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도덕은 나쁜 행동을 하고 싶은 유혹으로부터 우리를 도와준다. 예를 들어 당신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혐오감이 일어난다. 또, 타인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어진다. 이런 본능 때문에 우리는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도덕 판단이 혐오감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목격할 경우 혐오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더불어, 혐오감은 사람들의 도덕적 분노를 증폭시킨다. 이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혐오감이 다른 원인 때문에 일어났을지라도 도덕적 분노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다. 대부분의 경우 원인은 분명하다. 당신이 길을 걷고 있는데 차가 당신을 향해 돌진해 온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옆으로 급하게 피한 다음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낄 것이다. 이 감정은 분명 차에 치일 뻔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하지만 가끔 감정의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당신은 시험이나 발표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스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가 다른 일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가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일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혐오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정 상황에서 경험한 혐오감이 전혀 관련 없는 도덕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Lotte Van Dillen, Reine van der Wal, Kees van den Bos는 2012년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저널에 흥미로운 논문[각주:1]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도덕 판단에서 일어나는 혐오감의 오귀인이 개인차에 영향을 받는지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개인마다 주의력 통제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전적인 스트룹 과제를 예로 들어보자. 스트룹 과제에서 색상 단어는 각각 다른 색으로 씌여져 있다. 참가자는 단어의 색상을 말해야 한다. 이 과제는 단어의 뜻과 글자의 색이 동일할 때 매우 쉽다. 즉, ‘RED’라는 글자가 빨간 색으로 씌여있을 때 ‘RED’라고 금방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단어의 뜻과 글자의 색이 다를 때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GREEN’이 빨간 색으로 씌여져 있는 경우 ‘RED라고 말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이 과제는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이 과제를 매우 어려워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글자의 색깔에만 정확히 집중하기도 한다.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앞으로 일련의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먼저 참가자들은 스트룹 과제를 수행하면서 반응 속도를 측정했다. 이 속도는 주의력 통제 능력을 의미한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약간 혐오스러운 이야기(“앤이 사과를 한입 베어 물자 안에서 벌레가 나왔다”)와 중립적인 이야기(“앤은 점심으로 가져온 사과를 한입 베어물었다.”)를 읽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어떤 사람이 지갑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지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를 읽었다. 참가자들은 이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평가했다. 중립적인 이야기를 읽었던 참가자들은 이 이야기가 약간 잘못되었다고 응답했다. 주의 통제력이 높은 사람도 이 이야기가 약간 잘못되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주의 통제력이 낮은 사람은 이야기 속 인물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참가자에게 각각 다른 지시를 내렸다. 몇몇 참가자에게는 혐오스러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최대한 감정을 강하게 느껴보라고 주문한 반면,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주의를 분산시키도록 했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불륜을 저지르고 가족을 떠난 남자/여자의 이야기를 읽고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평가했다.


이 경우, 혐오스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강한 감정을 느꼈던 참가자들이 주의가 분산되었던 참가자들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을 강하게 비난했다.


종합해보면, 우리는 혐오감을 기준으로 행동의 도덕성을 판단한다. 하지만 주의력이 높다면 자신이 경험하는 혐오감이 도덕 판단의 결과라는 잘못된 생각을 억제할 수 있다. 


  1. Van Dillen LF, van der Wal RC, van den Bos K., On the role of attention and emotion in morality: attentional control modulates unrelated disgust in moral judgments. Pers Soc Psychol Bull. 2012 Sep [본문으로]




출처: Brain Post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2011년 4월 오클라호마 Tulsa에서 열린 Warren Frontiers in Neurosciene 강연에서 Jerome Grafman은 "인간 믿음의 근원이 되는 뇌 부위"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나는 보통 이런 강연들을 한 포스트에 전부 요약하곤 했다. 그러나 이 발표가 워낙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관계로, 나는 이 내용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요약하고자 한다. 또 강연 내용을 소개하는 동시에 Grafman과 그의 연구팀이 진행했던 연구를 같이 살펴볼 생각이다.


'도덕'같이 추상적인 개념을 연구할 때는 주요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다. 이런 방법은 종교나 정치적 신념을 연구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Grafman 박사는 이론적인 관점보다 양적인 데이터를 선호한다. 그가 사용한 Moral Sentiment Task는 98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참가자는 주어진 상황(도덕적 시나리오가 주어진다)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4개의 응답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대규모 전집 데이터를 통해, 이 연구에서 나온 응답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었다.

