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인지심리 매니아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가져다 준 혜택 중 하나는 멀티태스이다. 과거 TV는 방송국에서 전송되는 영상만 볼 수 있었고, 그 외에 다른 기능은 전무했다. 집전화도 전화를 받고 거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모든 일상을 멀티태스킹으로 바꾸어 놓았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게임을 하면서 채팅을 하고, e-learning과 동시에 온라인 사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했다. 지하철에 잠깐만 서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mp3를 들으며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친구와 통화까지 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혁신적인 발명품들이 인간의 일상을 정신없게 바꾸어 놓았다.

현대인들을 보고 있으면 외발 자전거 위에서 저글링과 접시 돌리기를 동시에 하는 곡예사가 떠오른다. 멀티태스킹은 때론 정말 묘기처럼 보이기도 하며, 심지어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을 보면, 뛰어난 업무능력을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곡예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바로 산만함이다.

Ophir, Nass, Wagner는 2009년 PNAS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서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이 인지적 통제력을 잃어버린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먼저 사전설문으로 heavy media multitasker(HMM) light media multitasker(LMM)를 뽑았다. 이 사전설문은 참가자가 평소 특정 매체를 사용하면서 다른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정도를 측정했다(예를 들어 음악을 들으면서 카톡을 자주 사용한다면 자주라고 기재한다). 이렇게 총 12개의 매체에 대해 다른 매체와의 동시 사용 빈도를 기재하게 한 다음 점수들을 합하면 그 사람의 멀티태스킹 빈도를 알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논문 참조). 연구자는 이 점수를 근거로 HMM LMM을 나눈 다음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일련의 과제를 수행했다. 이 과제들은 Filtering 과제, AX-CPT 과제, n-back test 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해자극을 걸러내거나(Filtering), 무시하는(AX-CPT, n-back test) 능력을 측정한다.

Filtering 과제의 경우 여러 개의 도형을 보여준 다음, 검사 단계에서 target 도형의 각도가 달라졌는지 판단한다. 이 과제는 주위의 방해자극(파란 직사각형) 개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난이도가 높아진다.

(Test 단계에서 빨간색 도형의 기울기가 달라졌는지 판단한다)


AX-CPT
과제의 경우 일련의 글자 쌍에서 찾고자 하는 쌍이 출현할 경우 ‘YES’버튼을 누른다. 만약 A를 다음 제시되는 X를 찾으라고 지시할 경우, 검사단계에서 A 다음 X가 나오면 Yes, 그 외의 경우는 No 버튼을 누른다.

)

목표 : A 뒤에 제시되는 X 찾기

검사단계 : A -> Y (No 버튼을 누른다)

          A -> X (Yes 버튼을 누른다)

연구자들은 AX-CPT 과제를 약간 변형시켰다. 변형한 과제의 경우, A X 사이에 다른 (하얀색)방해 글자들이 제시된다. 참가자는 중간에 어떤 글자가 나오든 간에 빨간색 A 다음 빨간색 X가 제시되면 Yes 버튼을 눌러야 한다.

)

목표 : A 뒤에 제시되는 X 찾기

검사단계 : A(빨강) -> X(흰색) -> K(흰색) -> Y(빨강) (No 버튼을 누른다)

          A(빨강) -> X(흰색) -> Y(흰색) -> X(빨강) (Yes 버튼을 누른다)

 

실험 결과, 평소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HMM) Filtering 과제에서 방해자극 개수가 많아질수록 수행능력이 떨어졌으며, AX-CPT 과제의 경우도 방해글자가 있을 경우 반응시간이 길어졌다.

 

Filtering 과제


AX-CPT



, HMMn-back test에서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연구자는 평소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이 관련없는 정보를 무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쓸모없는 정보에 주의를 뺏기게 된다. HMM은 빨간색 도형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파란색 도형에 한눈을 팔았고, 하얀색 X 때문에 헷갈려하고, 둘 또는 세 글자만 기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전 글자를 지우지 못해서 잘못된 응답을 하고 말았다.

