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작가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샌드라 블레이크스리
출판
바다출판사
발매
2007.01.18

난이도:

대상: 뇌에 관심있는 일반인

        인지심리학 교재에 나오는 환자들의 사례를 쉽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


인 지심리학 교재를 볼 때 건너뛰기 쉬운 부분이 환자들을 다룬 사례다. 우리가 의사도 아닌데, 긴 명칭을 가진 환자들의 병명을 외워가며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느낀다. 환자들의 증상과 인지심리학 이론이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지 이해도 안 간다. '주의'편에서 나오면 주의와 관련되어 있구나, '기억'편에서 나오면 '기억'과 관련이 있구나 짐작할 뿐, 병의 증상과 그것이 의미하는 심리학적 원칙 간 연결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인지심리학 교재는 역시 재미없다는 편견이 강화된다.


이 책은 거의 대부분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의 사례를 다룬다. 심리학 전공자 뿐만 아니라, 호기심에 이 리뷰를 보는 일반인도 들으면 기겁할 소리다. 하지만 저자가 책을 재미있게 쓰는 바람에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다.

이 책에선 교재에서 볼 수 있었던 환자들의 사례를 보다 생생히 접할 수 있다. 편측무시, 부정, 기억상실증 등이 그렇다. 더 나아가서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사례도 있다. 카프그라나 찰스 보넷 증후군, 거울인식 불능증은 이름처럼 생소할 뿐더러 증상 또한 신비롭다.

인지심리학에 나온 환자들의 사례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학생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교과서보다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도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저 자는 이 증상들을 관찰함으로써 인간의 근본적인 본성을 파헤친다. 저자가 무엇보다 역점을 두는 부분은 '나'라는 존재가 내 머리 속 어디에 있는지를 파헤치는 것이다. 사례 속에서 환자들의 뇌에는 자신과 다른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맹시(blindsight)의 경우, 환자는 물체를 보지 못해도 무의식적으로 물체를 잡을 수 있다. 물체를 보는 것 외에 물체를 잡는 '내'가 따로 있단 말인가? 부정 환자의 경우 마치 우리 머리 속 '변명하는 존재'가 통제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자신을 합리화하는 자기가 머리 속에 따로 존재한다는 말인가?


저 자는 개개 챕터에서 소개한 사례들을 토대로 인간의 자아가 구성되는 방식을 정리한다. 책 후반부에는 자아의 몇 가지 특징을 설명해 놓고 있다. 궁극적으로,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두뇌활동의 결과물임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정신활동은 인과적으로 필연적인 결과일 뿐인가? 우리가 말하는 '자유의지'라는 것은 정말 있는 것인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감각질, 의식에 관한 설명도 하고 있다.


내 안의 수많은 '나'를 분해하면 결국 나라는 존재도 별 것 아닌 존재다. 우리의 정신활동도 어쩌면 육체와 두뇌에 국한된 물리, 화학적 작용일 뿐일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동물과 다른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나 또한 거대한 자연 현상의 일부일 뿐이라는 깊은 깨달음을 준다.

Posted by 인지심리학 Mania

 

다음 진술을 생각해보자.

"red if and only if square, or else red."

[여기서 if and only if는 필충조건(red->square가 참이면 square->red도 참인 경우)을 말하며, or else는 배타적 이접(a가 참이면 b는 거짓이어야 하고, b가 참이면 a가 거짓이어야 한다)을 말한다]

 

이 진술을 참이라고 충족시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몇 가지 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상상한다.

1. red & square인 경우

2. red인 경우

 

사람들이 생각한 경우의 수 중 1번은 틀렸다. red & square인 경우 콤마 앞 문장은 참임을 충족하지만, 콤마 뒷 문장도 참임을 충족하기 때문이다(다시한번 말하지만, 배타적 이접인 경우 두 문장 중 하나는 참이고 나머지는 거짓이어야 한다).

정답을 제대로 가려내기 위해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봐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1. red & square

2. red & ~square

3. ~red & square

4. ~red & ~square

(~은 부정을 의미)

진술문이 참임을 충족하는 경우는 2번과 4번의 경우다.

 

그럼 사람들은 왜 이런 오류를 범할까?

Mental model 이론은 사람들이 작업기억의 한계 때문에 연역 추리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떠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위 문제처럼 복잡한 문제가 주어지면, 콤마 앞 문장을 근거로 가능한 수를 떠올리거나 콤마 뒷 문장을 충족하는 경우만을 생각한다고 한다. 또, 부정 사례(~)를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떠올린 경우의 수가 정답과 운 좋게 일치한다면 다행이지만, 자신이 생각 못한 경우의 수 중 참임을 충족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경우의 수가 복잡한 문제일 수록 틀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험

 

오늘 소개할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세 가지 종류의 질문을 참가자에게 보여줬다.

 

basic control 문제는 사람들이 떠올린 정답과 실제 정답이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경우다.

if a then b, and a

subset control 문제는 사람들이 떠올린 정답이 실제 정답인 경우의 수 중 일부와 일치하는 경우다.

a if and only if b, or b

illusion 조건의 문제는 사람들이 떠올린 정답이 실제 정답인 경우의 수와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 경우다.

a if and only if b, or else b

 

   Mental model이 예상한 사람들의 정답 정답(가능한 경우를 모두 고려해야 알 수 있음)
 basic control  a b a b 
 subset control

 a

 a b

 ~a ~b

   a ~b

   a   b

 illusion

 a b

    b

 ~a ~b

 

 

 

 

참가자는 문제를 보고 진술이 참임을 충족하는 경우의 수를 모두 나열해야 한다. 그 다음 참가자의 답과 실제 답을 비교해서 정답률을 확인해봤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실험 결과 illusions 조건에서 정답률이 저조했다. 결국 인간은 mental model이 설명하는 방식대로 경우의 수를 제한적으로 떠올림을 의미한다. 만약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떠올렸다면 정답률이 낮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논의

 

인간의 지식은 수많은 불린(Boolean)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야구경기에서 '볼'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은 상태에서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경우'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개념은 이렇게 여러 조건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그 결합에는 부정(e.g., '않은')을 포함한다.

문제는 개념이 조금만 복잡해져도 인간이 쉽게 오류에 빠진다는 점이다. 배타적 이접같은 복잡한 진술을 접하게 되면 언급이 빠져있는 사례를 떠올리지 못하거나, 부정 사례를 떠올리지 못하는 경향으로 인해 복잡한 개념을 오해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 논문의 세번째 실험에서는 인간의 일반적 지식이 이런 오류를 피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논문을 참조하길 바란다.

 

Reference

Geoffrey P.Goodwin, P.N. Johnson-Laird(2010), Conceptual illusion, Cognition,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