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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지심리 매니아


타인의 의견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나면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자신이 보기엔 예쁜 옷인데 다른 사람들이 별로라고 말했다면 옷을 입고 나가도 불편한 마음이 든다. 혹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는 직업이나 인생을 추구하고 있다면 타인의 걱정 어린 조언이 항상 머리 속을 맴돌 것이다. 타인의 말에 개의치 않는 강심장은 드물다. 심리학자 애쉬는 동조 실험을 통해 이런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적이 있다. 


의사 결정에서 타인의 신념을 무시하기 힘든 이유는 뭘까? 아마 타인의 신념을 따르면 이득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 친구 같은 주위 사람의 조언을 들음으로써 수많은 도움을 받는다. 물건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장래 결정까지 타인의 조언은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이런 이점 때문에 타인의 조언에 자동적으로 마음이 가기 쉬운 것이다.


새 연구[각주:1]는 이 주장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인간이 타인의 신념을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타인의 견해와 다른 의사 결정을 내릴 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일련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 영상에는 두 개의 물체(사각형과 공)가 등장한다. 두 물체는 긴 직사각형 뒤로 숨었다가(1단계) 다시 나타난다(2단계). 참가자뿐만 아니라 화면 속에 등장한 인물(관찰자)도 이 장면을 함께 목격한다. 이 때, 연구자들은 참가자의 믿음과  관찰자의 믿음이 어긋나도록 조작해봤다. 두 물체는 2단계에서 서로 자리를 바꾸거나 다시 숨는다. 하지만 관찰자가 자리를 비운 3단계에서 공들이 다시 나타나서 또 다시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Condition 2). 관찰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4단계의 정답과 관찰자의 믿음은 불일치할 것이다.  반면 Condition 3의 경우 정답이 참가자의 예상과 반대되므로 오히려 3단계를 보지 못한 관찰자의 믿음과 정답이 일치한다. 



Image : 논문에서 인용



4단계에서 참가자들은 공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라는 지시에 따라 마우스를 움직이게 된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그와 동시에 직사각형이 사라지고 두 물체가 나타난다. 만약 참가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면 목표를 수정해서 마우스를 공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마우스를 처음 움직인 시간과 마우스의 궤적을 컴퓨터로 기록한 다음 분석에 사용했다.


실험 결과, 관찰자의 신념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참가자(Implicit Group)도 관찰자의 신념에 영향을 받았다. figure 2 A에서 Implicit Group의 결과를 살펴보자. False Belief는 참가자가 정답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다. 직사각형 B부분을 확대한 그림(왼쪽 하단)을 보면, 자신이 오답을 알고 있더라도 관찰자(agent)가 정답을 알고 있던 경우 마우스가 공쪽으로 가까이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참가자가 관찰자의 신념을 무의식적으로 염두해 두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Image : 논문에서 인용


연구자들은 인간이 타인의 신념을 따를 때 의식적 시스템 뿐만 아니라 자동적 시스템을 함께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위 결과는 자동적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타인의 주장에 자동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산다. 타인의 의견을 따라 자신의 마우스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체 말이다. 



  1. van der Wel, R. P., Sebanz, N., & Knoblich, G. (2014). Do people automatically track others’ beliefs? Evidence from a continuous measure. Cognition, 130(1), 128-133. [본문으로]
출처: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Skeptic 잡지의 발행인인 Michael Shermer은 최근 TED에서 한 발표를 통해 왜 사람들이 자기 기만에 빠지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들 중 몇몇은 이런 자기 기만에 특히 취약하다. 그는 이 취약성이 패턴을 인식하거나 노이즈 속에서 신호를 찾아내는 뇌의 역할과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링크)
http://www.ted.com/talks/view/id/884
Shermer는 지난 번 발표에서 이상한 믿음에 대한 설명을 한 적도 있다. 그는 또 "Why People Believe Strange Things"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내가 포스팅 했던 가장 최근 발표 동영상은 특히 인상적이다. 비디오를 끝까지 보기 귀찮아할 사람을 위해, 여기 발표 내용을 요약해 놓기로 한다.

