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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창의

창의성은 제약이 주어질 때 극대화된다




글: Frontal Cortex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창의성이 가지는 모순 중 하나는 제약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창의성이 자유를 전제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창작 과정은 엄격한 규칙과 요구조건에 구속받는다. 팝송은 코러스와 후렴을 가진다: 교향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5개의 막을 가진다: 화가는 초상화의 패턴을 따른다.

이러한 현상 중 가장 좋은 예는 '시'일 것이다. 보통 시는 일반적인 언어로부터 해방된 것처럼 보인다 - 시인은 문법과 구두점의 규칙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는 haikus, sestets 및 소네트처럼 엄격한 문학적 양식에 따르고 있다. 이런 양식이 창조적 활동을 더 어렵게 만듦에도 불구하고 왜 시인들이 양식을 고수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시인은 자유로운 시를 쓰는 대신 구조적 제약 때문에 좌절한다. 왜 그럴까?

암스테르담의 대학의 Janina Marguc이 성격과 사회 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각주:1]는 흥미로운 대답을 제공한다. 이 논문은 형식상의 제약이 예상치 못한 심리적 진보로 이어지고, 사람들로 하여금 포괄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이 논문의 도입부는 다음과 같다.

일상 생활은 장애물로 가득차 있다. 도로를 차단한 건설 현장, 집중을 방해하는 동료의 잡담, 부모의 일상을 방해하는 갓난아기, 야심찬 계획을 방해하는 자원의 부족. 사람들은 이런 장애물에 대해 어떤 인지적 반응을 보일까? 성취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지각과 정보처리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 연구에서, 우리는 제약이 전역적 대 지역적 처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자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장애물을 만났을 때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전역적이고 게슈탈트적인 처리방식으로 '큰 그림'을 보고, 관련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개념적으로 통합한다고 제안한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여러 가지 기발한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의 경우, 스물 다섯명의 학생들에게 일련의 구두 철자 바꾸기 퍼즐(anagram)을 풀게 했다. 학생 중 절반은 anagrams을 푸는 동안 과제와 관련없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들었다(제약 조건). 그 다음, 참가자 전원은 전역적 대 지역적 지각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전역적인 처리는 창의적 해결책을 내놓는데 적합하다. 전역적 처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끊어진 연결고리를 쉽게 찾도록 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청각적 방해물에 노출되었던 참가자들이 전역적인 지각 방식을 보였다. - 사물의 디테일한 측면보다 전체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여주면 이 학생들은 글자가 (시계 방향 순서대로) E, S, H, A라고 응답했다.

(반대로, 장애물에 노출되지 않은 참가자는 A, H, S, E가 보인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세부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변화를 '지각적 범위'의 확장이라고 일컫는데, 문자 그대로 장애물이 참가자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장애물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

제약은 인식의 가능성만을 확대하지 않는다 - 개념적 범위도 확장함으로써 무한한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실험에서, anagram을 푸는 동안 임의의 숫자 목록을 들었던 참가자들은 - 즉 제약 조건에 할당되었던 참가자들은- 개념적 범주화의 유연성이 증가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전화"를 "가구"보다 가전 제품이나 통신 기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약 조건에 할당되었던 사람들은 - 과제를 푸는 동안 소음을 극복해야 했다 - 전화가 가구와 관련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유연성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유용하다.

마지막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어려운 과제에 몰두하는 사람일수록 장애물이 미치는 효과가 커짐을 보여주었다(과제가 너무 어려우면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하기 마련이다). 이 실험에서 학생들은 컴퓨터 미로 게임을 풀었다. 몇몇 학생의 경우 미로가 장애물로 막혀 있어서 출구를 알아내기 힘들었다. 그 다음, 참가자는 remote associates test라는 창의성 검사를 받았다. 참가자는 세개의 단어를 본 다음 - 예를 들어 "envy", "golf", "beans" -, 이 단어들과 연관된 네 번째 단어를 대답해야 한다. (정답은 "green"이다). 흥미롭게도, 장애물에 먼저 노출되었던 학생들은 remote associate puzzles을 40%나 더 많이 풀었다. 제약이 학생들을 창조적으로 만든 것이다​​; 상상력은 방해와 싸우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두뇌의 신경이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창의성보다 효율성을 우선하게 된다; 우리는 (글을 빨리 쓰기 위해, 즉 효율성을 위해)자유로운 산문을 생각하며, 상징적 시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제약은 중요하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제약에 조우할 때, 인지적 고리가 느슨해지고 비정상적인 연결고리가 무의식 속에서 나타난다. 

연구 결과들은 과제에서 장애물과 조우하는 것이 전역적, 게슈탈트적인 처리방식을 유도하며, 관련없는 과제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이 때 사람들의 지각이 확장되고, 정신적 범주가 개방되고, 관련없는 개념들이 통합된다.

이것이 우리가 시에서 양식을 고수하는 이유다. 소넷의 문법적 요구조건은 일종의 인지적 방해물이며, 우리로 하여금 전역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게 한다. 만약 시인이 자신의 작품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상용구와 진부한 표현을 고수했을 것이고, 뻔한 형용사와 동사만을 썼을 것이다. 시가 세 음절의 라임을 또는 약강격 체계에 맞는 형용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시들이 예상치 못한 연결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폴 발레리가 말했듯: "만약 누군가의 상상이 그의 작품속에 내재한 역경에서 비롯되었다면 그는 시인이고, 만약 그의 상상이 그들에 의해 무뎌졌다면 그는 시인이 아니다"

우리는 상자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족쇄를 차야 한다.

  1. Stepping back to see the big picture: When obstacles elicit global processing. Marguc, Janina; Förster, Jens; Van Kleef, Gerben A.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1(5), Nov 2011, 883-901. doi: 10.1037/a0025013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