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종종 공평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부모는 자녀들을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고용주는 직원들이 작업 환경을 공평하다고 느끼게 만들고자 한다. 교육자는 학생들의 성적을 공평하게 보이는 방식으로 부여하려 한다.

물론 무엇이 공평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린이들은 공평을 '동일한 취급'이라고 본다. 한 어린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큰 케이크 조각을 얻을 경우, 그 어린이는 "이건 불공평해요!"라고 외칠 것이다. 반면 직장의 경우, 모두가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가 회사에 기여하는 만큼 돈을 받는게 공평하다고 본다.

2011년 12월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흥미로운 논문[각주:1]이 실렸다. Shoham Choshen-Hillel과 IIan Yaniv는 공평성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인 '통제력'을 연구했다. 

심리학자들은 누군가 자신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때, agency가 있다고 말한다. agency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 agency가 낮은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다른 누군가에게 맡긴다.

본 논문의 연구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낮은 통제력을 가지고 있을 때, 자원을 똑같이 나눠가지려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만약 통제력의 정도가 높다면, 비록 자신이 타인만큼 많이 받지 못할지라도 모두에게 최선이 되는 대안을 선호한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제품의 가격을 추정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과제를 끝내는 데는 약 10분이 소요되었고, 참가자들은 $3를 받았다(연구는 이스라엘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실제로 10 세겔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과제를 하게 될 거라고 들었다. 연구자들은 agency가 낮은 조건의 참가자에게 만약 다른 참가자가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거나(10 세겔) 또는 많은 돈을 받는다면(20 세겔) 어떨지 물어봤다.사람들은 두 가지 대안을 놓고 반반으로 나뉘었다. 즉, 절반은 타인도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길 원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타인이 자신보다 많은 돈을 받아야 행복하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높은 agency 조건의 참가자에게도 다른 참가자가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거나(10 세겔) 또는 많은 돈을 받는 대안 중(20 세겔)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이 경우, 80%가 넘는 사람들이 타인이 돈을 더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즉, 사람들이 통제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 전체 총합이 최적인 대안을 선택했다.
 

또 다른 연구의 경우, 연구자들은 높은 agency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임금이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전체 총합이 최적인 대안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 한 가지 대안은 참가자가 11세겔, 다른 사람은 10세겔을 받는 것이었다. 또 다른 대안은 참가자가 10세겔, 다른 사람이 20세겔을 받는 것이었다.

상황에 대한 통제력이 없는 참가자들은 자신이 타인보다 더 많이 받는 대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자신의 임금에 대해 통제력이 있던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적게 받더라도 전체 총 임금이 많은 대안을 선택했다.

이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다. 이 결과는 한 집단의 전반적인 소득을 최대화하려면, 구성원 모두를 자원 할당에 참여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경우, 사람들은 비록 자신이 많은 것을 받지 못하더라도 집단 전체에게 최적이 되는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이 연구 결과가 액수가 큰 현실 세계에 그대로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3에서 $6를 받았다. 만약 돈의 액수가 커진다면, 사람들이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1. Choshen-Hillel, Shoham;Yaniv, Ilan, Agency and the construction of social preference: Between inequality aversion and prosocial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1(6), Dec 2011, 1253-1261.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가져다 준 혜택 중 하나는 멀티태스이다. 과거 TV는 방송국에서 전송되는 영상만 볼 수 있었고, 그 외에 다른 기능은 전무했다. 집전화도 전화를 받고 거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모든 일상을 멀티태스킹으로 바꾸어 놓았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게임을 하면서 채팅을 하고, e-learning과 동시에 온라인 사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했다. 지하철에 잠깐만 서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mp3를 들으며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친구와 통화까지 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혁신적인 발명품들이 인간의 일상을 정신없게 바꾸어 놓았다.

현대인들을 보고 있으면 외발 자전거 위에서 저글링과 접시 돌리기를 동시에 하는 곡예사가 떠오른다. 멀티태스킹은 때론 정말 묘기처럼 보이기도 하며, 심지어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을 보면, 뛰어난 업무능력을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곡예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바로 산만함이다.