  • 뇌는 '믿음' 엔진이다: 패턴을 찾는  영장류는 연상 학습을 발전시켰다
  • 믿음은 잘못될 수 있으며 잘못된 의사결정을 낳을 수 있다.
  • 뇌의 신경회로는 잘못된 믿음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뇌는 patternicity에 우선순위를 둔다 - 의미가 있는 신호나 의미 없는 노이즈의 경우 모두에서 의미있는 패턴을 찾고자 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 그러나 믿음은 일종오류(false positive)와 이종오류(false negative)의 가능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Patternicity는 일종오류에 따르는 비용이 이종오류의 비용보다 적을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뇌는 기본적으로 모든 패턴이 진실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전대상회(Anterior cingluate cortex)는 패턴인식을 담당하는 뇌 부위이다.
  • 패턴을 추구하는 경향은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느낄 때 더 심해진다
  • 비정상적인 믿음이 강한 사람은 의미있는 패턴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 우뇌는 패턴 처리에 더 민감하다(pattern effective)
  • 도파민은 패턴 인식을 증가시킨다.
  • 항정신병약물은 Patternicity를 감소시킨다. 정신병은 패턴을 잘못 인식하는 것이다.
  • 도파민은 신호대 잡음 비율(signal to noise ratio)를 증가시킨다
  • Facial recognition is highlighted in the brain and is a human pattern bias
  • Fusiform gurus는 얼굴 인식에 중요한 뇌 부위이다.
  • Agenticity: 특정 패턴에 의미나 고의, 주체성을 부여하는 경향을 말하며, 주로 보이지 않는 존재나 from the top down(무슨 뜻인지 몰라서 그대로 적음 - 역자 주). 외계인이나 미신, 종교적 믿음과 관련이 있다.
  • Temporal lobe를 자극하면 유체이탈을 경험할 수 있다.
  • 강한 믿음이나 기대는 패턴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스위스의 Krummenacher 와 동료들은 도파민과 비정상적 믿음, 의미있는 자극을 탐지하는 것에 관한논문을 최근에 발표했다.

이들은 비정상적 체험을 했고 이를 믿는 집단과 회의적인 집단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L-dopa를 투여한 결과 회의적인 사람들은 별 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비정상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의 경우 훨씬 보수적으로 변했다. 연구자들은 비정상적인 관념화가 '중요한 개인특성의 한 차원이며 노이즈에서 신호를 찾는 연구 논문을 통해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상적이거나 의심이 가는 대상을 믿는 경향은 분열형 장애로 기술된다. 나는 이것이 그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개인의 특성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Krummenacher P, Mohr C, Haker H, & Brugger P (2010). Dopamine, paranormal belief, and the detection of meaningful stimuli.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22 (8), 1670-81 PMID: 19642883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타 인의 행동에 대해서 잘잘못을 따질 때 우리는 어떤 요소를 고려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위자의 내적 상태(mental states)일 것이다. 행위자에게 정말 고의가 있었는지, 발생한 결과에 대해 예상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행위자를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내적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어린이에게 힘든 일이지만, 성장과정에서 차츰 발달하며 성인에 이르면 노련해지게 된다.


그 렇다면 뇌의 어떤 부위가 타인의 내적 상태를 파악하는 데 사용될까? fMRi 연구 결과에 의하면 medial prefrontal cortex, precuneus, temporoparietal junction이 타인의 내적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동원된다. 특히 오른쪽 측두정엽(right temporoparietal junction, RTPJ)은 타인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에 대한 믿음(belief)를 가지고 있었는지 판단한다. 예를 들어, 타인을 죽이려는 누군가가 설탕을 독약으로 믿고 커피에 설탕을 탔다면, 행위자는 가루가 독약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RTPJ는 우리가 "행위자의 행위 과정에서 자기 행동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판단할 때 활성화된다.


