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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의사결정/추론

위험 감수 행동 연구 개관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오늘은 최근 Trends in Cognitive Science에 실린 개관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Risk-taking behavior 연구 방법과 사용된 과제들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짚어본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위험이란?

경제학에서의 위험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위험'과 조금 다르다. 경제학은 장래 기대되는 이익의 분산(변동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을 위험이라고 가정한다. 만약 어떤 주식이 다른 주식에 비해 등락폭이 심하다면(그리고 두 주식의 평균 가격이 동일하다고 가정한다면) 전자는 후자보다 훨씬 '위험'한 주식이다.

반면 일반인이 생각하는 위험은 확률적이지 않다. 일반인은 나쁜 결과가 예상되는 것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재앙이 닥치거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가 벌어지면 그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뇌 부위가 위험을 감지하는가?

경제학자들은 mean-variance 에 근거한 위험 지각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anterior cingulate cortex, lateral 안와전두엽(OFC), 뇌섬엽(insula), 배외측전전두엽(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가 위험 지각과 관련있었다.  또 같은 부위 안에서도 보상을 지각하는 것과 보상의 변동폭을 지각할 때 시간차이가 나는 점을 관찰했는데, 이는 우리 뇌가 보상과 보상의 변동을 구분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경제적 관점이 아닌)우리가 실제로 위험에 처했을 때도 위와 같은 뇌활동을 보일까? 몇몇 연구는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Tobler et al.의 경우 위험을 회피하는 사람의 경우 lateral OFC,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medial OFC의 활동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또 배외측전전두엽이 위험 회피 행동과 관련 있음을 발견했다. 배외측전전두엽은 자기 통제를 담당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모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의지를 억제할 때 활성화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위험'판단과 우리의 실제 판단과정은 여전히 다를 수 있다. 위 연구들은 경제적인 '위험' 개념에 입각한 실험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위험 판단은 확률적, 수량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험 판단은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또 판단자의 감정 상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화난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도 불사한다).

 

 

경제학과 실제 생활의 다리 놓기

최근에는 신경경제학 연구에서 보다 현실적인 상황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런 연구 방법을 통해 경제학적 모델과 실생활의 행동간 괴리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연구에서 사용한 과제 중 그나마 외적 타당도가 높은 과제는 Iowa gambling task Balloon Analogue risk task가 있다.


아이오와 갬블링 태스크 4장의 카드를 뒤집어놓고 참가자에게 그 중 하나를 고르게 한다. 이 중 특정 위치에 놓인 카드는 항상 높은 수익과 높은 위험(돈을 크게 잃는 경우)이 공존한다. 반면 나머지 두 위치에 놓인 카드는 항상 낮은 수익과 낮은 위험(그러나 평균 이득은 위험이 높은 카드보다 높다)을 가지고 있다. 실생활에서 위험한 행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이 과제를 잘 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과제는 실생활의 위험 감수 행동을 잘 예측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제는 두 종류의 카드간 평균 기대가치(EV)가 다른 문제, 또 위험한 카드와 안전한 카드를 알기 까지 참가자가 카드 뽑기를 반복(즉 학습)해야 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의 위험 감수 행동이 학습이나 위험에 대한 태도, 이득이나 손해의 정도 등 어떤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 구분이 어려운 것이다.


또 다른 과제로는 Balloon Analogue Risk task(BART)가 있다. 이 과제는 참가자에게 펌프를 이용해서 (가상)풍선에  바람을 넣어보라고 지시한다. 펌프질을 할 때마다 받을 수 있는 보상이 늘어나지만 풍선이 터질 확률도 증가한다. 만약 풍선이 터지게 되면, 돈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참가자는 풍선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바람을 넣으며 자신이 받을 이익을 늘리게 된다.

이 과제는 일상 생활에서의 위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go'를 할지 'stop'을 할지 결정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모험은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모험을 감행하면 불안도 증폭된다. 이 과제에서 참가자는 풍선이 터질지 모른다는 위험 때문에 불안해 하면서도 모험을 감행하게 된다. 실제로 이 과제는 음주,흡연,절도 등 실제 위험 감수 행동과 높은 상관을 보였다는 점에서 외적 타당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또 행동을 억제하는 DLPFC 활동 수준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과제 역시 기대가치가 서로 다르고, 풍선이 언제 터질지 확률을 모르며, 반복을 통한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이오와 갬블링 태스크와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두 과제가 주로 부정적인 감정-위험 행동간 관계를 살펴보았다면, 'near-miss' 패러다임은 긍정적 정서가 위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수 있는 과제이다. 이 과제는 슬롯머신처럼 두 개의 reel을 제시한다. 참가자는 그 중 첫 번째 릴의 그림을 선택한 다음 두 번째 릴을 돌리게 된다. 두 번째 릴의 그림이 자신이 고른 그림과 일치하면 보상이 주어진다. 연구자들은 이 과제에서 'near-miss'가 인간의 도파민 활성과 관련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고른 그림과 돌려서 나온 그림이 매우 근사한 차이로 벗어났다면(near-miss) dopaminergic midbrain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 활성화는 사람으로 하여금 과제에 계속 빠져들게 만드는 동기를 제공한다. 이 과제는 사람마다 위험한 행동을 하는 데 차이가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도파민 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됨을 보여준다.

 

연구들이 인간의 실제 행동을 잘 예측하려면?

저자는 경제학적 모델에 입각한 연구가 실제 생활을 잘 예측하기 위한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연구에 사용될 과제가 다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우선 인지,신경적 메커니즘을 구분해서 볼 수 있어야 한다(decomposable). 또 실제 생활에 적용이 가능해야 한다(externally valid). 마지막으로 정서적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봤던 연구에서 이 세가지 요소를 모두 반영한 경우는 드물었다. 위에 소개했던 세 가지 과제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있다. 추후에는 세 가지 기준을 모두 갖춘 과제를 사용해서 경제학과 실제 생활의 괴리를 좁혀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Reference

Tom Schonberg, CraigR.Fox, RussellA.Poldrack, Mind thegap: bridging economicand naturalistic risk-taking with cognitive neuroscience, Trends in Cognitive Science,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