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Cognition $ the Art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Prologue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따라해 보자. 지금 보고 있는 컴퓨터 화면을 응시한다. 그 다음 눈을 감는다. 머리를 좌우로 흔든 다음 눈을 떠서 다시 화면을 보자. 컴퓨터 화면이 몇 초 전에 있던 그 위치에 여전히 있는가?
신기하지 않은가?
시각적 항상성
당신은 모니터가 제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연하다고 하기에는 우리 뇌가 너무 놀라운 일을 처리하고 있다. 심지어 간단한 안구 운동, 예를 들어 두 눈이 같은 방향으로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사카드(saccades)의 경우 뇌가 시각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아래 그림처럼 움직이는 버스를 촬영한 사진을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카메라는 움직이는 버스를 포착하기 힘들다. 이 경우 아마추어 작가가 찍은 작품처럼 흔들린 사진이 나오게 된다.
만약 우리 뇌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면, 우리 눈은 위 그림처럼 움직이는 모든 물체의 잔상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신기한 점은 우리가 일생 생활을 영위하는 동안에도 사카드는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눈의 retina에 맺혔던 상이 잠시 후에는 다른 곳에 맺히게 될 것인데, 물체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가 시각적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visual suppression 때문이다. 이 현상은 뇌가 안구 운동을 하는 동안 시각 처리를
선택적으로 막아버려서, 동일한 물체에서 얻은 미미한 불일치를 억제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 우리 뇌의 다른 기능과 마찬가지로 이
현상은 아직 완벽하게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 뇌가 안구 운동의 방향과 정도를 알아내는 방식은 세 가지 요소에 결정된다고
여겨진다.
1. 외부적 환경으로부터 얻은 단서, 물체나 표면 또는 공간 관련 시각적 단서를 말한다. 2. Neural outflow, 뇌가 ocular motor system에 보내는 명령을 말한다. 3. Neural inflow, 안구 운동에서 일어나는 근육의 움직임이 다시 뇌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1번 단서를 망막(retinal) 단서라고 부르고 2,3번을 망막 외 정보(extra-retinal information)라고 한다. 시각적 항상성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사카드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눈깜빡임에 관한 연구는 적은 편이다. 두 현상이 흡사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메카니즘이 시각적 항상성에 관여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실험
Stephen Higgins는 눈 깜빡임 과정에서 시각적 항상성을 유지하는 과정이 사카드의 경우와 유사한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진이 관찰하고자 했던 요소는 blanking effect였다. 이 현상은 사카드
과정에서 동일한 물체로부터 얻은 두 개의 불일치하는 상이 처음에는 보이지 않다가, 짧은 간격 뒤에 다시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두 상의 불일치를 금방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visual suppression 현상을 잠시 제거할 수 있다. 기존
연구는 사카드 동안 blanking 효과가 나타남을 관찰했다. 그렇다면 눈깜빡임의 경우는 어떨까?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 방법을 약간 수정하기로 했다. 각 시행에서, 참가자들은 모니터 화면에 제시되는 점 하나를 응시하게 된다. 이 점은 굉장히 짧은 시간 나타났다(밀리세컨드)가 사라진다. 첫번째
실험은 참가를 나누어서 한 집단은 점이 제시된 다음 눈을 깜빡이게 하고, 다른 집단은 눈을 계속 뜨게끔 지시했다. 그 다음 점이
다시 나타나게 되는데, 점의 위치가 처음 위치보다 아래,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바뀌게 된다. 참가자들은 점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를 응답해야 한다. 두번째 실험은 모든 사람들이 점 출현 후 눈을 깜빡이게 된다. 대신 참가자의 반은 blanking 기간이 삽입되고, 나머지 반은 처음 실험과 동일하게 진행된다. 세번째 실험은 첫번째 실험과 동일하지만 blinking 조건이
"simulated blinking" 조건으로 수정된 점이 다르다. 이 조건의 경우 점 출현 후 컴퓨터 화면이 잠시동안 까맣게
변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시각적인 방해를 유도하게 된다(즉 망막에 들어온 정보를 방해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 반응의
정확도를 통해 눈 깜빡임이 visual suppression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했다.
위 그림은 두번째 실험의 절차를 설명해 놓은 것이다. 처음에 점이 출현했다가(3번째 열을 말하는 것 같다 - 역자 주) 사라진다. 그 다음 점이 무선적인 위치에 다시 출현하게 된다. 역자 주) blank 조건의 경우 점이 다시 출연하기 전에 피험자가 눈을 뜨게 되므로 하얀색 화면(즉 blank)를 보게 된다(5열의 그림). 반면 no blank 조건은 눈을 뜨자마자 위치가 바뀐 점을 바로 보게 된다(6열의 그림).
결과
실험 결과 눈깜빡임에서 일어나는 visul suppression 현상은 사카드의 경우와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연구자는 눈을 깜빡인 피험자가 방향 판단에서 훨씬 부정확함을 발견했다. 결국 visual suppression은 우리가 눈을 깜빡이는 동안 일어나는 것 같다 두번째로 방향 판단의 정확성은 blank가 삽입된 경우 더 높았다. 결국 blank 효과는 사카드의 경우처럼 눈깜빡임에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세번째로
simulated blinking의 경우 깜빡임이 없던 집단보다 정확도가 낮았다. 하지만 실제로 눈을 깜빡인 집단에 비해
blanking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는 visual suppression이 시각적 방해 뿐만 아니라 망막 외부적 정보에도
의존함을 말해준다. 결국 사카드와 눈깜빡임 간 유사성이 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눈 깜빡임 간 시각적 항상성을 연구하는 첫걸음인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있다. 우리는 세가지 요소가 visual suppression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blanking effect가 왜 일어나는지 모른다. 이번 연구를 근거로 Higgins는 시각적 랜드마크로부터 물체의 상대적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다면, 그것이 중요한 요소로 기능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의문점은 피험자에게 눈을 깜빡이라고 '시킨' 것이 visual suppression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이다.
비자발적이고 반사적인 눈 깜빡임의 경우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까? 추후 연구가 진행되면 위와 같은 질문도 해결될 거라고 본다.
현재로서는 아마추어 사진처럼 화면이 보이지 않게 열심히 일하는 우리 뇌가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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