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세간에 기발한 유행어가 자주 등장한다. 악마 에쿠스, 지하철 막말녀 등 두 가지 단어를 조합한 신조어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두 개의 개념(단어)이 결합된 형태를 ‘개념 결합'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네티즌들이 처음 본 이 단어들을 금방 이해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악마 에쿠스라는 단어를 학교에서 배우거나 사전에서 찾지 않아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어떤 원리로 복합 명사를 금방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심리학은 이 과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이 개념 결합을 이해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악마 에쿠스라는 단어는 악마가 가진 속성이 자동차에 결합되어 해석될 수도 있고(속성 대응 해석), 악마와 자동차가 독립적으로 결합되어 해석될 수도 있다(주제적 관계 해석). 전자를 따를 경우, ‘악마처럼 나쁜 자동차'라고 해석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 ‘악마가 타고 다니는 에쿠스'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 내에서는 개념 결합 이해 과정을 연구한 경우가 드물며, 그나마 제시된 이론들도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결국, 개념 결합의 이해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이 책은 개념 결합 이해 과정을 설명하는 기존 이론들을 소개하고, 이를 보완한 새로운 모형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최민경, 신현정, 2007). 새로운 모형은 주 개념에 외재적(관계적) 자질이 있는 경우 관계 해석이 이루어지고, 수식 개념에 내재적 자질이 있고 주 개념에 대응되는 자질이 있다면 속성 해석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이 모형에 의할 경우 에쿠스는 사람을 태우는 외재적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악마를 태우고 다니는 에쿠스'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악마가 가진 ‘나쁜'이라는 내재적 속성을 자동차도 가질 수 있다면, 이 단어는 ‘악마처럼 나쁜 자동차’로 해석될 것이다. 1
이 책은 개념과 범주, 범주 기반 귀납추리, 개념 결합의 심리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던 중 개념과 범주 이론들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참고하는 걸 추천한다. 특히, 개념 결합은 일반 교재에서 잘 다루지 않는 내용이므로 관심 있는 사람은 꼭 살펴보길 바란다.
- 최민경, 신현정(2007). 명사-명사 개념 결합 처리과정 모형의 제안 및 검증: 성분개념의 역할이 자질 간 부합성에 미치는 선택적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실험, 19, 401-432. [본문으로]
'인지심리 관련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 종교 본능 (1) | 2012.10.01 |
---|---|
[책 리뷰]앨빈토플러와 작별하라 (2) | 2012.07.22 |
[책리뷰] 선택의 과학 (0) | 2012.04.19 |
[책리뷰]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 (0) | 2012.04.04 |
[책 리뷰] 부동의 심리학 - 긴장해서 실수하지 않으려면 (2) | 2012.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