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지난 번 포스트에서는 Mayer가 주장한 모델과 인지부하의 정의를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 부하의 유형을 살펴보고 각 유형에 적합한 해결책을 설명하고자 한다.


Essential processing에서 발생하는 인지부하


1. 한 채널에서 일어나는 인지부하


극장에서 외국영화를 보면 화면과 함께 자막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생각 해 본 적은 없는가? '자막 보느라 바빠서 화면에 집중하기 힘드네..'

주 위에서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봤을 것이다. 맞다. 영화관람시 화면과 자막을 동시에 보는 것은 화면만 보는 것보다 인지부하가 크다. 그 이유는 한 채널이 두 가지 정보를 모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각을 처리하는 채널이 영상과 자막을 모두 처리하기 벅찬 것이다.

그 런데, 멀티미디어 학습에서는 영상과 함께 자막을 같이 내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글 읽는 것이 익숙한 어른들의 경우 이 정도의 인지부하는 지나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글을 막 배우는 어린아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애니메이션과 글을 동시에 처리하기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yer 는 이 경우 정보를 두 채널로 분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이나 그림을 제시할 때는 상황을 설명하는 자막을 내보내는 대신 나레이터의 설명을 들려주면 된다. 이렇게 언어 정보를 청각으로 제시하면 영상을 처리하는 시각 채널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


2. 양 채널에서 일어나는 인지부하


요즈음엔 학원 강의 뿐만 아니라 학교 강의도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학생들이 동영상이나 학습 자료를 컴퓨터 화면으로 접하게 된다.

문 제는 학습 자료가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많거나, 제시 속도가 빠른 경우다. 학생들이 내용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경우 제대로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난 번 포스트에서 설명한 Essential processing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보를 selecting하고, 자료를 의미있게 organizing하고, 정보들을 integrating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다 일어나기도 전에 다음 자료를 넘어가게 되면 deep processing이 방해받는 것이다.

Mayer는 이를 위해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학습 자료를 잘게 나눌 것(segmenting) 을 권장하고 있다. 학습 자료를 잘게 나누면 그 만큼 이해하기가 편하다. 큰 케이크를 먹기 좋게 잘게 써는 것과 유사하다. 또 학습자가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권장한다. 예를 들어, 학습 설계자는 학습자가 이해를 다 마친 다음 next 버튼을 누르면 다음 자료가 제시되게끔 만드는 것이 좋다. 아이가 케이크를 다 씹어 넘긴 다음 또 다른 케이크를 주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잘 활용하면 essential processing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데 무리가 없다.

또 다른 방법으로 학습자에게 주요 개념을 사전에 가르치는(Pretraining)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학습자가 주요 개념을 사전에 학습하면, 실제 학습시에는 개념 간 관계를 파악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인지부하가 최소화된다.


Incidental Processing에서 발생하는 인지부하


1. Extraneous material


대 학생들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감탄할 부분은 그들의 PPT 실력이다. 디자인에서부터 각종 효과와 음향까지.... 요즘 대학생들이 만든 PPT를 보고 있으면 한 편에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PPT를 보고 나면 머리가 멍해진다. "근데, 주제가 뭐였지?" 뭔가 근사하긴 했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학 습과 필요없는 정보를 Extraneous material이라고 한다. 이 정보들은 사실 학습과는 관련이 없다. 방금 예로 든 PPT 발표에서 발표내용이 Essential mterial이라면 PPT의 디자인이나 효과는 Extraneous material에 해당한다.

문 제는 Extraneous material이 사람의 주의를 잘 끈다는 점이다. 따라서 청중은 PPT의 디자인이나 효과에 집중하게 되고, 정작 중요한 내용에 관심을 둘 인지 자원이 줄어든다. 그래서 요란한 PPT의 내용전달력이 오히려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 런 상황은 멀티미디어 학습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각종 Extraneous material로 가득하다. 버튼을 클릭하거나 등장인물이 등장할 때 나오는 효과음, 현란한 디자인 등은 아이들의 시선을 내용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게끔 만들 것이다. 학습이 방해를 받는 것이다.

