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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2012년 미국 연구진은 사람들이 제 2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손실 회피를 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란 동일한 결과일지라도 손실로 표현될 경우 회피 경향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백신을 접종할 경우 60만명 중 20만명이 생존한다는 진술과 60만명 중 40만명은 죽는다는 진술은 결과적으로 같지만 사람들은 후자처럼 표현된 경우 선택을 기피한다. 미국 연구진은 사람들이 제 2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보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Albert Costa와 동료들은 이 ‘외국어 효과’의 한계를 알아보고자 했다[각주:1]. 연구자들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로 의사 결정을 하는 만큼, 언어가 의사 결정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7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스페인어가 모국어지만 수업 시간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이었다. 그 외에 몇몇 아랍계 학생(히브리어를 제 2외국어로 사용)과 영어 원어민(스페인어를 제 2외국어로 사용)도 실험에 참여했다.


코스타의 팀은 참가자에게 손실 회피나 기타 불확실한 형태의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엘스버그 패러독스(Ellsberg Paradox)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단지에서 꺼낸 공이 빨강(질문 1) 혹은 검정인지(질문 2) 맞추면 보상을 받았다. 참가자는 두 개의 단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공을 뽑게 된다. 첫번째 단지는 검정 혹은 빨간 공이 나올 확률이 50%인 반면, 두번째 단지는 확률을 알 수 없었다. 엘스버그 패러독스란 사람들이 두 질문에서 모두 첫번째 단지를 선호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이름처럼 모순이다. 질문 1에서 첫번째 단지를 선택했다면 “두번째 단지의 빨강 확률은 50% 이하”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질문 2에서 첫번째 단지를 선택했다면 “두번째 단지의 검정 확률은 50% "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결국 두번째 단지는 빨간 공과 검정 공의 추출 확률이 모두 50% 이하가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이 의사 결정 과제를 외국어로 수행한 경우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줄어들었다. 보통 이런 유형의 과제는 정서적 요소 - 불확실과 손실에 기인한 공포 - 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쉽다. 하지만 외국어를 사용하면 정서적 요소의 영향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보다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이 설명이 맞다면 정서적으로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외국어의 효과는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다. 실험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은 인지적 판단을 내리는 몇 가지 테스트를 거쳤다. 이 테스트에는 “만약 5대의 기계가 5개의 키보드를 만드는 데 5분이 걸린다면, 100대의 기계가 100개의 키보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까?”와 같은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이 질문에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대답한다면 정답을 맞출 수 있겠지만, 직관적으로 대답했다면 틀리기 쉽다. 실험 결과 이런 테스트에서는 외국어가 미치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코스타와 동료들은 보다 많은 실험을 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인지적 유창성이나 인지 부하와 같은 다른 요인들이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이번 결과는 정서적 요소가 포함된 의사 결정 시 외국어 사용이 이성적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Reference

  1. Costa A, Foucart A, Arnon I, Aparici M, and Apesteguia J (2014). "Piensa" twice: on the foreign language effect in decision making. Cognition, 130 (2), 236-54 PMID: 24334107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지난 19일 아침, 필자는 ‘마음과 뇌'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마로니에 공원에서 고등과학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마음과 뇌'라는 주제를 놓고 강연을 했다. 그 중 흥미로운 내용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글로 적어 봤다(발표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서 글에 오류가 있더라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고등과학원 '마음과 뇌' 컨퍼런스. 사진 : 인지심리 매니아



첫 시간은 카이스트의 Christopher D. Fiorillo 교수가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뉴런을 연구할 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또 뇌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는지 설명하고자 했다.


기존 물리학이나 심리학은 대상을 연구할 때 대상에게 주어지는 input이나 output을 관찰했다(심리학에서는 스키너가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발표자는 뉴런을 관찰 ‘대상(object)’로 취급하는 극단적인 입장을 지양하고자 했다. 대신 뉴런을 인간과 같은 ‘관찰자(observer)’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대상이 아닌 주체적 정보처리자로 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뉴런을 연구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뉴런이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면 물리학 실험 같은 기존 연구 방식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대신, 인간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뉴런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발표자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인간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식에 관한 이론)이 인간 뿐만 아니라 뉴런 연구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발표자는 뇌라는 물리적 구조물이 어떻게 다른 물리적 구조물(예,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뇌는 환경으로부터 정보(확률)를 얻고 이를 통해 예측, 추론을 하며, 이런 정보처리 방식은 베이지안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더불어 그는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뉴런이 각각의 관찰자 역할을 담당하며, 결국 뇌는 수많은 관찰자가 정보를 포착,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최적의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점심 식사 후 재개된 오후 강연은 컬럼비아 대학의 Hakwan Lau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발표자는 인간의 메타 인지(metacognition)의 불완전성, 메타 인지의 영역특수성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가 인용한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시각 또는 단어 기억 과제를 낸 다음, 참가자들의 메타인지를 측정해서 d’(신호탐지이론을 참고할 것)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시각과 기억 점수 간 상관이 발견되었다. 이는 메타인지가 영역 일반적임음을 증명해주는 듯 하다. 하지만, 뇌영상 결과는 두 과제에서 다른 부위가  활성화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이 결과를 통해 각기 다른 유형의 메타 인지가 존재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다양한 종류의 메타 인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필자에게 다소 혼란스러웠다. 바우마에스터는 의지력이나 통제력이 단일한 resource에 기반하며 영역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주의력이 영역 일반적이라는 연구 결과들도 알고 있다. 따라서 이런 사실들을 메타 인지에도 자연스럽게 유추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던 셈이다.




마지막 발표자인 옥스포드 대학의 Neil Levy 교수는 강연을 통해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결정론적 관점을 반박하고 인간의 자율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최근 인간의 자유 의지가 뇌의 발화에 따른 현상일 뿐이며, 우리 행동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발표자는 이를 반박하는 연구 자료를 통해 자유 의지가 위협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유 의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던 리벳(Libet)의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리벳은 Readiness potential(RP)이 행동을 취하려는 의도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점을 들어 인간의 자유 의지를 의심한다. 그러나 RP는 행동이 일어나지 않을 때 관찰되기도 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RP는 무선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RP가 의지 또는 예상된 행동과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결과도 있다.


결국 행동에 대한 자발적 의도를 지각하기 전에 뇌의 발화가 선행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유 의지를 부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발표자는 신경과학연구가 인간의 자유 의지를 부정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벗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식 액센트에 유독 약한 필자의 영어 실력 때문에 발표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자유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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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고등학생들은 자신이 수강하게 될 과목에 대해 불평을 자주 한다.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할 과목은 많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은 적기 때문이다.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학습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너무 많아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 중 어느 것이 학습 동기나 성취에 좋을까?


Erika Patall, Breana Sylvester, Cheon-woo Han은 2013년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실린 논문[각주:1]에서 이 문제를 연구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선택이 동기나 수행에 미치는 영향은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에 따라 달라진다. 전문가의 경우 자신이 할 일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동기가 부여되는 반면, 초보자는 자신의 할 일이 미리 정해져있을 때 동기가 부여될 것이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알파벳을 준 다음, 이를 이용해서 가능한 한 많은 수의 단어를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 참가자들은 이 단어 게임을 하기 전 언어 능력 평가를 받았는데,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점수가 상위권 또는 하위권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 피드백은 참가자가 단어 게임에 대해 느낄 자신감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일부러 조작된 것이다.


참가자 중 일부는 두 개의 단어 게임(Text Twist 또는 Boggle)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고, 난이도(상 중 하) 및 게임 시간도 선택할 수 있었다. 반면 다른 참가자들은 아무 게임에나 무선적으로 배정되었다. 


참가자는 자신이 이 게임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게임에 대한 성공 동기는 어느 정도인지 평가한 다음 게임을 시작했다(사실 참가자들이 하는 게임은 어느 것을 선택했던 동일하다). 게임이 끝난 후 참가자는 게임을 완료하기 위해 얼마나 동기부여가 됐는지, 게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평가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조작은 성공적이었다. 언어 능력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들은 참가자들은 자신이 단어 게임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자기 능력을 높게 지각한 참가자는 자신이 게임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더 동기부여가 됐다. 반면, 자기 능력을 낮게 지각한 참가자는 자신이 할 게임이 미리 정해져 있을 때 동기부여가 됐다. 


이 패턴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내리는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 아마존의 메카니컬 터크(Mechanical Turk)를 이용한 서베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특정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 또는 주어진 직업에 배정되는 경우 중 하나를 선택했다. 설문 결과, 해당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있던 참가자들은 선택이 가능한 경우를 선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집단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다.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려면 그들이 가진 자기 효능감에 상응하는 자유를 주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집단에게는 선택권을, 초보자라고 생각하는 집단에게는 정해진 과제를 주는 게 좋다. 


Reference

  1. Patall, E. A., Sylvester, B. J., & Han, C. W. (2014). The role of competence in the effects of choice on motiv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50, 27-4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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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지심리 매니아


타인의 의견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나면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자신이 보기엔 예쁜 옷인데 다른 사람들이 별로라고 말했다면 옷을 입고 나가도 불편한 마음이 든다. 혹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는 직업이나 인생을 추구하고 있다면 타인의 걱정 어린 조언이 항상 머리 속을 맴돌 것이다. 타인의 말에 개의치 않는 강심장은 드물다. 심리학자 애쉬는 동조 실험을 통해 이런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적이 있다. 


의사 결정에서 타인의 신념을 무시하기 힘든 이유는 뭘까? 아마 타인의 신념을 따르면 이득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 친구 같은 주위 사람의 조언을 들음으로써 수많은 도움을 받는다. 물건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장래 결정까지 타인의 조언은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이런 이점 때문에 타인의 조언에 자동적으로 마음이 가기 쉬운 것이다.


새 연구[각주:1]는 이 주장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인간이 타인의 신념을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타인의 견해와 다른 의사 결정을 내릴 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일련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 영상에는 두 개의 물체(사각형과 공)가 등장한다. 두 물체는 긴 직사각형 뒤로 숨었다가(1단계) 다시 나타난다(2단계). 참가자뿐만 아니라 화면 속에 등장한 인물(관찰자)도 이 장면을 함께 목격한다. 이 때, 연구자들은 참가자의 믿음과  관찰자의 믿음이 어긋나도록 조작해봤다. 두 물체는 2단계에서 서로 자리를 바꾸거나 다시 숨는다. 하지만 관찰자가 자리를 비운 3단계에서 공들이 다시 나타나서 또 다시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Condition 2). 관찰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4단계의 정답과 관찰자의 믿음은 불일치할 것이다.  반면 Condition 3의 경우 정답이 참가자의 예상과 반대되므로 오히려 3단계를 보지 못한 관찰자의 믿음과 정답이 일치한다. 



Image : 논문에서 인용



4단계에서 참가자들은 공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라는 지시에 따라 마우스를 움직이게 된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그와 동시에 직사각형이 사라지고 두 물체가 나타난다. 만약 참가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면 목표를 수정해서 마우스를 공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마우스를 처음 움직인 시간과 마우스의 궤적을 컴퓨터로 기록한 다음 분석에 사용했다.


실험 결과, 관찰자의 신념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참가자(Implicit Group)도 관찰자의 신념에 영향을 받았다. figure 2 A에서 Implicit Group의 결과를 살펴보자. False Belief는 참가자가 정답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다. 직사각형 B부분을 확대한 그림(왼쪽 하단)을 보면, 자신이 오답을 알고 있더라도 관찰자(agent)가 정답을 알고 있던 경우 마우스가 공쪽으로 가까이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참가자가 관찰자의 신념을 무의식적으로 염두해 두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Image : 논문에서 인용


연구자들은 인간이 타인의 신념을 따를 때 의식적 시스템 뿐만 아니라 자동적 시스템을 함께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위 결과는 자동적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타인의 주장에 자동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산다. 타인의 의견을 따라 자신의 마우스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체 말이다. 



  1. van der Wel, R. P., Sebanz, N., & Knoblich, G. (2014). Do people automatically track others’ beliefs? Evidence from a continuous measure. Cognition, 130(1), 128-133.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은 환경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한다. 우리는 불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누르고,. 빵을 사기 위해 가게까지 걸어가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서 일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이 결과를 야기한다는 주관적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를 행위주체감(sense of agency, SoA)이라고 한다.


만약 행위주체감을 잃어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당신의 행동이 환경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상상해보자.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삶이 어떻게 변할까? 무엇 하나 자신의 의도대로 돌아가지 않고 만사가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보다 불행한 일이 없다. 행위 주체감을 경험하지 못하는 삶은 지옥이 될 것이다. 


행위주체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노력(effort)이 행위주체감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된 편이다. 인간은 어떤 일에 노력을 기울이면 그에 따라 환경도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이 믿음은 심지어 행위와 결과 간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유지된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은 주사위를 던질 때 공을 들이면 자신이 원하는 숫자를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또, 종교적 의식을 치를 때도 정성을 들일수록 효험이 증가한다고 생각한다(이전 글 참조). 자신의 행동이 환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노력이 결과를 바꾼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어쨌든, 행위자는 노력을 들이는 과정에서 행위주체감을 경험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멘느 드 비랑(Maine de Biran)은 인간이 ‘노력'이라는 단서를 통해 자신과 환경 간 상호작용을 가늠한다고 말했다.


2013년 Demanet 등은 위와 같은 철학적 주장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Intentional Binding(IB) 패러다임을 이용한 연구[각주:1]를 진행했다. Intentional Binding이란 자발적 행동이 감각적 결과를 야기했을 때, 행위자가 두 사건의 시간적 간격을 실제보다 짧게 지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버튼을 누르고 약 1초 뒤에 ‘삐’하는 소리가 들렸다면, 행위자는 버튼을 누른 시점과 소리가 들린 시점 간 사이를 실제보다 훨씬 짧게 지각한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Intentional Binding는 행위주체감을 반영하는 척도가 될 수 있으며, 이번 연구 역시 IB를 통해 행위주체감을 측정하고자 했다.



실험은 아래 그림과 같이 진행되었다. 참가자는 컴퓨터 화면 상에서 원 운동을 하는 조그마한 점을 응시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때에 버튼을 누른다. 버튼을 누르면 250ms 뒤에 600Hz의 순음(‘삐’하는 소리)이 들린다. 화면의 점은 버튼을 누른 시점부터 250ms+1,000~2,000ms 까지 원운동을 지속하다가 사라진다. 참가자는 버튼을 누를 당시 점의 위치와 소리가 들린 시점의 점 위치를 클릭하면 된다. 반면 통제 집단의 경우 버튼만 누르거나 순음만 들은 후, 해당 시점의 점 위치를 클릭한다. 그리고 통제 집단의 응답 - 처치 집단의 응답 = 판단 오류 점수를 계산했다.



