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잡 념은 흔히 공부의 적으로 간주된다. 수업 시간이나 공부할 때 딴 생각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공부할 때 뿐만이 아니다. 일을 할 때, 걸어 다닐 때, 심지어 게임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잡생각은 우리 머리 속을 계속 맴돈다. 정말 그림자처럼 끈질긴 존재다.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 만의 생각에 빠지는 이런 현상을 mind wandering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마음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mind wandering은 누구나 겪는 흔한 현상이다. 하지만 mind wandering이 왜 일어나는지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mind wandering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잡생각이 일이나 공부의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무관심은 놀라울 따름이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아마 스님들일 것이다. 불교는 마음이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상태(미망)를 다스리기 위해 명상을 권하기 때문이다.
그
런데, mind wandering에 관심 있는 사람이 스님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인지과학자들이다. 인지과학은 mind
wandering이 일어나는 기제를 알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기초적이기는 하지만 mind wandering이
일어나는 메카니즘이나 관련된 뇌 부위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오늘은 2011년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실린 Schooler 외1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Mind wandering의 개념과 문제점
인 지과학에서 밝혀낸 mind wandering의 기제는 우리 실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잡생각은 보통 불현듯이 시작된다. 잡생각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외부의 정보(책, 선생님, 컴퓨터 등)에 무감각하게 된다(필자는 다른 생각을 하다가 표지를 보지 못해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적도 있다!). 잡생각은 한 동안 계속되다가 '내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네?'라는 자각과 함께 멈춘다.
인지과학의 설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외부의 정보와 무관하게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SIT(stimulus independent thought)라고 한다. 내부에서 사고가 시작되면 우리 마음이 외부의 정보와 단절되는데 이 현상을 perceptual decoupling이라고 한다. 잡념에 빠져있다가 불현듯 자신이 잡생각을 한다는 인식을 하는 현상은 meta-awareness라고 한다.
하 지만, mind wandering에 대한 밑그림이 명확히 그려진 것은 아니다. 각 개념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은 아직 진행중에 있다. 우선, SIT가 perceptual decoupling을 수반하는지 알 수 없다.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에 빠져 있으면, 필연적으로 외부의 정보를 무시하게 될까? 두번째로 SIT가 default mode와 관련있는지 알 수 없다. default mode는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뇌에서 보이는 활성화 패턴을 말한다. 즉,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SIT가 발생할까?
개 념 간 관계 뿐만 아니라, mind wandering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잡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할 것인가? 더 나아가서, 우리가 잡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이 개관 논문의 저자들은 mind wandering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 각 개념 간의 관계를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증거들을 같이 소개하고 있다.
Mind wandering의 측정
mind wandering을 연구하기 위해선 mind wandering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사람 머리 속을 어떻게 꿰뚫어볼 수 있단 말인가?
행동적 측정
Mind wandering, SIT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absent-minded forgetting이다. 만약 누군가 SIT을 경험하고 있다면 외부의 정보를 부호화하는 데
방해를 받을 것이다. 따라서 SIT가 일어날 경우 부호화
수행이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독해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SIT가 일어난다면 글을 읽고 적절한 추론을 하는 데 방해를 받기 때문에 이해 정도가 떨어진다. 결국 이 방법들은 SIT가 perceptual decoupling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토대로 mind wandering을 측정하고 있다.
신경과학적 측정
ERP를 통해 피험자의 SIT를 측정할 때는 SART라는 과제를 사용한다. Go/No-go task라고도 불리는 이 과제는 보통 아래 그림처럼 진행된다. 참가자는 3을 제외한 모든 숫자가 나타날 경우 키를 눌러서 반응해야 한다. 단, 3이 나타날 경우 키를 누르면 안된다. 목표 자극이 나오기 전후로 비관련 자극들이 계속해서 제시된다. 또 실험 도중에 피험자의 주관적 보고를 관찰한다. 자극 중간 중간에 '방금 전까지 당신의 주의가 어디에 있었습니까? On-task/Off-task', '당신이 어디에 주의를 두고 있는지 인식하고 있었습니까? 인식/인식 못함'같은 질문이 나타나고 피험자가 응답을 하게 된다.
구성요소 간 관계
SIT-Perceptual Decoupling의 관계
Mind wandering 또는 SIT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럼 이번에는 잡념이 정말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는지 알아보자.
