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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심리학

마이클 센델의 책이 인기있는 이유


Image : http://www.hsci.harvard.edu



글 : 인지심리 매니아


필자는 한 고등학생에게 영어 원서를 추천해주기 위해 교보문고에 들렀다. 이 학생은 그동안 영어 원서를 읽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대부분의 원서가 너무 어려워서 고작 몇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쉽고 재미있는 책을 골라주기로 마음 먹었다. 


원서 코너를 돌아다니던 중, 마이클 센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한번 죽 훑어봤는데, 문장이 쉬울 뿐더러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책이었다. 도덕적 논쟁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책을 추천해주고 난 다음 며칠이 지났다. 책을 읽어봤냐고 학생에게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이 학생은 책에서 언급한 도덕적 문제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으며 여기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이기까지 했다. 평소 영어책 읽는 것을 무척 싫어하던 학생이었다는 점이 믿기지 않았다. 학생은 책에 완전 매료되어 있는 것 같았다. 


비단 이 학생 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이클 센델의 도덕적 질문에 매료된다. 그런데, 그의 질문은 우리 생활과 직접적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필자는 놀이공원에서 돈을 내고 긴 줄을 통과하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기여 입학을 할 만큼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제시한 도덕적 문제에 강한 관심을 가진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이득이 없는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도덕적 사안에 대해서는 금전적 이익과 상관없이 토론하거나 행동을 취하려고 한다. 


Daniel Effron과 Dale Miller는 2012년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서 이 주제를 연구했다. 연구자들의 의하면,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자신과 관련이 없을지라도, 그 사건이 도덕적 관점에서 공론화될 경우 어떤 행동을 취하려 한다. 


한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남녀 간 대화하는 글을 읽었다. 지문 속에서 남녀는 낙태를 찬성하는 입장을 옹호하고 있었고, 낙태 찬성 집단에게 돈을 기부하려고 했다. 실험 결과, 낙태가 도덕적 문제라고 생각한 참가자들은 지문 속 인물들의 주장에 대해 자신이 대변하려고 하거나 지문 속 인물의 주장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즉, 사람들은 그 도덕적 문제가 자신과 상관 없을지라도 누구나(지문 속 인물이든 자신이든) 정당한 의사표시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범죄피해자의 권리에 관해 연구했다. 참가자들은 범죄로 인해 파손된 두 집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한 집은 파손으로 $1,000의 손해를 입었고, 다른 집은 $80의 손해를 입었다. 참가자들은 첫 번째 집주인이 더 많은 손해를 입었으므로 그가 당연히 화를 낼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다른 참가자들에게 변형된 이야기를 제시했다. $80의 손해를 입은 집의 경우, 범인들이 집주인을 모욕하는 그라피티를 남기고 갔다고 말해준 것이다. 이렇게 범죄를 도덕적 차원의 문제로 제시한 경우, 사람들은 $80의 손해를 입은 주인이 더 화를 낼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즉, 어떤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하고 싶은 욕구는 돈 문제 뿐만 아니라 도덕적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이기적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이득이 되거나 돈이 되는 상황에만 개입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어떤 문제가 도덕적으로 공론화 되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기꺼이 그 문제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개진하려고 한다. 인간의 행동은 돈 뿐만 아니라 도덕적 동기에 의해서도 유발된다. 이것이야말로 도덕이 가진 위대한 힘이며, 이기적인 개인을 뛰어넘어 사회 문제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마이클 센델은 이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도덕적 토론을 요구하고, 이를 통해 사회를 개선하자고 촉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의견에 동참한다. 이것이 마이클 센델을 유명한 철학자로 만든 힘이다.


  1. Daniel A. Effron, Dale T. Miller, How the Moralization of Issues Grants Social Legitimacy to Act on One's Attitude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01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