실험 과정. 논문에서 인용



연구자들은 ‘노력’이라는 요인을 조작하기 위해 라텍스 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High effort 집단의 참가자들은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장력이 쎈 라텍스 밴드를 잡아당기고 있어야 한다. 반면, Low effort 집단의 경우 장력이 약한 밴드를 사용했다.



논문에서 인용.



만약 연구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처치 집단은 통제 집단보다 버튼 누른 시간을 다소 늦게, 소리가 들린 시간은 다소 앞서서 판단할 것이다(IB effect). 또, 장력이 쎈 밴드를 잡아당기고 있던 집단에서 이런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노력을 많이 들일수록 IB effect, 즉 행위주체감이 커질 것이다). 실험 결과는 연구자들의 예상과 일치했다. 



실험 결과. 논문에서 인용



노력은 우리 삶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든 그렇지 않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어쩌면 착각)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1. Demanet, J., Muhle-Karbe, P. S., Lynn, M. T., Blotenberg, I., & Brass, M. (2013). Power to the will: How exerting physical effort boosts the sense of agency. Cognition, 129(3), 574-578. [본문으로]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지시 받기보다 자유롭게 행동하기를 원한다. 이런 경향은 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8세가 지난 사람이라면 (그려진 대로 색칠을 해야 하는) 색칠 공부 책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소비 행위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자신의 취향대로 개인화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좋아한다.


인간은 자율성을 좋아한다. 하지만 Liyin Jin, Szu-Chi Huang, Ying Zhang이 Journal of Comsumer Research에 게재한 새 논문[각주:1]에 의하면, 자율성이 목표 달성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연구자들은 실험을 위해 지역 요구르트 가게에서 Loyalty program을 진행했다. 구매자들은 공짜 요구르트를 얻기 위해 6종류의 요구르트를 구입해야 한다.(요구르트를 살 때마다 가게에서 나눠준 카드에 도장을 받아야 한다. 도장 6개를 다 모으면 공짜 요구르트를 받을 수 있다 - 역자 주). 구매자들은 두 종류의 카드 중 하나를 받는다. 한 카드는  6개의 요구르트를 정해진 순서대로 구입하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  반면 다른 카드는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도장을 받으면 된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를 목표를 세우는 집단(goal adoption)과 실천하는 집단(goal completion)으로 나누었다.  goal adoption 조건의 경우, 구매자들은 카드를 지급받으면서 ‘카드를 활성화하려면 나중에 가게를 다시 방문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연구자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카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시 오는지 알아봤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자율성을 선호했다. 자율적인 카드를 지급받은 사람 중 30%가 가게를 다시 찾은 반면, 고정된 순서의 카드를 지급받은 사람은 10%만이 가게를 재방문했다.


반면 goal completion 조건의 경우 카드가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이며, 요구르트 6개를 구매하기만 하면 된다. 이 경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고정된 순서로 구매해야 하는 사람들 중 도장을 전부 모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았다(16% VS 9%).


(즉, 목표를 정하는 goal adoption 단계(카드를 활성화 한다는 건 공짜 요구르트를 얻기 위해 앞으로 도장을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에서는 자율성을, 실제로 목표를 위해 행동을 하는 goal completion단계에서는 고정성을 선호했다는 뜻이다 - 역자 주)


위 수치가 비교적 작은 이유는 이 실험이 실험실에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실험실 연구도 진행했다. 중국 대학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에게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몇몇 참가자는 연구자가 정한 순서대로 여행 준비를 해야 했지만, 다른 참가자는 할 일의 순서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할 일을 다 듣고 난 다음, 참가자들은 이 실험에 참여하고 싶은지 여부를 결정했다. 참여를 결정한 사람은 이 과제가 얼마나 어려울지도 판단했다.


할 일의 순서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던 참가자 중 85%가 실험에 참여하겠다고 한 반면, 고정된 순서로 지시받은 참가자들의 참여율은 66%였다. 이 차이는 과제의 난이도 평가에서도 나타났다. 자유로운 조건의 사람들이 과제를 훨씬 쉽게 지각한 것이다.


연구자는 다른 집단에게 동일한 과제를 지시해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참가자에게 실험을 완료하고 싶은지 여부를 묻지 않았다. 대신 과제를 바로 수행하도록 했다. 그 결과 자유로운 조건의 참가자는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과제 완료율이 낮았다(53% vs 72%). 또, 자유로운 조건의 참가자들은 과제가 훨씬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 결과가 무엇을 의미할까?


가끔은 우리의 믿음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자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율성이 보장되는 대안을 선호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자율성이 과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당신이 무언가 선택해야 할 때 과제는 그만큼 더 복잡해진다. 과제에 필요한 행동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음에 무엇을 할지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에 일어날 상황들을 생각하는 동안 당신은 자율성에 따르는 댓가를 치르게 된다.


이 연구 결과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신에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할 일의 순서부터 정하는 게 좋다.


Reference

  1. Jin, L., Huang, S. C., & Zhang, Y. The Unexpected Positive Impact of Fixed Structures on Goal Completion.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동영상을 잠깐 살펴보자.







다소 어이없는 동영상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당신은 동영상 속 인물들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말 페인트칠을 목적으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저런 행동이 재미있어서 하는 걸까? 동영상 속 행위는 페인트칠이라는 외부적 목적(external goal)보다 머리를 흔드는 행위, 즉 행위 자체에 목적(movement-based goal)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동영상 속 행동을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할까?



가설


Adena Schachner와 Susan Carey는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어떤 행동이 외부적 목표를 이루는데 ‘비효율적’인 경우 그 행동은 자체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위에서 봤던 동영상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들의 행동은 분명 페인트칠을 하기에 비효율적이었다. 만약 페인트칠이 목적이었다면, 페인트칠에 필요한 롤러나 붓을 들고 벽을 미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관찰자는 이 행동이 외부적 목적보다 행동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추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우선 행위자의 행동이 환경을 변화시키는지 여부를 통해 의도를 파악할 수도 있다. 행위가 목적 달성을 위해 환경을 바꾸는데 실패한다면, 그 행위는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이 가설에 의할 경우, 비록 우스꽝스러운 방법일지라도 페인트를 바르는 데는 성공했다면 그 행위는 외부적 목적을 가졌다고 판단될 것이다. 


또, 행위의 패턴이나 횟수가 반복되면 행위 자체가 목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 가설이 참이라면, 머리를 휘두르는 행위가 반복될수록 그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판단될 것이다. 



실험


당신은 세 가지 설명 중 어느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연구자들은 세 가설 중 어느 것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논문의 세 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은 한 손에 별을 들고 있으며 오른쪽에 놓여있는 박스를 향해 이리 저리 점프를 한다. 박스 겉면에는 별 표시가 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이 표시를 보고 주인공이 별을 박스 안에 집어 넣으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참가자는 조건에 따라 각각 다른 영상을 본다. Toward-only 조건의 경우 캐릭터가 박스를 향해 두번 점프를 한다. 반면, Toward-away 조건의 경우 박스 쪽으로 두번, 반대 방향으로 두번 점프를 한다. 나머지 조건들은 아래 그림을 참조하기 바란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애니메이션을 본 참가자들은 캐릭터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까? 각 가설에 따라 실험 결과를 달리 예측할 수 있다. 만약  ‘비효율성'이 판단 기준이라면 toward-only 조건을 제외한 4개 조건에서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른 네 조건은 외부적 목적(별을 박스에 집어넣는다)을 달성하는 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만약, ‘환경의 변화'가 판단 기준이라면 Toward-away, Toward-away-toward-away 조건에서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른 조건의 경우 캐릭터가 박스를 향해 조금이라도 이동했지만(환경을 변화시켰다), 이 조건들의 경우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만약, 행위 패턴이나 횟수의 반복이 판단 기준이라면,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비율은 Toward-only에서 Toward-away-toward-away-toward조건으로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앞뒤로 전진, 후퇴하는 동작이 많아질수록 행위 자체가 목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비효율성' 가설이 내놓은 예측과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즉, Toward-only를 제외한 다른 조건에서만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관찰됐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이 다른 대상의 의도를 파악하는 방식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행동이 외부적 목적 달성에 ‘효율적'인지를 통해 그 의도가 외부적 또는 내부적인지 파악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연구의 또 다른 실험에서 참가자의 일부가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한 행위를 ‘춤'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춤과 movement-based goal 사이의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춤이나 종교 의식같은 고차원적 행위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따라서 movement-based goal이 고차원적 행위의 개념적 근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크레용팝의 '빠빠빠' 안무를 처음 보고 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펄쩍펄쩍 뛰는 동작이 무언가 의미를 전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심히 보던 끝에 동작 자체가 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다음에야 이 동작이 춤임을 알게 되었다.)



Reference

  1. Schachner, A., & Carey, S. (2013). Reasoning about ‘irrational’actions: When intentional movements cannot be explained, the movements themselves are seen as the goal. Cognition, 129(2), 309-327. [본문으로]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성의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는 ‘높은 도덕적 기준'이다. 우리는 단기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절제함으로써 사회를 지키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해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인간의 도덕적 판단은 이성 또는 정서 중 어느 쪽의 영향을 받을까? 지난 25년 동안 연구자들은 정서가 복잡한 판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심을 가졌다. 예를 들어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그의 책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정서가 인지 과정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오류

저자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출판사
중앙문화사 | 1999-07-3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간의 신체와 뇌, 마음을 통합적으로 고찰하여 인간 의 감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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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서가 복잡한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정서가 어떤 유형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지 알 필요가 있다. 아담 퍼킨스(Adam Perkins)와 동료들이 2013년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이 주제를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도덕적 의사 결정에 관심이 있었다. 그 동안 많은 심리학자들은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이 타인을 죽일 수도 있을 때 일반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상당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타인을 해치려고 하지 않으며, 특히 자신의 행동이 타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더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당신이 병원에서 야간 근무를 서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갑자기 옆방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치명적인 연기가 환풍구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이 연기는 세 명의 환자를 죽일 수 있지만, 만약 당신이 스위치를 돌린다면 연기를 다른 곳으로 우회하게 만들 수 있다. 대신 다른 환자 한 명이 사망하게 된다. 이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스위치를 돌리려고 한다.


이번엔 당신이 타고 있던 배에 화재가 발생해서 구명보트에 타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모든 구명보트는 사람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곧 가라앉을 상황이다. 가까스로 보트에 탄 당신은 심하게 부상을 입은 환자 한 명이 보트에 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 당신이 그 사람을 바다로 던진다면, 배는 가라앉지 않고 모두가 구조될 수 있다. 이 경우 사람들은 환자를 바다로 던지는 행위에 반대한다. 자신의 행위가 사람을 ‘직접' 죽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타인을 직접 죽이는 행위를 자제하는 이유가 ‘불안’ 때문이라고 가정했다. 이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위에서 소개한 이야기와 통제군 이야기( 두 개의 복권 중 하나를 고르는 이야기) 를 읽게 했다.

 

불안이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하기 위해, 40명의 참가자는 세 가지 조건에 할당되었다. 두 집단은 약효가 약하거나 중간 정도인 로라제팜(lorazepam)을 처방받았고, 나머지 집단은 위약을 처방받았다.


도덕적 딜레마가 아니거나 타인을 간접적으로 죽여야 하는 도덕적 딜레마 상황의 경우 약물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직접 죽여야 하는 딜레마 상황의 경우, 강한 로라제팜을 복용한 사람은 그 행동을 실천에 옮길 확률이 제일 높았던 반면 위약 조건은 가장 낮았다.  


이 결과에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 실험의 처치 효과는 작은 편이다. 참가자들은 실험에서 총 6개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위약 조건의 경우 참가자들은 평균 1.75개의 이야기에서 사람을 직접 죽이는 결정을 내렸다. 이 수치는 강한 약효의 로라제팜을 복용할 경우 2.33으로 증가한다. 약물이 신뢰성 있는 결과를 낳기는 했지만 그 효과가 큰 편은 아니었다.


또, 이 연구는 오직 ‘이야기'만을 다루었다. 따라서 사람들이 실제 상황에서도 동일한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연구는 도덕적 결정에 영향을 주는 정서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로라제팜 같은 항불안제는 불안이나 위협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 약효가 정서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복잡한 결정에서 정서가 담당하는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1. A dose of ruthlessness: Interpersonal moral judgment is hardened by the anti-anxiety drug lorazepam. Perkins, Adam M.; Leonard, Ania M.; Weaver, Kristin; Dalton, Jeffrey A.; Mehta, Mitul A.; Kumari, Veena; Williams, Steven C. R.; Ettinger, Ulrich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Vol 142(3), Aug 2013, 612-620. [본문으로]


Image : Tomkow.com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도덕적 딜레마(Moral dilemmas)란 두 가지 도덕적 당위가 충돌해서  그 중 하나만 택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위키피디아의 Ethical dilemma 참조). 예를 들어, 다섯 사람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사례의 경우 다섯 사람의 목숨이 한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공리주의(또는 결과주의)와 인간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의무주의가 충돌하고 있다. 만약 한 가지 도덕적 명령을 지킨다면, 다른 명령은 지킬 수 없다. 


결과주의(Consequentialism)의 경우 최적의 결과를 낳는 행위를 지지한다.  따라서 다섯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을 희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면 의무주의(Deontology)는 결과와 상관 없이 도의적으로 적합한 행위를 지지한다. 이 관점에 의하면 사람을 해치는 행위는 무조건 잘못된 것이므로 설사 다섯 사람이 사망하더라도 한 사람을 희생할 수 없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도덕적 딜레마를 접했을 때 결과주의 혹은 의무주의에 입각한 판단을 내리며, 그 양상은 각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진다. 


심리학은 이러한 인간의 도덕 판단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을 제시했다. 가장 유력한 이론인 dual-process 이론은 의무주의적 판단이 자동적인 감정 프로세스에 의해 지배되는 반면, 결과주의적 판단은 통제된 인지 과정에 의해 지배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이론은 도덕적 딜레마 상황이 심적 표상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한편 도덕 문법(moral grammar)을 대안적으로 제시하는 이론은 도덕적 딜레마 상황이 심적 표상으로 변환되고 각각의 행동과 결과에 가치가 부여되는 과정을 계산적(computational)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3년 8월 Trends in Cognitive Science에 게재된 논문[각주:1]에서 Crockett은 인간의 도덕 판단 과정을 설명하는 새 모델을 제시했다. 저자는 인간이 행위와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의사 결정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model-based system은 각 행위와 그에 따른 결과를 결정 트리(decision tree) 형태로 표상한 다음, 트리를 탐색하면서 최적의 결과를 낳는 행위에 가치를 부여한다. 반면 model-free system은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행위의 가치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 사람을 밀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 적이 있다면, ‘사람을 미는 행위'는 나쁘다고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Pavlovian system은 특정 자극에 대한 접근-회피 반응을 유발하며, model-based system과 model-free system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두 가지 예를 통해 이 모델이 인간의 판단 과정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아래의 예는 마이클 센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소개된 바 있는 ‘기관차 문제'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시나리오 A와 B의 차이점은 ‘접촉'의 존재 여부에 있다. A의 경우 다리 위에 남자를 스위치로 떨어뜨려서 열차를 막는 반면, B의 경우 사람을 밀어서(접촉) 열차를 멈추게 한다. 그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반인들은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보다 사람을 미는 행위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저자는 모델을 통해 인간이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이 시나리오 A를 접할 때 model-based system은 시나리오 상황을 결정 트리로 표상한다(C). 표상에는 각 행위와 그에 따른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최적의 결과(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생존하는 결과)를 낳는 행위(스위치를 돌리는 행위)에 한 표를 던진다. 이와 동시에 model-free system도 행위를 평가한다. 이 시스템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스위치를 돌려서 목적을 달성하는 행위가 대체로 좋은 결과(예, 스위치를 켜면 불이 들어온다)로 이어졌음을 기억하고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에 찬성한다.

