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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동네 도서관을 찾아갔다. 나는 전공이 심리학인지라 도서관에 가면 제일 먼저 심리학 코너로 향하는 버릇이 있다. 한 쪽 구석에 있는 심리학 코너로 다가가서 새로 나온 책들이 없는지 살펴보는데 문득 주목을 끄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그 건 앨런 배들리가 쓴 '당신의 기억'이었다. 기억 연구에 평생을 바친 석학이 2009년에 새롭게 쓴 책이었다. 그간 기억에 관해 진행되었던 연구들과 함께 최근에 밝혀진 사실까지 덧붙여진 듯 했다. 이런 책을 출간된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니 조금 아쉬웠다.
그 러나 그 책은 진가에 걸맞지 않게 아무도 손을 댄 흔적이 없었다. 도서관 열람실에는 수많은 중고등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 아무도 이 책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문득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공부한 내용을 잘 기억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한다. 기억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시급한 사람이 학생들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머리 속에 지식을 집어넣는 데에는 급급하고, 기억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
나 는 먼지가 쌓인 새 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아두었다. 다음주에는 도서관에 들러서 이 책을 빌려가야겠다. 공부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오면서, 나는 정말 값진 책은 우리 주변에 숨어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뉴욕타임즈에 실린 기억 방법에 관한 고찰을 번역해 봤다. 기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전에 이 투표를 한번 해 보길 권장한다.
출처: 뉴욕 타임즈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매
년 9월이 될 때마다 수많은 학부모들이 마술을 부리려고 노력한다. 여름 방학동안 놀기에 정신없던 아이를 모범생으로 바꿀 수
없을까, 컴퓨터에 빠져 있는 아이를 책벌레로 만들 수 없을 까 고민한다. 이들이 알고 있는 조언은 거의 대부분 익숙하다. 조용한
공부 공간을 만들어 주어라. 숙제를 미루지 마라. 목표를 정해라. 기간을 정해라. 아이를 돈으로 유혹하지 마라(긴급상황을
제외하고).
교실을 한번 둘러보자. 자녀의 학습 스타일이 새 학기에 새로 만난 선생님과 잘 맞는가? 학교의 교육 방침과는 잘 맞는가? 아닐 수도 있다.
자
녀교육에 대한 학습법들은 뚜렷한 교육지침을 제시하지 않는 거 보통이다. 게다가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학생의 특성과 선생님의
교육 방식은 확실히 상호작용한다. 게다가 자녀의 성격과 가정의 분위기도 또다른 변수가 된다. 결국 학습법이 그 집 자녀에게 반드시
효과를 발휘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학생에게 효과를 발휘할 만한 전략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최근 인지 과학자들은 간단한 방법으로 학습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있음을 주장해왔다.
이
런 연구 결과들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눗셈과 씨름하는 초등학생부터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퇴직인까지 모두
해당된다. 그런데 학자들이 주장하는 방법 대부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천하기가 망설여진다.
예를 들어, 한 장소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공부 장소를 바꿔주는 것이 기억을 돕는다. 또 학습과 구분되지만 관련되는 기술이나 개념을 익히는 것이, 한 가지 학습자료에 집중하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
"이런 원칙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학교가 이 방법을 채택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 또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이를 배우지 못하는 것도 의아하다"라고 Robert A. Bjork(a psychologist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는 말했다. "대신 우리는 검증되지 않은 학습방법을 헤매다가 효과를 보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특정 학습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그렇다. 소위 "시각 학습 스타일"이나 "청각 학습 스타일", "좌뇌형 학생", "우뇌형 학생"이 대표적이다.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연구결과에 의하면, 심리학자들은 이런 주장이 전혀 근거없음을 밝혀냈다. "지구상에 수많은 학습 방법이 있는데도 그 효과를 검증한 경우는 드물다"라고 연구자들은 결론지었다.