친사회적 감정
  • 당황
  • 동정
  • 죄의식
중요 감정
  • 분노
  • 역겨움
Jorge Moll와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 Grafman은 frontotemporal dementia(FTD) 환자를 대상으로 PET 영상을 촬영하는 동시에 Moral Sentiment Task를 진행했다. FTD 환자는 일반적으로 부적절한 행위(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을 오판하는) 등 사회적 행동에 장애를 보인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은 보통 간병인을 당혹하게 만들고 FTD 환자를 알츠하이머 치매보다 다루기 어렵게 만든다. 전두엽은 도덕적 신념과 판단에 기여하기 때문에, 전두엽에 불규칙한 영향을 미치는 질병은 이 부위가 정말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지 확인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특정 뇌 부위의 저조한 활성화와 Moral Semtiment test에서 내리는 부정확한 결정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FTD 환자가 실험에 참여했다. 예상대로, FTD 환자는 통제 조건에 비해 전두엽에서 포도당 이용이 감소했다. 상관 분석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 medial frontopolar cortex에서의 포도당 수치 감소는 친사회적 정서의 감소와 관계가 있었다.
  • septum에서의 포도당 수치 감소는 친사회적 정서의 장애와 관계가 있었다.
  • dorsal medial prefrontal cortex와 amygdala에서의 포도당 수치 감소는 중요 정서 점수의 감소와 관련 있었다.


Annual Review of Neuroscience 리뷰에서 Forbes와 Grafman은 사회 인지와 도덕 판단에서 전전두엽이 하는 역할을 요약했다. 그들은 사회적 인식과 도덕적 판단 과정이 상당 부분 중복된다고 설명했다. 사회 인지는 한 종의 다른 구성원에 관한 정보를 부호화, 저장, 인출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 인지 기능의 요소는 암묵적 프로세스 (인지적 노력이 적게 들고 우리 의식에서 처리되지 않는)와 외현적 프로세스( 의도적이고, 인지적으로 노력이 들며 의식적으로 접근이 가능한)로 이루어져 있다. 암묵적 사회 인지는 진화적으로 초기에 생겨난 것으로 보이며 posterior cortex나 피질하 구조와 관련있다. 외현적 사회 인지는 진화적으로 나중에 발달되었으며 주로 전전두엽(PFC)에 의존한다.

전전두엽 피질은 도덕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fMRI로 관찰해보면 PFC 영역은 도덕적 문제를 처리할 때 활성화된다. 재미있는 건, PFC의 특정 영역이 비개인적인(Impersonal) 도덕적 딜레마(기차의 선로를 바꿔서 다섯 사람을 구하는 대신 다른 선로에 있는 한 사람을 죽일 것인지)와 개인적인 도덕적 딜레마(자신의 아이 입을 막아서 질식시키는 대신 군인들에게 발각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것인지)로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Forbes와 Grafman은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판단은 진화적 압력과 환경적 사회적 상황에 기반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와 같은 진화는 진행중이며 연구자들은 페이스북이나 텍스트 문자처럼 비개인적(impersonal)인 발전이 젊은 세대의 뇌 시스템을 "즉각적 결과와 만족"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꿀지 궁금해한다. 아무튼, 사회 신경과학의 출현은 neuroanatomical, genetic, 환경적 영향이 우리의 사회 발전과 도덕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Reference


Moll J, Zahn R, de Oliveira-Souza R, Bramati IE, Krueger F, Tura B, Cavanagh AL, & Grafman J (2011). Impairment of prosocial sentiments is associated with frontopolar and septal damage in frontotemporal dementia. NeuroImage, 54 (2), 1735-42 PMID: 20728544

Forbes, C., & Grafman, J. (2010). The Role of the Human Prefrontal Cortex in Social Cognition and Moral Judgment Annual Review of Neuroscience, 33 (1), 299-324 DOI: 10.1146/annurev-neuro-060909-153230




출처: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언론이 재난에 관한 보도를 할 때 영웅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Gabrielle Giffords의 비극적인 총격 사건과 이번 1월 애리조나에서 있었던 다른 사건에서도 범인을 제압한 평범한 사람들이 출현한다. 3월에 일본에서 일어난 대규모 지진 후 무너진 건물에서 희생자를 구출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우리가 현장에 있었다면 그처럼 용감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당시 상황에 있었던 사람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물론, 현장에 직접 있는 것과 사건을 기사로 읽는 것은 판단을 내리는  시간에서 차이가 있다. 당신이 범죄나 지진을 목격할 경우, 상황은 빠르게 전개된다. 당신은 어떤 조치를 취할지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사건을 신문으로 읽을 땐 당신이 무엇을 해야 옳은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Joshua Greene과 동료들은 사람들이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한 경우, 두 가지 추론 시스템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빠르고 직관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정서적 시스템이다. 도덕적 차원의 성격을 띤 문제의 대부분에서 이 시스템은 상황에 적절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유발한다. 다른 하나는 광범위한 사회적 이득을 고려할 수 있는, 느린 추론시스템이다.



지난 몇 년간, 도덕적 추론에 관한 연구는 이런 두 종류의 판단이 반대방향으로 작동하게끔 만드는 문제들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카리브해에서 유람선을 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보트의 엔진이 폭발하고 배가 침몰하기 시작한다. 배의 구명보트 몇 개만이 작동 가능하며, 사람들이 그쪽으로 기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당신이 탄 보트는 사람으로 가득차서 가라앉을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몇 사람을 밀어버리면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몇몇 사람들을 보트에서 밀어버리면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가 살 수 있다. 그러나, 보트에서 어떤 사람을 밀어버렸다는 것은 당신이 그들의 생존권을 박탈했다는 의미다.