반면, Pavlovian system은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이 시스템은 1명이건 5명이건 사람이 죽는 끔찍한 상황을 무조건 회피하고자 하기 때문에 스위치를 놔두는 행위 뿐만 아니라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도 반대한다. 결국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에 대한 각 시스템의 평가는 찬성 2표, 반대 1표가 되며, 인간은 이 결과에 근거해서 스위치 돌리는 행위를 지지한다. 따라서 결과주의적 응답이 우세해진다.


하지만 B 시나리오의 경우 model-free system이 사람을 미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반대 2표, 찬성 1표로 행위를 하지 않는 쪽을 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의무주의적 응답(no)이 우세해진다. 


(모델의 판단이 실제 응답자의 결과와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번엔 다른 예를 들어보자. 아래 제시된 두 가지 시나리오는 앞에서 제시한 시나리오와 유사하다. 그러나, A는 한 사람의 죽음이 대의를 위한 부수적 결과인 반면, B의 경우 대의를 위한 수단적 희생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일반인들은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더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저자는 위와 같은 결과가 Pavlovian system이 일으키는 절단(Pruning)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Pruning이란 피하고 싶은 끔찍한 상황에 직면할 때 그 사건에 대한 생각을 억제하는 경향을 말한다. 시나리오 A의 경우 스위치를 돌리는 순간 한 사람이 사망하게 되므로,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은 절단된다. 하지만, 다섯 사람이 생존하는 결과는 여전히 생각할 수 있다. 결국 Pruning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의 가치=다섯 명의 생존’이 된다.

반면, 시나리오 B의 경우 pruning이 전혀 다른 판단을 야기한다. 일단 스위치를 돌리면 한 사람이 사망하므로 pruning이 발생한다. 이 경우, 한 사람이 죽은 다음 기차가 멈춰서고 5명이 살 수 있다는 일련의 생각이 모두 정지한다. 따라서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의 가치는 0이다. A보다 B 상황에서 의무주의적 응답이 많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모델은 도덕적 상황이 인간의 머리 속에서 표상, 평가되는 과정을 잘 설명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신경과학 연구 결과와의 정합성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해볼 만 하다. 

인간의 도덕 판단을 계산적 이론으로 모델링한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언젠가는 도덕적으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지 모르는 일이다.


Reference

  1. Crockett, M. J. (2013). Models of moralit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본문으로]


Image : http://wordinfo.info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정서 예측 실패


예상된 정서(Anticipated emotion)란 미래 사건을 겪을 때 예상되는 정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숙제를 하지 않은 초등학생은 내일 선생님한테 혼날 때 자신이 어떤 기분일지 예상할 수 있다. 신혼여행을 앞둔 부부라면 자신이 몰디브에 도착했을 때 어떤 기분일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이 예상한 정서와 실제로 경험하는 정서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기말고사를 망치면 기분이 나쁠 거라고 예상하지만, 백지를 제출하고 시험장을 빠져나오면서 홀가분한 기분을 경험을 하기도 한다. 또, 로또에 당첨되면 기분이 좋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막상 거액을 수령한 후 오히려 기분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학자들은 이러한 괴리가 인간의 ‘편향'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 학자인 대니얼 길버트는 자신의 저서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인간이 미래를 예측할 때 세부 사항을 임의로 채우거나 중요한 사항을 빠뜨리고(현실주의),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를 예상하며(현재주의), 결과 발생 후 심리적 면역 체계를 발동해서 당초 예상과 다른 정서를 경험하기 때문에(합리화) 이런 괴리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저자
대니얼 길버트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06-10-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간과 행복 사이의 끝없는 도전과 열망을 날카롭게 해부한 행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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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예측 실패는 적응적이다


그런데 최근 Cognition에 실린 한 논문[각주:1]은 인간의 이러한 편향이 오히려 ‘적응적'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선, 저자들은 인간의 정서 예측을 참조점(referent)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즉, 인간이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에 관한 정서도 예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말 고사를 망치는 상상을 하면서 ‘백지(결과)를 내고 나오면 기분이 참 나쁠 거야'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그 동안 공부를 게을리 한 사실(과정)을 후회하게 될 거야’라고 상상하기도 한다. 


그 다음, 저자들은 인간의 편향이 결과와 참조점에 따라 어떻게 적응적일 수 있는지 설명한다. 만약 부정적 결과가 예상된다면, 인간이 그 결과를 피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들이도록 만드는 게 적응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노력(즉 과정)'에 대해 집중하게 만드는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따라서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과대추정하는 경향을 가진다면 적응적 행동도 가능하다.


반면 긍정적 결과가 예상된다면, 인간이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추후에도 노력을 계속 하도록 만드는 것이 적응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결과를 얻었을 때 상향 비교를 통해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게 만드는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인간이 결과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실제보다 과소추정하게끔 만들면 이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 결과를 접했을 때 부정적 정서가 생각보다 크다면(Ex, 이것보다 더 잘 할 수도 있었는데..), 다음 번엔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저자들의 논리에 의하면 부정적 결과가 예상될 경우 사람들은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후회를 과대추정할 것이다(가설1). 반면, 긍정적 결과가 예상될 경우 과정보다 결과에 대한 후회를 과소추정할 것이다(가설2).



실험


저자들은 가설 1을 검증하기 위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최후통첩 게임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제안을 하고 난 다음, 자신의 제안이 거부되었을 때 결과/과정에 대해 얼마나 후회하거나 실망할지 7점 척도로 평정했다(예상된 정서). 얼마 후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본인의 제안이 거절당했다고(사실 게임의 상대방은 처음부터 없었다) 말해줬다. 그 다음 4개의 문항을 다시 측정했다(실제 정서).


실험 결과, 과정에 대한 PEI (prediction error index = 예상된 정서 - 실제 정서)점수는 결과의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컸다. F(1,178)=10.16, p=.002, η2=.01 이 결과는 부정적 결과의 경우 과정에 대한 후회를 과대추정할 것이라는 연구자의 예상과 일치했다.


두 번째 실험은 가설 2를 검증하기 위해 보다 자연스런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연구자들은 중간고사를 앞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 성적 예상에 대한 6개 문항[정서(후회, 실망, 기쁨) X 참조점(과정, 결과)]을 평정하게 했다.


실험 결과, 본인의 예측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의 경우 결과에 대한 (후회)PEI 점수가 과정의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작았다. F(1,102)=8.38, p=.005, η2=.08 이 결과는 긍정적 결과의 경우 결과에 대한 후회를 과소추정할 것이라는 연구자의 예상과 일치했다.




이 연구는 인간의 정서 예측 실패가 편향이라기보다 적응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또, 인간이 감정을 통해 자신의 행동-결과를 통제하는 메카니즘을 밝히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Reference

  1. Kwong, J. Y., Wong, K. F. E., & Tang, S. K. (2013). Comparing predicted and actual affective responses to process versus outcome: An emotion-as-feedback perspective. Cognition, 129(1), 42-50. [본문으로]




글 : Psypo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한 연구[각주:1]가 처음 듣는 음악을 구매할 때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밝혀냈다.


몬트리올 Neurological Institute and Hospital – The Neuro, 맥길 대학에서 진행하고 2013년 Science 4월호에 게재된 이 연구는 음악에 감동받거나 음악을 구매할 때 발생하는 뇌 활동을 정확히 찾아냈다.


이 연구의 참가자들은 fMRI 촬영을 하는 동안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 60곡을 청취했다. 그리고 각각의 음악을 구매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응답했다. Baycrest Health Sciences’ Rotman Research Institute의 Robert Zatorre 박사 연구실에서 실험을 진행한 Valorie Salimpoor 박사는 “뇌의 특정 부분이 참가자의 구매 행동을 일관되게 예측했다. 이 부위는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며, 보상을 예측할 때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예측이 형성될 때 정서적으로 강력해진다. 측좌핵은 이런 예측이 충족되거나 또는 그 이상 충족되었을 때 활성화된다. 음악을 듣는 동안 측좌핵이 활성화될수록 음악을 구매하려는 경향도 강했다.”


[실험에 사용된 음악은 다음 링크에서 들을 수 있다: http://www.zlab.mcgill.ca/science2013/]


또 다른 발견은 측좌핵과 청각 피질의 상호 작용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청각 피질은 인간이 경험하는 소리, 음악적 정보를 저장한다. 음악이 청자에게 큰 보상을 줄수록, 두 부위 간 상호작용도 강해진다. 고차원의 처리나 복잡한 패턴 인식, 자극에 정서나 가치를 부여하는 부위들도 측좌핵과 유사한 상호작용을 한다.


(측좌핵과 같은) 도파민 보상 회로는 식사나 섹스처럼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행위를 강화하는 데 관여해왔다. 이 회로가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차적 인지 작용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음악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The Neuro의 연구자이자 International Laboratory for Brain, Music and Sound Research의 co-director인 Robert Zatorre박사는 “이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음악은 일련의 소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리 자체는 단독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 하지만 소리를 배열해서 시간에 따른 패턴을 만들면 그것이 보상으로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패턴 인식이나 예측, 정서와 관련한 뇌 회로의 통합된 활동은 음악을 심미적, 지적 보상물로 만든다."


Salimpoor는 “참가자들이 음악을 구매할 때 발생한 뇌 활동의 패턴은 동일했지만, 각자가 고른 곡은 모두 달랐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연구 결과를 통해 사람들의 음악적 취향이 왜 제각각인지 이해할 수 있다 - 인간은 자신만의 독특한 청각 피질을 가지고 있다. 이 피질은 평생을 통해 들은 음악이나 소리를 통해 형성된다. 또, 이 청각적 템플릿은 이전의 정서적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


이 연구는 아이튠즈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함으로써 실제 같은 실험 환경을 구현했다. 또, 실제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고 보상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진짜’ 돈으로 음악을 구입하게 했다. 참가자의 구매 행위는 그들이 음악을 다시 듣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낸다. 음악적 선호는 과거의 경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험에선 음악 추천 소프트웨어(판도라나 Last.fm)에서 참가자들이 들어본 적이 없는 곡만 선곡한 다음 들려줬다(이렇게 함으로써 참가자의 예측을 최소화했다).


인간은 청각 피질에 학습, 저장된 내용을 바탕으로 음악 청취 시 특정 기대를 형성하며, 측좌핵과 청각 피질의 상호작용은 이를 반영한다. 정서는 이 기대의 위반이나 충족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항상 살기 위해 보상과 관련된 예측을 한다. 이 연구는 신경생물학적 증거를 통해 인간이 음악 같은 추상적인 자극을 지각할 때도 예측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패턴 인식이나 단순한 자극의 배열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거나 눈물 짓게 하고, 강렬한 정서와 사고를 낳기도 한다.


Reference

  1. Salimpoor, V.N., Van Den Bosch, I., Kovacevic, N., Mcintosh, A.R., Dagher, A. & Zatorre, R.J. (in press) Interactions between nucleus accumbens and auditory cortices predict music reward value. Science (2013) [본문으로]

Image : http://farm9.staticflickr.com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반사실적 추리(Counterfactual Reasoning)는 “만약 ~이었더라면, ~였을 것이다"처럼 과거의 사건을 다르게 가정할 때 발생했을 결과를 예상하는 추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한국전쟁 때 핵무기를 사용했다면, 한반도는 통일국가가 되었을 것이다'라는 진술은 반사실적 추리다. 역사적 사실과 반대되는(Counterfactual) 전건(antecedent, ‘미국이 한국전쟁 때 핵무기를 사용했다면’)에서부터 한반도가 통일국가가 되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반사실적 추리 능력은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반사실적 추리를 사용한다. ‘이 부분을 수리했다면, 기계가 작동하지 않았을까?’, ‘자금을 더 투입했더라면 프로젝트가 빨리 끝나지 않았을까?’ 등 일상 생활 속에서 반사실적 추리는 빈번하게 사용된다. 


그럼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반사실적 추리를 할까?


관련 연구들은 베이즈넷(Bayes Net)을 통해 인간의 반사실적 추리 능력을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이론은 Pruning theory다. 아래 (a)그림을 본 사람에게 ‘만약 B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D가 작동했을까?’라고 질문했다면 그 사람은 어떤 대답을 할까? Pruning Theory에 의하면, 사람들은 B를 전건의 문장처럼 반사실로 가정할 때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우선 B와 B의 원인(A) 간 관계를 절단(Prunining)한다(두 연결이 지속된다면 A가 계속 작동하는 한 B 역시 계속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B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intervention, 예, B의 회로가 타 버렸거나 외부로부터 물리적 충격을 받았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B가 전건의 표현처럼 반사실적 상태로 변화했을 때 발생할 결과를 예상해 본다. 사례의 경우, A는 B와 독립적으로 작동을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에 D 역시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질문을 받은 사람은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b).




반면, Minimal-network theory는 사람들이 인과적 원리를 보존한 체로 반사실적 추리을 시도한다고 설명한다. 즉 B와 A의 절단을 가정하지 않으며, B의 상태가 변화하려면 B의 원인(A)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B가 정지했다면 A도 정지했을 것이므로 D도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대답은 “아니요"가 될 것이다(c).


Rips와 동료들은 2013년 Cognitive Science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서 이 문제를 연구했다. 특히 연구자들은 문장의 표현 방식이 반사실적 추리 과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B가 실패했다면(had failed)’이라는 표현을 볼 경우 B의 오작동을 B 자체의 결함이나 외부의 영향 때문으로 판단해서 pruning theory를 채택하는 반면,  ‘B가 작동하지 않았다면(had not operated)’이라는 표현을 볼 경우 인과관계 전체에 문제(즉 A에 문제가 발생해서)가 있다고 판단해서 Minimal-network theory를 채택할 거라고 가정했다. 

또 연구자들은 각 component 간 연결의 강도가 추리 과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가정했다. 만약 A가 작동할 때 B도 항상 작동한다면(deterministic) 반사실적 추리 시 minimal-network theory를 선호할 것이다. 반면, A와 B의 발생이 확률적(probabilistic)이라면 pruning theory를 선호할 것이다.



