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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HCI

주관적 무선성(randomness)의 아름다움


We feel fine




글: 인지심리 매니아


We feel fine은  인간의 감정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웹사이트다. 이 웹사이트는 전세계의 네티즌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수집해서 그 문장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보여준다. 만약 점이 밝은 빛을 띄고 있다면 행복함을 의미하고 반대로 어둡다면 슬픔을 의미한다.

이 웹사이트는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인간의 감정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했다. 점들이 지닌 색상은 자칫 무질서해 보이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지만, 잭슨 폴락이 뿌려놓은 페인트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치 우주에 떠 있는 수많은 행성들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무선적으로 보이는 이 점들의 색상이 정말 ‘무선적'일까?

심리학은 인간이 느끼는 주관적 무선성과 통계학의 엄밀한 무선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음 두 그림을 예로 들어보자.

그림1


그림2



둘중  어느  것이 진짜 무선적으로 보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 1이 더 무선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컴퓨터가 만들어낸 진짜 무선적 패턴은 그림 2다.  

사람들이 착각한 이유는 그림 1에 ‘규칙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규칙을 찾을 수 없는 복잡한 패턴을 무선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패턴에서 규칙을 찾을 수 있다면 무선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림 1은 한 점 주위에 유사한 색상이나 밝기의 점이 없다. 따라서 점들이 어떤 규칙으로 배열되었는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무선적 배열로 지각된다. 반면 그림 2는 한 점 주위에 유사한 색상이 오거나 대칭을 이루는 등 규칙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무선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이나 디자인을 관찰해보면 색상이  그림 1처럼 주관적 무선성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어쩌면 주관적 무선성이 진정한 무선성보다 인간에게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 Cognitive science[각주:1]에 이 주제를 다룬 논문이 게재되었다. 연구자는 Damien Hirst의 작품 81개와 디자인에서 발견한 무선적 색상 배열 44개를 컴퓨터로 만들어낸 난수와 비교했다. 먼저 각각의 작품이 가지는 색상의 변이를 측정하기 위해, 포토샵으로 해당 작품의 각 색상마다 밝기(L) , 빨강/마젠타(a), 노랑/파랑(b)의 정도를 측정해서 색상 행렬 C를 만들었다.

C=(ci,j)i,j=([Li,j*,ai,j*,bi,j*])1<=i<=M, 1<=j<=N

그 다음 한 색상과 인접 색상의 차이, 즉 변이를 알아내기 위해 다음 공식을 사용했다.

d(c1,c2) :=[(L1-L2)2+(a1-a2)2+(b1-b2)2]1/2

즉,  한점 c1과 이웃한 점인 c2의 색상 차이는 d(c1,c2)와 같다.  따라서 한 작품의 총 색상 변이는 d를 다 더한 값과 같다.


그 다음, 몬테카를로 실험을 통해 각 작품의 변이를 컴퓨터가 만들어낸 무선적 행렬과 비교했다. 비교 결과, 예술작품이나 디자인 패턴은 진짜 무선적인 패턴보다 변이가 훨씬 심했다. 아래 그래프는 실험에 사용된 디자인 패턴 중 55% 정도가 진짜 난수의 변산 분포 중  95% 보다 높은 수준의 변산을 지님을 보여준다.




실험 결과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인간이 생각하는 무선이 진짜 무선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색상 간 변이가 훨씬 심한 경우 패턴이 무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두번째로 인간이 변이가 심한 무선적 패턴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예술작품이나 디자인 패턴에 주관적 무선성이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주관적 무선성이 아름답게 느껴짐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이 논문은 요인들을 직접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인간이 변이가 심한 패턴을 진짜 무선적이라고 느끼는지, 또 이런 패턴을 선호하는지 알아보려면 요인을 직접 조작한 다음 참가자들에게 해당 패턴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물어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1. Sanderson, Y. B. (2011), Color Charts, Esthetics, and Subjective Randomness. Cognitive Science. doi: 10.1111/j.1551-6709.2011.01198.x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