선
생님의 교육방법도 마찬가지다. 어떤 교사는 폴스타프처럼 칠판 앞을 깡총깡총 뛰어다니면서 가르친다. 반면 어떤 교사는 수줍음을 잃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교육 방법이 학습 효과에 도움이 되는지 밝혀내지 못했다"고 Daniel T. Willingham(a
psychologist at the University of Virginia and author of the book “Why Don’t Students Like School?)은 말했다.
그
러나 개인의 학습 방법은 또 다른 문제다. 심리학자들은 학생들의 학습방법으로 신성화되고 있는 원칙들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많은 학생들이 특정 장소, 특정 방이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걸 고집한다. 연구자들은 그 반대로 주장한다. 1978년
진행되었던 고전적 실험에서 심리학자들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40개의 단어를 암기하게 했다. 참가자 중 일부는 두 개의 방에서 -창이
없는 방과 뜰이 보이는 현대적 느낌의 방 - 단어를 암기했다. 이 학생들은 같은 방에서 단어를 두번씩 본 학생들보다 시험점수가
좋았다. 그 이후의 연구들도 이같은 효과를 다양한 주제에서 발견했다.
우
리 뇌는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과 공부하고 있는 '배경'을 연합시킨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우리 지각이 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와 상관이 없다. 우리 뇌는 Versailles Treaty에 관한 내용을 기숙사 공부방과 연결시키거나, 마셜 플랜에 관한
내용을 정원의 버드나무와 연결시킨다. 뇌가 한 가지 학습내용을 다른 여러 내용과 연결시키는 것은 튼튼한 뉴런 뼈대를 만드는 것과
같다.
"학습하는 환경이 다양할 경우, 정보가 풍부해져서 망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Bjork는 말했다.
한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경우에도 여러 형태의 학습물을 접하는 것 - 단어를 새로운 언어로 읽거나 말해 보는 것 - 은 뇌에 보다
깊은 인상을 준다. 음악가들은 이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여러개의 스케일이나 리듬을 섞어서 연습을 한다. 운동선수 역시
강도, 스피드, 기술을 섞어서 연습한다.
이런 방법의 이점은 놀라울 정도다. 최근 Applied Cognitive Pssychology에 게재된 논문에
서, South Florida대학 교수인 Doug Rohrer와 Kelli
Taylor는 4학년에게 4가지 수학공식을 가르쳐봤다. 이 공식들은 프리짐의 여러 양상을 계산하는 것이었다. 참가자 중 절반은
한가지 공식을 반복적으로 익혔다. 이들은 주어진 값에 따라 Prism face의 숫자를 계산하고, 그 다음 공식으로 넘어간 뒤
다시 예제를 반복해서 익히는 방식을 취했다. 다른 학생들은 공식을 모두 섞어서 배웠다. Both groups solved
sample problems along
the way, as they studied.
하
루 뒤,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어제 푼 것과 비슷한 문제를 주고 테스트를 해 봤다. 공식을 섞어서 배웠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두배나 잘했다(77 VS 38%). 연구자들은 이 결과가 성인이나 어린 학생들에게 동일하게 나타남을 발견했다.
"
학생들이 일련의 문제들을 보게 되면, 문제를 읽기도 전에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할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연구자는 말했다.
혼합된 방식은 "자전거 타기를 보조바퀴와 함께 연습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습 단계에서 혼합방식을 사용했던
학생들은 각 문제가 지난 번에 봤던 문제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공식을 적용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바로 이런 능력이
시험에서 요구되는 능력입니다."
이 결과는 비단 수학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예술적 직관에도 적용된다. 지난 달 Journal Psychology and Aging에 게재된 논문에
서, 연구자들은 대학생들과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익숙치 않은 12명의 미술가가 그린 그림을 구분하는 능력을 연구했다. 그 결과
다양한 그림을(12명의 작품) 혼합해서 봤던 집단은 한 사람의 미술가가 그린 12개의 작품을 본 경우보다 그림을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런 결과들은 창조적인 분야에서 집중만을 강조하는 방법이 최선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Nate Kornell(a psychologist at Williams College
and the lead author of the study)은 말했다. "여러가지 화가의 그림을 본 경우 뇌가 복잡한 패턴을 추출해 낸 겁니다. 어떤 것이 서로 비슷하고 다른지를 뽑아낸 거죠".
