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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의사결정/추론

문장의 표현방식이 반사실적 추리(Counterfactual Reasoning)에 미치는 영향

Image : http://farm9.staticflickr.com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반사실적 추리(Counterfactual Reasoning)는 “만약 ~이었더라면, ~였을 것이다"처럼 과거의 사건을 다르게 가정할 때 발생했을 결과를 예상하는 추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한국전쟁 때 핵무기를 사용했다면, 한반도는 통일국가가 되었을 것이다'라는 진술은 반사실적 추리다. 역사적 사실과 반대되는(Counterfactual) 전건(antecedent, ‘미국이 한국전쟁 때 핵무기를 사용했다면’)에서부터 한반도가 통일국가가 되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반사실적 추리 능력은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반사실적 추리를 사용한다. ‘이 부분을 수리했다면, 기계가 작동하지 않았을까?’, ‘자금을 더 투입했더라면 프로젝트가 빨리 끝나지 않았을까?’ 등 일상 생활 속에서 반사실적 추리는 빈번하게 사용된다. 


그럼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반사실적 추리를 할까?


관련 연구들은 베이즈넷(Bayes Net)을 통해 인간의 반사실적 추리 능력을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이론은 Pruning theory다. 아래 (a)그림을 본 사람에게 ‘만약 B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D가 작동했을까?’라고 질문했다면 그 사람은 어떤 대답을 할까? Pruning Theory에 의하면, 사람들은 B를 전건의 문장처럼 반사실로 가정할 때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우선 B와 B의 원인(A) 간 관계를 절단(Prunining)한다(두 연결이 지속된다면 A가 계속 작동하는 한 B 역시 계속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B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intervention, 예, B의 회로가 타 버렸거나 외부로부터 물리적 충격을 받았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B가 전건의 표현처럼 반사실적 상태로 변화했을 때 발생할 결과를 예상해 본다. 사례의 경우, A는 B와 독립적으로 작동을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에 D 역시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질문을 받은 사람은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b).




반면, Minimal-network theory는 사람들이 인과적 원리를 보존한 체로 반사실적 추리을 시도한다고 설명한다. 즉 B와 A의 절단을 가정하지 않으며, B의 상태가 변화하려면 B의 원인(A)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B가 정지했다면 A도 정지했을 것이므로 D도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대답은 “아니요"가 될 것이다(c).


Rips와 동료들은 2013년 Cognitive Science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서 이 문제를 연구했다. 특히 연구자들은 문장의 표현 방식이 반사실적 추리 과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B가 실패했다면(had failed)’이라는 표현을 볼 경우 B의 오작동을 B 자체의 결함이나 외부의 영향 때문으로 판단해서 pruning theory를 채택하는 반면,  ‘B가 작동하지 않았다면(had not operated)’이라는 표현을 볼 경우 인과관계 전체에 문제(즉 A에 문제가 발생해서)가 있다고 판단해서 Minimal-network theory를 채택할 거라고 가정했다. 

또 연구자들은 각 component 간 연결의 강도가 추리 과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가정했다. 만약 A가 작동할 때 B도 항상 작동한다면(deterministic) 반사실적 추리 시 minimal-network theory를 선호할 것이다. 반면, A와 B의 발생이 확률적(probabilistic)이라면 pruning theory를 선호할 것이다.



실험


실험 1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8개의 기계가 묘사되어 있는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유인물은 각 기계가 작동하는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기계의 부품 간 연결 상태(Deterministic VS Probabilistic), 요소 간 독립성(B와 C가 결합하여 D에 영향을 주는 경우 VS 각각 독립적으로 D에 영향을 주는 경우)을 조작했다. 


실선은 Deterministic, 점선은 Probabilistic을 의미한다. B와 C간 arc선은 두 부품이 결합하여 D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의미한다.



참가자들은 각 기계의 인과 구조를 이해한 다음 일련의 질문에 응답했다.  이때 연구자들은 질문의 진술 방식(had failed VS had not operated)을 조작했다. 참가자는 아래와 같은 진술을 본 후, 나머지 부품들의 작동 여부를 예상했다( 1. would have operated 2. would not have operated 3. might or might not have operated 중 하나를 선택한다).



문제가 “If component B had not operated[failed] ….”인 경우



실험 결과, 진술 방식의 주효과가 발견되었다(F(1,32)=7.07 p=.01). 즉, ‘failed’라는 표현을 본 참가자는 다른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것이라고 추측한 반면, ‘not operated’라는 표현을 본 참가자는 다른 부품도 멈췄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효과는 전건이 B인 경우 가장 두드러졌다(F(2,64)=4.91 p=.01). 연구자들의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failed일 경우 pruning theory, not operated일 경우 minimal-network theory를 선호한 것이다.


또, 이 효과는 A-B 간 연결 강도에도 영향을 받았다. A-B간 연결이 deterministic한 경우, not operated라는 표현을 본 참가자가 전건의 원인 역시 정지했을 거라고 응답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반면 관계가 probabilistic한 경우, not operated와 failed 간에 응답 차이는 줄어들었다(즉, 두 조건의 참가자 모두 ‘A가 멈췄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고 응답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A가 항상 B의 작동을 유발한다면 B의 정지가 A의 정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지만, A가 이따금씩 B를 작동시킨다면  B가 정지했다 하더라도 A의 상태를 알기 힘들기 때문에 두 조건의 참가자 모두 전건의 원인이 정지했다고 단정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참가자들이 determinisitic->minimal-network theory, probabilistic->pruning theory를 선호했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은  minimal-network theory를 선호했다. 실험 1,2를 통틀어  참가자들은 전건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전건의 원인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강했다.



결론


연구자들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 먼저, ‘failed’는 component 자체 또는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받았음을 암시하는 반면, ‘not operated’는 component의 원인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또, 인간은 반사실적 추리를 할 때 intervention의 개념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듯 하지만, 수정된 pruning theory를 통해 실험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다.


Reference

  1. Rips, L. J., & Edwards, B. J. Inference and Explanation in Counterfactual Reasoning. 2013, Cognitive Science,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