실험


실험 1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8개의 기계가 묘사되어 있는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유인물은 각 기계가 작동하는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기계의 부품 간 연결 상태(Deterministic VS Probabilistic), 요소 간 독립성(B와 C가 결합하여 D에 영향을 주는 경우 VS 각각 독립적으로 D에 영향을 주는 경우)을 조작했다. 


실선은 Deterministic, 점선은 Probabilistic을 의미한다. B와 C간 arc선은 두 부품이 결합하여 D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의미한다.



참가자들은 각 기계의 인과 구조를 이해한 다음 일련의 질문에 응답했다.  이때 연구자들은 질문의 진술 방식(had failed VS had not operated)을 조작했다. 참가자는 아래와 같은 진술을 본 후, 나머지 부품들의 작동 여부를 예상했다( 1. would have operated 2. would not have operated 3. might or might not have operated 중 하나를 선택한다).



문제가 “If component B had not operated[failed] ….”인 경우



실험 결과, 진술 방식의 주효과가 발견되었다(F(1,32)=7.07 p=.01). 즉, ‘failed’라는 표현을 본 참가자는 다른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것이라고 추측한 반면, ‘not operated’라는 표현을 본 참가자는 다른 부품도 멈췄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효과는 전건이 B인 경우 가장 두드러졌다(F(2,64)=4.91 p=.01). 연구자들의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failed일 경우 pruning theory, not operated일 경우 minimal-network theory를 선호한 것이다.


또, 이 효과는 A-B 간 연결 강도에도 영향을 받았다. A-B간 연결이 deterministic한 경우, not operated라는 표현을 본 참가자가 전건의 원인 역시 정지했을 거라고 응답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반면 관계가 probabilistic한 경우, not operated와 failed 간에 응답 차이는 줄어들었다(즉, 두 조건의 참가자 모두 ‘A가 멈췄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고 응답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A가 항상 B의 작동을 유발한다면 B의 정지가 A의 정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지만, A가 이따금씩 B를 작동시킨다면  B가 정지했다 하더라도 A의 상태를 알기 힘들기 때문에 두 조건의 참가자 모두 전건의 원인이 정지했다고 단정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참가자들이 determinisitic->minimal-network theory, probabilistic->pruning theory를 선호했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은  minimal-network theory를 선호했다. 실험 1,2를 통틀어  참가자들은 전건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전건의 원인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강했다.



결론


연구자들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 먼저, ‘failed’는 component 자체 또는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받았음을 암시하는 반면, ‘not operated’는 component의 원인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또, 인간은 반사실적 추리를 할 때 intervention의 개념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듯 하지만, 수정된 pruning theory를 통해 실험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다.


Reference

  1. Rips, L. J., & Edwards, B. J. Inference and Explanation in Counterfactual Reasoning. 2013, Cognitive Science, [본문으로]


Image : http://aplangwjps.blogspot.kr/2007/11/syllogism-class-notes-11207.html



글 : 인지심리 매니아


그럴싸함 효과(Belief bias)는 관계 추리에서 그럴 듯한 내용이 추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전제 1: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다.

전제 2: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 중의 어떤 사람들은 미식가다.

결론: 따라서 어떤 프랑스 사람들은 미식가다.


위의 결론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답하기 쉽지만 사실은 타당하지 않다. 미식가 중 프랑스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 사람들이 결론을 논리적이라고 받아들인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논리적' 참과 ‘현실 세계'의 참을 헷갈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프랑스 사람들이 미식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삼단논법추리는 현실 세계의 참이 아니라 ‘논리적’ 참을 묻고 있다. 문장의 내용이 실제 세계의 참을 말하는지 여부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그럼 Belief Bias가 일어나는 원인은 뭘까? Banks가 2012년 Cognitive Science 저널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Anderson의 ACT-R 모델을 통해 Belief Bias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ACT-R(Atomic Components of Thought-Relational)은 Anderson이 주창한 모델로써, 각종 인지적 현상을 활성화 수준으로 설명한다. 특정 chunk(부호화된 사실의 상징적 표상)가 반복적으로 학습, 인출되면 활성화 수준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 수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한다. 


저자는 이 모델이 Belief Bias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특정 사실이 반복적으로 학습될 경우(예, 프랑스 인들이 미식가라는 정보를 자주 접한 경우) 그 사실의 활성화 수준은 높아진다(즉, 그 사실에 대한 Belief가 강화된다). 따라서 추리 시 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심지어 그 결론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때조차 그렇다. 결국 Believable & invalid한 결론일지라도 타당하게 여기는 현상(Belief bias)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서 흥미로운 예측을 했다. Belief bias가 결정적 문제(determinate problem)보다 비결정적 문제(indeterminate problem)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비결정적 문제는 앞서 소개한 삼단논법추리 사례처럼 결론이 ‘가능하지만 필연적(necessary)’이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몇몇 프랑스 인이 미식가일 수도 있지만, 프랑스인 중 미식가가 한 명도 없을 수 있다. 반면 결정적 문제는 아래의 예처럼 전제가 필연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제 1: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다.

전제 2: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모두 미식가다.

결론: 따라서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미식가다.


사람들은 비결정적 문제의 결론을 판단할 경우 두 가지 심적 모델을 형성해야 한다. 한 가지는 어떤 프랑스인들이 미식가일 경우(Believable), 또 하나는 프랑스인 중 미식가가 하나도 없을 경우(Unbelievable)이다. 이때, Believable한 결론이 Unbelievable한 경우보다 활성화 수준이 높으므로 인출 가능성이 높다. 인출된 결론과 제시된 결론이 일치할 경우 설사 그 결론이 invalid할지라도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심적 모델이 하나만 형성되는 결정적 문제에 비해 Belief Bias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험 1


연구자는 이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참가자에게 다양한 추리 문제를 제시한 다음, 결론의 Believability(believable or unbelievable), Belief의 강도(strong, weak), 결론의 타당성(valid, determinately invalid, indeterminately invalid)을 조작했다. 그리고 참가자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인 결론의 수를 세어보았다. 


지문 예시


케임브리지 대학은 영국 시민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지어졌다.

냉전은 영국 시민 전쟁 이전에 일어났다.

그레이엄 벨은 영국 시민 전쟁 기간 동안 전화기를 발명했다.

베를린 장벽은 냉전 동안 파괴되었다.

따라서, 벨은 베를린 장벽이 파괴되기 전에 전화기를 발명했다.



실험 결과, strong 조건은 weak 조건과 달리 belief의 주효과(F(1,33)=13.36, p=.001, \eta^2=0.29)가 발견되었다. 즉, 정말로 (실제 세계에서) 그럴듯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졌다. 또 strong & invalid한 조건끼리 비교한 결과 validity와 belief의 상호작용이 발견되었다(F(1,33)=14.23, p=.001, \eta^2=0.68). 즉, indeterminate&invalid 한 문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belief bias).  연구자의 예상이 모두 맞아떨어진 것이다.






실험 2


연구자는 실험 2에서 작업 기억의 부담이 Belief Bias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만약 추리 도중 작업 기억에 추가적 부하가 가해지면, 추리는 처리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unbelievable한 결론의 활성화가 believable한 결론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망각(Decay)된다는 것이다. 


실험 2의 절차는 실험 1과 동일하지만, 추리 과제 동안 5자리  숫자를 계속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숫자 외우기를 통해 작업 기억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다.


실험 결과, 숫자 외우기 과제를 동시에 진행했던 참가자는 추리 과제만 한 참가자에 비해 believable한 결론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니었다(F(1,31)=3.53, p<.07, \eta^2=0.1). 또 실험 1과 마찬가지로 belief bias는 indeterminately invalid 조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그 동안 연역 추리를 설명하는 이론은 에반스(evans)의 Selective Scrutiny model, Selective Processing model,  존슨 레어드(Johnson-Laird)의 심성 모형(mental model)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번 논문은 Anderson의 ACT-R 모델을 이용하여 연역 추리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참신하다고 할 수 있다. 


Reference

  1. Banks, A. P. (2012). The Influence of Activation Level on Belief Bias in Relational Reasoning. Cognitive Science. [본문으로]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도덕은 나쁜 행동을 하고 싶은 유혹으로부터 우리를 도와준다. 예를 들어 당신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혐오감이 일어난다. 또, 타인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어진다. 이런 본능 때문에 우리는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도덕 판단이 혐오감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목격할 경우 혐오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더불어, 혐오감은 사람들의 도덕적 분노를 증폭시킨다. 이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혐오감이 다른 원인 때문에 일어났을지라도 도덕적 분노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다. 대부분의 경우 원인은 분명하다. 당신이 길을 걷고 있는데 차가 당신을 향해 돌진해 온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옆으로 급하게 피한 다음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낄 것이다. 이 감정은 분명 차에 치일 뻔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하지만 가끔 감정의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당신은 시험이나 발표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스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가 다른 일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가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일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혐오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정 상황에서 경험한 혐오감이 전혀 관련 없는 도덕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Lotte Van Dillen, Reine van der Wal, Kees van den Bos는 2012년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저널에 흥미로운 논문[각주:1]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도덕 판단에서 일어나는 혐오감의 오귀인이 개인차에 영향을 받는지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개인마다 주의력 통제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전적인 스트룹 과제를 예로 들어보자. 스트룹 과제에서 색상 단어는 각각 다른 색으로 씌여져 있다. 참가자는 단어의 색상을 말해야 한다. 이 과제는 단어의 뜻과 글자의 색이 동일할 때 매우 쉽다. 즉, ‘RED’라는 글자가 빨간 색으로 씌여있을 때 ‘RED’라고 금방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단어의 뜻과 글자의 색이 다를 때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GREEN’이 빨간 색으로 씌여져 있는 경우 ‘RED라고 말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이 과제는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이 과제를 매우 어려워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글자의 색깔에만 정확히 집중하기도 한다.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앞으로 일련의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먼저 참가자들은 스트룹 과제를 수행하면서 반응 속도를 측정했다. 이 속도는 주의력 통제 능력을 의미한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약간 혐오스러운 이야기(“앤이 사과를 한입 베어 물자 안에서 벌레가 나왔다”)와 중립적인 이야기(“앤은 점심으로 가져온 사과를 한입 베어물었다.”)를 읽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어떤 사람이 지갑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지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를 읽었다. 참가자들은 이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평가했다. 중립적인 이야기를 읽었던 참가자들은 이 이야기가 약간 잘못되었다고 응답했다. 주의 통제력이 높은 사람도 이 이야기가 약간 잘못되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주의 통제력이 낮은 사람은 이야기 속 인물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참가자에게 각각 다른 지시를 내렸다. 몇몇 참가자에게는 혐오스러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최대한 감정을 강하게 느껴보라고 주문한 반면,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주의를 분산시키도록 했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불륜을 저지르고 가족을 떠난 남자/여자의 이야기를 읽고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평가했다.


이 경우, 혐오스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강한 감정을 느꼈던 참가자들이 주의가 분산되었던 참가자들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을 강하게 비난했다.


종합해보면, 우리는 혐오감을 기준으로 행동의 도덕성을 판단한다. 하지만 주의력이 높다면 자신이 경험하는 혐오감이 도덕 판단의 결과라는 잘못된 생각을 억제할 수 있다. 


  1. Van Dillen LF, van der Wal RC, van den Bos K., On the role of attention and emotion in morality: attentional control modulates unrelated disgust in moral judgments. Pers Soc Psychol Bull. 2012 Sep [본문으로]




글 : Ulterior Motives (Art Markman)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살면서 타인에게 많은 조언을 해 준다. 우리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대게 두 가지 유형 중 하나다. 첫째, 해당 분야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당신의 전문성이나 의견에 전적으로 기대려고 한다. 가끔 학생들이 사무실에 찾아와서 내가 추천해준 강의에 대해 묻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할지 잘 모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다


둘째, 이미 자신만의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당신의 조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만약 당신의 견해가 그들의 견해와 같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자신의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나의 견해를 묻기 위해 사무실을 찾는 학생들이 가끔 있다. 하지만 학생들 대부분 내 의견과 상관없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많은 연구들은 사람들이 초기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경우, 조언을 받아들이기 보다 자신의 견해를 고수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냈다. 심지어 조언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이끌 수 있는 경우에도 그랬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조언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Ilan Yaniv와 Shoham Choshen-Hillel이 2012년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이 주제를 연구했다. 저자들은 자신만의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할 경우 조언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제시되는 식품들의 칼로리를 맞추는 문제를 풀었다. 문제를 다 풀고 난 다음, 연구자는 참가자 본인의 응답과 100명의 응답 중 무선으로 추출된 5명의 응답을 참가자에게 동시에 보여줬다. 그리고 답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 때,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다른 참가자 역시 본인 응답 + 5명의 응답 을 보게 된다고 설명해줬다. 그리고 다른 참가자의 입장에 서서 정답을 맞추어보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를 푼 경우 초기 정답을 고수하는 경우가 50%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푼 경우 17%였다. 또 전자의 경우 후자보다 정답과의 오차가 매우 컸다.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를 푼 사람들은 자신의 초기 견해가 매우 정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 


물론, 타인의 관점에서 조언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편향이 무조건 사라지지는 않는다. 또 다른 연구에서, 참가자는 타인의 관점에서 정답을 예측한 다음, 자신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정답을 예측했다. 이 경우 초기 의견을 고수하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는 사람들이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할지라도 자신의 견해에 여전히 강한 선호를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려면 타인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입장과 비슷한 의견만 찾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1. Ilan Yaniv, Shoham Choshen-Hillel, When guessing what another person would say is better than giving your own opinion: Using perspective-taking to improve advice-taking,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ume 48, Issue 5, September 2012, Pages 1022-1028, [본문으로]


Image : http://www.kent.ac.uk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은 조건부 확률을 판단할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만약 당신이 담배꽁초를 산에 버리면 불이 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만약 당신이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할 경우 사고가 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심리학에서는 대체적으로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베이지안 견해(Bayesian view)는 인간이 사전 확률을 통해 판단을 내린다고 설명한다. 즉, 기존 지식을 통해 A라는 행동을 할 경우 B가 발생할 확률이 90%임을 떠올리고 이를 판단에 활용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본 결과 A 행동을 취해도 B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사전 지식을 수정할 것이다. 베이지안 견해는 인간이 사건 간의 ‘상관'관계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며, 주변의 지식을 통해 이 정보를 수정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설명 기반 견해(explanation-based view)는 인간이 인과 관계를 통해 판단을 내린다고 주장한다. 즉, A가 B라는 결과의 원인이라는 인과적 지식을 활용해 확률을 판단한다. 이 때, 두 사건 간의 확률은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심리학 문헌에서 볼 수 있는 ‘인과 관계 휴리스틱(Causality heuristic)’은 설명 기반 견해를 지지하는 좋은 예다.  


