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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HCI

Attentional Inertia


인간의 주의력은 관성을 가진다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Hypertext의 힘


아 침에 컴퓨터를 켜자마자 제일 먼저 확인한 건 축구 경기 결과였다. 네이버 뉴스를 통해 한국이 이란을 이겼는지 확인한 다음, 기사 밑에 표시된 관련 기사들까지 모조리 훑어봤다. 해외 외신 반응, 상대편 감독의 말, 다음 경기 일정까지 샅샅이 훑어봤다.

만 약 우리가 아침에 배달 온 신문으로 이 기사를 봤다면, 이렇게 관련 기사까지 모두 볼 수 있었을까? 우리는 모두 '하이퍼텍스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웹은 '하이퍼텍스트'를 통해 수많은 문서들이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 상에서 어떤 문서를 보고 난 다음, 그 문서와 의미적으로 관련있는 다른 문서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하이퍼텍스트'때문이다.



Hypertext Kill the Ad Star!


광 고배너의 시련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네티즌들은 자신의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하이퍼텍스트로 연결된 문서들을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각각의 정보들을 조합하여 전체적인 지식틀을 받아들인다. 각 정보들을 찾아다니고 모아서 조합하려면 '목적 지향적' 상태가 되기 마련이다. 이 '목적 지향적' 상태에서 사람은 자신이 관심있는 정보 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는 한국이 어떻게 상대팀을 이겼는지, 누가 골의 주인공인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페이지의 사이드를 장식하고 있는 다른 기사(호주가 이라크를 어떻게 이겼는지, 이대호의 연봉이 얼마인지 등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즉,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탐색하게 되고, 주변의 다른 자극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결국 페이지를 수없이 장식하고 있는 광고배너 역시 소용이 없는 것이다.


광고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attentional inertia(지 난 번 포스트에서 소개했다)이다. Anderson이 제안한 이 현상은 인간의 심적 과정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균일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보통, 페이지의 첫 부분에서 사람들의 집중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한국이 이란을 1:0으로 이겼다는 헤드라인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아직 잠도 안 깬 상태였다. 따라서 기사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기사를 읽어나가면서 점차 집중하기 시작했다. 연장 혈투끝에 윤빛가람이 골을 넣었고, 박지성이 다쳤으며, 이용래 선수는 '힘든 경기'였다고 털어놨음을 알게 된다.

attentional inertia는 광고의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헤드라인을 막 봤을 때는, 주변에 다른 기사들도 눈에 띄었다. 즉, 관련 없는 정보들에도 주의를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관심사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없는 기사들은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이 기사들이 광고문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attention inertia는 이렇게 광고의 힘을 약화시킨다. 주의가 관성(inertia)을 받기 시작하면서, 광고가 끼여들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실험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구조화된 웹페이지(즉 관련정보가 하이퍼텍스트 형태로 연결된)에서 attention inertia가 광고배너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실험에 사용한 웹페이지는 다음 구조를 가지고 있다.


 


A,B,C는 각각의 뉴스 주제를 말한다(예를 들어 A는 축구 관련 뉴스, B는 야구 관련 뉴스). 한 주제에는 관련된 페이지가 대략 10개씩 있다. 이 페이지의 수가 'meaningful path'를 의미한다.


한 페이지는 아래 그림처럼 구성되어 있다.




중심 영역에는 뉴스 기사가 자리하게 되고, 아래, 위, 각 모서리 부분에 광고가 자리하게 된다. 참가자는 next page를 눌러서 다음 페이지를 읽을 수도 있고, 메인 주제 목록화면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참가자들에게 웹페이지를 보여주는 동안 눈동자 움직임을 eye-tracker로 추적했다.



결과


먼저 각 영역에 눈동자가 고정된 횟수를 분석한 결과다.


압도적으로 메인콘텐츠 영역에 눈동자가 많이 고정되었다. 이는 예상한 결과다.


그 다음, 참가자가 웹페이지를 서핑하는 동안 (즉 페이지 1->페이지10까지 이동하며 기사를 읽는 동안) 집중력에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봤다. 연구자는 우선 메인콘텐츠영역에 눈동자가 고정된 횟수를 통해 집중력의 변화를 알아봤다. 그 결과 웹페이지 서핑 동안 집중력이 들날달락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p-value = 0.048, g2 = 0.019). 이 현상은 광고 배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주의력은 웹페이지 중반부로 갈수록 강해졌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즈음에 떨어졌다(Fig.5 참조)


연 구자들은 이 결과가 종속변인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지 확인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눈동자 고정 횟수가 아닌, 고정 시간을 조사해봤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으며(p-value = 0.018, g2 = 0.012), 눈동자 고정 횟수와 고정 시간의 상관은 r=0.97(p=0.0000)로 매우 높았다.




결론


우리는 실험을 통해 Web에서 attention inertia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할까?

한가지 방법은, 연구자들이 언급한대로 사회심리학의 ELM(Elaboration likelihood model)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모델은 사람들의 주의력 정도가 정보처리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한다. 만약 우리의 주의 자원이 고갈되어 있는 상태라면 정보의 외향,물리적인 측면(깜빡임, 색상, 크기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주의 자원이 충분하다면 정보의 내용이나 논리에도 신경을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주의가 아직 메인 컨텐츠로 쏠려 있는 상태가 아닌 초기에는 광고배너의 내용에 역점을 두고, 페이지 중간에는 배너의 물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전략이 최선일 것이다. 반직관적인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연구결과를 놓고 본다면 이것이 최선이 전략이다.


이 실험의 문제점은 바로 '개인차' 가 변량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개인에 따라 페이지를 탐색하는 전략이 제각각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인터넷 광고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화'하는 방법일 것이다. 각 유저의 성향을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광고전략을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이런 개인화된 광고전략의 효과를 알아보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Reference


Jyun-Cheng Wang , Rong-Fuh Day, The effects of attention inertia on advertisements on the WWW,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