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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심리학

[책 리뷰] 불교와 과학, 진리를 논하다



불교와 과학 진리를 논하다

저자
사이토 나루야 지음
출판사
운주사 | 2012-02-17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과학과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 대론을 담은 『불교와 과학 진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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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지심리 매니아


명상과 관련된 연구들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불교는 참으로 과학적인 종교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인지적 과정을 비교적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발전시킨 점이 그렇다. 불교가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킨 수행법이 과학적으로 검증될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의 논리적, 과학적 자세 역시 과학적 종교라고 불릴 만 하다. 종전의 교리를 반드시 고집하지 않고 타당한 논리를 받아들이는 자세, 다른 학문과의 교류를 통해 발전을 도모하는 자세는 논리적 생각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이론을 수정하는 과학계를 닮았다. 부처 역시 이런 말을 남겼다. 


“절대적 권위를 가진 명망 있는 사람이 말했다고 해서, 옛날부터 전승되어 왔다고 해서 진리라고 할 수 없다. 먼저 깊이 숙고하라. 그것이 이치에 맞는지를,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 모든 사람들의 무지와 욕망을 제거하고 해탈 열반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인지를, 그러면 나는 그것을 진리라고 승인한다. 설령 내가 말했다고 해서 진리라고 결정짓지 말라. 나의 말도 의심하고 헤아려 보아라.”


이번에 출간된 ‘불교와 과학, 진리를 논하다' 는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과학과 교류하려는 불교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생물학자인 사이토 나루야와 불교학자인 사사키 시즈카는 각각의 주제에 대한 자신들의 관점을 기술하고 있다.  특히, 책 후반부에는 두 학자가 직접 대화하면서 종교와 과학의 공통 분모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사키는 이 책에서 불교의 세계관이 ‘자연과학적 세계관'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불교는 만물이 절대자의 섭리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엄밀한 인과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비록 불교가 중력의 법칙이나 상대성 이론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자연 법칙은 불교의 입장에서 볼 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불교는 자연이 엄밀한 법칙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불교는 인간의 마음을 정밀하게 분석했다고 말한다. 사사키가 설명한 ‘아비달마'가 대표적인 예다.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아비달마는 거대한 ‘심리학 백과사전'처럼 보인다.


사사키가 설명한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설일체유부의) 아비달마에 의하면, 인간은 여섯 개의 식, 즉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감각들이 활성화될 때 심소, 즉 정신작용이 일어난다. 그래서 싫어하는 대상을 만났을 때(식이 활성화된다) ‘증오'라는 심소가 활성화된다.  하지만 수행을 통해 번뇌를 일으키는 심소를 차단하면 이런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인지심리학에도 이와 유사한 이론이 존재하는데,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주장한 신체적 표지 이론(Somatic Marker Theory)이 그것이다. 다마지오는 특정 자극이 신체적 반응과 반복적으로 연합될 경우, 자극의 제시가 곧 생리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 생리적 반응은 정서적, 무의식적이며 인간이 복잡한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한 정보로 사용된다. 아비달마의 주장과 비교해 보면, 자극이 여섯 개의 식을 자극하여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고, 이 생리적 반응이 심소 자체가 되거나 심소를 일으킨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두 분야가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인간의 마음을 설명하는 과정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수천년 전 스님들의 지식이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와 비교할 때 손색이 없다는 점은 무척 놀랍다. 


그 동안 우리는 불교가 비논리적, 비과학적 종교라고 생각해 왔지만, 사실 불교는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발전한 종교다. 따라서 불교가 주는 지혜를 무조건 경시하지 말고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또, 저자의 말처럼 불교 역시 원시 불교의 엄밀한 논리적 사고를 도모해서 현대 과학적 사고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