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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의사결정/추론

의사결정 전략의 진화적 접근

출처: Research Blogging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램프 고르기


당 신이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떨어졌다고 상상해보자. 그 곳에는 램프 두 개가 있다. 하나는 3개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램프다. 나머지 다른 하나는 다소 변덕스러운 램프다. 어떤 경우는 1개의 소원만 들어주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7개의 소원을 들어준다. 결국 이 램프를 문지를 때 소원이 1개만 이루어질지 7개가 이루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 우리가 있는 곳은 '램프가 희귀한' 사막이다. 내일 다시 이와 동일한 두 개의 램프와 맞닥뜨릴 수 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이 램프와 다시 조우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당신은 두 개의 램프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Figure 1: If you're lucky, the genie will have the voice of Robin Williams and will sing to you.


종전 연구들은 우리가 위험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무언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인간은 보다 안전한 대안을 선택한다. 그러나 '램프가 희귀한 사막'에서라면 인간은 모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이 램프와 언제 다시 마주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원은 희소성이라는 속성을 가진다. 기회는 흔한 것이 아니므로 할 수 있을 때 많은 소원을 빌어야 할 것이다.


동물들도 우리와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음식을 얻고 맹수를 피한다는 점에서는 인간과 다르지만 말이다. 자연 선택은 진화 과정에서 환경에 적합한 특정 의사결정 메카니즘을 선호했을 것이다. 동물들의 위험 선호(Risk preference)의 정도는 각각 다르다. 이런 변산성은 동물들이 자신에 환경에 맞게끔 의사결정 전략을 바꾼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만약 위험한 대안의 위험성이 그다지 크지 않고, 다른 자원들을 주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위험한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동물들에게는 최선의 결정일 것이다.



침팬지와 보노보의 차이


그 럼 정말 먹이를 구하는 생태와 의사결정 메카니즘은 연관이 있을까? 아니면 종 간의 의사결정 차이가 단순히 요구특성(참가자들이 특정 방식, 대개 독립변인의 수준과 무관하게 실험의 가설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반응하게끔 만드는 실험자의 특성- 역자 주)을 반영한 것일까? 하버드와 듀크대의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파헤쳐보고자 했다. 이들은 침팬지와 보노보(피그미 침팬지)의 먹이 생태가 위험 선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가정했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나왔지만 몇가지 다른 점이 있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서식하며, 다른 자원을 사용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채식이 위주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보노보의 경우 먹이를 사시사철 아무곳에서나 구할 수 있는 곳에 산다. 이런 풍족한 환경에서 살다보니 보노보는 먹이를 구하는 행동과 관련해서 위험을 피하는 반면, 침팬지는 먹이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또 다른 차이점은 침팬지의 경우 먹이를 구하기 위해 원숭이도 사냥한다는 점이다. 이 대안은 확실히 위험하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보노보는 먹이가 풍부한 반면 침팬지는 다소 궁핍한 삶을 영위하며 따라서 경쟁이 발생한다. 따라서 보노보는 침팬지에 비해 위험을 피하는 성향이 강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아까 예로 든 이야기를 빌려오자면, 보노보는 '램프가 풍성한 사막'에 살고 있는 것이다. 1 or 7이라는 위험한 대안보다는 3개의 소원을 들어주는 확실한 램프를 선호하는 것이다. 반면 침팬지는 '램프가 희귀한 사막'에 살고 있다. 3개의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보다 위험하더라도 7개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대박을 노리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실험


Figure 2: Researcher Brian Hare with Malou, a bonobo from Lola. Click to embiggen.


