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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의사결정/추론

심적 계산(Mental Account)의 오류

 

 

 

출처: Wired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내가 지금 블로그를 작성하는 이유는 호텔 인터넷 요금으로 16.95달러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나는 스타벅스를 돌아다니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이메일 보내기 위해 호텔 인터넷을 사용한다. 아아, 난 스타벅스 없이는 미국에서 절대 살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말도 안되는 금액을 인터넷 요금으로 낸다.

 

이 문제는 비단 인터넷에 국한되지 않는다. 만약 내가 호텔방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차 한장 당 8달러를 지불할 것이다. 베이컨과 토스트와 달걀은 22달러를 지불하게 만들 것이다. 훈제 연어? 28달러다. Cheerios 한 그릇? 12달러일 것이다. 거기에다가 세금, 팁, 그리고 4달러의 배달 요금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왜 호텔에선 이런 엄청난 요금을 지불해야만 할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편리함에 있다 - 난 호텔 침대에서 아침을 먹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경비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여행자들은 아침을 먹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때 값싼 것을 선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요금은 다른 누군가의 신용 카드로 결제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난 이런 합리적 설명이 20달러짜리 시리얼같은 어이없는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M&M에 관련된 최근 실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6 년 펜실베니아 대학의 심리학자들은 아파트 건물에서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어느날, 연구자들은 작은 숟가락과 초콜릿 사탕 한 그릇을 놓아두었다. 다음날 그들은 M & M 그릇을 리필하면서 그 옆에 훨씬 큰 숟가락을 놔두었다. 맥도날드 프라이나 Big Gulp soda를 먹어 본 사람이라면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숟가락 크기가 증가한 경우, 66%의 사람들이 M&M를 훨씬 많이 소비했다. 한번에 제공되는 음식의 양이 늘어나면 과식하게 되는 것처럼, 숟가락이 커질 때 사람들도 더욱 게걸스러워지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심적 계산(mental accounting)"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사람들이 세상을 '한 숟가락'처럼 특정 단위로 저울해서 봄을 말한다. 심적 계산은 우리 사고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주지만, - 작은 M&M을 일일히 세는 것보다 한 숟가락으로 세는 것이 훨씬 빠르다 - 우리 의사결정을 왜곡하기도 한다. 시카고 대학의 행동 경제학자인 리차드 탈러(Richard Thaler)는 이런 비이성적 행동의 결과를 연구한 최초의 경제학자다. 그는 간단한 질문을 통해 심적 계산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증명해 보였다.

당신이 영화를 보러가려고 10달러짜리 티켓을 샀다고 상상해 보라. 당신은 입장하려는 순간 티켓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좌석은 아직 다 차지 않았고, 티켓은 다시 발급되지 않는다. 당신은 티켓을 다시 사기 위해 10달러를 지불하겠는가?

탈러가 이 설문을 실시한 결과, 46%의 사람들이 영화표를 다시 사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그가 유사한 질문을 다시 했을 때,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당신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표가 10달러인 영화관을 찾아갔다고 가정해보자. 극장에 들어가려는 순간, 당신은 10달러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도 영화표를 사기 위해 10달러를 지불하겠는가?

두번째 시나리오가 첫번째와 동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 어찌됐든 사람들은 10달러를 잃어버린 셈이다 - 88퍼센트의 사람들이 극장표를 사겠다고 응답했다. 왜 이렇게 결과가 뒤바뀐 걸까? 탈러에 따르면, 영화 보러 가는 행위는 영화를 보는 경험과 티켓의 비용 간 교환이 이루어지는 '거래'로 여겨진다. 두번째 티켓을 사는 것은 영화보는 행위를 비싼 것처럼 만드는데, 마치 티켓 한장이 20달러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현금의 분실은 영화와는 무관한 것이므로, 영화표를 위해 10달러를 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행동은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는 티켓을 잃어버리면 인색해지는 반면 돈을 잃어버리면 그렇지 않다. 이런 모순된 결정은 고전경제학의 중요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돈은 어디까지나 돈이기 때문이다. (돈은 대체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가 심적 계산을 수행하는 동안, 우리는 돈을 조금 다르게 취급한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에게 15달러짜리 계산기를 5달러 할인받기 위해 차를 끌고 20분을 나갈 건지 물어보자 68%가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125달러 가죽 자켓을 5달러 할인받기 위해 차 타고 20분을 갈지 물었을 때, 오직 29%가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들은 결정은 금액의 절대적 액수보다 결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의 '심적 계산'에 의존한다. 만약 싸구려 계산기같은 물건을 사고자 할 때는 소량의 액수를 계산하는 심적 계산을 동반되고, 사람들은 할인을 위해 차를 몰고 나갈 것이다. 하지만 보다 큰 액수의 물건을 구입할 때는 똑같은 5달러가 다른 의미를 가진다(별 의미가 없어진다). 자동차 판매원들이 차를 팔면서 원치도 않는 옵션을 집어넣거나, 가전 제품을 살 때 원치 않는 보증기간을 위해 추가 금액을 지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심적 계산은 내가 인터넷 사용을 위해 비싼 요금을 내는 이유도 설명한다. 결국, Cheerio나 와이파이 사용을 위해 지불하는 금액이 호텔 숙박비에 비하면 세발의 피라는 것이다. 그 결과, 그 정도 지출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 원리는 숙박비가 싼 호텔이 무료 인터넷 사용이나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경우에 따라서 우리는 지불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걸 받기도 한다.

 

나는 행동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고전적 경제 모델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어떤 부분은 우리 이성으로 이해하기 힘들어 보인다. 우리의 의식적 사고는 한번에 몇 가지 밖에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보들을 묶어서(Chunk) 복잡성을 피하려고 한다. M&M의 개수를 일일이 세지 않고, 숟가락 단위로 세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돈을 일일이 세기 보단, '호텔 숙박비'처럼 특정 범주에 지출하는 비용을 고려하게 된다. 우리는 계산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다 실수투성이인 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