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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창의

책 리뷰 - 지혜의 탄생

지혜의탄생심리학으로풀어낸지혜에대한거의모든것 상세보기


글: 인지심리 매니아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솔로몬의 잠언을 읽고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대체 지혜가 뭐지?'

잠언에는 지혜라는 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온다. 잠언 뿐만 아니다. 탈무드도 지혜를 가르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지혜는 비단 서양 고전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동양에서도 학파를 가릴 것 없이 지혜로운 자를 칭송하고 지혜를 배우라고 권한다.

그렇게 지혜가 반복해서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의문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대체 지혜가 뭐지?'

정의도 내릴 수 없는 대상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에도 스턴버그 교수가 나섰다. 스턴버그와 다른 심리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지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자 노력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라 개념이 다소 상이하지만, 이 책의 설명 덕분에 성인들이 그렇게 목청컷 외치던 지혜가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발테스와 스미스는 지혜를 삶의 근본 운용술로 보고 있다. 이 운용술은 삶에 대한 지식과 대처 방법을 말하며, 나이가 듦에 따라 학습된다. 이들의 정의에 의하면 지혜란 곧, 삶에 대한 지식체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인지심리학에서 '전문가'를 설명하는 방식과 비슷해 보인다. 전문가가 해당 분야의 지식을 축적하고 있는 것처럼, 지헤로운 자도 삶의 지식을 많이 가진 자인 것이다.
(베를린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진행한 이들의 연구는 지혜 연구의 초석이 되었다).

반면 챈들러와 홀리데이는 발테스의 정의 방식에 반대한다. 이들의 정의에 의하면 지혜는 축적된 지식 그 이상이다. 지혜는 현대처럼 파편화, 분업화된 지식에 그치지 않고 각 지식들을 큰 관점에서 아우르는 능력을 포함한다. 그들은 지혜의 구성요소를 비범한 이해력, 판단 및 소통의 기술, 전반적인 능력, 대인기술, 신중한 처신으로 정의한다. 

존 미첨은 지혜의 중요한 요인으로 '회의'를 꼽는다. 즉,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지혜에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연구자들이 정의한 지혜의 구성요소 중 일부가 '회의'를 반영한다고 주장한다(예를 들어 챈들러와 홀리데이가 정의한 판단 및 소통의 기술이 회의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기울인다는 것은, 자신의 지식을 의심해 보는 능력을 말하기 때문이다).


지혜에 관한 연구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인지, 성격, 발달 심리학자들이 '지혜'의 정의를 내리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연구결과는 다소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혜가 분명 존재한다는 점,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수긍하는 지혜의 특징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객관적 진리를 긍정하되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 역시 존중하는 능력, 세상을 지배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정복하는 능력, 자신의 지식을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식을 통해 불확실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능력. 학자들이 정의하는 지혜의 속성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지혜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솔로몬의 잠언을 다시 읽을 수 있겠다. 그가 써 놓은 삶의 운용술과 인지적 태도를 훑어보자. 챈들러와 홀리데이의 말처럼, 우리는 '지혜가 상실된 시대'를 살면서 이 보배로운 지혜서의 가치를 폄하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들을 귀 있는 자는 여전히 지혜의 외침을 듣고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