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먼저 다음 투표를 해 본 다음 아래 글을 읽어보자.



배 우자의 잔소리는 누구 귀에든 따갑게 들릴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잔소리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상대편이 목소리의 강도를 점점 높이지만, 그것 또한 곧 적응되어 버린다. 나중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도의 경지에 다다른다. 결국 상대방은 점점 큰소리를 내게 되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렇게 화내는 목소리에 적응(Adaptation)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2010년 Cognition에 게재된 한 논문이 이런 현상의 인지적 증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논문의 주장은 특정 감정이 실린 목소리에 계속 노출될 경우, 다른 감각기관과 마찬가지로 적응이 된다는 것이다.


보통 시각적 적응과 aftereffects, 잔상에 대해선 익히 알려져 있다. 빨간 색을 계속 보고 있다가 다른 곳을 쳐다보면 녹색잔상이 계속 남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현상은 특정 색을 지각하는 세포가 계속적인 자극 노출에 피로해지지만 상응하는 반대 세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즉 대비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색깔에 국한되지 않고 얼굴 같은 고차원적 시각 자극에도 적용된다. 홀쭉한 얼굴을 보고 있다가 큰바위 얼굴을 쳐다보면, 실제 얼굴보다 더 큰 얼굴처럼 지각하는 것이다.


그 런데 청각의 경우에도 이런 대비효과가 나타날까? 저차원 수준에서는 이런 대비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Schweinberger et al. (2008)의 실험에서  남성의 목소리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남녀 목소리를 섞어서(몰핑이라고 한다) 성별 구분이 어려운 음성 자극을 여성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했다(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보다 고차원적인 잔상효과를 연구한 경우는 드물다. 특히 감정이 섞인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해당 감정에 순응하는 지는 알 수 없다.






연 구자들은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했다. 이들은 분노 또는 공포에 섞인 목소리에 사람들을 적응시킨다음 애매모호한 자극을 정서적 범주로 분류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의 가설이 맞다면, 분노섞인 목소리에 오래 적응된 사람은 이 자극을 공포에 섞인 목소리로 판단할 것이다(말 그대로 분노에 적응되어서 왠만한 분노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또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 험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특정 정서에 적응시키지 않고 애매한 자극(컴퓨터로 분노-공포 목소리를 합성했다. 5%/95%, 20%/80%..... 95%/5%의 비율로 섞어서 총 7개의 음성 파일을 만들었다)이 분노인지 공포인지 판단하게 했다. 두번째 실험은 다시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한번은 분노 또는 공포에 섞인 목소리에 네번씩 노출된 다음, 애매한 자극의 정서적 범주를 판단하게 했다. 다른 한 실험은 분노나 공포섞인 목소리를 조금 과장되게 만들어서 정서적 각성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실험조건


통제조건

실험1: 정서적응(분노/공포) X 성별(남/여) = 4조건

실험2: 정서적응(분노/공포) X 성별(남/여) X 자극의 종류(일반/과장된 목소리) = 8조건



실험결과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각 그래프에 있는 별표모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별표는 PSE(The point of subjective equality)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분노-공포가 반반씩 섞인 것 같다고 판단한 지점이다. 왼쪽 큰 그래프를 보자. 공포에 섞인 목소리에 계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의 PSE는 통제집단(검은색)의 경우보다 좌표상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이는 애매한 자극에 공포가 섞인 비율이 65%는 되야 반반이라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공포에 적응이 되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명백히 공포라고 판단되지 않는 한, 분노라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빨간 색 별표는 검은색 별표보다 왼쪽에 치우쳐 있다. 분노에 적응된 사람은 분노-공포 비율이 반반씩 섞인 경우 그 목소리를 공포라고 판단한다. 이 사람이 자극을 분노라고 판단하려면 최소 분노가 60% 정도는 섞여야 하는 것이다.