Mayer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불필요한 자료를 제거(Weeding)할 것을 권장한다. 그렇다. 불필요한 정보나 효과는 과감히 지우는 것이다. 재미난 디자인과 효과를 모두 제거한 학습 자료는 보기에는 심심해 보여도, 학습 효과는 좋을 것이다. 단순함의 미학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또, 불가피하게 불필요한 자극을 학습 내용과 같이 제시해야 한다면 중요한 정보를 강조(Signaling)하는 방법도 권고하고 있다. 학습자가 정말 주의를 두어야 할 곳을 표시해 줌으로써 주의가 분산되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중요한 글자에 밑줄이나 highlight 표시를 하는 방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 Essential Material의 제시방식


꼭 필요한 내용만을 학습 자료에 포함시켰다 하더라도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 내용들의 제시 방식에 따라서 추가적인 인지부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Separated presentation이다. 가끔 우리는 책을 앞장으로 넘겼다 뒷장으로 넘기기를 반복하는 학생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진 제시를 앞장에 해 놓고 설명하는 글은 뒷장에 적어 놨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 제시는 탐색 시간을 길게 해서 학습을 저해한다.

redundant presentation도 문제가 된다. 우리는 이 문제를 뉴스 인터뷰에서 관찰할 수 있다. 대부분의 뉴스 보도는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자막처리한다. 같은 한국 사람의 말인데 굳이 자막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렇게 언어 정보가 청각(말)과 시각(자막)으로 이중부호화 된 경우를 redundant하다고 표현한다.

문 제는 redundant presentation의 교육적 효과이다. 같은 정보를 두 개의 다른 채널로 모두 전송했다면, 교육적 효과는 2배가 되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Mayer의 연구 결과는 redundant한 제시방식이 학습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Mayer 는 Separated presentation의 경우 관련 자료를 가까이 배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림과 관련된 글은 최대한 그림과 가까이 배치해야 한다. 더 극단적인 경우, 아예 그림 속에다가 설명글을 적어놓는 것도 괜찮다. 이렇게 말이다.

사진 출처: Head First Javascript


redundant presentation의 경우 언어자료를 청각으로만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나레이션 외에 굳이 자막을 따로 둘 필요는 없다. 화면에는 관련 그림이나 동영상만 있으면 적절하다.


3. Information Holding


질 문을 하겠다. 내가 이전 포스트에서 설명했던 Mayer의 모델이 기억나는가? 아까 전 Essential processing에 해당하는 세 가지 과정(Selecting, Organizing, Integrating)을 설명할 때 이 그림을 떠올리며 어떤 부분을 말하는 것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는가?

참 으로 미안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Mayer가 권고하지 않는 방식을 사용했다. 바로 Information Holding이다. Information Holding은 특정 학습자료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동시에 현재 주어지는 자료를 이해하며 과거 자료와 통합해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전 포스트에서 내가 제시했던 모델의 그림을 떠올린 채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어야 한다. 그런데 Information Holding은 인지 부하가 증가하는 원인이다. 한편으로는 이전 정보를 작업 기억에 로딩시켜 놓고, 한편으로는 이해를 해야 하는 작업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Mayer는 Information Holding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동시에 제시할 것(Syncronizing)을 권장한다. 이렇게 하면, 한 자료를 기억 속에 떠올린 채 다른 작업을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우 리는 공부 못하는 학생을 나무랄 때 항상 학생 탓을 한다. 혹 학생이 학습 환경이나 교재를 탓하면 '공부 못하는 학생이 꼭 연장 탓을 한다'고 더더욱 혼을 낸다. 하지만 학생들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학생들이 받는 고통의 일부는 학습 자료를 잘못 만든 어른들의 탓도 있다.  만약 어른들이 조금만 신경 써서 학습 Material의 인지부하를 최소한으로 줄여준다면, 학생들의 '공부하는 고통'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런 점에서 Mayer의 권고는 더욱 빛을 발한다.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최근 정부가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육업체들이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수 년 뒤에는 각 학교에서 학생들이 컴퓨터를 보며 수업을 받는 풍경을 볼지 모른다.

그런데, 디지털교과서가 정말 효과 있는 것일까? 디지털교재는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디지털교재가 선생님처럼 유연한 피드백이나 지식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예산만 낭비하고 교육효과는 거두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교재를 만들기 전에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육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교재 구성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Mayer라는 학자는 멀티미디어 학습과 관련하여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오늘은 Mayer와 Moreno가 2003년에 발표했던 'Nine ways to reduce cognitive load in multimedia learning' 논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디지털 교과서 설계와 관련하여 사전연구나 가이드라인이 미비한 상황에서, 메이어의 연구는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멀티미디어 학습 상황을 통해 우리는 학생이 Meaningful learning을 하기 원한다. Meaningful learning이란 말 그대로 학습 자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뜻하며, 지식을 조직하고 자신의 기존 지식과 학습 내용을 통합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학생들이 이렇게만 해 준다면 참 좋을 것이다.

