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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 관련서적

[책 리뷰]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저자
토머스 길로비치 지음
출판사
모멘토 | 2008-09-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의식 깊숙이 파고들어 일상의 삶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미심쩍은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글 : 인지심리 매니아


혹시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누군가를 떠올리면 그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신기한 경험을 종종 한다. ‘예전에 OO랑 참 친하게 지냈는데..’라고 생각하다가 그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란 적이 여러 번 있다. 며칠 전에는 통계와 관련된 개념들을 생각하다가 지인으로부터 통계 관련 문의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확률적으로 발생 확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혹자는 ‘텔레파시’가 통했기 때문이라고 믿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전화 텔레파시'가 사실은 인지적 편향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고 있는가?


사회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는 자신의 저서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을 통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단면적 또는 양면적 사건으로 구분하고, 단면적 사건의 경우 인지적 편향이 발생하기 쉽다고 주장한다. 단면적 사건이란 결과가 한쪽으로 나올 때만 눈에 띄어서 사건으로 여겨지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샤워만 하면 전화가 온다'고 믿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가설과 일치하는 사례만 기억하고 가설과 부합하지 않는 사례(샤워를 하는데 전화가 안 온 경우)는 망각하기 쉽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만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사건의 한쪽 결과만 기억하기 쉽고, 발생 빈도도 부풀려서 기억하게 된다.


전화 사례는 단면적 사건의 대표적 예다. ‘누군가를 생각할 때마다 그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온다'라는 믿음을 갖기 시작하면, 가설에 부합하는 사례만 선별해서 기억하기 쉽다. 따라서 사건의 발생 빈도도 실제보다 부풀려서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를 생각할 때 그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안 온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필자의 전화 사례는 생각보다 빈번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틀어 ‘가려진 정보'를 무시하는 인간의 편향을 지적한다. 인간은 가설을 지지하는 정보(A -> B)만 집중하고, 인과관계를 밝혀줄 다른 정보들( ~A -> B, A-> ~B, ~A -> ~B)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후자의 경우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기가 쉽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세상에서 진실을 가리는 능력을 키우려면 네 가지 정보를 모두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편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과학적 사고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