인
지과학자들은 벼락치기 공부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쉬지않고 머리속에 꾹꾹 눌러넣는 공부방식은
단기적으로 좋지만, 결국 내용을 전부 잊어버리게 된다. 고학년으로 올라감에도 불구하고"많은 학생이 학습내용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마치 그 내용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는 표정이죠."라고 Henry L. Roediger III(a
psychologist at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가 말했다.
만
약 우리가 지식을 지속적으로 차근차근 축적하면 기억이 꽤 오래 간다. 예를 들어 오늘 한 시간 공부하고, 주말에 한 시간
공부하고, 다른 주에 한번 공부하는 것이다. 소위 spacing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기억을 돕는다. 학생들이 시험 기간이
닥쳐서 벼락치기를 하기 위해 고도의 집중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 학습법의 효과가 어디에 기인하는지는 모른다. 아마 뇌가 반복을 통해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기 전에 해당 기억을 굳히는 작업을 하는 지도 모른다(self reinforcing).
"망각은 기억의 친구다"라고 Kornell 박사는 말했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잊어버린다면, 당신은 그걸 다시 학습하게 되고, 그 다음번에는 재학습 하는데 노력이 훨씬 덜 들어가게 된다." 인
지과학자들이 '시험'을 좋은 학습 도구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억을 인출한는 과정은 책을 서재에서 꺼내는 것과 다르다.
기억을 꺼내는 과정은 기억이 저장되어 있는 방식을 변화시키게 되고, 이 기억을 추후에 더 접근하기 쉽게 만든다.
Roediger
박사는 물리학의 Heisenberg uncertainty principle을 비유로 든다. 이 법칙에 의하면 입자의 성질을
측정하는 행위가 그 입자의 성질을 변화시킨다. "시험은 지식을 측정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꿔놓기도 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 변화로 인해 기억은 더욱 공고해진다. 그의 실험에
서, Roediger 박사와 Jeffrey Karpicke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능력을 실시하면서 과학에 관련된 문장들을 읽게
했다. 만약 학생들이 두 세션동안 동일 자료를 '학습'하기만 했다면, 그 다음 치뤄진 시험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겠지만 그 후부터
내용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첫번째는 학습으로, 두번째는 시험을 학습을 한 경우 이틀 뒤 치뤄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뿐더러,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았다.
"보통 시험은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표준화로써의 테스트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이 개념을 다르게 불러야 할 것이다. 시험은 강력한 학습도구라는 것이다"라고 박사는 말했다.
사
람들이 시험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험 준비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시험이 사람들 힘들게 하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인 학습도구라고 연구자들은 설명한다. 어떤 내용을 힘들게 기억한 경우, 나중에 까먹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효과를 학자들은
"desirable difficulty'라고 부른다.
정
신적인 노력이 더 많이 들수록, 나중에 기억 속에 단단히 뿌리가 내린다. 그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이런 전략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 공부 환경 바꾸기, 학습 자료를 섞어서 공부하기, 일정한 기간으로 나누어서 학습하기, 자기가 스스로 시험을 보기 -.
그러나 이 외에도 동기적 요소나, 훌륭한 친구를 두는 것도 학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연구실에 진행하는 실험은 참가자가 학습 하는 것 외에 다른 모든 요소들을 통제할 수 있다"라고 Willingham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교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다른 모든 요소들이 학습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어찌됐든, 위에서 설명한 인지적 전략들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학생의 학습전략은 증거를 통해 입증된 방법에 의해서 해야지, 길거리에 떠도는 뜬소문에 근거하면 안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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