인과관계 휴리스틱(Causality heuristic)

확률 판단 시 인과적 지식에 의존하고 통계 정보를 무시하는 현상.


Ex) ‘무선적으로 선택된 남성은 적어도 한번 이상 심장 발작을 경험한 적이 있다'

‘무선적으로 선택된 남성은 적어도 한번 이상 심장 발작을 경험한 적이 있고, 55세 이상이다'


사람들은 두번째 문장의 발생확률이 높다고 착각한다(결합 오류). 노령은 심장 발작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인과관계 휴리스틱)



2012년 Cognitive Science 저널에 실린 최신 논문[각주:1]은 설명 기반 관점에서 인간의 판단 과정을 연구했다(이 논문의 제 2저자인 스티븐 슬로만(Steven Sloman)은 설명 기반 견해의 대표적 인물이다). 이 논문은 사건에 대한 통계적 정보가 동일할지라도 인과 구조가 변하면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 연구의 첫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프랑스 대학생 144명을 대상으로 세 가지 변인(A: 원인, B: 결과, C: 매개변인)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세 변인의 동시 발생 확률을 알려줬다. 예를 들어, 전체 사례 중 40%의 경우 세 변인의 발생확률이 모두 높았고, 40%의 경우 모두 낮았고, 나머지 20%의 경우 한 변인은 높고 다른 변인은 낮았다고 알려줬다. 학생들을 이 진술을 통해 한 변인이 발생했을 때 다른 변인이 발생할 확률을 추정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한 집단의 경우 세 변인이 인과 연쇄(Causal Chain, A->C->B)의 형태로 제시되었고, 다른 집단의 경우 C가 A와 B의 공통 원인(Common Cause, A<-C->B)이 되는 형태로 제시되었다. 

시나리오를 제시한 다음, 연구자는 학생들에게 A가 발생할 경우 B가 발생할 확률을 0~100%로 예측하게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공통 원인보다 인과 연쇄일 때 P(B|A)의 발생확률을 높게 평가했다. 연구자가 세 변인의 동시 발생 확률을 각 집단에게 똑같이 알려줬기 때문에, (베이지안 관점에 의할 경우)사건의 인과 구조와 상관없이 A와 B의 발생 확률은 동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과 구조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 참가자는 Predictive chain의 확률(원인이 발생할 경우 결과가 발생할 확률)이 Diagnostic chain의 확률(결과가 발생했을 때 원인이 발생했을 확률)보다 높다고 응답했다. 이 결과는 우리의 직관과 일치한다. 담배꽁초를 산에 버렸을 때 불이 날 확률은, 산에 불이 났을 때 화재의 원인이 담배꽁초일 확률보다 높은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각 집단 별 조건부 확률 판단. 논문에서 인용.



결국 통계적 정보를 동일하게 주었을지라도 인과 구조가 판단에 영향을 준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인과 구조가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주장하는 설명 기반 견해를 지지하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1. Bes, B., Sloman, S., Lucas, C. G. and Raufaste, É. (2012), Non-Bayesian Inference: Causal Structure Trumps Correlation. Cognitive Science. [본문으로]





글 : Frontal Cortex (Jonah Lehrer)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지난 주, 갤럽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화 관련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전국의 과학 교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전체 성인 중 46%가 “신이 1만년 전에 인간을 현재의 모습으로 창조했다”고 믿고 있었다. 오직 15%만이 신성한 힘의 도움 없이 인간이 진화했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통계 수치의 안정성이다. 갤럽이 30년 전 이 질문을 처음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치는 변하지 않고 있다. 1982년에는 44%의 사람들이 창조적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 수치는 2012년과 통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생물학적 진화를 믿는 미국인은 지난 20년 동안 단 4%만 증가했다.


이런 통계자료는 의문을 낳는다. 어떤 과학적 사실들은 왜 수용되지 않을까? 과학적 근거가 상당히 축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사실을 믿지 않는 이유는 뭘까?


Occidental College의 Andrew Shtulman이 Cognition에 게재한 새 논문[각주:1]은 인간의 완고함을 연구했다. Shtulman이 말했듯이, 인간은 최신 연구 결과들을 자신만의 가설과 동화시킨다. 우리는 세상에 대한 직관적 가설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열이 물질이라고 생각하거나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한다. 


이는 과학 교육이 단순히 새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그들의 직관을 버리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과 인간의 직관 사이의 갈등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는 간단한 테스트를 고안했다. 그는 대학 수준의 과학이나 수학 과목을 이수한 150명의 학부생에게 다양한 과학적 진술문을 읽게 했다. 학생들은 이 진술문이 사실인지 최대한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했다.


연구자는 학생들에게 직관적으로도 납득이 가고 과학적으로도 참인 사실(“달은 지구 주위를 돈다”)과, 직관에 반하지만 과학적으로 참인 사실(“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을 제시했다.


예상대로, 학생들은 직관에 반하지만 과학적으로 참인 사실을 볼 경우 판단 속도가 느려졌다. 학생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거나, 압력이 열을 만든다거나, 공기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진술을 판단할 때 잠시 멈칫했다. 물론 우리는 이 진술들이 사실임을 알고 있지만, 직관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판단 시간이 지연된 것이다.


놀라운 점은 우리가 과학적 개념을 내재화한 후에도 – 대부분의 어른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코페르니쿠스적 사실을 인정한다 – 초기에 가졌던 직관을 계속 간직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절대로 잘못된 직관을 버릴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억누르는 법을 배울 뿐이다.


Shtulman과 동료들은 이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만약 학생이 자신의 직관과 반하는 과학적 사실을 배울 경우, 직관은 어떻게 될까? 우리의 연구결과는 직관이 과학적 사실로 대체되는 대신 억제될 뿐임을 보여준다. 


이 새로운 연구는 미국 사람들이 왜 특정 과학 사실을 거부하는지를 보여주는 한편 – 진화론은 우리의 직관이나 종교적 믿음에 반한다 – 머리 안에서 일어나는 학습 과정을 연구한 기존 연구에도 토대를 두고 있다. 어떤 사람이 과학적 지식을 수용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매릴랜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케빈 던바(Kevin Dunbar)는 2003년 연구에서 학부생들에게 크기가 다른 공들이 낙하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두 공이 동일한 속력으로 낙하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두 번째 영상에서는 큰 공이 더 빨리 낙하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 장면은 갈릴레오의 유명한 실험을 재구성한 것이다. 갈릴레오는 피사의 사탑에서 크기가 각각 다른 두 개의 포탄을 떨어뜨렸다. 두 포탄은 동일한 속력으로 착지했다. 이는 무거운 물체가 더 빨리 낙하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던바는 학생들에게 중력을 정확히 묘사한 영상을 고르라고 지시했다. 물리학 지식이 없는 학부생들은 갈릴레오의 의견에 반대했다. 그들은 두 공이 똑같은 속도로 낙하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직관적으로 아리스토텔리안이다). fMRI 관찰을 한 결과, 비-물리학 전공자가 과학적으로 사실인 영상을 볼 경우 뇌에서 특정 패턴의 활성화가 일어났다. 뇌의 중앙에 위치한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d cortex)가 활성화된 것이다. 전대상회는 오류나 모순을 지각할 때 활성화된다. – 신경과학자들은 이 부분을 “Oh shit” circuit이라고 부른다 – 우리는 영상을 보면서 그것이 과학적으로 사실이라고 인정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참가자가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그래서 던바는 물리학 전공자도 실험에 참여시켰다. 전공자들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갈릴레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전공자들이 과학적 사실을 믿는 것은 뇌의 특정 부위와 관련 있었다. 과학적으로 옳은 영상을 볼 때, 참가자의 DLPFC(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DLPFC는 이마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으며 젊은 성인의 뇌에서 가장 늦게 발달하는 부위다. 이 부위는 원치 않는 표상을 억제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생각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당신이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생각하고 싶지 않거나 지루한 일에 집중하려면, 당신의 DLPFC가 일을 해야 한다. 


던바에 의하면, 물리학 전공자들의 뇌에서 DLPFC가 활성화된 이유는 그들이 직관(아리스토텔리안식 사고방식)을 억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만약, 물리학 법칙들이 우리 직관과 잘 들어맞는다면 – 진화론이 틀렸고 살아있는 생물체는 무선적 변이로 진화하지 않았다면 -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사실로 가득하다. 그래서 올바른 과학적 사실을 믿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물론, 추가적인 정신적 노력이 언제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그들은 이것을 인지 부조화라고 부른다).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주류가 되기까지는 수백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현재의 속도를 비추어 볼 때, 미국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수용되려면 지동설만큼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1. Andrew Shtulman, Joshua Valcarcel, Scientific knowledge suppresses but does not supplant earlier intuitions, Cognition, Volume 124, Issue 2, August 2012, Pages 209-215,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2.04.005. [본문으로]



글 : Frontal Cortex ( Jonah Lehrer )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야구 배트와 공의 가격은 모두 1달러 10센트다. 배트의 가격은 공의 가격보다 1달러 높다. 그렇다면 공의 가격은 얼마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의 가격이 10센트라고 망설임없이 말한다. 하지만 정답은 5센트다. 


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자이며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다니엘 카네만 ( Daniel Kahneman ) 은 수십년 동안 이런 질문들을 사람들에게 한 다음 반응을 분석했다. 그의 간단한 실험은 인간의 사고에 대한 관점을 심오하게 바꾸어놨다. 철학자, 경제학자, 사회 과학자들은 수십년동안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 이성은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었다. – 하지만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나 셰인 프레드릭(Shane Frederick, 야구 배트와 공 문제를 만든 사람이다)같은 학자들은 인간이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문제와 관련있는 수치들을 주의깊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림법에 의존해서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 어림법들은 계산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산을 아예 하지 않게끔 만든다. 야구 배트와 공 문제를 접했을 때, 우리는 수학시간에 배운 것들을 잊어버린 채 머리를 가장 적게 쓰는 방법으로 대답을 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수학 시간에 배운 대로

x+y=110cent

x=y+100cent

라고 계산했다면 절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 역자 주)


카네만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업적은 수년 동안 무시되어 왔다.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 한 사람은 그의 연구를 들은 다음 돌아서면서 “나는 바보의 심리학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임스 매디슨 대학의 Richard West와 토론토 대학의 Keith Stanovich가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게재한 새 논문[각주:1]에 의하면, 똑똑한 사람일수록 사고의 오류를 더 많이 범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능이 편향을 줄일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 S.A.T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실수를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오히려 그것이 오류를 부추기기도 한다.


West와 동료들은 482명의 학부생에게 편향을 불러일으키는 고전적 문제들을 내줬다. 여기 예시가 있다.


호수에 수련 잎이 있었다. 수련 잎의 크기는 매일 두 배씩 커진다. 잎이 호수 전체를 다 덮는 데 48일이 걸린다면, 호수의 절반을 덮는 데는 며칠이 걸렸을까?


당신은 아마 머리를 가장 적게 쓰기 위해 48일을 반으로 나누려 했을 것이다. 그래서 24일이 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답은 47일이다. 


또, West는 학생들의 “닻 내리기 편향”을 알아보기 위해 퀴즈를 냈다. 닻 내리기 편향은 카네만과 트버스키가 1997년에 발견한 현상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적목(redwood)은 X 피트보다 크다”고 말해줬다. 이 때 참가자마다 X의 숫자를 85~수천까지 각각 다르게 말해줬다. 그 다음, 세상에서 가장 큰 적목의 높이를 예상하게 했다. 작은 “닻”에 노출되었던 학생 – 85라고 들었던 사람 – 들의 응답은 평균 180피트였다. 수 천피트라고 들었던 사람들의 응답은 이보다 7배가 높았다.


닻 내리기 편향(Anchoring heuristic)


참조점(Anchor)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편향.


예) 아프리카 국가들의 유엔 가입 률은 ?

"10% 정도인가?"라고 물어봤을 때 ->  25%라고 대답함

"65% 정도인가?"라고 물어봤을때  -> 45%라고 대답함

(질문자가 제시한 숫자에 따라 답이 증감하고 있다)



하지만 West와 동료들은 인간의 편향을 재확인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편향이 지능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편향을 측정하는 동시에 인지적 측정(S.A.T나 Need for Cognition Scale)을 함께 실시했다. 인지적 측정은 “개인이 사고를 즐기고 관여하려는 성향”, (즉, 평소에 생각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 역자 주)을 측정한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선, self-awareness는 편향을 제거하는 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과학자들의 말처럼, “자신의 편향을 인식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저자
대니얼 카너먼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2-03-3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 심리학자가 밝혀낸 인간의 사고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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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만은 그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자신의 연구가 본인의 편향을 수정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내 직관적 사고는 연구를 진행하고 난 후에도 여전히 과신, 극단적 예측,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 과제에 소요되는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편향은 자신보다 타인이 오류를 훨씬 많이 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bias blind spot). 이 “meta-bias”는 타인의 의사결정의 체계적 오류를 찾아내는 인간의 능력에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는 친구의 결점을 잘 찾아낸다. 하지만 본인도 똑같은 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Bias blind spot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West는 최신 논문을 통해 이 현상이 틀 효과부터 닻 내리기 효과까지 모든 편향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우리는 매사에 우리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만 타인의 결점은 가혹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지능이 이 현상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네 가지 측정치를 통해 학생들의 “인지적 정교화(Cognitivie sophistication)” 정도를 측정했다. 네 가지 측정치는 bias blind spot과 정적 상관이 있었다. 즉, 인지적 능력이 높은 학생일수록 bias blind spot현상이 더 심했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편향에서 입증되었다. S.A.T 점수가 높은 사람이나 사고를 좋아하는 사람이 심적 오류에 더 취약했다. 교육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카네만과 프레드릭이 수년 전에 말한 대로, 하버드나 프린스턴, M.I.T의 학생 중 절반이 야구배트와 공 문제를 맞추지 못했다.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한 가지 도발적인 가설은 자신과 타인을 평가하는 방식의 불일치가 bias blind spot를 낳는다는 것이다. 타인의 선택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할 때는 행동적 정보에 의존한다. 즉, 그들의 외면에서 편향을 보려하기 때문에 체계적 오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평가할 때는 내면을 관찰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신의 동기나 적절한 이유를 찾는다. 우리는 치료사에게 자신의 실수를 토로하거나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신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면을 관찰하는 방식의 문제점은 편향의 근원이 대부분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자기 분석을 통해 관찰할 수 없으며, 이성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면을 관찰하는 방식은 오류를 범하기 쉬우며, 일상의 실수들을 일으키는 주요 기제를 볼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유창하게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핵심을 빗나간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할수록, 훨씬 적게 이해하는 셈이다.


  1. West, R. F., Meserve, R. J., & Stanovich, K. E. (2012, June 4). Cognitive Sophistication Does Not Attenuate the Bias Blind Spo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doi: 10.1037/a0028857 [본문으로]




글 : Art Markman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스스로 통제 할 수 없을 때 어려움을 겪는다. 인간의 문화는 이런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만들었다. 그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의식(Ritual)'이다. 


