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 http://www.datpiff.com/Ty-Flow-Pay-Attention-mixtape.320045.html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시각 주의(Visual attention)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통제된다. 하나는 자극 유도적 주의(Stimulus-driven  attention)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 지향적 주의(Goal-directed attention)다. 자극 유도적 주의는 자극의 현저성이 인간의 주의를 자동적으로 끄는 경우다. 예를 들어 숲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를 발견했다면, ‘호랑이'라는 자극은 우리의 주의를 자동적으로 끈 것이다. 반면 목표 지향적 주의는 본인이 의도적으로 특정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경우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지인의 얼굴을 찾는 경우 목표 지향적 주의가 사용된다. 


하지만, 시각 주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보다 다양할 수 있다. 2012년 12월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실린 논문[각주:1]에서 Hutchinson과 Turk-browne은 자극/목표 지향적 주의같은 이분법적 접근 방식이 주의를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억 유도 주의(Memory-guided attention)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기억 역시 주의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전에, 기억의 체계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기억 체계가 제시되어 왔지만, 저자들은 다중 기억 체계(Multiple Memory system, MMS) 이론에 따라 기억을 분류하고 있다. 이 체계에 의하면 기억은 외현 기억암묵 기억으로 나뉜다. 외현 기억은 다시 의미 기억일화 기억, 작업 기억으로 나뉘며, 암묵 기억은 절차 기억, 지각 학습, 연상 학습, 점화를 포함한다(각 기억의 자세한 내용은 인지심리학 교재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럼 각 기억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1. 연상 학습





Zhao 등[각주:2]은 연상 학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네 개로 구성된 일련의 자극을 관찰하게 된다. 가장 위쪽에 출현하는 자극은 일정한 순서(즉 규칙성이 있는)대로 제시되는 반면, 가장 아래에 있는 자극은 무선적인 순서로 제시된다. 그 다음 목표 자극을 구분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실험 결과, 목표 자극이 위쪽에 출현한 경우 아래쪽에 출현한 경우보다 반응시간이 빨랐다. 즉, 사람들은 자극이 규칙적으로 제시되는 위치에 더 주의를 준다.




2. 작업 기억





Soto 등(2007)[각주:3]은 작업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단서(Cue, 빨간 사각형)를 본 다음, 대각선을 찾는 과제를 수행한다. 실험 결과, 대각선이 단서에서 보여줬던 빨간 사각형과 동일한 사각형 안에 있는 경우(valid 조건) 반응 시간이 빠른 반면, 빨간 사각형에 distractor(수직선)가 제시된 경우(invalid 조건)는 반응 시간이 가장 느렸다. 즉, 작업 기억에 저장된 도형과 색상이 주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3. 일화 기억





Stokes 등(2012)[각주:4]은 일화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탐색 목표 물체(열쇠)가 제시된 사진과 아무 물체도 제시되지 않은 사진을 기억했다. 하루가 지난 다음, 참가자들에게 어제 보여줬던 사진들(이 번엔 두 사진 모두 물체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을 단서로 제시하고 목표 탐색 과제를 실시했다. 실험 결과 valid cue(열쇠가 있었던 사진)가 제시된 경우 invalid cue(열쇠가 없었던 사진)의 경우보다 목표 탐색 시간이 빨랐다. 즉, 어제 봤던 사진의 기억을 토대로 물체가 있을만한 장소에 주의가 제일 먼저 갔기 때문에 valid cue 조건에서 반응시간이 빨랐던 것이다.




4. 의미 기억





Moore 등(2003)[각주:5]은 의미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단어로 된 단서(i,e motorbike)를 본 다음 여러 물체 중에서 특정 물체를 찾는 과제를 수행했다. 실험 결과 motorbike와 관련있는 물체(헬멧)가 방해자극으로 제시된 경우 관련없는 물체가 방해자극으로 제시된 경우보다 반응 시간이 느렸다. 즉, 오토바이와 의미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헬맷에 주의를 빼앗긴 것이다