그 럼, 이 부위가 고장 나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행위자에 대한 비난도 감소할까? RTPJ가 마비돼서 행위자의 믿음을 알 수 없다면, 그 사람이 설탕을 독약이라고 믿지 않았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행동에 대한 비난도 감소할 것이다. 참 재미있는 가정이다. 만약 배심원의 RTPJ를 마비시킬 수만 있다면 희대의 살인마도 무죄로 풀려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배심원들은 "피고가 목을 조르긴 했지만, 죽을거라고 믿지는 않았을 거에요"라고 말할 것이다.



실험


Young, Camprondo, Hauser, Pascual-Leone, Saxe는 이 재미난 생각을 실험으로 입증해보였다. 이들은 피험자에게 일련의 상황을 보여주고 행위자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판단하게 했다.


피험자들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야기를 보게 된다.

 

6초

background

6초

foreshadow

"그 가루는 설탕이었다"

6초

믿음

"그녀는 그 가루가 독약이라고 믿었다"

3초

행동

"그녀는 그 가루를 친구의 커피에 탔다"

3초

도덕적 판단

"그 가루를 커피에 타는 행동은

금지되어야 한다 1-2-3-4-5-6-7 허용가능하다"



피 험자들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 각 문장을 6초씩 순서대로 보게 된다.  foreshadow의 경우 부정적인 경우(독약인 경우) 또는 중립적인 경우(설탕)가 제시된다. 믿음 역시 부정적 또는 중립적(독약/설탕이라고 믿었다)인 경우가 제시된다. 따라서 동일한 시나리오에서 2 x 2 =4가지의 이야기 유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피험자들은 총 6개의 이야기를 보는 동안 각 이야기마다 이렇게 4가지의 변형된 이야기를 보게 된다. 결국 총 24가지의 이야기를 보게 되는 셈이다.

각 이야기가 제시되고 난 다음에는 행위자의 행동이 잘못되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그 행위가 정말 해서는 안될 행동이라면 1점, 허용 가능하다면 7점을 주면 된다.


연 구자들은 행위자의 믿음에 관한 문장이 제시되는 순간 참가자의 TMS(경두개 자기 자극)를 이용해서 참가자의 RTPJ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켰다(전기로 뇌 일부를 마비시킨다고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이렇게 RTPJ가 마비된다면 행위자의 믿음에 관한 정보가 우리 뇌로 들어오는 것이 차단될 것이고, 참가자는 행위자의 행동이 허용 가능하다고 판단될 것이다.



결과


실험 결과, 연구자의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를 일부 발견했다.




TMS로 RTPJ가 마비된 참가자는 통제조건의 참가자보다 행위자의 행위를 허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그래프에서 RTPJ-TMS 조건이 전반적으로 점수가 높음에 유의).

큭 히 attemped harm(행위자는 가루를 독약으로 믿었는데 실제로는 설탕이었던 경우, 그래프에는 나와 있지 않음)의 경우 RTPJ가 마비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행위자에 대한 비난을 덜하는 경향을 보였다[independent samples t test: t(81)=2.11, P = 0.038].


그 러나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Belief에 대해서 완전히 생각을 못하게끔 만들지는 못했다. accidental harm(설탕이라고 생각했는데 독약이었던 경우)과 intentional harm(독약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독약이었던 경우)을 비교해 봤을 때 전자가 훨씬 허용가능하다고 응답했던 것이다. 피험자의 뇌를 완벽하게 조작했다면 두 조건간 허용 가능 정도는 똑같았을 것이다.


비록 효과가 약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행위자의 믿음을 판단하는 것이 행위의 잘못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뇌의 특정 부위가 이런 판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았다. 이 런 연구는 어린이의 성장 과정에서 타인의 행동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성숙하는지, 또 자폐아가 타인의 행동을 판단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서, 인간의 도덕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Reference

Young et al, Disruption of the right temporoparietal junction with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reduces the role of beliefs in moral judgments, PNA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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