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Psychology Today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Posted by Art Markman
(cognitive scientist at the University of Texas whose research spans a range of topics in the way people think)
 
 
 
 
자신의 신체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들이 있다. 피곤할 때는 커피를 마시거나 Red Bull을 사용해서 말짱한 정신을 유지하려고 한다. 통증을 느낄 때는 Advil(진통제)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제품들은 복용 후 신체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제품의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어떻게 판단할까?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실린 이번 년도 논문에서 David Faro는 제품이 약효를 발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인식할때 제품의 효력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제품의 약효가 클수록, 약효가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실 험에서 연구자는 사람들에게 껌을 씹게 한 후 컴퓨터상에 나타나는 글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테스트를 수행하게 했다. 참가자들에게는 방금 씹은 껌이 기민성(alertness)을 높여준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참가자 중 일부에게는 기민성 테스트는 연습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준다. 참가자들이 테스트를 마치고 날 때마다 참가자의 수행률이 좋아졌음을 나타내는 피드백을 제시해 준다. 따라서, 껌이 테스트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만 들은 사람들은 껌이 영향을 미쳤다고 믿을 것이다. 껌의 영향과 함께 연습이 수행을 향상시킨다고 들은 사람들은 자신의 수행 향상에 껌이 미친 영향을 낮게 평가할 것이다. 껌의 효과때문인지, 연습효과 때문인지 모르기 때문에 껌의 효과를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정리하면, 껌의 효력만 들은 사람은 테스트 수행의 향상이 껌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 반면, 껌과 연습효과에 대해 같이 들은 사람은 껌의 효력을 덜 믿을 것이다. 실험의 조작이 껌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참가자는  또 껌이 얼마나 빨리 효력을 발휘했는지 판단했다. 껌이 강한 효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시간을 30초 짧게 판단했다.

 

 

 

 

 

그럼 효력이 나타나기까지의 경과시간을 느끼는 정도와 장래 행동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는 어떤 제품의 효력을 굳게 믿는 사람들이 동일한 효력의 다른 제품들을 사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기민성 테스트가 끝난 후에 참가자들은 에너지바가 기민성을 높인다는 설명을 들었다. 껌이 기민성에 강한 효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껌 대신 에너지바를 사용하기를 꺼려했다.

 

참가자들은 두번째 기민성 테스트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번에도 테스트 전 껌이 제공되는데, 참가자들에게 테스트 전 언제 껌을 씹을지를 물어 봤다. 껌의 효력을 강하게 믿는 사람들은 시작 바로 직전에 씹을 거라고 응답했다. 즉, 이 사람들은 껌의 효력이 매우 빠른 시간에 나타날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이 일단의 연구결과는 흥미롭다. 어떤 제품이건 효력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만약 당신이 실제보다 이 시간을 짧게 인식하고 있다면, 굳이 시간을 길게 잡을 필요가 없다. 결국 이런 사람들은 (효과를 원하는 시점에 가까워서야 제품을 사용하게 되므로)실제 제품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결과를 통해 제품의 효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제품 사용에 일정한 규칙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주의력을 높이기 바로 직전에 커피를 마신다. 하지만 정작 카페인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30-45분 정도가 소요된다. 만약 당신이 이 경과시간을 과소평가하고 효력을 원하는 시점에 가까워서야 커피를 마신다면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 대신 제품의 효력이 언제 나타나는지 알아둔 다음 일생생활에 규칙을 정해서(i.g,. 오후 업무 30분 전쯤 커피 마시기) 효력을 극대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스펜트
작가
제프리 밀러
출판
동녘
발매
2010.08.12


난이도:


' 진화심리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윈, 짝짓기, 유전자 등일 것이다. 그런데 이 학문이 소비심리학에 적용된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인간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이 소비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둘 간의 관계를 떠올리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나 는 갓 사드(Gad saad)의 블로그를 즐겨 읽는 편이다. 그는 '진화소비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홀로 개척한 사람이다. 이 블로그의 글을 읽다보면, 진화심리학이 마케팅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수 있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갓 사드와 같은 관점을 가진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제프리 밀러라는 학자가 바로 그 사람인데, 그의 저서 '스펜트'가 국내에도 출간되었다.


인 간이 사용하는 물건은 대략 몇가지 범주로 나뉜다. 그 중 일부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사용성 여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도 있다. 이런 부류의 물건을 '과시재'라고 한다.

과 시재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비싼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명품 백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진화소비 심리학은 이 과시재가 우리의 '적응도 지표'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신체 건강, 마음씨, 생식 능력 등 진화를 거치며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표들을 표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 마케팅이 추상적으로 정의했던 사람들의 소비욕구를 Big5(인간의 성격을 분류하는 대표적 5요인을 말한다)로 설명한다. 그는 과시재가 Big5(결국 이것도 하나의 적응도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어떤 물건이 잘 팔릴지를 알아보려면 개인의 성향(개방성, 외향성, 성실성, 친화성, 신경성)을 알아보는 것이 훨씬 빠르다. 기존의 관점처럼 소비자 집단을 성별이나 나이, 집단 등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Big5를 사용하는 것이 소비패턴을 훨씬 잘 설명한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는 Big5가 좋아하는 음악, 자신의 블로그 사이트 꾸미는 방식, 심지어 페이스북 사용 패턴까지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연구들을 잘 요약한 책으로 '스눕(snoop)'을 추천한다)


이 설명은 다소 급진적으로 보인다. 저자는 책의 중간 부분에서 각 요인에 해당하는 과시적 물건을 예시하며, 인간의 허황된 과시 욕구를 풍자한다. 지능이라면 형질을 과시하려면 대학 졸업장, 성실성이라면 잘 손질해야만 하는 화분이나 어항, 낮은 친화성은 공격적으로 생긴 대형 오토바이나 대형차.... 우리는 자신의 소비가 결국 허황된 자기 표현 욕구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모른 체로 살아간다.


책 의 끝부분에서는 극으로 치달은 과시적 소비 현상을 해결할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5요인을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조금 황당하다. 이 해결책은 아마 많은 사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실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정부와 법의 간섭 대신 사회 규범(지역 공동체의 규범이나 도덕, 보통 배척이나 조롱 등 집단적 행사를 통해 개인의 일탈을 징계한다)의 활성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역적, 또는 소규모 공동체는 그들만의 가치관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에, 과시적 소비로 사람을 판단하는 천편일률적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과시적 소비를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그들 자체의 징계 방법으로 일탈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 신의 형질을 알리기 위해 미친듯이 돈을 벌고 미친듯이 물건을 사는 이 어지러운 세상이 쉽게 종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의 유전자 과시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고 보다 도덕적, 효율적인 방법으로 표현한다면 본인 스스로에게는 천국이 될 것 같다.



온갖 과시적 소비재로 즐비한 청담동 한복판에서 이런 글을 쓴다는 게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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