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성의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는 ‘높은 도덕적 기준'이다. 우리는 단기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절제함으로써 사회를 지키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해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인간의 도덕적 판단은 이성 또는 정서 중 어느 쪽의 영향을 받을까? 지난 25년 동안 연구자들은 정서가 복잡한 판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심을 가졌다. 예를 들어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그의 책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정서가 인지 과정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일단 정서가 복잡한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정서가 어떤 유형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지 알 필요가 있다. 아담 퍼킨스(Adam Perkins)와 동료들이 2013년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에 게재한 논문 1은 이 주제를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도덕적 의사 결정에 관심이 있었다. 그 동안 많은 심리학자들은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이 타인을 죽일 수도 있을 때 일반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상당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타인을 해치려고 하지 않으며, 특히 자신의 행동이 타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더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당신이 병원에서 야간 근무를 서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갑자기 옆방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치명적인 연기가 환풍구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이 연기는 세 명의 환자를 죽일 수 있지만, 만약 당신이 스위치를 돌린다면 연기를 다른 곳으로 우회하게 만들 수 있다. 대신 다른 환자 한 명이 사망하게 된다. 이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스위치를 돌리려고 한다.
이번엔 당신이 타고 있던 배에 화재가 발생해서 구명보트에 타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모든 구명보트는 사람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곧 가라앉을 상황이다. 가까스로 보트에 탄 당신은 심하게 부상을 입은 환자 한 명이 보트에 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 당신이 그 사람을 바다로 던진다면, 배는 가라앉지 않고 모두가 구조될 수 있다. 이 경우 사람들은 환자를 바다로 던지는 행위에 반대한다. 자신의 행위가 사람을 ‘직접' 죽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타인을 직접 죽이는 행위를 자제하는 이유가 ‘불안’ 때문이라고 가정했다. 이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위에서 소개한 이야기와 통제군 이야기( 두 개의 복권 중 하나를 고르는 이야기) 를 읽게 했다.
불안이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하기 위해, 40명의 참가자는 세 가지 조건에 할당되었다. 두 집단은 약효가 약하거나 중간 정도인 로라제팜(lorazepam)을 처방받았고, 나머지 집단은 위약을 처방받았다.
도덕적 딜레마가 아니거나 타인을 간접적으로 죽여야 하는 도덕적 딜레마 상황의 경우 약물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직접 죽여야 하는 딜레마 상황의 경우, 강한 로라제팜을 복용한 사람은 그 행동을 실천에 옮길 확률이 제일 높았던 반면 위약 조건은 가장 낮았다.
이 결과에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 실험의 처치 효과는 작은 편이다. 참가자들은 실험에서 총 6개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위약 조건의 경우 참가자들은 평균 1.75개의 이야기에서 사람을 직접 죽이는 결정을 내렸다. 이 수치는 강한 약효의 로라제팜을 복용할 경우 2.33으로 증가한다. 약물이 신뢰성 있는 결과를 낳기는 했지만 그 효과가 큰 편은 아니었다.
또, 이 연구는 오직 ‘이야기'만을 다루었다. 따라서 사람들이 실제 상황에서도 동일한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연구는 도덕적 결정에 영향을 주는 정서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로라제팜 같은 항불안제는 불안이나 위협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 약효가 정서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복잡한 결정에서 정서가 담당하는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 A dose of ruthlessness: Interpersonal moral judgment is hardened by the anti-anxiety drug lorazepam. Perkins, Adam M.; Leonard, Ania M.; Weaver, Kristin; Dalton, Jeffrey A.; Mehta, Mitul A.; Kumari, Veena; Williams, Steven C. R.; Ettinger, Ulrich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Vol 142(3), Aug 2013, 612-62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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