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시간을 공간의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런 경향은 우리가 쓰는 말(“당신의 미래를 내다봐라", “당신의 과거를 돌아봐라")에서 나타나기도 하며, 심리학 연구도 이를 입증한다. 예를 들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쓰는 국가의 사람들은 미래를 왼쪽으로 생각하기 쉽다(원문은 오른쪽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논리상 왼쪽이 맞는 것 같다 - 역자 주).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시간을 표상하는 공간은 항상 일정할까 아니면 개인이 경험한 일화(episode)가 많아짐에 따라 달라질까?


Brittany Christian과 동료들은 흥미로운 연구[각주:1]를 통해 이 주제를 다뤘다. 첫 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60명의 참가자(18~32세)들에게 36cm의 선을 보여준 다음 자신의 생일을 선 위에 표시하라고 지시했다. 선의 가운데는 ‘현재'를 의미한다. 모든 조건의 참가자들은 이전 생일 (8,9번째 생일)과 함께 미래의 생일 (58. 59번째 생일)을 표시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과제를 수행했다. 하지만 첫 번째 조건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생일을 표시한 반면, 다른 조건의 참가자들은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을 표시했다. 마지막 조건의 참가자는 낯선 사람의 생일을 표시하게 했다. 


실험 결과 자신의 과거~현재~미래 생일의 간격은 친한 친구의 생일 간격보다 넓었다. 또, 친구의 생일 간격은 낯선 사람의 간격보다 넓었다. 8~9번째 생일과 58~59번째 생일 간 간격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점을 미루어볼 때, 우리는 이 간격을 보다 일반적으로 표상하는 것 같다. 이 결과는 우리가 과거와 미래의 사건을 보다 풍부하게 부호화할 경우, 이 심적 표상에 할당하는 물리적 공간 역시 커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63명의 참가자(18~32세)를 대상으로 자신의 시간 여행을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연구자들은 컴퓨터 화면 중심에 하얀 점을 제시하고 optic flow(광학 흐름)를 만들어냈다. 하얀 점이 수축할수록 참가자는 자신이 뒤로 후퇴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반면, 점이 확장하면 앞으로 이동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참가자들은 키패드를 이용하여 자신의 움직임을 직접 컨트롤하면서 현재부터 10년 전 또는 10년 후 범위 내에서 각 생일이 공간 상 어디에 해당하는지 응답했다.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참가자들은 본인, 친한 친구, 낯선 사람의 생일을 판단했다.



optic flow의 예. 위 사진처럼 광학 흐름(화살표)을 만들어내고 중심점(화살표가 수렴하는 지점)을 점점 작게 만들면, 참가자는 자신의 뒤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Image : http://www.simplypsychology.org/perception-theories.html



실험 결과, 자신의 생일 간 간격은 친한 친구의 간격보다 훨씬 넓었다. 또, 낯선 사람의 생일 간격이 제일 좁았다. 이런 차이는 과거나 미래에서 모두 발견되었다.


Christian과 동료들은 이 결과가 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과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자신과 관련 있거나 일화적으로 풍푸한(i,e 보다 구체적인) 사건의 심적 표상일수록 보다 많은 공간이 할당된다". 추후 연구에서는 사실적 지식이나 정서적 salience가 공간 할당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친분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인생을 더 넓게 생각할까? 아니면 친분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의 인생을 더 넓게 생각할까? 


연구자들은 “이 연구 결과는 특히 미래와 관련해서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연구자들은 이 결과가 계획오류(planning fallacy) - 어떤 일의 소요 시간을 예상할 때 타인보다 자신의 소요시간을 과소추정하는 경향. 인지심리학자인 카네만과 트베르스키가 처음 고안한 용어다 - 와 관련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가 자신의 시간을 타인의 것보다 넓게 표상할 경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Reference

  1. Christian BM, Miles LK, and Macrae CN (2012). Your space or mine? Mapping self in time. PloS one, 7 (11) PMID: 23166617 [본문으로]



글 : Frontal Cortex ( Jonah Lehrer )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야구 배트와 공의 가격은 모두 1달러 10센트다. 배트의 가격은 공의 가격보다 1달러 높다. 그렇다면 공의 가격은 얼마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의 가격이 10센트라고 망설임없이 말한다. 하지만 정답은 5센트다. 


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자이며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다니엘 카네만 ( Daniel Kahneman ) 은 수십년 동안 이런 질문들을 사람들에게 한 다음 반응을 분석했다. 그의 간단한 실험은 인간의 사고에 대한 관점을 심오하게 바꾸어놨다. 철학자, 경제학자, 사회 과학자들은 수십년동안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 이성은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었다. – 하지만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나 셰인 프레드릭(Shane Frederick, 야구 배트와 공 문제를 만든 사람이다)같은 학자들은 인간이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문제와 관련있는 수치들을 주의깊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림법에 의존해서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 어림법들은 계산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산을 아예 하지 않게끔 만든다. 야구 배트와 공 문제를 접했을 때, 우리는 수학시간에 배운 것들을 잊어버린 채 머리를 가장 적게 쓰는 방법으로 대답을 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수학 시간에 배운 대로

x+y=110cent

x=y+100cent

라고 계산했다면 절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 역자 주)


카네만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업적은 수년 동안 무시되어 왔다.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 한 사람은 그의 연구를 들은 다음 돌아서면서 “나는 바보의 심리학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임스 매디슨 대학의 Richard West와 토론토 대학의 Keith Stanovich가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게재한 새 논문[각주:1]에 의하면, 똑똑한 사람일수록 사고의 오류를 더 많이 범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능이 편향을 줄일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 S.A.T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실수를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오히려 그것이 오류를 부추기기도 한다.


