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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기사/의사결정/추론

Common Effect 상황에서의 귀인 방식




글: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가상의 시나리오를 읽어보자.


어느 교수님의 기말평가 방식은 이상하기로 유명하다. 팀원 중 기말고사 문제를 3개 이상 틀린 사람이 있을 경우 전체 팀원이 무조건 B 학점을 받기 때문이다. 이 수업을 듣고 있는 1조 팀원 A, B, C, D는 기말고사에서 각각 4, 1, 2, 3문제를 틀렸다. 결국 조원 전체는 B를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조원 전체가 B를 받게 된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A인가? D인가?


Common Effect 상황에서의 귀인 방식

여러 원인이 결과에 공동으로 기여를 하는 경우(Common Effect), 사람들은 그 중 어떤 원인에게 결과의 책임을 지울까? 다양한 이론들이 인간의 책임 판단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가장 직관적인 설명은 Matching Model이다. 즉 A는 4, B는 1, C는 2, D는 3만큼 결과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직관적으로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B와 C는 아무 잘못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B와 C가 열심히 노력해서 문제를 더 많이 맞혔다 할지라도 A와 D 때문에 B학점을 받는 건 피할 수 없다. 결국 B와 C에게 1, 2만큼의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두번째 설명은 반사실적 모델(Lewis, 1973)이다. 이 방법은 사건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할 때 원인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설명한다. 먼저 원인과 결과 사건이 발생할 것, 두번째로 원인이 없었다면 결과가 없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충족되어야 한다. 타당한가? 이 주장 역시 이상해 보인다. A가 3문제 이상을 틀리지 않았다면 B학점을 맞는 결과도 없었을 테니까 A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가? 아니다. 설사 그랬더라도 D가 3문제를 틀릴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똑같다. 그렇다면 A는 결과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다. 이는 D도 마찬가지다. 결국 A와 D 모두에게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Lagnado는 이 주제에 관한 연구결과[각주:1]를 2010년 Cognition에 게재했다. Lagnado는 Matching Model과 반사실적 모델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Structural Model을 주장했다. 이 모델은 반사실적 추론을 약간 수정한다. 일단 발생하지 않았으면 결과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을 충족하는 원인을 모두 결과의 원인으로 지목한다(A와 D). 그 다음 A와 D의 책임을 조정한다. A와 D는 각각 1/(n+1)의 책임을 지게 된다. 여기서 n은 ‘해당 원인의 결과 기여가 결정적이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조건의 수'를 의미한다. A가 4문제를 틀린 것이 결과 발생(B학점)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려면, D가 2개 이하로 틀려야 한다. 즉, D 한사람의 조건만 변하면 되므로 n은 1이 된다. 결국 A와 D는 각각 1/2만큼 책임을 지게 된다.


삼각형 세기 게임

연구자들은 이 모델이 실제 인간의 귀인 전략을 잘 설명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삼각형 세기 게임을 고안했다. 참가자들은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컴퓨터를 통해 삼각형 게임을 진행한다(사실 이 중 3명은 컴퓨터다). 참가자는 그림 속에서 삼각형이 몇 개나 들어있는지 센 다음 정답을 입력한다. 각 문제를 풀고 난 다음에는 각 참가자의 정답률이 공개된다. 만약 그림 속 삼각형 개수가 10개인데 8개라고 적었다면 Deviation=2로 표시가 된다.



실험은 총 3조건으로 나뉘는데 그 중 Least조건만 보기로 하자. Least조건의 경우, 4명 중 한명이라도 Deviation이 3 이상일 경우 정답을 못 맞춘 것으로 간주한다. 글의 맨 처음에 소개했던 팀플 이야기와 유사한 상황이다.

그 다음, 참가자는 각 조원들이 결과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를 1~10으로 평정한다. 연구자들은 이 점수를 Matching Model, 반사실적 모델, Structural Model의 예측과 비교한 다음, 어느 모델이 참가자의 데이터를 잘 설명하는지 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Structural Model이 다른 모델보다 참가자의 책임 평정 점수를 잘 설명했다.


1박 2일 출연자들의 시청률 기여도

결국 Structural Model은 인간의 귀인 전략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델을 응용하면 재미있는 예측도 해 볼 수 있다. 1박 2일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강호동을 시청률의 원인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강호동이 하차하고 나서도 1박 2일의 시청률은 여전히 높다. 그럼 시청률의 원인은 다른 출연자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Structural Model은 시청자가 각 출연자의 시청률 기여도를 어떻게 지각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남은 출연자는 강호동의 하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청률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므로 책임은 1/(1+1)이 된다. 즉, 시청자는 각 출연자가 시청률에 1/2씩 기여를 하고 있다고 지각할 것이다.

만약, 시청자 뿐만 아니라 방송사 관계자들도 Structural Model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조만간 1박 2일 출연자의 출연료가 상승할 지도 모르겠다.


  1. Tobias Gerstenberg, David A. Lagnado, Spreading the blame: The allocation of responsibility amongst multiple agents, Cognition, Volume 115, Issue 1, April 201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