추 가적인 분석에서는 정서적으로 과장된 목소리가 일반적인 정서적 목소리에 비해 PSE간 차이를 더 크게 만들지 않았다. 이는 목소리의 음향학적 수준을 조작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적응 정도가 달라지지 않음을 뜻한다. 더 나아가서 인간이 정서에 적응되는 것은 저차원 수준이 아닌 고차원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쉽게,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화내는 것과 작은 목소리로 화내는 것 둘다 분노에 적응시키는 효과는 똑같다는 것이다. 이 목소리가 '화났다'라는 생각, 즉 고차원적 인지에서 적응이 일어난다고 저자들은 말하는 것이다).



결론


이 논문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우리는 의사소통에서 지나치게 감정적인 목소리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이 보다 내 심정을 잘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나의 분노나 공포에 금방 무뎌져 버린다. 

소리만 지를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대화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의문점


긍정적 감정의 경우는 어떤가? 행복한 목소리에도 적응되면 무뎌질까?

음악으로 유발되는 정서 또한 적응되면 무뎌질까?





Reference

Bestelmeyer, P. E. G., et al. Auditory adaptation in vocal affect perception. Cognition (2010), doi:10.1016/
j.cognition.2010.08.008

출처: ScienceDaily (June 1, 2010)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인 간은 어떤 소리를 반복해서 들을 경우 아무리 복잡한 패턴이라도 빠르게, 효율적으로,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최근 CNRS, ENS Paris, Paris Descartes and Toulouse 3 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이 이 현상을 다루었다.  이런 형태의 학습은 우리 일상에서 소리를 구분하고 기억하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예를 들어 이 현상은 우리와 가까운 사람의 목소리를 빠르게 인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같은 메카니즘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경우 소리를 재학습하는데에도 관여한다.





Neuron에 실린 이번 논문은 청각 기억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음향적 기억에 관한 연구들은 단순한 소리나 언어를 이용했습니다." Laboratoire psychologie de la perception (CNRS/Université Paris Descartes/ENS Paris)의 CNRS 연구자인 Daniel Pressnitzer가 말했다. 세 명의 프랑스 연구자들은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복잡한 패턴의 소리를 사람들이 어떻게 학습하는지 연구하고자 결심했다.


청각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참가자를 다양한 노이즈 샘플에 노출시켰다. 이 노이즈들은 무선적으로 발생하며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한번도 듣지 못한 소리임에 틀림없다. 또 이 소리들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참가자에게 구분이 안되는 잡음처럼 들린다. 연구자는 참가자에게 이 노이즈 패턴이 여러 차레 반복될 거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이 간단한 실험 설계를 통해 연구자들은 우리 귀가 반복되는 노이즈를 찾아내는 데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참가자들은 여러 차례 반복된 노이즈 패턴을 거의 대부분 알아차렸다. 청각이 예민한 사람의 경우 두번 반복만으로 충분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의 사람도 10번 내외로 반복청취하면 노이즈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결국 인간은 소리의 반복을 굉장히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습하며, 이런 과정은 암묵적으로 일어난다. 또 이 잡음에 대한 기억은 몇주 동안 지속되었다. 실험 후 2주일 뒤가 지났음에도 참가자들은 노이즈 패턴을 정확히 구분했다.


이 과학자들은 빠르고, 정확하며 오랫동안 지속되는 청각 학습의 존재를 증명해냈다. 이들의 실험 설계는 매우 간단했지만 인간과 동물의 청각 기억을 모두 관찰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 결과는 빠른 청각적 가소성(pasticity) -- 청각을 담당하는 뉴런이 청각 자극에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청각 학습에 효과적으로 사용됨을 말해준다.


 프로세스는 인간이 환경속에서 반복되는 소리를 기억하는 데 꼭 필요하다(가까운 사람의 목소리 등). 이 프로세스는 소리와 소리를 내는 대상을 연결시키는 능력에도 필수적이다. 이 메카니즘은 청력이 갑작스럽게 변하는 경우 재학습에도 관여한다. 이는 청력 손상 환자가 보청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인공 보철물에 적응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다르게 들리는 경우에 적응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보청기로 인한 소리의 수정이 재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다 깊은 연구를 하고자 한다.




Trevor R. Agus, Simon J. Thorpe, Daniel Pressnitzer. Rapid Formation of Robust Auditory Memories: Insights from Noise. Neuron, 2010; 66 (4): 610 DOI: 10.1016/j.neuron.2010.0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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