독일 라이프치히 동물원의 Primate Research Center는 5마리의 침팬지와 5마리의 보노보(각각 남 3, 여 2로 구성)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10마리는 모두 사육되었으며 사육과정에서 먹이를 항상 제공했고 물도 마음대로 마실 수 있었다. 10마리 모두 이전에 인지/행동과 관련된 실험에 참가한 경험이 있었다. 원숭이들에게는 야채와 과일을 매일 제공했고 고기도 일주일당 1번 꼴로 제공했다(이 패턴은 테스트를 하는 동안에도 유지되었다). 원숭이들이 우리에 갇혀서 지냈고 음식을 정기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험 결과에서 두 종 간 차이가 난다면 이는 전적으로 유전적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먼저 연구자들은 원숭이들이 숫자를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원숭이들이 포도 네 송이와 일곱 송이를 구분할 수 있을까? 원숭이들은 전부 이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고, 연구자들은 실험을 진행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Figure 3: Experimental Apparatus. Chimps and bonobos chose between fixed and risky rewards, hidden under the bowls.


실험에서 원숭이들은 각각 다른 색상과 모양을 가진 2개의 그릇이 엎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한 그릇 아래에는 언제나 포도 4송이가 있다. 두번째 그릇 아래에는 포도가 1송이만 있거나 7송이가 있다. 확률은 각각 50%이다. 전자는 고정된 보상을, 후자는 위험한 대안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험을 진행하기 전, 연구자들은 그릇과 보상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원숭이들을 학습시켰다. 어떤 경우는 포도 4송이를 의미하는 그릇만 제시했고, 다른 경우는 '1 or 7' 그릇만 제시했다. 원숭이들이 이 그릇과 익숙해지도록 만든 다음, 총 3 세션에 걸쳐 실험이 진행되었다. 한 세션당 20 trial이 진행된다.


Figure 4: Results. Bonobos in slashed bars, chimpanzees in black bars. Values represent the proportion of trials when the fixed option was chosen, with standard error.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침팬지는 실험 전체에 걸쳐 위험을 추구했다(1 or 7). 침팬지는 회기가 계속될수록 위험을 점점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보노보는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다(포도 4송이를 선택). 두 집단을 비교했을 때 침팬지는 보노보보다 위험을 더 추구했다. 5마리 중 4마리가 위험을 선호했으며, 보노보는 5마리 모두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 외에 성별이나 나이에 따른 영향은 없었다.


이런 차이는 원숭이들이 숫자 계산을 못 하기 때문이 아니다(원숭이들이 4송이와 7송이를 구분할 수 있었음을 기억해보자). 원숭이들이 일관되게 큰 수의 포도송이를 고른 것을 보면, 이 결과가 원숭이의 동기로 인한 결과도 아님을 보여준다.



논의


침 팬지와 보노보는 동일한 과제에서 전혀 다른 의사결정 전략을 사용했다. 침팬지가 위험 선호를 추구하는 반면, 보노보는 안전을 선택했다. 물론 이 결과는 두 종이 동물원의 다른 곳에서 살고있으며, 두 종간 문화가 다르다는 사실을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종이 모두 우리에 갇혀서 사육되었고 음식을 정기적으로 제공받은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이런 차이가 선천적 - 즉 진화 과정에서 발달한 인지 전략 - 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더불어, 이 연구를 뒷받침하는 수렴적 증거가 있다. 다른 연구결과는 침팬지가 보노보에 비해 더 큰 보상을 얻기 위해서 오래 기다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 보상의 지연이 증가함은 '위험'을 의미한다. 침팬지가 더 오래 기다렸다는 사실을 위험을 더 감수한다는 의미이다.


이 시점에서 독자는 왜 우리가 원숭이의 의사결정 전략을 연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 모른다. 한가지 대답은 인간 역시 이들의 의사결정과 다를 바 없는 전략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은 먹이를 구하거나 기타 진화에 적합한 방식으로 발전했다. 경제적 선호에 관한 진화적 접근은 인간의 본성을 보다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해 준다.


Reference

Heilbronner, S., Rosati, A., Stevens, J., Hare, B., & Hauser, M. (2008). A fruit in the hand or two in the bush? Divergent risk preferences in chimpanzees and bonobos Biology Letters, 4 (3), 246-249 DOI: 10.1098/rsbl.2008.0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