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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의사결정/추론

인간은 타인의 신념을 자동적으로 따른다


Image credit: iStockphoto



글 : 인지심리 매니아


타인의 의견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나면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자신이 보기엔 예쁜 옷인데 다른 사람들이 별로라고 말했다면 옷을 입고 나가도 불편한 마음이 든다. 혹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는 직업이나 인생을 추구하고 있다면 타인의 걱정 어린 조언이 항상 머리 속을 맴돌 것이다. 타인의 말에 개의치 않는 강심장은 드물다. 심리학자 애쉬는 동조 실험을 통해 이런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적이 있다. 


의사 결정에서 타인의 신념을 무시하기 힘든 이유는 뭘까? 아마 타인의 신념을 따르면 이득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 친구 같은 주위 사람의 조언을 들음으로써 수많은 도움을 받는다. 물건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장래 결정까지 타인의 조언은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이런 이점 때문에 타인의 조언에 자동적으로 마음이 가기 쉬운 것이다.


새 연구[각주:1]는 이 주장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인간이 타인의 신념을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타인의 견해와 다른 의사 결정을 내릴 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일련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 영상에는 두 개의 물체(사각형과 공)가 등장한다. 두 물체는 긴 직사각형 뒤로 숨었다가(1단계) 다시 나타난다(2단계). 참가자뿐만 아니라 화면 속에 등장한 인물(관찰자)도 이 장면을 함께 목격한다. 이 때, 연구자들은 참가자의 믿음과  관찰자의 믿음이 어긋나도록 조작해봤다. 두 물체는 2단계에서 서로 자리를 바꾸거나 다시 숨는다. 하지만 관찰자가 자리를 비운 3단계에서 공들이 다시 나타나서 또 다시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Condition 2). 관찰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4단계의 정답과 관찰자의 믿음은 불일치할 것이다.  반면 Condition 3의 경우 정답이 참가자의 예상과 반대되므로 오히려 3단계를 보지 못한 관찰자의 믿음과 정답이 일치한다. 



Image : 논문에서 인용



4단계에서 참가자들은 공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라는 지시에 따라 마우스를 움직이게 된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그와 동시에 직사각형이 사라지고 두 물체가 나타난다. 만약 참가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면 목표를 수정해서 마우스를 공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마우스를 처음 움직인 시간과 마우스의 궤적을 컴퓨터로 기록한 다음 분석에 사용했다.


실험 결과, 관찰자의 신념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참가자(Implicit Group)도 관찰자의 신념에 영향을 받았다. figure 2 A에서 Implicit Group의 결과를 살펴보자. False Belief는 참가자가 정답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다. 직사각형 B부분을 확대한 그림(왼쪽 하단)을 보면, 자신이 오답을 알고 있더라도 관찰자(agent)가 정답을 알고 있던 경우 마우스가 공쪽으로 가까이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참가자가 관찰자의 신념을 무의식적으로 염두해 두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Image : 논문에서 인용


연구자들은 인간이 타인의 신념을 따를 때 의식적 시스템 뿐만 아니라 자동적 시스템을 함께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위 결과는 자동적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타인의 주장에 자동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산다. 타인의 의견을 따라 자신의 마우스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체 말이다. 



  1. van der Wel, R. P., Sebanz, N., & Knoblich, G. (2014). Do people automatically track others’ beliefs? Evidence from a continuous measure. Cognition, 130(1), 128-133.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