문 제는 Meaningful Learning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다. 만약 학습을 하는 데 필요한 인지적 부하가 학습자의 인지 능력을 초과한다면, 학습은 부진해 질 것이다. 따라서 교재를 구성할 때는 인지적 부하가 최소가 되도록 설계하는 게 관건이다.

그럼, 학습을 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모델을 보면서 인지 부하가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기본가정




메이어는 학습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위와 같은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인지심리학 연구를 통해 형성된 이론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dual channels model이 다. 인간이 청각을 처리하는 과정과 시각을 처리하는 과정은 다르다. 그것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신체 기관(눈이나 귀)의 차이 뿐만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 또한 다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작업기억(working memory)의 경우  청각, 특히 말소리를 처리하는 하위 체계와 시각을 처리하는 체계가 분리되어 있다. 그림에서 Words는 청각/언어 채널을 통해 처리되며, Pictures는 시각/그림채널을 통해 처리됨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이론은 Limited capacity 이론이다. 이 이론은 각 채널의 정보처리용량이 제한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정보를 처리하는 각 채널(청각, 시각)의 용량이 제한되어 있고,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업 기억 역시 용량이 제한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인간의 정보 처리능력을 통신망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청각과 시각정보를 전달하는 두 개의 통신케이블(channel)은 처리용량이 제한되어 있어서, 만약 용량을 초과하는 정보가 유입될 경우 통신망이 마비될 것이다. 또, 통신망에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작업기억) 역시 제한된 용량으로 인해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없을 것이다.

세 번째 이론은 cognitive processing이 다. 이 모델은 인간이 정보를 받아서 처리하는 과정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먼저, 눈이나 귀를 통해 들어온 정보는 잠시 동안 감각 등록기에 저장되어 있다가 가장 중요한 정보만이 주의를 끌게 되고 작업 기억으로 이송된다. 이 과정을 Selecting이라고 한다. 일 단 정보가 작업 기억으로 전달되면, 작업 기억은 일련의 정보를 의미있는 구조로 조직화한다. 이를 organizing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각 채널에서 조직화된 정보를 통합하고, 여기에 학습자의 기존 지식까지 통합하는 과정을 Integrating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그림을 보면서 선생님의 설명은 들은 학생은 작업 기억에서 선생님의 말과 그림을 따로 처리한 다음, 두 정보를 서로 연결시킨다. 거기에 덧붙여서, 자신이 이전에 배웠던 내용이 현재 학습 내용과 어떻게 관련 있는지를 생각해 볼 것이다. 즉, Integrating이 일어난 것이다.


인지부하


문제는 학습 과정에서 인지 부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먼저, 학습에 꼭 필요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 부하가 있다. Selecting, Organizing, Integrating은 학습에 꼭 필요한 과정(Essential processing)이지만, 이 경우에도 인지 부하가 발생한다. 또, 학습 이해와 관련 없는 과정으로 인지 부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Incidental processing이라고 한다. Incidental processing은 주로 학습 재료를 잘못 구성했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불필요한 인지 부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representational holding으로 발생하는 인지 부하가 있다. representation holding은 말 그대로 '표상을 간직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내용을 이해하는 동시에 위에서 보여준 그림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글의 내용과 그림을 연결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그림을 머리 속에 떠올리고 있는 것이 바로 representational holding이다. 해 보면 알겠지만, 어떤 표상을 머리 속에 간직하고자 할 때는 상당한 정신적 노력이 들어간다.


만 약 Essential processing, Incidental processing, representational holding에서 발생한 인지부하의 총량이 학습자의 능력을 넘어버리면, 학습이 방해된다. 따라서 학습 설계자는 인지 부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ssential processing은 학습이 꼭 필요한 과정이므로 여기서 발생하는 인지 부하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Incidental processing이나 representational holding은 학습 자료를 잘 설계하면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두 경우에 발생하는 인지부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