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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의사결정/추론

의사결정시 타인의 조언

(사진출처: http://www.vercoradvisor.com/financialadvisor.html)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조언은 어떤 역할을 할까? 이번 글에서 인용할 논문 Taking Advice: Accepting Help, Improving Judgment, and Sharing Responsibility에서는 의사결정과 다른 사람의 조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한다. 1) 한 분야의 전문가 일지라도 초보자의 조언을 받아들이는가? 2)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기보다 전문가인 사람의 조언을 구하는가? 3)전문가와 초보자는 조언을 구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위험을 피할 때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가?

 

 

실험

Training

시나리오 

이 실험은 다소 엉뚱하다. 실험자는 피험자에게 다음과 같은 의사결정을 내리게 한다.

 

영국 특정 지역에 소에게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농무부는 바이러스 발생을 토대로 이 지역에 피해가 얼마나 될지 예측해야 한다. 예측이 필요한 이유는 농부들이 가축이 폐사하는 것을 기다리기 전에 미리 보상을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자극제시 

피험자들은 이런 가정 하에 컴퓨터 화면을 보게 된다. 컴퓨터 화면에는 회색 프레임 안에 원이 짧은 시간 동안 제시된다. 이 원은 색상, 크기가 매번 달라진다.

 

정답공식 

피험자가 해야 할 일은 폐사될 가축의 수를 예측하는 것인데 공식은 다음과 같다.

Y=abX

X=파이xRsquare

Y는 정답, a는 상수(0.001), r은 원의 지름이며 b는 원의 색상이 파랑일 때 1/2, 보라일 때 1, 녹색일 때 2, 빨강일 때 3이 된다.

이 공식들을 시나리오에 대입해 보자면 색상은 바이러스의 유형, X는 창궐 지역, Y는 폐사될 가축의 수이다(피험자들은 반복된 실험을 통해서 이 공식을 직감적으로 익혀야 한다). 피험자가 예측한 Y값과 정답인 Y 값을 바탕으로 MAPE(mean absolute percentage error)를 계산하여 정확도를 측정한다.

 

 

 

Test

Training이 다 끝난 다음 참가자들은 72번의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이 테스트 또한 위의 트레이닝과 동일하다. 차이점은 피험자가 수를 예측하면, 화면에 두개의 박스가 제시된다는 것이다. 위에 제시되는 박스에는 그들이 예측한 자료와 피험자가 거친 총 테스트 수가 보여지고, 아래 박스에는 다른 사람이 제시한 예측 자료와 그 사람이 거친 총 테스트수가 제시된다. 이 자료를 모두 본 다음 피험자는 다시 한번 예측을 수정할 기회가 주어진다.

 

 

 

결과

 

왼쪽 그래프의 x축은 조언자의 숙련도이고 y축은 판단자가 자신의 초기 결정을 바꾼 percentage다. 오른쪽 그래프는 사태에 심각성에 따른 결정 변화를 보여준다.

 

 

 

논의

연구자들은 이 결과에서 3가지 주목할 점을 발견했다. 전문가가 자신보다 숙련도가 낮은 사람의 조언을 듣고 결정을 바꾼 경우가 20%나 된 것이다(왼쪽 그림 참조). 또 초보자나 중간 정도의 숙련자가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결정을 바꾼 경우가 40% 미만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는 최고로 심각한 문제에서만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은 반면, 중간 정도 숙련자는 약간 위험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조언을 적극 반영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의상

전문가들이 초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의사결정시 조언을 반영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유력한 설명 중 하나가 바로 ‘거절하기 어려워서’이다. 따라서 위 결과는 다른 이유라기보다 사회적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집불통

초보자들의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두고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는 카네만-트베르스키가 제안한 ‘닻 내리기 어림법’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의사결정에서 초기에 내린 판단을 큰 폭으로 수정하지 않는다. 결국 초기 결정에 운명이 좌우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설명은 인간이 자신의 판단 능력을 실제보다 ‘과신’한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보다 자신이 훨씬 능숙한 운전자이며 사고를 덜 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확실히 오만한 존재인데다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고집불통인지 모른다.

의존하기

인간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조언을 구함으로써 결정에 따르는 위험을 분산시킨다.

전문가들은 진짜 심각한 문제일 때에만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 ‘심각한’문제인지를 잘 구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보자나 중간 단계의 숙련자는 무엇이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 덜 중요한지 가릴 줄 모른다. 따라서 덜 중요한 문제인 경우에도 다른 사람의 조언을 찾는 일을 우선하는 것이다.

 

 

 

참고논문: Taking Advice: Accepting Help, Improving Judgment, and Sharing Responsibility(Nigel Harvey and Ilan Fischer,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