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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기억/학습

잘못된 결정 후 지난 일에 집착하는 이유

 

로또 두 장을 샀는데 한 장을 잃어버렸다고 치자. 일주일 후 친구가 와서 너가 잃어버렸던 로또와 당첨된 로또 번호가 흡사하더라고 말해준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미친듯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펄쩍펄쩍 뛸 것이다. 내 번호가 진짜 당첨 번호와 동일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자그마치 40억이 걸린 로또라면 더더욱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명심할 건, 번호가 일치하는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로또를 잃어버린 것은 기정사실인데도) 번호를 확인해 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를 포기했던 주식의 가격이 올랐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 그 말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를 당장 켜 볼 것이다. 왜 우리는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도 불구하고 지나간 일들을 캐 보려 노력을 하는가?

 

내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는지 확인하려는 심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들이 가능하다. 첫째로는 자신의 과거 결정이 잘못된 결과를 낳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를 얻으려는 심리다. 내가 잃어버린 로또가 1등 당첨번호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는 동기에서 비롯된다. 이 경우야말로 지나간 옛일을 반성하는 가장 성숙한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Different ways of looking at unpleasant truths: How construal levels influence information search"이라는 논문에 의하면 사람들은 '정보의 부재'라는 사실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이를 경감시키기 위해서 정보를 찾는다고 한다. 로또 번호가 당첨번호와 같은지 틀린지 명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는 심리적으로 진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차라리 번호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 이렇게 괴롭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지난 일에 대한 정보 탐색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다.

 

사건의 구성방식과의 관련성

과거의 일들은 상위 수준, 또는 부수적 수준의 표상으로 머리에 저장된다. '난 이 사람이랑 결혼한 게 너무 행복한 것 같다'라고 결혼식을 기억하다면 이는 다소 추상적이고 상위 수준의 표상이지만, '그날 부케를 친구가 받다가 넘어진 게 너무 웃겼어'라고 기억한다면 결혼식을 부수적 사건들의 집합으로 기억한 것이다.

만약 이 때 불쾌한 정보가 날아든다면 어떻게 될까? 친구가 "너가 찍은 결혼 사진이 시중 가격보다 훨씬 비싼 거래. 바가지 쓴 거 아니야?"라고 했다고 치자. 결혼식 때 사진을 찍은 일은 다소 구체적인 일들에 해당된다. 만약 당신의 결혼식 기억 전반이 부수적 수준에서 표상화 되었을 경우, 바가지 쓴 일은 당신의 기분을 훨씬 나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속았는지 안 속았는지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다른 가격대를 알아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추상적으로 결혼식을 기억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했는데 그깟 바가지가 무슨 대수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일(바가지)은 무시하게 된다. 따라서 뒤늦은 후회로 내가 속았는지 확인하는 일이 적다.

 

사건을 보는 관점과의 관련성

사건을 1인칭으로 보는 것과 3인칭 관점으로 보는 것 또한 차이를 가져온다. 기억이 1인칭 관점으로 구성되어 있을 경우 부정적인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 부정적 정서를 크게 느낀다. 따라서 사후 정보 탐색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3인칭 관점의 경우 부정적 정서를 덜 경험한다. 따라서 부정적 일이 진짜 벌어진 것인지 확인하는 경우가 적다.

 

정보 탐색의 무용함을 설명할 때

결혼 사진을 바가지 썼는지 확인하려는 사람에게 친구가 "그래서 무슨 소용 있겠니? 결혼만 잘 하면 됐지."라고 했다면 확인하려던 것도 그만 두게 될 것이다. 부정적 일들이 과거에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듣고 확인하려는 사람에게 그 정보 탐색이 현재 상황을 바꾸거나 개선시킬 수 없음을 설명한다면 사실 확인을 덜 하게 된다.

 

 

결론

결국 인간이 잃어버린 로또를 찾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함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현상은 과거 기억이 부수적 일들로 구성되어 있을 때, 자신과 심리적 거리(관점)이 가까울 때, 정보 탐색이 심리적 완화를 가져온다는 유용성을 띌 때 심해진다. 우리는 이럴 때 사건의 보다 근본적인 의미에 집중하고, 제 3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볼 때 뒤늦은 후회를 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