멀티태스킹이 이처럼 간단한 과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학업이나 업무효율성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직접 느끼지 못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아니면,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뇌는 이미 멀티태스킹을 통해 상향처리를 하는 산만한 두뇌로 변모하는지 모른다. 최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우리 뇌를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염려했던 바가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니콜라스 카 역시 이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

 

우리는 곡예사가 아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각종 매체를 저글링하는 사람의 뇌는 통제 능력을 상실한다. 그때부터 그 사람의 정신상태는 본인의 통제 하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정보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잃고 끊임없이 떠다니는 나뭇잎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1. Eyal Ophir, Clifford Nass, and Anthony D. Wagner, Cognitive control in media multitaskers PNAS 2009, doi:10.1073/pnas.0903620106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하면서 학습 방법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E-learning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뿐만 아니라, iPad로 책을 읽거나 필기를 하는 사람도 목격할 수 있다. 옛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현대인의 학습 방법을 구경한다면 무척 놀랄 것이다. 

최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들이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정보 관리가 용이해졌다. 일단 사용자가 클라우드 서비스에 파일들을 업로드하면, 데스크탑이나 휴대폰 등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런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버노트(Evernote). 에버노트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사용자의 노트 필기를 관리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웹의 텍스트나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할일 목록을 관리하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웹이나 모바일 App으로 모두 접속이 가능한 이 서비스는 2011 6월 현재 가입자 수가 천만 명을 넘은 상태다. 

만약 에버노트 App을 학습에 활용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우선, 학교에서 한 필기를 집이나 다른 곳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스마트폰으로 필기 내용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습자료에 접근하는 횟수가 증가할 것이다. 셋째, 접근의 용이성으로 인해 학습내용을 필요할 때마다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실험

Schepman, A 등은 대학생에게 에버노트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게 하는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에버노트의 사용법을 알려준 다음, 약 두 달 뒤 학생들의 서비스 사용기록, 서비스에 대한 주관적 태도 등을 측정했다. 이 연구는 특히 에버노트를 데스크탑으로 이용한 학생과 모바일로 이용한 학생들의 데이터를 비교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그 중 흥미로운 결과만을 뽑아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스마트폰이 유비쿼터스 학습을 돕는지 살펴보자. 예상대로, 스마트폰(83) 이용자가 데스크탑 이용자(51)보다 훨씬 다양한 장소에서 서비스에 접속했다. (카이 검증 X자승 = 2.95, df = 1, p = 0.05, 기대값은 69.6 VS 73.1). 하지만 모바일로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전체 사용 횟수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다음, 에버노트 모바일 App이 사용횟수를 증가시키는지 살펴보자. 예상과 달리, 스마트폰 사용자와 데스크탑 사용자 간 사용 횟수의 차이는 없었다. note (t(53) = -1.20, p > 0.05) notebook (t(53) =-0.36, p > 0.05).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서비스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살펴보자. 연구자들은 이 서비스가 학습시 Reflection을 촉진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Reflection[각주:2][각주:3]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 경험과 통합하는 과정을 말한다. 학생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직면했을 때 모바일로 어디서든 학습 내용에 접근할 수 있다면, Reflection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노트들을 목적별로 분류하고 그 개수를 센 다음, 전체 노트의 수로 나눠서 백분율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스마트폰 이용자와 데스크탑 이용자 간 Reflection에 차이는 없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에버노트를 아이디어 노트로 활용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t(45.78) = -2.93, p < 0.005,


결론 

클라우드 기반의 노트 필기 서비스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장점이 십분 발휘되지 못하는 것 같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노트에 접근할 수 있을지라도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버노트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두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는 적합해 보인다.

이 결과는 온라인 학습을 활용하려는 교육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남긴다. 접근성이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왜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지, 또 학습내용을 복습하거나 활용하는 데 서비스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하지 않고 무작정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소개한다면 그 활용가치가 반감될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획하는 기업 역시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1. Schepman, A., et al. An observational study of undergraduate students’ adoption of (mobile) note-taking software.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011), doi:10.1016/j.chb.2011.09.014 [본문으로]
  2. Aubusson, P., Schuck, S., & Burden, K. (2009). Mobile learning for teacher professional learning: Benefits, obstacles and issues. ALT-J: Research in Learning Technology, 17(3), 233–247. [본문으로]
  3. Boud, D., Keogh, R., & Walker, D. (1985). Reflection: Turning experience into learning. London: Kogan Pag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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