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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지심리 매니아



정서 예측 실패


예상된 정서(Anticipated emotion)란 미래 사건을 겪을 때 예상되는 정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숙제를 하지 않은 초등학생은 내일 선생님한테 혼날 때 자신이 어떤 기분일지 예상할 수 있다. 신혼여행을 앞둔 부부라면 자신이 몰디브에 도착했을 때 어떤 기분일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이 예상한 정서와 실제로 경험하는 정서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기말고사를 망치면 기분이 나쁠 거라고 예상하지만, 백지를 제출하고 시험장을 빠져나오면서 홀가분한 기분을 경험을 하기도 한다. 또, 로또에 당첨되면 기분이 좋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막상 거액을 수령한 후 오히려 기분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학자들은 이러한 괴리가 인간의 ‘편향'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 학자인 대니얼 길버트는 자신의 저서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인간이 미래를 예측할 때 세부 사항을 임의로 채우거나 중요한 사항을 빠뜨리고(현실주의),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를 예상하며(현재주의), 결과 발생 후 심리적 면역 체계를 발동해서 당초 예상과 다른 정서를 경험하기 때문에(합리화) 이런 괴리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저자
대니얼 길버트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06-10-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간과 행복 사이의 끝없는 도전과 열망을 날카롭게 해부한 행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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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예측 실패는 적응적이다


그런데 최근 Cognition에 실린 한 논문[각주:1]은 인간의 이러한 편향이 오히려 ‘적응적'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선, 저자들은 인간의 정서 예측을 참조점(referent)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즉, 인간이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에 관한 정서도 예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말 고사를 망치는 상상을 하면서 ‘백지(결과)를 내고 나오면 기분이 참 나쁠 거야'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그 동안 공부를 게을리 한 사실(과정)을 후회하게 될 거야’라고 상상하기도 한다. 


그 다음, 저자들은 인간의 편향이 결과와 참조점에 따라 어떻게 적응적일 수 있는지 설명한다. 만약 부정적 결과가 예상된다면, 인간이 그 결과를 피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들이도록 만드는 게 적응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노력(즉 과정)'에 대해 집중하게 만드는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따라서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과대추정하는 경향을 가진다면 적응적 행동도 가능하다.


반면 긍정적 결과가 예상된다면, 인간이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추후에도 노력을 계속 하도록 만드는 것이 적응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결과를 얻었을 때 상향 비교를 통해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게 만드는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인간이 결과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실제보다 과소추정하게끔 만들면 이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 결과를 접했을 때 부정적 정서가 생각보다 크다면(Ex, 이것보다 더 잘 할 수도 있었는데..), 다음 번엔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저자들의 논리에 의하면 부정적 결과가 예상될 경우 사람들은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후회를 과대추정할 것이다(가설1). 반면, 긍정적 결과가 예상될 경우 과정보다 결과에 대한 후회를 과소추정할 것이다(가설2).



실험


저자들은 가설 1을 검증하기 위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최후통첩 게임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제안을 하고 난 다음, 자신의 제안이 거부되었을 때 결과/과정에 대해 얼마나 후회하거나 실망할지 7점 척도로 평정했다(예상된 정서). 얼마 후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본인의 제안이 거절당했다고(사실 게임의 상대방은 처음부터 없었다) 말해줬다. 그 다음 4개의 문항을 다시 측정했다(실제 정서).


실험 결과, 과정에 대한 PEI (prediction error index = 예상된 정서 - 실제 정서)점수는 결과의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컸다. F(1,178)=10.16, p=.002, η2=.01 이 결과는 부정적 결과의 경우 과정에 대한 후회를 과대추정할 것이라는 연구자의 예상과 일치했다.


두 번째 실험은 가설 2를 검증하기 위해 보다 자연스런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연구자들은 중간고사를 앞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 성적 예상에 대한 6개 문항[정서(후회, 실망, 기쁨) X 참조점(과정, 결과)]을 평정하게 했다.


실험 결과, 본인의 예측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의 경우 결과에 대한 (후회)PEI 점수가 과정의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작았다. F(1,102)=8.38, p=.005, η2=.08 이 결과는 긍정적 결과의 경우 결과에 대한 후회를 과소추정할 것이라는 연구자의 예상과 일치했다.




이 연구는 인간의 정서 예측 실패가 편향이라기보다 적응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또, 인간이 감정을 통해 자신의 행동-결과를 통제하는 메카니즘을 밝히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Reference

  1. Kwong, J. Y., Wong, K. F. E., & Tang, S. K. (2013). Comparing predicted and actual affective responses to process versus outcome: An emotion-as-feedback perspective. Cognition, 129(1), 42-5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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