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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주의

사회적 효용 판단이 주의에 영향을 미친다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이번 포스트에서는 타인에 대한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새 논문[각주:1]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항상 타인에 대한 판단을 내리며 살아간다. 우리는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그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그 사람의 평상시 행동을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평가한다. 이처럼 인간은 상대방의 외모나 행동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한 판단, 즉 사회적 판단을 한다. 사회적 판단은 거래, 계약 등 수 많은 의사 결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사회적 판단이 경제적 가치 판단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TV 광고 속 모델의 웃음은 해당 제품에 대한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사람들은 한 인물에 대한 평가를 통해 그 사람과 가까이 지낼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나 손실을 계산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사회적 판단을 ‘사회적 효용(Utility) 판단’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회적 효용 판단은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다른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자들은 그 중 ‘주의'에 주목했다. 여러 사람과 만나는 상황에서 각 사람에 대한 정보를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즉, 사회적 판단이 일어나는 순간 주의가 관심 인물에 집중되는 현상(편향)이 발생하게 된다. 주의의 편향을 통해 얻은 정보들은 의사 결정 시 반영된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사회적 효용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이들은 신뢰성이 높거나 낮다고 판단된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전주의적 단계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런 정보는 의사 결정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주의 없이도 자동으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실험 1에서 연구자들은 외모에 근거한 사회적 효용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 저자들은 신뢰성이 높거나 낮게 보이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전주의적 단계에서 처리될 거라고 예상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Attentional blink(AB) 패러다임(이전 글 참조)을 사용하기로 했다. 연구자들의 가설이 참이라면 AB task에서 목표자극의 제시 시간이 짧더라도 해당 얼굴에 대한 재인률이 높아야 한다.


실험 1의 참가자들은 우선 12명의 사진을 보고 각 사람의 신뢰도를 평가했다. 그 다음, 각 얼굴에 친숙해지기 위해서 1-back task를 실시하고, 뒤이어 Attentional blink(AB) task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한 시행(아래 그림 참조)이 종료된 다음 첫번째 목표 자극(T1)이 사각형 또는 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는지, 두번째 목표 자극(T2)이 테스트 전에 학습했던 사진인지 여부를 판단했다. T2 자극은 신뢰성이 높거나 보통, 또는 낮아 보이는 사람의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시행은 인물 사진을 바꿔가며 여러 번 반복된다.



실험 절차. 논문에서 인용.



참가자들의 반응을 d’ 점수(신호탐지이론의 민감도를 나타낸다)로 산출한 다음 분석한 결과, T2의 제시 시간이 긴 경우가 짧은 경우보다 얼굴 재인율이 높았으며 이 결과는 세 조건(높은 / 중간/ 낮은 신뢰도)에서 동일하게 발견됐다..  즉, 예상과 달리 높거나 낮은 신뢰성을 가진 얼굴에 대한 전주의적 처리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실험 2에서 연구자들은 행동에 근거한 사회적 효용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친사회적인 행동을 한 사람의 얼굴이 전주의적으로 처리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 가설이 참이라면 AB task에서 해당 얼굴에 대한 제시시간이 아주 짧더라도 재인율은 높아야 한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신뢰 게임을 진행했다. 참가자(투자자)들은 컴퓨터 상에서 상대방(사진이 모니터에 제시된다)과 게임을 진행한다. 이 때 연구자들은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공정/ 중립/ 불공정한 행위(돌려주는 돈의 액수를 조작)를 하도록 조작했다. 

그 다음, 실험 1과 동일하게 AB task를 진행했다. 다만, T2가 방금 전 게임을 함께 했던 상대방의 사진이라는 점이 다르다. 


실험 결과, 공정한 행위를 했던 사람의 사진은 재인율이 높았으며, 사진의 제시시간이 짧아도 재인율에 차이가 없었다. 즉, 행동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얻은 사람의 얼굴은 전주의적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특히, 신뢰성이 높은 사람의 정보만 전주의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점, 또 인상보다 행동으로 평가한 사람에 대한 정보가 전주의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어쩌면 인간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사람보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사람에 더 관심이 많은지 모른다. 또, 우리 뇌는 사람에 대한 인상이 그 사람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자료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른다.



Reference

  1. Shore, D. M., & Heerey, E. A. (2013). Do social utility judgments influence attentional processing?. Cognition, 129(1), 114-12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