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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지심리 매니아


귀벌레(Earworm) 현상은 특정 음악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도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올리버 색스의 저서 ‘뮤지코필리아'를 통해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학계에서는 earworm, imagined music, involuntary semantic memory, involuntary musical imagery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왔다.


최근 Hyman Jr과 동료들은 귀벌레 현상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각주:1]를 진행했다. 그들은 서베이와 실험 연구를 통해 귀벌레 현상에 대한 다양한 특징을 알아냈다. 그 결과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서베이 


연구자들이 29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귀벌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 참가자의 3분의 2가 머리 속에 맴도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싫어하는 음악이 머리 속에 맴돈다는 속설을 반박한다.


* 머리 속에 맴도는 곡은 참가자마다 모두 달랐다. 즉, 누구에게나 귀벌레 현상을 일으키는 곡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 귀벌레 현상은 보통 간헐적으로 발생하며, 이 때 가사, 멜로디, 가수의 목소리 등 다양한 형태를 체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귀벌레 현상을 발생시키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는 그 곡을 ‘최근에 들은 적이 있는지' 여부였다. 


* 음악가는 일반인보다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했다. χ2(2, N=292)=12.639 p=.002


* 음악을 자주 듣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했다. χ2(4, N=293)=21.628 p<.001



2. 실험 1


연구자들은 처음 듣는 곡과 익숙한 곡, 또는 좋아하는 곡 중 어떤 곡이 귀벌레 현상을 일으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끝난 다음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다음 수업 시간에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지난 수업시간에 들었던 곡을 얼마나 잘 아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봤다. 또 그 곡으로 인해 귀벌레 현상을 경험했는지 여부도 물어봤다.


그 결과, 자신이 잘 알고 있거나 좋아하는 곡일수록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연구자들은 어떤 활동을 할 때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보통 인지적 부하가 너무 높거나 낮은 과제를 수행할 때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했다.





3. 실험 2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귀벌레 현상을 만들 수 있는지 검증하기로 했다. 또, 귀벌레 현상에서 최신 효과(recency effect, 마지막에 제시된 항목들의 회상률이 높은 현상)가 나타나는지도 알아보고자 했다.


이 연구의 실험 참가자들은 먼저 3 곡의 음악을 듣는다. 참가자 중 절반은 최신곡, 나머지 절반은 옛날 곡을 들었다. 그리고 집단마다 곡의 제시 순서도 조작했다.

음악을 다 들은 참가자는 간단한 미로 게임을 한 다음 설문지를 기재했다. 


설문 결과, 귀벌레 현상에서 최신곡과 예전곡 간에 차이는 없었다. 또 곡 제시 순서에 효과를 발견했다. 즉, 가장 나중에 들은 음악이 미로 게임을 하는 동안 머리 속에 맴도는 경우가 많았으며, 실험 종료 후 24시간 동안 귀벌레 현상을 자주 일으켰다. 미로 게임 동안 귀벌레 현상을 경험할 경우, 24시간 안에 귀벌레 현상을 다시 경험할 확률이 높았다.



4. 실험 3,4


연구자들은 과제의 난이도가 귀벌레 현상을 악화시키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실험은 실험 2와 유사하게 진행되었다. 차이점은 음악을 들은 후 실험 3의 경우 수도쿠, 실험 4의 경우 anagram(철자 순서가 바뀐 단어를 원래대로 배열하는 과제)과제가 주어졌다는 점이다. 


실험 결과, 과제 난이도가 높을수록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했으며, 수도쿠보다 anagram을 풀었을 때 귀벌레 현상을 덜 경험했다. 과제 난이도가 높으면 과제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에 인지적 자원이 남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mind-wandering이나 귀벌레 현상을 경험하기 쉽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또 anagram을 풀 때 귀벌레 현상을 겪지 않는 이유는 anagram이 음운 루프(phonological loop)을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리소소를 사용하는 귀벌레 현상이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5. 개인적 견해


필자가 이 연구를 읽으면서 떠올린 아이디어들을 정리해봤다.


1. 이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Zeigarnik 효과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효과는 종료되지 않은 행동이나 생각이 머리 속에서 계속 남아있는 현상을 말한다. 귀벌레 현상의 경우 특정 음악의 클라이막스나 코러스 부분이 반복 재생되는 경우가 많으며, 음악의 시작부터 끝까지 재생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일단 특정 구절이 머리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면, 머리속에서 음악이 종결되기 전까지 무한 반복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시켜 주면 귀벌레 현상이 멈추지 않을까? 예를 들어 해당 음악을 MP3로 듣는다든지 노래로 처음부터 끝까지 부른다면 귀벌레 현상이 멈추지 않을까? 


2. 이 연구는 과제의 난이도가 높을 경우 귀벌레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난이도가 너무 낮은 경우에도 귀벌레 현상이 발생한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한다. 

이 현상은 Mind-wandering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다. 과제 난이도가 너무 낮으면 인지적 자원이 남게 되고, 난이도가 너무 높아도 집중이 떨어지므로 인지적 자원이 과제에 투입되지 않아서 남게 된다. 그러면 남는 리소스를 Mind-wandering이 장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귀벌레 현상이나 Mind-wandering을 뿌리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에게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난이도가 적절하면 인지적 자원이 과제에 완전히 투입되므로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어진다(칙센트 미하이미하이가 주장한 ‘몰입’이 바로 이런 상태라고 생각한다). 


3. 연구자들은 anagram이 음운 루프를 사용하기 때문에 귀벌레 현상이 일어날 여지가 적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수도쿠(nonverbal task)를 할 때보다는 덜 했지만(통계적으로 이 차이는 유의미했다), anagram을 푸는 동안에도 여전히 귀벌레 현상이 발생했다.





작업기억에서 언어와 음악을 담당하는 부분은 분리되어 있을 수 있으며, 따라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 Hyman, I. E., Burland, N. K., Duskin, H. M., Cook, M. C., Roy, C. M., McGrath, J. C., & Roundhill, R. F. (2012). Going Gaga: Investigating, Creating, and Manipulating the Song Stuck in My Head.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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