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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기억/학습

멀티미디어 학습의 설계 원칙 1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최근 정부가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육업체들이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수 년 뒤에는 각 학교에서 학생들이 컴퓨터를 보며 수업을 받는 풍경을 볼지 모른다.

그런데, 디지털교과서가 정말 효과 있는 것일까? 디지털교재는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디지털교재가 선생님처럼 유연한 피드백이나 지식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예산만 낭비하고 교육효과는 거두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교재를 만들기 전에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육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교재 구성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Mayer라는 학자는 멀티미디어 학습과 관련하여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오늘은 Mayer와 Moreno가 2003년에 발표했던 'Nine ways to reduce cognitive load in multimedia learning' 논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디지털 교과서 설계와 관련하여 사전연구나 가이드라인이 미비한 상황에서, 메이어의 연구는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멀티미디어 학습 상황을 통해 우리는 학생이 Meaningful learning을 하기 원한다. Meaningful learning이란 말 그대로 학습 자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뜻하며, 지식을 조직하고 자신의 기존 지식과 학습 내용을 통합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학생들이 이렇게만 해 준다면 참 좋을 것이다.

문 제는 Meaningful Learning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다. 만약 학습을 하는 데 필요한 인지적 부하가 학습자의 인지 능력을 초과한다면, 학습은 부진해 질 것이다. 따라서 교재를 구성할 때는 인지적 부하가 최소가 되도록 설계하는 게 관건이다.

그럼, 학습을 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모델을 보면서 인지 부하가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기본가정




메이어는 학습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위와 같은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인지심리학 연구를 통해 형성된 이론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dual channels model이 다. 인간이 청각을 처리하는 과정과 시각을 처리하는 과정은 다르다. 그것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신체 기관(눈이나 귀)의 차이 뿐만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 또한 다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작업기억(working memory)의 경우  청각, 특히 말소리를 처리하는 하위 체계와 시각을 처리하는 체계가 분리되어 있다. 그림에서 Words는 청각/언어 채널을 통해 처리되며, Pictures는 시각/그림채널을 통해 처리됨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이론은 Limited capacity 이론이다. 이 이론은 각 채널의 정보처리용량이 제한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정보를 처리하는 각 채널(청각, 시각)의 용량이 제한되어 있고,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업 기억 역시 용량이 제한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인간의 정보 처리능력을 통신망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청각과 시각정보를 전달하는 두 개의 통신케이블(channel)은 처리용량이 제한되어 있어서, 만약 용량을 초과하는 정보가 유입될 경우 통신망이 마비될 것이다. 또, 통신망에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작업기억) 역시 제한된 용량으로 인해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없을 것이다.

세 번째 이론은 cognitive processing이 다. 이 모델은 인간이 정보를 받아서 처리하는 과정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먼저, 눈이나 귀를 통해 들어온 정보는 잠시 동안 감각 등록기에 저장되어 있다가 가장 중요한 정보만이 주의를 끌게 되고 작업 기억으로 이송된다. 이 과정을 Selecting이라고 한다. 일 단 정보가 작업 기억으로 전달되면, 작업 기억은 일련의 정보를 의미있는 구조로 조직화한다. 이를 organizing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각 채널에서 조직화된 정보를 통합하고, 여기에 학습자의 기존 지식까지 통합하는 과정을 Integrating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그림을 보면서 선생님의 설명은 들은 학생은 작업 기억에서 선생님의 말과 그림을 따로 처리한 다음, 두 정보를 서로 연결시킨다. 거기에 덧붙여서, 자신이 이전에 배웠던 내용이 현재 학습 내용과 어떻게 관련 있는지를 생각해 볼 것이다. 즉, Integrating이 일어난 것이다.


인지부하


문제는 학습 과정에서 인지 부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먼저, 학습에 꼭 필요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 부하가 있다. Selecting, Organizing, Integrating은 학습에 꼭 필요한 과정(Essential processing)이지만, 이 경우에도 인지 부하가 발생한다. 또, 학습 이해와 관련 없는 과정으로 인지 부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Incidental processing이라고 한다. Incidental processing은 주로 학습 재료를 잘못 구성했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불필요한 인지 부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representational holding으로 발생하는 인지 부하가 있다. representation holding은 말 그대로 '표상을 간직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내용을 이해하는 동시에 위에서 보여준 그림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글의 내용과 그림을 연결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그림을 머리 속에 떠올리고 있는 것이 바로 representational holding이다. 해 보면 알겠지만, 어떤 표상을 머리 속에 간직하고자 할 때는 상당한 정신적 노력이 들어간다.


만 약 Essential processing, Incidental processing, representational holding에서 발생한 인지부하의 총량이 학습자의 능력을 넘어버리면, 학습이 방해된다. 따라서 학습 설계자는 인지 부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ssential processing은 학습이 꼭 필요한 과정이므로 여기서 발생하는 인지 부하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Incidental processing이나 representational holding은 학습 자료를 잘 설계하면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두 경우에 발생하는 인지부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