저자들은 기억을 주의 연구에 고려하면 여러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주의 연구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추가적인 변량을 설명할 수 있고, 또 역으로 주의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1. J. Benjamin Hutchinson, Nicholas B. Turk-Browne, Memory-guided attention: control from multiple memory system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Volume 16, Issue 12, December 2012, Pages 576-579, ISSN 1364-6613, 10.1016/j.tics.2012.10.003.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64661312002392) [본문으로]
  2. Zhao, J et al. Attention is spontaneously biased toward regularities. Psychol. Sci. (in press) [본문으로]
  3. Soto, D. et al. (2007) Dissociating the neural mechanisms of memorybased guidance of visual selection. Proc. Natl. Acad. Sci. U.S.A. 104, 17186–17191 [본문으로]
  4. Stokes, M.G. et al. (2012) Long-term memory prepares neural activity for perception. Proc. Natl. Acad. Sci. U.S.A. 109, E360–E367 [본문으로]
  5. Moores, E. et al. (2003) Associative knowledge controls deployment of visual selective attention. Nat. Neurosci. 6, 182–18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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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가 암기한 영단어는 어떤 형태로 저장될까? 몇몇 심리학자들은 외국어가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의 형태로 저장된다고 주장한다. 일화기억은 개인의 경험, 즉 자전적 사건에 관한 기억으로서 사건이 일어난 시간, 장소, 상황 등의 맥락을 함께 포함한다. 예를 들어 Understand라는 단어를 처음 배운 학생은 단어를 회상할 때 단어를 배웠던 상황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아, Understand라는 단어는 과외 선생님이 가르쳐줬던 단어였는데, 이해하다라는 뜻이었지.’

반면, 모국어의 경우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의미기억은 대상 간의 관계 또는 단어 의미들 간의 관계에 관한 지식을 말한다. ‘이해하다'라는 단어를 봤을 때 우리는 그 단어의 의미를 바로 떠올릴 뿐, 이 단어를 맨 처음 학습했던 상황이나 관련 맥락을 떠올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The Episodic L2(Second Language) 가설’이라고 불리는 이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Witzel과 동료들은 Jiang & Forster(2001)[각주:1]의 실험을 반복 검증하기로 했다[각주:2]

연구자들은 모국어(L1)가 중국어, 제 2외국어(L2)가 영어인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 다음 34개의 중국어 단어를 기억하게 했다. 

학습 단계가 끝난 후, 참가자는 두 가지 테스트를 받았다. episodic recognition task에서는 제시한 중국어 단어가 이전에 봤던 단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했다. lexical decision task에서는 제시한 중국어 단어가 단어 또는 비단어(i,e ‘까푸'처럼 아무 뜻이 없는 단어)인지 판단하게 했다. 이 때,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중국어 단어 제시에 앞서 동일한 뜻의 영단어를 잠깐 동안 제시했다(점화, Priming).



실험절차



이 실험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만약 외국어가 일화기억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면, 50ms동안 제시한 영단어는 일화기억을 점화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제시된 중국어 단어 중 테스트 직전에 보여준 단어(old item)에 대한 반응이 빨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단어를 봤던 적이 있다는 사실'에 관한 기억은 일화기억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중국어 단어에 대한 반응시간은 느릴 것이다. 이 기억들은 의미기억에 저장되어 있으므로, 일화기억의 점화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연구자들은 Jiang and Forster(2001)의 연구결과를 반복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점화효과는 old item에서만 발견되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결과도 함께 관찰되었다. 중국어를 점화 단어, 영단어를 목표 단어로 바꿔서 실험한 경우(L1-L2 조건)에도 점화 효과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모국어는 의미기억을 점화하기 때문에 일화기억에 저장된 단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지만, 실험에서는 이와 달리 old item에 대한 반응시간이 빨라진 것이다(new item에 대한 반응시간 역시 빨라졌다). 결과적으로 이 실험은 이중해리(double dissociation) 검증에 실패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하고 있다. 외국어가 목표 단어인 경우 이 단어는 의식적으로 처리되며, 따라서 의사결정 시스템 또한 일화기억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결국 old item, new item은 모두 일화기억의 점화 상태에서 처리되므로 두 조건 간 차이는 사라지며, L1의 점화효과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점화 효과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1. Jiang, N., & Forster, K. I. (2001). Cross-language priming asymmetries in lexical decision and episodic recognition. Journal of Memory and Language, 44, 32–51. doi:10.1006/jmla.2000.2737 [본문으로]
  2. Witzel, N. O., & Forster, K. I. (2012). How L2 Words Are Stored: The Episodic L2 Hypothesi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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