Ophir, Nass, Wagner는 2009년 PNAS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서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이 인지적 통제력을 잃어버린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먼저 사전설문으로 heavy media multitasker(HMM) light media multitasker(LMM)를 뽑았다. 이 사전설문은 참가자가 평소 특정 매체를 사용하면서 다른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정도를 측정했다(예를 들어 음악을 들으면서 카톡을 자주 사용한다면 자주라고 기재한다). 이렇게 총 12개의 매체에 대해 다른 매체와의 동시 사용 빈도를 기재하게 한 다음 점수들을 합하면 그 사람의 멀티태스킹 빈도를 알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논문 참조). 연구자는 이 점수를 근거로 HMM LMM을 나눈 다음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일련의 과제를 수행했다. 이 과제들은 Filtering 과제, AX-CPT 과제, n-back test 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해자극을 걸러내거나(Filtering), 무시하는(AX-CPT, n-back test) 능력을 측정한다.

Filtering 과제의 경우 여러 개의 도형을 보여준 다음, 검사 단계에서 target 도형의 각도가 달라졌는지 판단한다. 이 과제는 주위의 방해자극(파란 직사각형) 개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난이도가 높아진다.

(Test 단계에서 빨간색 도형의 기울기가 달라졌는지 판단한다)


AX-CPT
과제의 경우 일련의 글자 쌍에서 찾고자 하는 쌍이 출현할 경우 ‘YES’버튼을 누른다. 만약 A를 다음 제시되는 X를 찾으라고 지시할 경우, 검사단계에서 A 다음 X가 나오면 Yes, 그 외의 경우는 No 버튼을 누른다.

)

목표 : A 뒤에 제시되는 X 찾기

검사단계 : A -> Y (No 버튼을 누른다)

          A -> X (Yes 버튼을 누른다)

연구자들은 AX-CPT 과제를 약간 변형시켰다. 변형한 과제의 경우, A X 사이에 다른 (하얀색)방해 글자들이 제시된다. 참가자는 중간에 어떤 글자가 나오든 간에 빨간색 A 다음 빨간색 X가 제시되면 Yes 버튼을 눌러야 한다.

)

목표 : A 뒤에 제시되는 X 찾기

검사단계 : A(빨강) -> X(흰색) -> K(흰색) -> Y(빨강) (No 버튼을 누른다)

          A(빨강) -> X(흰색) -> Y(흰색) -> X(빨강) (Yes 버튼을 누른다)

 

실험 결과, 평소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HMM) Filtering 과제에서 방해자극 개수가 많아질수록 수행능력이 떨어졌으며, AX-CPT 과제의 경우도 방해글자가 있을 경우 반응시간이 길어졌다.

 

Filtering 과제


AX-CPT



, HMMn-back test에서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연구자는 평소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이 관련없는 정보를 무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쓸모없는 정보에 주의를 뺏기게 된다. HMM은 빨간색 도형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파란색 도형에 한눈을 팔았고, 하얀색 X 때문에 헷갈려하고, 둘 또는 세 글자만 기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전 글자를 지우지 못해서 잘못된 응답을 하고 말았다.

멀티태스킹이 이처럼 간단한 과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학업이나 업무효율성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직접 느끼지 못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아니면,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뇌는 이미 멀티태스킹을 통해 상향처리를 하는 산만한 두뇌로 변모하는지 모른다. 최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우리 뇌를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염려했던 바가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니콜라스 카 역시 이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

 

우리는 곡예사가 아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각종 매체를 저글링하는 사람의 뇌는 통제 능력을 상실한다. 그때부터 그 사람의 정신상태는 본인의 통제 하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정보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잃고 끊임없이 떠다니는 나뭇잎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1. Eyal Ophir, Clifford Nass, and Anthony D. Wagner, Cognitive control in media multitaskers PNAS 2009, doi:10.1073/pnas.090362010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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