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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개념/범주

성차별, 인종차별 태도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가?

Posted by 인지심리학 매니아





성별이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구분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화 과정에서 학습된 것인가? 인종의 경우는 어떨까? 다른 인종은 생물학적으로 다른가? 아니면 다르다고 학습되는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이다. 문화적 맥락의 영향을 덜 받아서 백지같은 아이들의 반응을 관찰한다면, 성별이나 인종의 차별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알 수 있을까?

Marjorie Rhodes와 Susan A. Gelman의 2010년도 논문은 어린 아이들이 사회적 범주(e.g. 성별이나 인종)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연구했다. 연구의 목적은 어린이가 사회적 범주를 절대적인 분류개념으로 인식하는지(남녀는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므로 명확하다), 아니면 가변적인 개념으로 인식하는지(남녀 구분은 사회맥락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 알아보는 것이었다.



실험방법
실 험자는 아이들에게 Feppy라는 캐릭터를 소개해 준다. 이 캐릭터는 우리와 아주 다른 세계에서 왔으며, 따라서 그곳의 개념이나 분류체계는 우리와 매우 다르다고 설명해준다. 어린아이들의 할 일은 Feppy의 분류가 과연 맞는지 틀린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실험자는 세 접시에 각각 다른 동물의 사진을 올려 놓는다. Feppy가 그 중 한 동물과 개념상 동일한 동물을 묶는다.



이 때 Feppy는 검은 라브라도와 고양이를 같은 동물이라고 묶는다. 실험자는 어린이에게 "Feppy의 말이 맞을 수도 있나요?"라고 묻는다. 어린이들은 틀렸거나 맞다고 대답할 수 있다.

참 가자의 응답을 다 받은 다음, 어린이들이 틀렸다고 한 경우를 1점, 맞다고 대답한 경우를 0점으로 처리해서 자료를 분석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어린이가 그 범주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며(객관적 기준이 있으니까 Feppy의 답이 틀렸다고 답했을 것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범주를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Feppy의 답이 맞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객관적 분류 기준이 없는 것이다).



결과

어린 아이들은 성별이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페피의 말이 틀렸다고 한 경우가 전체 문제의 70~80%에 육박하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인종의 경우는 틀렸다고 응답한 확률이 30~5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인종이라는 개념이 생물학적으로 명확히 구분된다기 보다 다소 가변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태도가 나이를 먹으면서 성장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중소도시 지역의 어린이들(시골지역 어린이에 비해 자유주의적 분위기에서 성장한다)은 성장하면서 성별개념이 상대적이라고 학습한다는 것이다(확률이 .56, .42인 것을 보라). 또 시골 지역의 어린이들(보통 보수주의적 가치관 속에서 성장한다)은 성장과정에서 인종이 생물학적인 구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확률이 .72 .70으로 높은 편이다).



결론
어린이들은 성별이 생물학적으로 명백한 분류라고 생각한다. 이는 진화적인 관점에서 성별을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직관적으로 구분해내는 능력을 타고 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 유아들은 어릴적부터 성별에 따라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옷이 확연히 구분된다. 반면 청소년들에게는 성별이 상대적일 수 있음을 학습시킨다. 따라서 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분류능력이라기 보다 여전히 문화의 산물일 수도 있다.
반면 어린이의 인종에 대한 분류기준이 상대적이라는 사실은 환영할 만 하다. 아시아인과 백인, 흑인은 백지상태인 어린아이에게 동등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보수적인 문화 환경이 인종을 생물학적으로 섞일 수 없는 절대적 기준으로 바꾸어놓는다면, 인종 차별의 문제는 여전히 생길 수 밖에 없다.

결국 인간의 성별/인종 구분이 타고나는 것일지라도, 문화적 영향에 따라 그것을 심화시키거나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reference
Marjorie Rhodes, Susan A. Gelman, A developmental examination of the conceptual structure of animal, artifact, and human social categories across two cultural contexts, Cognitive Psychology,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