한다. 박스 겉면에는 별 표시가 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이 표시를 보고 주인공이 별을 박스 안에 집어 넣으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참가자는 조건에 따라 각각 다른 영상을 본다. Toward-only 조건의 경우 캐릭터가 박스를 향해 두번 점프를 한다. 반면, Toward-away 조건의 경우 박스 쪽으로 두번, 반대 방향으로 두번 점프를 한다. 나머지 조건들은 아래 그림을 참조하기 바란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애니메이션을 본 참가자들은 캐릭터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까? 각 가설에 따라 실험 결과를 달리 예측할 수 있다. 만약  ‘비효율성'이 판단 기준이라면 toward-only 조건을 제외한 4개 조건에서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른 네 조건은 외부적 목적(별을 박스에 집어넣는다)을 달성하는 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만약, ‘환경의 변화'가 판단 기준이라면 Toward-away, Toward-away-toward-away 조건에서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른 조건의 경우 캐릭터가 박스를 향해 조금이라도 이동했지만(환경을 변화시켰다), 이 조건들의 경우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만약, 행위 패턴이나 횟수의 반복이 판단 기준이라면,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비율은 Toward-only에서 Toward-away-toward-away-toward조건으로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앞뒤로 전진, 후퇴하는 동작이 많아질수록 행위 자체가 목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비효율성' 가설이 내놓은 예측과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즉, Toward-only를 제외한 다른 조건에서만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관찰됐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이 다른 대상의 의도를 파악하는 방식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행동이 외부적 목적 달성에 ‘효율적'인지를 통해 그 의도가 외부적 또는 내부적인지 파악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연구의 또 다른 실험에서 참가자의 일부가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한 행위를 ‘춤'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춤과 movement-based goal 사이의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춤이나 종교 의식같은 고차원적 행위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따라서 movement-based goal이 고차원적 행위의 개념적 근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크레용팝의 '빠빠빠' 안무를 처음 보고 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펄쩍펄쩍 뛰는 동작이 무언가 의미를 전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심히 보던 끝에 동작 자체가 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다음에야 이 동작이 춤임을 알게 되었다.)



Reference

  1. Schachner, A., & Carey, S. (2013). Reasoning about ‘irrational’actions: When intentional movements cannot be explained, the movements themselves are seen as the goal. Cognition, 129(2), 309-32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