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없다당신이속고있는가격의비밀
카테고리 경제/경영 > 유통/창업
지은이 윌리엄 파운드스톤 (동녘사이언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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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지심리 매니아


프라다 가방의 실제(진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아이폰은? 이혼 시 위자료는? 이 질문에 정답이 있을까? 대부분 정답이 없다고 여길 것이다. 맞다. 우리는 여기에 대한 절대값을 파악할 수 없다.
 

이는 고전적인 정신물리학 실험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스티븐스(지각심리학 시간에 스티븐스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감각의 절대값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5kg짜리 추를 들었을 때 이 추가 5kg이라고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은 드물다.

다만 5kg 추를 든 다음 10kg 추를 들었을 때 전자가 더 가볍다는 것은 알 수 있다. , 상대적 값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스티븐슨은 검은색이란 테두리가 밝은 흰색이다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는 이 색이 정말 검은색인지 판단할 수 없다. 오직 흰색과 비교했을 때만 이 색이 검은색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은 절대음감’에 약하지만 상대음감은 강하다.


인간은 단순한 감각 자극 뿐만 아니라 가격에 있어서도
상대 음감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모든 가격은 상대적으로 매겨진다. 어쩌면 프라다 가방의 실제 가치는 단돈 만원일 수도 있다(물건을 담고 다니는 기능만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매고 다니는 학교 가방이 만원이라면, 프라다 가방이 만원일 수는 없다. 명품 가방은 일반 배낭보다 비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라다 가방의 가격은 만원보다 훨씬 비싸야 한다. 우리가 절대적 가격이라고 여겼던 것이 실은 상대적 가격이었던 것이다. 프라다 가방은 배낭보다 비싸야 하기 때문에 수백만원이 된 것이며 진짜 가치가 수백만원이기 때문은 아니다. 결국 가격이란 다른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허상과도 같다.

 

가격은 없다비교앵커링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경제학, 인지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가격이 지극히 상대적이며 가변적임을 역설한다. 댄 애리얼리, 조지 로웬스타인, 드라젠 프렐렉이 발견한 일관된 자의성은 인간이 절대치를 판단할 때 무척 자의적이지만 상대적 가치는 안정적인 판단을 한다고 설명한다. 카네만과 트버스키가 발견한 앵커링은 인간의 숫자판단이 다른 숫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연구 결과들을 통해 현실 세계의 가격이 왜 가변적인지 설명한다.

 

상대 음감에 예민한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들을 읽고 나면, 세상에 붙어있는 모든 가격표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혹 정신을 차리고 그 물건의 절대적 가치가 얼마일지 생각해 보는, 아직 마케팅의 노예가 되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얼마 전 자기 인생의 절대적 가치가 돈으로 얼마인지 순수하게 고민하는 청년을 보고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



 

 

 

스펜트
작가
제프리 밀러
출판
동녘
발매
2010.08.12


난이도:


' 진화심리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윈, 짝짓기, 유전자 등일 것이다. 그런데 이 학문이 소비심리학에 적용된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인간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이 소비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둘 간의 관계를 떠올리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나 는 갓 사드(Gad saad)의 블로그를 즐겨 읽는 편이다. 그는 '진화소비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홀로 개척한 사람이다. 이 블로그의 글을 읽다보면, 진화심리학이 마케팅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수 있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갓 사드와 같은 관점을 가진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제프리 밀러라는 학자가 바로 그 사람인데, 그의 저서 '스펜트'가 국내에도 출간되었다.


인 간이 사용하는 물건은 대략 몇가지 범주로 나뉜다. 그 중 일부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사용성 여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도 있다. 이런 부류의 물건을 '과시재'라고 한다.

과 시재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비싼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명품 백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진화소비 심리학은 이 과시재가 우리의 '적응도 지표'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신체 건강, 마음씨, 생식 능력 등 진화를 거치며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표들을 표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 마케팅이 추상적으로 정의했던 사람들의 소비욕구를 Big5(인간의 성격을 분류하는 대표적 5요인을 말한다)로 설명한다. 그는 과시재가 Big5(결국 이것도 하나의 적응도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어떤 물건이 잘 팔릴지를 알아보려면 개인의 성향(개방성, 외향성, 성실성, 친화성, 신경성)을 알아보는 것이 훨씬 빠르다. 기존의 관점처럼 소비자 집단을 성별이나 나이, 집단 등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Big5를 사용하는 것이 소비패턴을 훨씬 잘 설명한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는 Big5가 좋아하는 음악, 자신의 블로그 사이트 꾸미는 방식, 심지어 페이스북 사용 패턴까지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연구들을 잘 요약한 책으로 '스눕(snoop)'을 추천한다)


이 설명은 다소 급진적으로 보인다. 저자는 책의 중간 부분에서 각 요인에 해당하는 과시적 물건을 예시하며, 인간의 허황된 과시 욕구를 풍자한다. 지능이라면 형질을 과시하려면 대학 졸업장, 성실성이라면 잘 손질해야만 하는 화분이나 어항, 낮은 친화성은 공격적으로 생긴 대형 오토바이나 대형차.... 우리는 자신의 소비가 결국 허황된 자기 표현 욕구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모른 체로 살아간다.


책 의 끝부분에서는 극으로 치달은 과시적 소비 현상을 해결할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5요인을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조금 황당하다. 이 해결책은 아마 많은 사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실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정부와 법의 간섭 대신 사회 규범(지역 공동체의 규범이나 도덕, 보통 배척이나 조롱 등 집단적 행사를 통해 개인의 일탈을 징계한다)의 활성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역적, 또는 소규모 공동체는 그들만의 가치관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에, 과시적 소비로 사람을 판단하는 천편일률적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과시적 소비를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그들 자체의 징계 방법으로 일탈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 신의 형질을 알리기 위해 미친듯이 돈을 벌고 미친듯이 물건을 사는 이 어지러운 세상이 쉽게 종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의 유전자 과시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고 보다 도덕적, 효율적인 방법으로 표현한다면 본인 스스로에게는 천국이 될 것 같다.



온갖 과시적 소비재로 즐비한 청담동 한복판에서 이런 글을 쓴다는 게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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