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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신경과학

도시 생활이 뇌에 미치는 영향




역자 서문


서 울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서울은 인간 지옥이다. 출근길 만원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시달리다가 일터나 학교에 도착하고, 하루종일 수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가 다시 만원지하철이나 버스로 퇴근하는 일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어딜 가나 음식점은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야 하고,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그 뿐만 아니다. 서울은 소음 지옥이다. 번화가에서는 옆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길가에서는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가 전투기에 버금간다.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행사에 축제에 시위로 인해 소리를 분별하기가 불가능하다.


서울은 환경도 최악이다. 서울 공기는 끈끈이처럼 끈적하다. 바닷가에서부는 청량한 바람 대신 젤리처럼 찐덕찐덕한 바람이 얼굴에 달라붙는다. 각 건물에서 트는 에어컨은 필터가 청소가 안 되서 연신 재채기를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신기할 정도로 이런 스트레스를 잘 견디며 살아간다. 도시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시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일까? 아니면, 사람들은 도시가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일까?


이유야 어쨌든 우리는 도시 생활에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 불행한 건, 인간의 뇌가 도시 생활로 인해 예민해져 있다는 것이다.



출처: Choke(시안 베일록)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2050년에는 전 인류의 69%가 도시에서 살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에 거주하면 보다 부유한 삶을 살 수 있고 건강 등 기타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기도 쉽지만, 부작용도 감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은 시골에서 자란 사람보다 정신 질환을 겪기 쉽다. 이 사실은 사실 새롭지도 않다. 과학자들은 그 동안 도시 생활과 정신 질환 간 관계를 밝혀냈다. 하지만 도시 생활이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몇 주전 네이처는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양상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인구가 적은 도시에서 산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부정적 정서를 처리하는 뇌 부위의 활성화가 증가한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신경과학자들은 생활 환경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들은 참가자에게 제한된 시간 동안 수학 문제를 풀게 하고 그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했다. 수학 문제는 매우 어려웠다. - 참가자들의 정답률은 평균 25%에서 40% 사이였다. 그리고, 참가자는 문제를 틀릴 경우 헤드폰을 통해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다.


이 실험 절차는 사회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그리고 연구자의 의도는 성공적이었다. 참가자들은 과제 완수를 독촉받지 않은 집단에 비해 코티졸 수치가 높았다.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인 cortisol은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 때 분비된다. 이 때문에 cortisol은 종종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어려운 수학 문제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특정 뇌 영역 활성화와 관련있었다. 현재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 수학 문제를 푸는 동안 편도의 활성화가 증가했다. 전에 블로그에서 설명했다시피, 편도는 아몬드 형태를 띠고 뇌 영역 깊숙히 자리잡고 있으며 인간의 정서적 반응과 관련있다. 편도의 활성화는 불쾌한 정서적 반응과 함께 증가한다. 뿐만 아니라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산 사람들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편도 및 부정적 정서 프로세스를 조절하는 대상 피질의 활성화가 증가했다.


도시 생활은 분명히 이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적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 역시 증가시킨다. 도시 생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도시 생활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부작용을 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Reference


F Lederbogen et al(2011), City living and urban upbringing affect neural social stress processing in humans, Nature 474, 498–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