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지심리기사/의사결정/추론

관계 추리에서 활성화 수준이 Belief Bias에 미치는 영향


Image : http://aplangwjps.blogspot.kr/2007/11/syllogism-class-notes-11207.html



글 : 인지심리 매니아


그럴싸함 효과(Belief bias)는 관계 추리에서 그럴 듯한 내용이 추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전제 1: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다.

전제 2: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 중의 어떤 사람들은 미식가다.

결론: 따라서 어떤 프랑스 사람들은 미식가다.


위의 결론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답하기 쉽지만 사실은 타당하지 않다. 미식가 중 프랑스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 사람들이 결론을 논리적이라고 받아들인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논리적' 참과 ‘현실 세계'의 참을 헷갈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프랑스 사람들이 미식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삼단논법추리는 현실 세계의 참이 아니라 ‘논리적’ 참을 묻고 있다. 문장의 내용이 실제 세계의 참을 말하는지 여부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그럼 Belief Bias가 일어나는 원인은 뭘까? Banks가 2012년 Cognitive Science 저널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Anderson의 ACT-R 모델을 통해 Belief Bias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ACT-R(Atomic Components of Thought-Relational)은 Anderson이 주창한 모델로써, 각종 인지적 현상을 활성화 수준으로 설명한다. 특정 chunk(부호화된 사실의 상징적 표상)가 반복적으로 학습, 인출되면 활성화 수준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 수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한다. 


저자는 이 모델이 Belief Bias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특정 사실이 반복적으로 학습될 경우(예, 프랑스 인들이 미식가라는 정보를 자주 접한 경우) 그 사실의 활성화 수준은 높아진다(즉, 그 사실에 대한 Belief가 강화된다). 따라서 추리 시 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심지어 그 결론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때조차 그렇다. 결국 Believable & invalid한 결론일지라도 타당하게 여기는 현상(Belief bias)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서 흥미로운 예측을 했다. Belief bias가 결정적 문제(determinate problem)보다 비결정적 문제(indeterminate problem)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비결정적 문제는 앞서 소개한 삼단논법추리 사례처럼 결론이 ‘가능하지만 필연적(necessary)’이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몇몇 프랑스 인이 미식가일 수도 있지만, 프랑스인 중 미식가가 한 명도 없을 수 있다. 반면 결정적 문제는 아래의 예처럼 전제가 필연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제 1: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다.

전제 2: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모두 미식가다.

결론: 따라서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미식가다.


사람들은 비결정적 문제의 결론을 판단할 경우 두 가지 심적 모델을 형성해야 한다. 한 가지는 어떤 프랑스인들이 미식가일 경우(Believable), 또 하나는 프랑스인 중 미식가가 하나도 없을 경우(Unbelievable)이다. 이때, Believable한 결론이 Unbelievable한 경우보다 활성화 수준이 높으므로 인출 가능성이 높다. 인출된 결론과 제시된 결론이 일치할 경우 설사 그 결론이 invalid할지라도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심적 모델이 하나만 형성되는 결정적 문제에 비해 Belief Bias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험 1


연구자는 이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참가자에게 다양한 추리 문제를 제시한 다음, 결론의 Believability(believable or unbelievable), Belief의 강도(strong, weak), 결론의 타당성(valid, determinately invalid, indeterminately invalid)을 조작했다. 그리고 참가자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인 결론의 수를 세어보았다. 


지문 예시


케임브리지 대학은 영국 시민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지어졌다.

냉전은 영국 시민 전쟁 이전에 일어났다.

그레이엄 벨은 영국 시민 전쟁 기간 동안 전화기를 발명했다.

베를린 장벽은 냉전 동안 파괴되었다.

따라서, 벨은 베를린 장벽이 파괴되기 전에 전화기를 발명했다.



실험 결과, strong 조건은 weak 조건과 달리 belief의 주효과(F(1,33)=13.36, p=.001, \eta^2=0.29)가 발견되었다. 즉, 정말로 (실제 세계에서) 그럴듯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졌다. 또 strong & invalid한 조건끼리 비교한 결과 validity와 belief의 상호작용이 발견되었다(F(1,33)=14.23, p=.001, \eta^2=0.68). 즉, indeterminate&invalid 한 문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belief bias).  연구자의 예상이 모두 맞아떨어진 것이다.






실험 2


연구자는 실험 2에서 작업 기억의 부담이 Belief Bias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만약 추리 도중 작업 기억에 추가적 부하가 가해지면, 추리는 처리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unbelievable한 결론의 활성화가 believable한 결론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망각(Decay)된다는 것이다. 


실험 2의 절차는 실험 1과 동일하지만, 추리 과제 동안 5자리  숫자를 계속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숫자 외우기를 통해 작업 기억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다.


실험 결과, 숫자 외우기 과제를 동시에 진행했던 참가자는 추리 과제만 한 참가자에 비해 believable한 결론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니었다(F(1,31)=3.53, p<.07, \eta^2=0.1). 또 실험 1과 마찬가지로 belief bias는 indeterminately invalid 조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그 동안 연역 추리를 설명하는 이론은 에반스(evans)의 Selective Scrutiny model, Selective Processing model,  존슨 레어드(Johnson-Laird)의 심성 모형(mental model)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번 논문은 Anderson의 ACT-R 모델을 이용하여 연역 추리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참신하다고 할 수 있다. 


Reference

  1. Banks, A. P. (2012). The Influence of Activation Level on Belief Bias in Relational Reasoning. Cognitive Science.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