연구자들은 방금 전 소개했던 SART를 이용하여 ERP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이 SIT를 경험하는 경우 P3의 진폭이 작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외에도 동공의 크기를 측정한 연구는 SIT가 발생하는 동안 과제에 따른 동공크기의 변화폭이 작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시각적 탐색 연구의 경우 SIT가 일어나는 동안 목표자극과 방해자극에 대한 cortical response가 줄어든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전반적 연구 결과는 잡념이 외부의 정보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SIT와 Perceptual Decoupling은 서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SIT-DMN의 관계
또 다른 쟁점은 default mode(DMN)가 SIT와 관련있는지 여부다. 앞서 설명했듯이, default mode는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활성화 패턴을 말한다(Psychology today에서 default mode와 mind wandering의 관계를 설명한 글을 참조하려면 여기를 클릭). 우리는 보통 아무 일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을 때 잡생각이 많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DMN과 SIT는 서로 관련있는 개념인가?
DMN이 SIT가 어떻게 관련 있는지는 fMRI 연구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DMN은 외부 과제를 수행할 때 보이는 활성화 패턴과 부적 상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SIT와 DMN이 비슷하다는 간접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보다 직접적인 증거로는 Christoff 외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는 참가자가 SART를 수행하는 동안 과제에 집중하지 않으면 DMN 활성화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DMN이 perception과 경쟁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DMN이 Perceptual Decoupling과 관련있다는 사실은 DMN과 SIT의 관련성을 의심케 한다.
Meta-awareness
잡생각은 우리가 잡념에 빠져있다는 '인식'과 함께 사라지곤 한다. 일반인의 meta-awareness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또 일반인은 자신의 이런 상태를 얼마나 자주 알아차릴까?
행동적 측정
인간의 meta-awareness 능력을 측정하는 방법은 self-caught/probe caught methodology를 분리하는 것이다. self-caught는 참가자가 자신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인식할 때마다 반응하게 한다. 반면 probe-caught는 참가자가 실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측정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측정한 다음 비교해 보면, 사람들의 meta-awareness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또 다른 측정 방법은 위에서 설명한 방법 외에 참가자의 즉각적인 인식을 묻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참가자에게 이따금씩 Mind wandering이 일어났는지 물어보고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물어볼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참가자가 자신의 mind wandering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와 인식한 경우 뇌의 활성화가 다름을 보여준다2
인간의 Meta-awareness 능력
Schooler 외(2004)3는
위에서 설명한 방법을 사용해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참가자가 읽기 과제를 수행하는 45분 동안 4번 정도 Mind wandering을 알아차리지만, 실제로 일어난 Mind wandering과 비교할 때 15%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는 음주와 흡연 욕구가 meta awareness를
떨어뜨리고 Mind wandering을 증가시킨다는 결과를 발견했다.
Christoff는 Mind wandering을 인식할 때와 인식하지 못할 때 동일한 뇌 부위과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 부위는 mind wandering을 인식하지 못할 때 훨씬 강하게 일어났다. 특히, anterior PFC가 mind wandering을 인식하지 못할 때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만약 PFC가 Mind-wandering 뿐만 아니라 meta-awareness에도 관여한다면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게 왜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mind wandering의 측정과 기제에 대해서 알아봤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빼놓았다. mind wandering은 무슨 목적을 위해 발생할까? 저자는 기존 연구들을 바탕으로 mind wandering이 다음과 같은 순기능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1. 미래의 일을 계획한다
2.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
3. 현재 하는 일에서 빠져 나와서 다른 일에도 주의를 둘 수 있게 한다(attentional cycling)
4. 탈습관화를 일으켜서 학습이나 일의 효율을 높인다(공부만 계속하는 것보다 적당히 잡생각을 한 뒤에 다시 공부를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우 리는 이제 개념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mind wandering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궁금증은 오히려 증폭된다. mind wandering은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 일정한 훈련(예를 들어 명상)으로 mind wandering을 통제할 수 있을까? 만약 훈련이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meta-awareness 능력의 향상 때문일까?
다음 번에는 mind wandering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과 기제를 소개한 연구를 찾아볼 생각이다.
- Schooler et al, Meta-awareness, perceptual decoupling and the wandering mind,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11
- Christoff,
K et al. (2009) Experience sampling during fMRI reveals default network
and executive system contributions to mind-wandering. Proc. Natl. Acad.
Sci. U.S.A. 106, 8719?8724
- Schooler, J.W. et al. (2004) Zoning out while reading: evidence for dissociations between experience and metaconsciousness. In Thinking and Seeing: Visual Metacognition in Adults and Children (Levin, D.T., ed.), pp. 203?226, MIT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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