종교는 일련의 행동으로 구성된 수많은 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당에 가보면 기도를 하고 촛불을 밝히는 장소, 손으로 적은 노트를 발견할 수 있다.


의식은 비단 종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야구 선수들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 자신만의 ‘의식'을 행한다. 배트를 특정한 패턴으로 휘두르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타석에 들어가고 난 후에도 발로 흙먼지를 털거나 스윙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행동은 타율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의식의 어떤 점이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일까?


Cristine Legare와 Andre Souza는 2012년 Cognition에 이 문제를 다룬 논문을 게재했다. 그들은 브라질의 고유 의식인 심파시아(simpatia)를 연구했다. 심파시아는 몸이 아프거나 운이 좋지 않을 때 수행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금속 용기에 하얀 장미 잎을 넣는다. 그 다음 잎을 태운다. 타고 남은 재를 플라스틱 용기에 넣는다. 그 용기를 교차로에 놓는다. 이 절차를 7일 연속으로 반복한다.


이 의식은 브라질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 효험을 믿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심파시아를 수정해서 9개의 다른 버젼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수행해야 할 절차의 수를 증감하거나 의식의 일부분으로 무엇을 먹어야 하는 등 새로운 단계를 추가했다. 브라질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의식들을 읽게 한 후, 의식이 얼마나 효험이 있을지 물어봤다.


그 결과, 사람들이 심파시아의 효험을 판단할 때 세 가지 측면에 주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절차가 복잡한 의식일수록 효험이 크다고 생각했다. 또, 반복 횟수가 많은 의식일수록 효험이 크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특정한 시간(예. 보름달이 뜰 때)에 수행해야 하는 의식일수록 효험이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라질 문화에서 자란 참가자들이 무의식중에 심파시아의 효과를 믿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미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학생들은 심파시아에 대해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이 의식의 효험을 그다지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험을 진행한 결과 학생들도 브라질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절차가 복잡하거나 반복이 많은 의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미국 학생의 경우 의식을 수행하는 시간은 의식의 효험과 상관이 없었다.


인간은 의식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특정 조건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인과적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의식이 효과가 있으려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절차나 반복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식의 효험을 높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시간에 의식을 수행해야 효험 있다고 믿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종교들은 하루 중 특정 시간(예. 새벽) 또는 일 년 중 특별한 날에 기도를 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특정 시간에 의식을 치루는 것 역시 일종의 노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시간에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선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연구 결과는 흥미롭지만 수 많은 의문을 낳는다. 의식을 치르면 통제 불가능한 일 때문에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을까? 의식을 수행한 사람들은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방향으로 행동을 하게 될까?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챌린저호 참사, Pigs fiasco만, 이라크 침공... 이 사건들은 어리석은 집단 의사결정의 결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같은 "집단지성"의 효과는 정말 존재한다. -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면 한 사람의 의견보다 훨씬 정확한 답이 도출된다. 어떻게 이 역설을 해결할 수 있을까? Asher Koriat은 흥미로운 연구[각주:1]를 통해 해답을 제시하고자 했다. 연구자는 사람들의 자신감과 문제의 유형이 중요한 변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Koriat은 다섯 개의 연구에 걸쳐 수십 명의 참가자에게 선택형 문제를 제시했다. - 그 중 일부는 시각 주의와 관련된 것이었다(e.g. 보기 중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머지는 일반 지식에 관한 것이었다(e.g. 두 유럽 도시 중 어느 곳의 인구가 훨씬 많을까?); 그리고 시각적 판단 질문도 있었다 (e.g. 두 개의 동그라미 중 어떤 것의 선이 더 길까?). 참가자들은 정답과 함께 정답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응답했다.


Koriat은 참가자들을 두 사람씩 임의로 묶은 다음, 둘 중 자신감이 높은 사람의 정답을 취했다.


실험 결과, Koriat은 자신감이 높은 참가자의 정답이 정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평균 69.88%). 이 결과는 정답률이 가장 높은 한 사람의 수행보다도 높은 것이었다(67.82%). 즉, 두 사람 중 보다 자신있는 한 사람의 의견이 전체 집단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보다 나았다. 시각 패턴을 사용했던 첫 번째 연구의 경우 총 19쌍 중 18쌍에서 이런 결과를 발견했다. 추가 분석은 두 사람 중 자신감 있는 사람의 답이 집단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의 답보다 낫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전략은 한 사람이 두 번의 정답을 내는 경우도 효과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일련의 질문에 대답하고 정답에 대한 자신감을 평정한 후, 일주일 뒤 다시 한번 정답과 자신감을 평정했다. 두 대답 중 보다 자신 있는 대답을 취한 경우가 두 응답을 평균한 경우보다 정답에 가까웠다(Unleash the crowd within 참조).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전략은 "대중"이 정답을 취할 확률이 높은 경우만 효과가 있다. 질문이 까다롭거나 대부분 틀릴 확률이 높다면, 규칙은 정반대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취리히와 베른 중 어느 곳의 인구가 더 많을까?"라고 물어봤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답을 말할 것이다 - 사람들은 베른이 수도이기 때문에 인구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답은 취리히다. 이런 유형의 질문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자신감이 제일 낮은 파트너의 답을 취하는 것이다(이 전략은 가장 뛰어난 개인의 응답보다 낫다).


바젤 대학의 Ralph Hertwig은 앞으로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중의 지혜를 쓰면 안 되는 경우와 써야 하는 경우를 나눌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대중의 지혜가 옳거나(이 경우 가장 자신있는 사람의 정답을 취하면 될 것이다) 틀린 경우(이 경우, 가장 자신감이 없는 사람의 정답을 취해야 할 것이다)를 사전에 알 수 있을까?


- 역자 주

자신감을 집단지성에 활용하지 말아야 할 상황이 분명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Spurious Consensus[각주:2]다. 만약, 집단 구성원이 자신과 유사하거나 본인과 유사한 의견만 가지고 있다면 집단지성이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집단지성의 필수조건인 '독립성'을 위반하는 것이다) . 이 경우 본인 정답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하기 때문에 본인의 의견을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오답일 확률이 높다.


조나 레러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대중의 지혜가 낳는 오류)





  1. Koriat, A. (2012). When Are Two Heads Better than One and Why? Science, 336 (6079), 360-362 DOI: 10.1126/science.1216549 [본문으로]
  2. Spurious consensus and opinion revision: Why might people be more confident in their less accurate judgments? Yaniv, Ilan; Choshen-Hillel, Shoham; Milyavsky, Maxim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Vol 35(2), Mar 2009, 558-563. doi: 10.1037/a0014589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누군가 당신에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가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을 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정답이 1592년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질문자가 100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준다. 100사람의 응답을 평균한 값은 1500년이다. 당신은 1592년과 1500년 중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답은 1492년이다)


대체적으로 자신의 생각보다 다수의 생각이 정답에 가깝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다수의 생각은 통계적으로 정답에 근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집단 지성'이라고도 부른다. 위키피디아 정의에 의하면 집단 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앞에서 든 사례도 사람들의 응답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집단적'으로 정답이 도출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집단 지성 효과는 위의 경우처럼 수치를 예측하는 과제 뿐만 아니라 일반 지식 문제에서도  입증이 되었다(SBS에서 방영 중인 ‘1억 퀴즈쇼'를 잘 살펴봤다면, 패널들의 다수가 고른 답이 정답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 것이다. 패널의 대부분이 정답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선택이 정답이 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에서도 집단 지성이 효력을 발휘하는지 궁금하다. 집단 지성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또는 복잡한 정치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까? 


Yi(2012) 등[각주:1]은 집단 지성이 보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그들은 특히 집단 지성이 순회 판매원 문제(TSP, Travelling Salesman Problem)와 최소 신장 트리 문제(MSTP, Minimum spanning tree problem)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순회 판매원 문제는 N개의 점을 이동하는 가장 짧은 거리를 찾는 문제를 말한다. 최소 신장 트리 문제는 순회 판매원 문제와 유사하지만 점과 점 사이에 고유의 가중치가 있으며, 이 가중치의 합이 최소가 되는 경로를 찾는 게 목적이다.


순회 판매원 문제 : 각 도시를 한번씩 거치는 최단 경로는? - 출처 : http://www.aistudy.com



최소 신장 트리 문제 : 가중치의 합이 최소가 되는 최적 경로는? - 출처 : 위키피디아



일반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땐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적화 기법들을 사용한다. 인공 신경망, 마르코프 체인, 유전 알고리즘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의 힘만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더 정확히 말해서, ‘여러 사람'의 힘을 합치면 이 문제들을 풀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독특한 연구 방법을 통해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여러 사람의 정답을 합치기 위해 Local decomposition과 Global similarity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Local decomposition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경로를 정답으로 채택하는 방법이다. 아래 그림에서 A는 각 참가자들이 내놓은 정답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경로(B의 진한 선)를 정답으로 채택했다. 반면 Global similarity는 가장 전형적인 참가자의 응답을 정답으로 채택한다. 즉, 참가자들의 정답을 가장 잘 대표하는 응답을 하나 골라서 그것을 정답으로 채택한다. 


Local decomposition



실험 결과, Local decomposition은 각 참가자의 응답보다 훨씬 정답에 가까웠다. 또, Local decomposition 방식은 Global similarity 방식보다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순회 판매원 문제와 최소 신장 트리 문제에서 모두 관찰되었다. 



MSTP 문제에서 참가자들의 응답을 정답과 가까운 순으로 나열한 그래프. 하얀 막대는 각 참가자를 의미한다. Local decomposition은 정답과 가장 가까웠고, Global Similarity는 정답과 4번째로 가까웠다.


Conclusion


집단 지성은 단순 사실을 추측하는 데만 쓰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 논문을 통해 집단 지성이 훨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았다. 어쩌면,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서 집단 지성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이 밝혀질 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집단 지성의 유용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과 SNS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결집할 수 있는 수단을 가졌다. 이런 도구들을 통해 집단 지성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1. Yi, S. K. M., Steyvers, M., Lee, M. D. and Dry, M. J. (2012), The Wisdom of the Crowd in Combinatorial Problems. Cognitive Science, 36: 452–470. doi: 10.1111/j.1551-6709.2011.01223.x [본문으로]

Image: SarahPAC-USA/Flickr



글: Frontal Cortex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수천년 동안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과소평가했다. 우리는 감정을 원시적인 열정, 과거 인간이란 동물의 불필요한 유산으로 봤다. 우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 - 케이크를 너무 많이 먹거나, 바람을 피우거나, 또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낭패를 겪는 등 - 자신의 근시안적 감정을 비난한다. 사람들은 열정이라는 범죄를 저지른다. 반면 합리성은 죄가 되지 않았다.

감정에 대한 편견이 생긴 이유는 우리가 그 동안 이성만을 최고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대안을 이성적으로 평가하는 데 시간을 들인다. 만약 이런 의사결정이 효과적이라면, 우리는 우리 선호에 적합한 최적의 대안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유용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합리성은 프로메테우스의 선물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완전히 반대라면 어떨까? 만약 감정이 이성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 만약 우리 감정이 우리보다 더 똑똑하다면?

그 동안 문헌들은 인간 정서가 가진 지혜를 다루어왔다 - 데이비드 흄은 이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 하지만 감정 체계(줄여서 Type 1 사고)가 복잡한 의사결정에 뛰어나다는 사실이 연구로 입증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무의식이 의식보다 복잡한 인지 과제에 더 적합할 것이다. 즉, 우리가 오랫동안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이라고 폄하했던 사고과정이 어떤 상황에선 훨씬 똑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컬럼비아 경영대학의 Michael Pham의 연구실이 이 효과를 연구했다. 연구자는 학부생들에게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에서부터 아메리칸 아이돌 결선 진출자까지 여덟 가지 예측을 하게 했다. 그들은 다우 존스, BCS 챔피언십 게임의 승자, 날씨에 대한 예측도 했다.

그 결과,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예측들이 광범위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을 믿은 사람들이 더 정확한 예측을 한 것이다. Pham은 이 현상을 emotional oracle 효과라고 이름붙였다.

아메리칸 아이돌 (American Idol)의 경우를 살펴보자 : 감정을 믿은 참가자들이 우승자를 정확히 예측한 확률은 41%였고, 자신의 감정을 불신한 사람들의 예측 확률은 24%였다. 동일한 현상이 주식 시장 예측의 경우에서도 발견되었다 : 감정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예측 정확도가 이성적인 인지능력을 가진 사람보다 25퍼센트 높았던 것이다.

이 역설이 의미하는 바가 무얼까? 바로 처리 능력이다. 최근, 무의식적 뇌가 방대한 정보를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인간의 이성은 매우 좁은 병목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에 제한된 정보만을 처리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정서의 유용함이 있다. 모든 감정은 우리가 접근하지 못하는 정보들를 집약해 놓은 '자료의 요약본'이다. (Pham이 말하듯, 정서는 우리 마음 깊은 곳의 '특권을 가진 창'이다) 복잡한 사건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이런 추가적 정보는 보통 필수적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생 상활에서 일어날까? 예를 들어 당신이 20개 주식의 가격변동에 관한 정보를 본다고 가정해보자. (각 주가는 CNBC처럼 텔레비전 화면 하단에 나타난다). 당신은 모든 데이터를 기억하는 게 어렵다. 만약 누군가 어떤 주식이 가장 좋냐고 물어보면, 당신은 아마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어떤 주식에 대한 느낌이 제일 좋냐'고 물으면 당신은 가장 좋은 주식을 찾아낼 것이다. 이 영리한 실험을 진행한 Tilmann Betsch라는 심리학자에 의하면, 당신의 느낌은 유가 증권의 실제 가치를 반영한다. 가치가 상승하는 주식은 긍정적 감정과 연결되는 반면, 가치가 하락하는 주식은 잘 안 풀리는 듯한 느낌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매사에 충동적 결정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Pham의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관련 분야에 지식이 있는 경우만 emotional oracle 효과를 보였고, 주식 예측 실험의 참가자들도 모든 정보를 학습해야 했다. 만약 그들이 대학 축구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면, 그들의 감정은 BCS 챔피언쉽 게임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큰 교훈은 우리의 감정이 바보같지도, 그렇다고 전지전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불완전한 oracle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감정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뇌가 무언가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정서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사고과정은 신비하다. 인간이 언어를 배우고,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베일에 가려져 있다. 도대체 인간이 사고를 할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그 과정을 상세히 기술할 수는 없을까?

그런데 인간의 사고과정을 수학 공식으로 설명하는 관점이 있다. 바로 베이지안 접근법이다. 이 관점은 인간의 사고과정을 베이즈 정리로 설명한다.

