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4.20 토요인지모임. 장소: 서강대 정하상관. 발표자: 김정한 작가님. 사진: 인지심리 매니아.



글 : 인지심리 매니아


2013년 4월 20일 서강대에서 열린 토인모에 다녀왔다. 이번 모임은 ‘인지과학과 시각예술’이라는 주제로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정한 작가님이 발표를 맡아주셨다.


김정한 작가님은 인지 과학을 공부하기 전부터 인간의 지각-인지를 예술 작품과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한 대상이 다른 대상의 경험을 왜곡없이 경험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작가님의 문제 의식은 세미나를 통해 제시한 작품에서 엿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제시한 작품인 ‘Acrophobia(고소공포증)”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머리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비춰진 세상을 보여준다. 크레인에서 작업하는 사람의 고소 공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동물의 지각을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이 설치 작품은 새가 바라보는 세상을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필자는 새가 경험하는 세상이 우리의 세상과 어떻게 다를지 상상하면서 작품을 감상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새가 된 기분이었다.


그 외에도 대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한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었다. 무엇보다 주목을 끈 것은 인지 과학을 공부한 이후 제작한 작품인 ‘도시의 마음'이었다. 이 작품은 도시를 관통하는 데이터의 흐름을 Bio information + 빅데이터로 표현했다. 각각의 키워드들을 뉴런망 형태로 표현하고, 키워드들의 정서에 따라 신경망의 색상이 결정되는 기발한 작품이었다. 소셜 데이터를 시각화하거나  감성 분석을 시도하는 기업에게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명 : 도시의 마음. 김정한 작



발표 내용을 통틀어, 작가님이 풀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감각질(Qualia)’이었다. 위키피디아 정의에 의하면, 감각질은 ‘어떤 것을 지각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이나 심상’을 의미한다. 감각질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일인칭 시점이기에 주관적이며 객관적인 관찰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위 정의처럼 감각질은 어떤 대상의 주관적 경험이기 때문에 다른 대상이 공유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박쥐가 소리를 어떻게 ‘보는지’ 체험할 수 없다. 우리는 돌고래가 고주파음을 어떻게 듣는지 체험할 수 없다. 심지어 인간 간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적녹 색맹인 사람이 보는 빨강과 녹색을 우리가 그대로 체험할 수 있을까?


비록 완벽하진 않았지만 다른 대상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했던 작가님의 시도는 매우 훌륭하다. 비단 예술 분야 뿐만 아니라 인지 과학에서도 이런 시도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만약 인지 과학이 주관적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면, 폴 블룸의 주장[각주:1]처럼 어린 시절부터 ‘유아론'에 빠져있는 인간의 제한된 인식도 보다 확장되지 않을까?



필자는 세미나 후 식사 자리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려 봤다.


1. 학부생들을 위한 멘토링

토인모에 참석하는 학부생 중 상당수가 인지 과학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HCI, UX 등을 공부할 수 있는 관련 대학원, 입학 절차, 커리큘럼 등을 알려줄 멘토가 필요하다. 필자가 식사 자리에서 조언을 많이 해 주고 있지만, 보다 내공이 높으신 분들이 학부생들을 지도해 준다면 인지 과학 후학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 학문 - 기업 간 연계

토인모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인지 과학이 기업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례를 종종 발견한다. 그러나 세미나 후 점심 시간만으로는 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Collaboration을 하기에 부족한 감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별도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기업 종사자분들과 관심 분야를 공유하거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토인모는 매월 셋째주 토요일날 서강대에서 열린다. 다음 모임은 5월 25일 서강대 정하상관(J) 302호에서 열리는 ‘한국인지과학회'로 대체된다.

  1. Bloom, Paul. "The Moral Life of Babies". New York Times Magazine May 2010: 44-6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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