West와 동료들은 482명의 학부생에게 편향을 불러일으키는 고전적 문제들을 내줬다. 여기 예시가 있다.


호수에 수련 잎이 있었다. 수련 잎의 크기는 매일 두 배씩 커진다. 잎이 호수 전체를 다 덮는 데 48일이 걸린다면, 호수의 절반을 덮는 데는 며칠이 걸렸을까?


당신은 아마 머리를 가장 적게 쓰기 위해 48일을 반으로 나누려 했을 것이다. 그래서 24일이 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답은 47일이다. 


또, West는 학생들의 “닻 내리기 편향”을 알아보기 위해 퀴즈를 냈다. 닻 내리기 편향은 카네만과 트버스키가 1997년에 발견한 현상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적목(redwood)은 X 피트보다 크다”고 말해줬다. 이 때 참가자마다 X의 숫자를 85~수천까지 각각 다르게 말해줬다. 그 다음, 세상에서 가장 큰 적목의 높이를 예상하게 했다. 작은 “닻”에 노출되었던 학생 – 85라고 들었던 사람 – 들의 응답은 평균 180피트였다. 수 천피트라고 들었던 사람들의 응답은 이보다 7배가 높았다.


닻 내리기 편향(Anchoring heuristic)


참조점(Anchor)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편향.


예) 아프리카 국가들의 유엔 가입 률은 ?

"10% 정도인가?"라고 물어봤을 때 ->  25%라고 대답함

"65% 정도인가?"라고 물어봤을때  -> 45%라고 대답함

(질문자가 제시한 숫자에 따라 답이 증감하고 있다)



하지만 West와 동료들은 인간의 편향을 재확인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편향이 지능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편향을 측정하는 동시에 인지적 측정(S.A.T나 Need for Cognition Scale)을 함께 실시했다. 인지적 측정은 “개인이 사고를 즐기고 관여하려는 성향”, (즉, 평소에 생각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 역자 주)을 측정한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선, self-awareness는 편향을 제거하는 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과학자들의 말처럼, “자신의 편향을 인식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저자
대니얼 카너먼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2-03-3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 심리학자가 밝혀낸 인간의 사고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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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만은 그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자신의 연구가 본인의 편향을 수정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내 직관적 사고는 연구를 진행하고 난 후에도 여전히 과신, 극단적 예측,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 과제에 소요되는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편향은 자신보다 타인이 오류를 훨씬 많이 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bias blind spot). 이 “meta-bias”는 타인의 의사결정의 체계적 오류를 찾아내는 인간의 능력에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는 친구의 결점을 잘 찾아낸다. 하지만 본인도 똑같은 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Bias blind spot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West는 최신 논문을 통해 이 현상이 틀 효과부터 닻 내리기 효과까지 모든 편향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우리는 매사에 우리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만 타인의 결점은 가혹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지능이 이 현상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네 가지 측정치를 통해 학생들의 “인지적 정교화(Cognitivie sophistication)” 정도를 측정했다. 네 가지 측정치는 bias blind spot과 정적 상관이 있었다. 즉, 인지적 능력이 높은 학생일수록 bias blind spot현상이 더 심했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편향에서 입증되었다. S.A.T 점수가 높은 사람이나 사고를 좋아하는 사람이 심적 오류에 더 취약했다. 교육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카네만과 프레드릭이 수년 전에 말한 대로, 하버드나 프린스턴, M.I.T의 학생 중 절반이 야구배트와 공 문제를 맞추지 못했다.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한 가지 도발적인 가설은 자신과 타인을 평가하는 방식의 불일치가 bias blind spot를 낳는다는 것이다. 타인의 선택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할 때는 행동적 정보에 의존한다. 즉, 그들의 외면에서 편향을 보려하기 때문에 체계적 오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평가할 때는 내면을 관찰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신의 동기나 적절한 이유를 찾는다. 우리는 치료사에게 자신의 실수를 토로하거나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신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면을 관찰하는 방식의 문제점은 편향의 근원이 대부분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자기 분석을 통해 관찰할 수 없으며, 이성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면을 관찰하는 방식은 오류를 범하기 쉬우며, 일상의 실수들을 일으키는 주요 기제를 볼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유창하게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핵심을 빗나간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할수록, 훨씬 적게 이해하는 셈이다.


  1. West, R. F., Meserve, R. J., & Stanovich, K. E. (2012, June 4). Cognitive Sophistication Does Not Attenuate the Bias Blind Spo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doi: 10.1037/a0028857 [본문으로]

이정모 교수님이 2012년 2월 21일에 블로그에 올리신 글입니다.
카네만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오류와 교만을 지적하셨네요.
저도 이 글을 읽고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정모 교수님 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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