P(h|d) = P(d|h) / P(d)
(h: 가설 d: 증거 )

이 간단한 공식으로 어떻게 복잡한 인간의 사고방식을 설명할 수 있을까? Perfors et al(2011)[각주:1]은 어린아이의 귀납적 일반화 과정을 베이지안 추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범주이름 학습
 

출처: http://www.clublabrador.com

어린아이는 어떻게 범주 이름을 학습할까? 당신이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아이의 부모라고 상상해보자.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산책 나왔는데, 귀여운 래브라도 한 마리가 다가온다. 우리는 아이에게 얘는 래브라도야.’라고 가르쳐준다. , 아이의 머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이의 머리 속은 폭발 직전일 것이다. 아이는 어쨌든 자기 앞에 있는 이 동물이 래브라도라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아이는 며칠 전 공원에서 비슷한 동물(진돗개)을 본 적이 있다. 그럼, ‘래브라도라는 단어는 며칠 전 본 동물을 부를 때도 사용하는가? 아니면 네 발로 걸어다니는 모든 동물을 일컫는 것일까?

 

다행히 아이의 머리 속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은 바로 가장 좁은범주를 선택하는 것이다. , 아이는 자기 눈앞에 있는 이 동물만 래브라도이며, 지난 번에 본 동물(진돗개)은 래브라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빠가 이 신기한 동물과 똑같이 생긴 동물이 나타날때마다 래브라도라고 부른다면, 이 가정은 더욱 견고해진다. 반면, 아빠가 며칠 전 봤던 동물(진돗개)도 래브라도라고 부른다면 이 단어가 특정 동물()을 지칭한다고 가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 때도 역시 최소 범위()를 가정한다. ‘래브라도가 동물 전체를 지칭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다.

 

베이지안 관점은 이 현상을 우도로 설명한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우도란 P(d|h), 즉 가설이 참일 때 증거가 출현할 확률이다. 만약 이 동물(A)의 이름이 래브라도라고 가정하면, 이 가정이 맞을 때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출현할 확률은 P(래브라도라고 부름|A)가 될 것이다. 반면, 모든 개(B)를 지칭하는 단어가 래브라도라면 우도는 P(래브라도라고 부름|B)이 된다. 둘 중 어느 확률이 가장 높은가? 당연히 첫번째다. AB보다 발생빈도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Fig.3 i에서 가장 작은 사각형이 A에 해당한다). 아이는 이렇게 증거가 참일 확률이 높은 가설을 선택한다(그림을 보면 검은 점은 가장 작은 사각형에서 나왔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또 이 가정은 증거가 축적되면서 강화되는데, 이것 역시 우도와 관련있다.. 만약 아빠가 이 개랑 똑같이 생긴 개(A)가 출현할 때마다 래브라도라고 한다면, P(래브라도라고 부름|A)는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다(Fig 3. ii). 따라서 가장 진한 사각형(래브라도)이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제약
 
 

그 외에도 어린아이는 복잡한 귀납화 과정에서 사용하는 몇 가지 규칙(제약, Constraint)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단어를 배울 때 그 단어가 사물의 일부분보다 전체를 지칭할 것이라는 가정, 주체는 객체와 달라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가정 등이다.

 

어린아이의 머리 속에 있는 제약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가? 베이지안 관점은 제약이 학습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보자. 이제 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한 아이가 돼지와 골든 리트리버을 봤다고 가정해보자. 아이의 머리는 또 다시 복잡해진다. 이 이상한 동물들도 일까? 아이에게는 이 복잡한 문제를 정리해줄 제약이 필요하다.

 

 

그림4는 제약이 학습되는 과정을 잘 설명해준다. A가 래브라도, b가 골드 리트리버, c가 돼지라고 가정해보자. 학습자는 먼저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가설()의 범위를 설정한다. , 개는 몸통 길이가 다양하지만(w)  몸무게(l)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가설공간은 l x w 의 긴 직사각형 모양이라는 제약이 형성된다. 그렇다면 b a와 같은 범주에 속할 확률이 높고, c a는 확률이 낮을 것이다. 학습자는 소수의 사례만으로도 재빠르게 제약을 만들어낸다.
 

베이지안 통계학을 배운 사람은, 이쯤에서 무언가가 번득 떠오를 것이다. 베이지안 관점은 가설에 대한 가설(l w, hyperparameters)베이지안 계층적 모형으로 설명한다. 계층적 모형을 사용하면 제약 뿐만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개념을 추상화하고, 그 개념을 또 추상화하는지 추적할 수 있다. 정말 신기하다. 수학적 모형으로 인간의 개념 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니 말이다.

 

결론

인간의 사고과정은 신비하게 보이지만, 설명 가능한 과정임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특히 베이지안 관점에 의하면 인간의 사고방식은 합리적인 수학적 판단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베이지안 관점에 대해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다양한 사고과정을 수학적으로 무리없이 설명해 내고 있다. 카네만과 트버스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어쩌면 정말 직관적인 수학자일지도 모른다.

  1. Amy Perfors, Joshua B. Tenenbaum, Thomas L. Griffiths, Fei Xu, A tutorial introduction to Bayesian models of cognitive development, Cognition, Volume 120, Issue 3, September 2011, Pages 302-321,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0.11.015.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며칠 전 Bing API를 통해 웹 검색 결과 수를 토대로 조건부 확률을 계산하는 application을 만들어봤다. 다들 알겠지만, 구글이나 Bing의 경우 검색결과와 결과 수를 함께 제시한다. 검색 결과 수를 이용하면 특정 단어가 출현했을 때 다른 단어가 동시에 출현할 확률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렌지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과일이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 P(과일|오렌지)과일 & 오렌지검색 결과 수를 오렌지검색 결과 수로 나누면 된다. 

Application을 완성하고 이 단어 저 단어를 검색하던 중,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 봤다. ‘혹 웹 문서가 인간의 개념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을까?’

웹 문서는 인간이 작성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웹마이닝 등을 통해 웹에 산재한 데이터들을 관찰할 수 있다면, 인간의 개념 지식, 휴리스틱, 판단 과정을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중 전형성효과가 웹 문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 궁금했다. 인간의 개념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 중 원형모형은 개념이 원형으로 표상된다고 주장한다. 원형은 그 범주에 속하는 사례들이 가장 평균적으로 가진 속성의 집합체를 말한다. 또, 그 범주에 속한 사례들은 원형과 유사한 정도에 있어서 다르다. 이를 전형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전형적인 라고 생각되는 이미지(날개가 달리고 몸이 가벼우며 하늘을 나는)가 떠오를 것이다. 이것이 새라는 범주의 원형이다. 하지만 새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원형과 다소 동떨어진 사례도 있다. 가령, 펭귄은 새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펭귄은 새가 맞지만 원형과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전형성이 낮다. 반면 까치는 전형성이 높다. 

웹 문서가 인간의 개념 지식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전형성 효과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 펭귄보다 까치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새'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P(|펭귄) < P(|까치)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를 검증해 볼 수는 없을까? 한번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각주:1]

 

실험

 

우선, 웹 검색 결과를 인간의 범주화 과정과 비교하려면 인간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Rosch Mervis 1975년에 진행한 연구 결과[각주:2]를 참고하기로 했다. 이 논문은 참가자들에게 각 사례의 전형성을 평가하게 해서 순위를 매겼다. 아래 그림에 실험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어, Chair Furniture라는 범주에서 전형성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 필자가 만든 조건부 확률 검색 엔진을 통해 각 사례의 조건부 확률을 계산했다. , 웹페이지에서 Chair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Furniture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 P(Furniture|Chair)을 계산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례의 조건부 확률을 구한 다음(결합 단어나 다의어는 자료에서 제외했다), 확률을 토대로 전형성의 순위를 매겼다. 그 다음, 이 순위를 Rosch 등이 보고한 순위와 비교해봤다. 두 데이터 모두 서열 척도이므로 Spearman 상관 분석을 사용했다.
 

그 결과, Fruit Clothing을 제외한 모든 범주에서 유의미한 상관이 발견되었다. 결과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요인이 웹 상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상관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좀 놀랍다.
 

   Furniture  Vehicle Fruit  Weapon  Vegetable  Clothing 
 상관계수  .444 .677  -.185  .561  .52  .382 
 유의도  p=.05 p=.001  p=.425   p=.01 p=.033  p=.097 

하지만 이 결과만 놓고 웹에서 전형성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신하기는 힘들다. 대체로 인간 데이터와 웹 검색 결과가 비슷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범주도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보다 세련된 연구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웹에서 전형성 효과가 관찰된다면 그 응용적 가치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웹 문서를 통해 인간의 개념 지도를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른다. 웹 마이닝 등에서 검색 결과의 조건부 확률을 이용한다면 (전형성 효과가 시사하듯)퍼지하게 구성된 인간의 개념 구조를 파악해 낼 수 있을 것이다. , 인공지능이 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추론을 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웹 검색결과를 통해 펭귄보다는 까치가 새에 가깝다라는 추론을 하는 모습이 상상되는가?’

 

  1. 인간의 개념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왜 조건부 확률을 관찰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인간의 추론 과정을 베이지안 관점에서 해석하는 입장을 살펴보길 권한다. Amy Perfors, Joshua B. Tenenbaum, Thomas L. Griffiths, Fei Xu, A tutorial introduction to Bayesian models of cognitive development, Cognition, Volume 120, Issue 3, September 2011, Pages 302-321,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0.11.015. [본문으로]
  2. Rosch, E., & Mervis, C.B(1975). Family resemblance: Studies in the internal structure of categories. Cognitive Psychology, 7, 573-605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어느 산악회 전체 회원의 60%가 남성이다. 이 산악회에서 남성의 50%가 기혼이고 여성의 40%가 기혼이다. 이 산악회의 회원 중에서 임의로 뽑은 한 명이 기혼일 때, 이 회원이 여성일 확률은?

정답이 몇 %라고 생각하는가?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면 아래 문제를 한번 더 풀어보자.

어느 산악회는 회원 수가 100명이며, 이 중 40명이 여성이다. 40명의 여성 중 16명은 기혼이다. 또 남성 60명 중 30명이 기혼이다. 이 산악회의 회원 중에서 임의로 뽑은 한 명이 기혼일 때, 이 회원이 여성일 확률은?

이제 정답을 맞추기 쉬울 것이다. 정답은 16/46이다.

 

위 문제는 원래 조건부 확률, 특히 베이즈 정리를 이용해서 풀어야 한다.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마지막 줄에서 0.48이 아니라 0.46이 되어야 한다 - 역자 주)

문제 출처: 이투스


그런데
,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가 예시 1처럼 제시된 경우 잘 풀지 못한다. 예시 1은 각 사건의 발생확률(%)을 제시했다. 반면 예시 2처럼 빈도(natural frequency, 몇 명 중 몇 명)를 제시한 경우 문제를 쉽게 푼다. 심지어 베이즈 정리를 모를지라도 문제를 풀 수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두 문제 모두 동일한 구조이며, 단지 사건의 발생확률을 표현하는 방법만 다를 뿐인데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할까?

 

일부 심리학 연구들은 인간이 예시 1처럼 제시된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인간이 사건의 발생 횟수를 확률이 아니라 빈도로 표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비가 올 확률, 불의의 사고를 당할 확률 등)의 발생 확률을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 그리고 그 확률을 빈도(몇 번 중 몇 번)로 기억한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등산을 얼마나 자주 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달에 X’, ‘일년에 X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무도 자신이 등산을 갈 확률이 X%라고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시 1이 사건의 발생확률을 제시했을 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예시 2는 사건의 발생 빈도를 제시했기 때문에 풀기가 쉬웠다.

앞서 제시한 문제의 경우 지문에 제시된 사건의 발생확률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을 했다. 그럼, 본인의 이전 경험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을 하는 경우는 어떤가? 이 경우에도 확률로 생각하는 것보다 빈도로 생각하는 게 정확한 베이즈 판단을 유도할까?

 

2011 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실린 한 논문[각주:1]이 이 가능성을 검증했다. 연구자들은 산부인과 의사들을 실험 참가자로 선정한 후, 이들에게 혈청 검사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 태아가 다운증후군일 확률P(H|D) [H: 다운증후군, D: 양성반응]을 물어봤다(예상값). 이 때 의사들을 세 조건으로 나눈 다음, 각 조건마다 질문 방식을 조금씩 달리했다. Retrospective natural frequency 조건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P(H|D)빈도로 적어보라고 지시했다. Prospective natural frequency 조건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내년의 P(H|D)빈도로 적어보라고 지시했다. Single event probability 조건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P(H|D)확률로 적어보라고 지시했다.

, 참가자에게 P(D|H), P(H), P(D)를 추정하게 했다. 연구자들은 이 확률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의 정답을 계산한 다음(계산값), 아까 전 적었던 예상값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예상값과 계산값의 차이는 Retrospective natural frequency 조건에서 가장 작았다. 결국,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을 하는 경우에도 빈도를 생각할 때 정답과 근사한 답이 도출되었다.

 

수학 시간에 조건부 확률, 특히 베이즈 정리가 나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확률로 계산된 문제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 확률을 빈도로 바꾸어 보자. 문제가 쉽게 풀릴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이전 경험을 토대로 중요한 판단을 할 경우, 결과가 발생할 확률을 빈도로 생각해보자.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 이 연구 결과는 베이즈 추론 기반의 전문가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람들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주제 전문가에게 조건부 확률을 자문하려면, 확률이 아니라 빈도수로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확률로 물어본다면 정확하지 않은 수치를 인공지능에 포함시킬 위험이 커진다.  

  1. Obrecht, N. A., Anderson, B., Schulkin, J. and Chapman, G. B. (2011), Retrospective Frequency Formats Promote Consistent Experience-Based Bayesian Judgments.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doi: 10.1002/acp.2816 [본문으로]

글: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사람들이 의사결정 시 사용하는 두 가지 전략이 있다. 한 가지 방법은 대안을 서로 비교하고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각각의 대안을 개별적으로 평가한 다음 최고로 평가되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그의 책 "Source of Power"에서 게리 클라인은 전문지식이 적은 사람들의 경우 대안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전문가는 대안을 개별적으로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초보자가 전문가보다 비교를 많이 하는 이유는 Chris Hsee의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연구는 대안을 서로 비교할 때 대안에 대한 평가가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사전을 구입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당신이 특정 사전 안에 50,000 단어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많은 건가, 적은 건가? 만약 여러분이 사전 전문가라면, 이 숫자가 적절한지 여부를 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 이번엔 겨우 25,000 단어 밖에 들어있지 않은 사전을 찾았다고 가정해보자. 그제서야  50,000 단어가 수록된 사전이 좋은 사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Thomas Mussweiler와 Ann Chrstin이 2012년 Cognition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사람들이 대안을 비교할 때 판단에 대한 확신도 커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참가자들에게 비교하는 사고방식을 점화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복잡한 사진을 보여준 다음 두 사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적게 했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비교를 하지 않고 사진을 평가했다. 연구자들의 이전 연구에 의하면, 이 방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차 과제에서 비교하는 성향을 증가시킨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는 복잡한 사진을 본 다음, 세 가지 다른 브랜드의 휴대폰에 대한 설명을 봤다(브랜드 A, B, C라고 하자). 참가자들은 각 브랜드의 대한 설명을 충분히 숙지할 기회를 가졌다. 그 다음, 참가자에게 방금 전 설명했던 14가지 기능을 제시하고 이 중 어떤 기능이 브랜드 B에 포함되어 있었는지 물어봤다. 참가자들은 정답과 함께 정답에 대한 확신에 따라 0에서 10유로를 걸 수 있었다(이 연구는 독일에서 수행되었다). 내기에 건 돈이 높을수록, 참가자가 해당 기능을 브랜드 B의 기능이라고 확신함을 의미한다.

