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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의사결정/추론

인간은 범죄자의 범죄의사를 어떻게 파악하는가?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타 인의 행동에 대해서 잘잘못을 따질 때 우리는 어떤 요소를 고려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위자의 내적 상태(mental states)일 것이다. 행위자에게 정말 고의가 있었는지, 발생한 결과에 대해 예상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행위자를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내적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어린이에게 힘든 일이지만, 성장과정에서 차츰 발달하며 성인에 이르면 노련해지게 된다.


그 렇다면 뇌의 어떤 부위가 타인의 내적 상태를 파악하는 데 사용될까? fMRi 연구 결과에 의하면 medial prefrontal cortex, precuneus, temporoparietal junction이 타인의 내적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동원된다. 특히 오른쪽 측두정엽(right temporoparietal junction, RTPJ)은 타인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에 대한 믿음(belief)를 가지고 있었는지 판단한다. 예를 들어, 타인을 죽이려는 누군가가 설탕을 독약으로 믿고 커피에 설탕을 탔다면, 행위자는 가루가 독약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RTPJ는 우리가 "행위자의 행위 과정에서 자기 행동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판단할 때 활성화된다.


그 럼, 이 부위가 고장 나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행위자에 대한 비난도 감소할까? RTPJ가 마비돼서 행위자의 믿음을 알 수 없다면, 그 사람이 설탕을 독약이라고 믿지 않았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행동에 대한 비난도 감소할 것이다. 참 재미있는 가정이다. 만약 배심원의 RTPJ를 마비시킬 수만 있다면 희대의 살인마도 무죄로 풀려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배심원들은 "피고가 목을 조르긴 했지만, 죽을거라고 믿지는 않았을 거에요"라고 말할 것이다.



실험


Young, Camprondo, Hauser, Pascual-Leone, Saxe는 이 재미난 생각을 실험으로 입증해보였다. 이들은 피험자에게 일련의 상황을 보여주고 행위자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판단하게 했다.


피험자들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야기를 보게 된다.

 

6초

background

6초

foreshadow

"그 가루는 설탕이었다"

6초

믿음

"그녀는 그 가루가 독약이라고 믿었다"

3초

행동

"그녀는 그 가루를 친구의 커피에 탔다"

3초

도덕적 판단

"그 가루를 커피에 타는 행동은

금지되어야 한다 1-2-3-4-5-6-7 허용가능하다"



피 험자들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 각 문장을 6초씩 순서대로 보게 된다.  foreshadow의 경우 부정적인 경우(독약인 경우) 또는 중립적인 경우(설탕)가 제시된다. 믿음 역시 부정적 또는 중립적(독약/설탕이라고 믿었다)인 경우가 제시된다. 따라서 동일한 시나리오에서 2 x 2 =4가지의 이야기 유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피험자들은 총 6개의 이야기를 보는 동안 각 이야기마다 이렇게 4가지의 변형된 이야기를 보게 된다. 결국 총 24가지의 이야기를 보게 되는 셈이다.

각 이야기가 제시되고 난 다음에는 행위자의 행동이 잘못되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그 행위가 정말 해서는 안될 행동이라면 1점, 허용 가능하다면 7점을 주면 된다.


연 구자들은 행위자의 믿음에 관한 문장이 제시되는 순간 참가자의 TMS(경두개 자기 자극)를 이용해서 참가자의 RTPJ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켰다(전기로 뇌 일부를 마비시킨다고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이렇게 RTPJ가 마비된다면 행위자의 믿음에 관한 정보가 우리 뇌로 들어오는 것이 차단될 것이고, 참가자는 행위자의 행동이 허용 가능하다고 판단될 것이다.



결과


실험 결과, 연구자의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를 일부 발견했다.




TMS로 RTPJ가 마비된 참가자는 통제조건의 참가자보다 행위자의 행위를 허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그래프에서 RTPJ-TMS 조건이 전반적으로 점수가 높음에 유의).

큭 히 attemped harm(행위자는 가루를 독약으로 믿었는데 실제로는 설탕이었던 경우, 그래프에는 나와 있지 않음)의 경우 RTPJ가 마비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행위자에 대한 비난을 덜하는 경향을 보였다[independent samples t test: t(81)=2.11, P = 0.038].


그 러나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Belief에 대해서 완전히 생각을 못하게끔 만들지는 못했다. accidental harm(설탕이라고 생각했는데 독약이었던 경우)과 intentional harm(독약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독약이었던 경우)을 비교해 봤을 때 전자가 훨씬 허용가능하다고 응답했던 것이다. 피험자의 뇌를 완벽하게 조작했다면 두 조건간 허용 가능 정도는 똑같았을 것이다.


비록 효과가 약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행위자의 믿음을 판단하는 것이 행위의 잘못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뇌의 특정 부위가 이런 판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았다. 이 런 연구는 어린이의 성장 과정에서 타인의 행동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성숙하는지, 또 자폐아가 타인의 행동을 판단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서, 인간의 도덕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Reference

Young et al, Disruption of the right temporoparietal junction with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reduces the role of beliefs in moral judgments, PNA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