비교하는 사고방식이 점화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휴대폰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 하지만 판단의 정확성은 큰 차이가 없었다.

자신감은 사람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의 경우, 참가자에게 점심 식사 전 대학 식당의 메뉴를 제시한 다음, 어떤 메뉴를 먹고 싶은지 물어봤다. 이때 일부 참가자들에게는 메뉴를 고르기 전 비교를 하는 사고방식을 주입한 반면,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점심 식사 후, 참가자에게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봤다. 비교하는 사고방식이 점화된 참가자는 자기가 먹기 원했던 음식을 실제로 고른 확률이 75%인 반면, 비교하는 사고방식이 점화되지 않은 참가자의 경우 50%였다.

이 연구들을 모두 고려해 볼 때, 만약 당신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의사결정을 할 때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옵션들을 비교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결정에 대한 신뢰도도 증가시킨다. 따라서 당신은 자신이 느끼는 자신감이 자신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 Thomas Mussweiler, Ann-Christin Posten, Relatively certain! Comparative thinking reduces uncertainty, Cognition, Volume 122, Issue 2, February 2012, Pages 236-240,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1.10.00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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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지심리 매니아


프라다 가방의 실제(진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아이폰은? 이혼 시 위자료는? 이 질문에 정답이 있을까? 대부분 정답이 없다고 여길 것이다. 맞다. 우리는 여기에 대한 절대값을 파악할 수 없다.
 

이는 고전적인 정신물리학 실험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스티븐스(지각심리학 시간에 스티븐스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감각의 절대값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5kg짜리 추를 들었을 때 이 추가 5kg이라고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은 드물다.

다만 5kg 추를 든 다음 10kg 추를 들었을 때 전자가 더 가볍다는 것은 알 수 있다. , 상대적 값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스티븐슨은 검은색이란 테두리가 밝은 흰색이다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는 이 색이 정말 검은색인지 판단할 수 없다. 오직 흰색과 비교했을 때만 이 색이 검은색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은 절대음감’에 약하지만 상대음감은 강하다.


인간은 단순한 감각 자극 뿐만 아니라 가격에 있어서도
상대 음감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모든 가격은 상대적으로 매겨진다. 어쩌면 프라다 가방의 실제 가치는 단돈 만원일 수도 있다(물건을 담고 다니는 기능만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매고 다니는 학교 가방이 만원이라면, 프라다 가방이 만원일 수는 없다. 명품 가방은 일반 배낭보다 비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라다 가방의 가격은 만원보다 훨씬 비싸야 한다. 우리가 절대적 가격이라고 여겼던 것이 실은 상대적 가격이었던 것이다. 프라다 가방은 배낭보다 비싸야 하기 때문에 수백만원이 된 것이며 진짜 가치가 수백만원이기 때문은 아니다. 결국 가격이란 다른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허상과도 같다.

 

가격은 없다비교앵커링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경제학, 인지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가격이 지극히 상대적이며 가변적임을 역설한다. 댄 애리얼리, 조지 로웬스타인, 드라젠 프렐렉이 발견한 일관된 자의성은 인간이 절대치를 판단할 때 무척 자의적이지만 상대적 가치는 안정적인 판단을 한다고 설명한다. 카네만과 트버스키가 발견한 앵커링은 인간의 숫자판단이 다른 숫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연구 결과들을 통해 현실 세계의 가격이 왜 가변적인지 설명한다.

 

상대 음감에 예민한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들을 읽고 나면, 세상에 붙어있는 모든 가격표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혹 정신을 차리고 그 물건의 절대적 가치가 얼마일지 생각해 보는, 아직 마케팅의 노예가 되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얼마 전 자기 인생의 절대적 가치가 돈으로 얼마인지 순수하게 고민하는 청년을 보고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



 

 

 




글: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종종 공평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부모는 자녀들을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고용주는 직원들이 작업 환경을 공평하다고 느끼게 만들고자 한다. 교육자는 학생들의 성적을 공평하게 보이는 방식으로 부여하려 한다.

물론 무엇이 공평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린이들은 공평을 '동일한 취급'이라고 본다. 한 어린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큰 케이크 조각을 얻을 경우, 그 어린이는 "이건 불공평해요!"라고 외칠 것이다. 반면 직장의 경우, 모두가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가 회사에 기여하는 만큼 돈을 받는게 공평하다고 본다.

2011년 12월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흥미로운 논문[각주:1]이 실렸다. Shoham Choshen-Hillel과 IIan Yaniv는 공평성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인 '통제력'을 연구했다. 

심리학자들은 누군가 자신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때, agency가 있다고 말한다. agency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 agency가 낮은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다른 누군가에게 맡긴다.

본 논문의 연구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낮은 통제력을 가지고 있을 때, 자원을 똑같이 나눠가지려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만약 통제력의 정도가 높다면, 비록 자신이 타인만큼 많이 받지 못할지라도 모두에게 최선이 되는 대안을 선호한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제품의 가격을 추정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과제를 끝내는 데는 약 10분이 소요되었고, 참가자들은 $3를 받았다(연구는 이스라엘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실제로 10 세겔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과제를 하게 될 거라고 들었다. 연구자들은 agency가 낮은 조건의 참가자에게 만약 다른 참가자가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거나(10 세겔) 또는 많은 돈을 받는다면(20 세겔) 어떨지 물어봤다.사람들은 두 가지 대안을 놓고 반반으로 나뉘었다. 즉, 절반은 타인도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길 원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타인이 자신보다 많은 돈을 받아야 행복하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높은 agency 조건의 참가자에게도 다른 참가자가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거나(10 세겔) 또는 많은 돈을 받는 대안 중(20 세겔)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이 경우, 80%가 넘는 사람들이 타인이 돈을 더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즉, 사람들이 통제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 전체 총합이 최적인 대안을 선택했다.
 

또 다른 연구의 경우, 연구자들은 높은 agency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임금이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전체 총합이 최적인 대안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 한 가지 대안은 참가자가 11세겔, 다른 사람은 10세겔을 받는 것이었다. 또 다른 대안은 참가자가 10세겔, 다른 사람이 20세겔을 받는 것이었다.

상황에 대한 통제력이 없는 참가자들은 자신이 타인보다 더 많이 받는 대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자신의 임금에 대해 통제력이 있던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적게 받더라도 전체 총 임금이 많은 대안을 선택했다.

이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다. 이 결과는 한 집단의 전반적인 소득을 최대화하려면, 구성원 모두를 자원 할당에 참여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경우, 사람들은 비록 자신이 많은 것을 받지 못하더라도 집단 전체에게 최적이 되는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이 연구 결과가 액수가 큰 현실 세계에 그대로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3에서 $6를 받았다. 만약 돈의 액수가 커진다면, 사람들이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1. Choshen-Hillel, Shoham;Yaniv, Ilan, Agency and the construction of social preference: Between inequality aversion and prosocial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1(6), Dec 2011, 1253-1261. [본문으로]



글: Choke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부모의 언어습관은 자녀에게 큰 영향을 준다. 자녀가 부모의 언어와 행동을 모방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Developmental Science 저널이 지난주 소개한 연구[각주:1]에서, 심리학자 수잔 레빈와 연구팀은 부모가 자녀에게 공간 관련 단어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에 따라 (물체의 공간적 특징이나 속성을 말해 주는 것. 예, 크다, 길다, 원형이다, 둥그렇다, 날카롭다) 자녀의 학령 전 문제해결 능력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머리 속에서 물체를 회전하거나 복잡한 그래프를 읽는 능력은 수학 및 과학 문제를 풀기 위해 중요하다. 또, 공간 능력은 일상 생활에도 필수적이다. 신문에서 그래프를 읽거나 길거리를 걸을 때도 공간 능력은 중요하다. 레빈 박사와 동료들은 자녀의 공간능력이 부모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부모와 자녀의 대화를 관찰하기 위해 자녀가 생후 14개월일 때부터 4개월마다 한번씩 가정을 방문했다. 장난감 갖고 놀기, 책 읽기, 식사, 간식 등 부모와 자녀의 일상생활은 모두 녹화되었다. 자녀가 4.5세가 될 무렵 연구자는 마음 속에서 물체를 회전하는 문제를 자녀에게 풀게 했다.

조사 결과, 부모들이 공간과 관련된 언어를 사용하는 양태는 매우 다양했다. 어떤 부모는 공간과 관련된 단어를 자주 쓰는 반면(주당 2000단어), 다른 부모는 거의 쓰지 않았다(주당 20단어). 재미있는 사실은 부모가 공간적 언어를 자주 사용하면 자녀 역시 공간적 언어를 자주 사용하며, 이 자녀들은 커서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우수했다는 점이다.

부모의 단어 사용이 어떻게 자녀의 공간 능력에 영향을 미친 걸까? 한 가지 가능성은 공간적 단어가(크다, 길다, 둥글다, 구부러졌다) 공간적 사고를 향상시켰을 거라는 점이다. 이런 단어들을 자주 듣거나 사용하면 평소 주목하지 못했던 물체 간 관계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

부모의 언어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자세히 밝히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어쨌든, 자녀의 공간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공간과 관련된 말을 자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 Pruden, S. M., Levine, S. C., & Huttenlocher, J. (2011). Children's spatial thinking: does talk about the spatial world matter? Developmental Science, 14, 1417-1430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가상의 시나리오를 읽어보자.


어느 교수님의 기말평가 방식은 이상하기로 유명하다. 팀원 중 기말고사 문제를 3개 이상 틀린 사람이 있을 경우 전체 팀원이 무조건 B 학점을 받기 때문이다. 이 수업을 듣고 있는 1조 팀원 A, B, C, D는 기말고사에서 각각 4, 1, 2, 3문제를 틀렸다. 결국 조원 전체는 B를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조원 전체가 B를 받게 된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A인가? D인가?


Common Effect 상황에서의 귀인 방식

여러 원인이 결과에 공동으로 기여를 하는 경우(Common Effect), 사람들은 그 중 어떤 원인에게 결과의 책임을 지울까? 다양한 이론들이 인간의 책임 판단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가장 직관적인 설명은 Matching Model이다. 즉 A는 4, B는 1, C는 2, D는 3만큼 결과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직관적으로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B와 C는 아무 잘못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B와 C가 열심히 노력해서 문제를 더 많이 맞혔다 할지라도 A와 D 때문에 B학점을 받는 건 피할 수 없다. 결국 B와 C에게 1, 2만큼의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두번째 설명은 반사실적 모델(Lewis, 1973)이다. 이 방법은 사건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할 때 원인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설명한다. 먼저 원인과 결과 사건이 발생할 것, 두번째로 원인이 없었다면 결과가 없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충족되어야 한다. 타당한가? 이 주장 역시 이상해 보인다. A가 3문제 이상을 틀리지 않았다면 B학점을 맞는 결과도 없었을 테니까 A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가? 아니다. 설사 그랬더라도 D가 3문제를 틀릴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똑같다. 그렇다면 A는 결과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다. 이는 D도 마찬가지다. 결국 A와 D 모두에게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Lagnado는 이 주제에 관한 연구결과[각주:1]를 2010년 Cognition에 게재했다. Lagnado는 Matching Model과 반사실적 모델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Structural Model을 주장했다. 이 모델은 반사실적 추론을 약간 수정한다. 일단 발생하지 않았으면 결과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을 충족하는 원인을 모두 결과의 원인으로 지목한다(A와 D). 그 다음 A와 D의 책임을 조정한다. A와 D는 각각 1/(n+1)의 책임을 지게 된다. 여기서 n은 ‘해당 원인의 결과 기여가 결정적이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조건의 수'를 의미한다. A가 4문제를 틀린 것이 결과 발생(B학점)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려면, D가 2개 이하로 틀려야 한다. 즉, D 한사람의 조건만 변하면 되므로 n은 1이 된다. 결국 A와 D는 각각 1/2만큼 책임을 지게 된다.


삼각형 세기 게임

연구자들은 이 모델이 실제 인간의 귀인 전략을 잘 설명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삼각형 세기 게임을 고안했다. 참가자들은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컴퓨터를 통해 삼각형 게임을 진행한다(사실 이 중 3명은 컴퓨터다). 참가자는 그림 속에서 삼각형이 몇 개나 들어있는지 센 다음 정답을 입력한다. 각 문제를 풀고 난 다음에는 각 참가자의 정답률이 공개된다. 만약 그림 속 삼각형 개수가 10개인데 8개라고 적었다면 Deviation=2로 표시가 된다.



실험은 총 3조건으로 나뉘는데 그 중 Least조건만 보기로 하자. Least조건의 경우, 4명 중 한명이라도 Deviation이 3 이상일 경우 정답을 못 맞춘 것으로 간주한다. 글의 맨 처음에 소개했던 팀플 이야기와 유사한 상황이다.

그 다음, 참가자는 각 조원들이 결과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를 1~10으로 평정한다. 연구자들은 이 점수를 Matching Model, 반사실적 모델, Structural Model의 예측과 비교한 다음, 어느 모델이 참가자의 데이터를 잘 설명하는지 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Structural Model이 다른 모델보다 참가자의 책임 평정 점수를 잘 설명했다.


1박 2일 출연자들의 시청률 기여도

결국 Structural Model은 인간의 귀인 전략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델을 응용하면 재미있는 예측도 해 볼 수 있다. 1박 2일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강호동을 시청률의 원인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강호동이 하차하고 나서도 1박 2일의 시청률은 여전히 높다. 그럼 시청률의 원인은 다른 출연자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Structural Model은 시청자가 각 출연자의 시청률 기여도를 어떻게 지각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남은 출연자는 강호동의 하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청률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므로 책임은 1/(1+1)이 된다. 즉, 시청자는 각 출연자가 시청률에 1/2씩 기여를 하고 있다고 지각할 것이다.

만약, 시청자 뿐만 아니라 방송사 관계자들도 Structural Model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조만간 1박 2일 출연자의 출연료가 상승할 지도 모르겠다.


  1. Tobias Gerstenberg, David A. Lagnado, Spreading the blame: The allocation of responsibility amongst multiple agents, Cognition, Volume 115, Issue 1, April 201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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