2011년 6월호 Cognition에 실릴 논문에서 Renata Suter와 Ralph Hertwig는 반응시간에 따라서 사람들의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반응이 달라지는지를 조사했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 중 일부는 딜레마 몇 개를 읽은 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최대한 빠르게 응답하라고 지시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딜레마에 대해 원하는 만큼 생각해본 다음 결정을 내리라고 지시받았다.


실험 결과, 충분한 시간동안 고민한 사람들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몇사람을 보트에서 밀어버리겠다고 했다. 반대로, 빨리 반응하도록 지시받은 집단은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지더라도 소수를 보트에서 밀어버리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러한 결과는 판단을 내리는 시간이 딜레마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지지한다. 짧은 순간동안, 우리는 다양한 감정에 휘둘린다. 때때로, 짧은 순간의 우리 선택은 인간적으로 보인다(비극의 순간에 다른 사람을 구하고 불구가 되는 경우). 이 감정은 타인이 어떤 상황에서 비도덕적 유혹을 받는 것에 강한 분노를 느끼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 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 가지 사고체계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충분한 시간을 고려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이성적인 사고체계를 선택할 수 있고, 직관적 감정을 거스르는 합리적 결정(보트에서 사람을 밀어버리는)을 내릴 수도 있다.




출처: Wired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어떻게 도덕과 윤리를 결정할까? 우리 선택이 오직 사실에만 근거한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버지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Jonathan Haidt)는 우리 도덕판단이 심미적 판단과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림을 볼 때 자신이 그 그림을 좋아하는지 자동적으로 안다"라고 하이트는 말했다. "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그런 판단의 이유를 묻는다면 당신은 이유를 지어낼 것이다. 도덕판단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어떤 이슈에 대해 확고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들은 먼저 그 문제에 대한 감정을 먼저 느끼고, 합리화는 나중에 일어날 것이다." 즉, 윤리적 판단을 할 때 우리 이성은 과학자처럼 사실을 좇지 않는다. 대신 그것은 변호사와 비슷하다. 우리 내부의 변호사가 사후 합리화를 위한 증거를 찾고, 즉각적인 반응을 합리화하기 위해 수사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합리화는 단지 외적인, 정교한 자기 기만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를 잘 표현했다. "이성적인 동물은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복잡하진 않지만 훌륭한 연구를 하는 Ed Yong은 최근 PNAS에 실린 논문에서 가석방 판단과 관련된 심적 프로세스를 다루었다.


위 그래프는 Negev에 있는 Ben Gurion 대학의 Shai Danziger가 한 연구결과다. 이 그래프는 이스라엘 가석방 청문회에서 10개월동안 내린 1,112건의 결정을 보여준다. 수직 축은 가석방 허가 판결의 비율이다. 수평축은 하루 중 해당 사건의 재판이 진행된 순서다. 그리고 점선은, 판사가 아침이나 점심을 먹은 시점을 의미한다.

이 그래프는 극적이다. 이 그래프는 처음 재판에 죄수가 가석방 될 확률이 65%에 달하다가 몇 시간뒤에는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각주 참조). 판사들이 휴식에서 돌아온 후, 이 확률은 느닷없이 65%까지 치솟고 다시 떨어진다. 죄수의 운명은 하루 중 재판이 언제 열리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Danziger에 의하면 이 현상은 인간의 잘 알려진 약점에서 비롯되는데, 피곤한 뇌가 디폴트 선택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 상태를 깨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들어간다). 판사의 경우 디폴트 선택은 가석방을 거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건을 하나씩 듣는 동안 그들은 자신의 쉬운 의사결정 전략에 의존하게 되고, 인지적 저항을 덜 받는 길을 택한다. 죄수가 가석방될 이유를 찾으려면 추가적인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판사는 그렇게 하지 않게 된다. 결국 죄수의 첫인상이 판결을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어려운 퍼즐을 푼 다음 '예술적으로 어려운'작품을 보려 하지 않는다). 사건의 세부내용은 지쳐버린 전전두피질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법률 판단의 오점을 보고한 심리학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9년 Skidmore College의 Sheldon Solomon은 아리조나 Tucson에서 내린 22개의 사법결정을 연구했다. 그는 판사들에게 자신이 보석금 결정과 개인성격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솔로몬은 교묘하게 질문지 중간에 죽음을 연상시키는 질문을 집어넣었다. 따라서 판사 중 절반은 "당신의 죽음이 일으키는 감정"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판사들이 질문지를 다 작성한 후, Solomon은 성매매로 기소된 여성의 보석을 물어봤다. 통제 조건의 판사들은 -이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 보석금으로 50$ 낼 것을 결정했다. 이 결정은 아리조나주의 법률 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던 판사들은 훨씬 징벌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들이 내린 보석금 결정의 평균 액수는 $455였다.


솔로몬에 의하면 죽음에 대한 생각은 판사를 보수적으로 만들고, "문화적 가치를 위반한" 사람에게 훨씬 엄격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분야에서도 발견되는 Mortality salience 현상으로 알려져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훨씬 극단적인 도덕 판단을 내리게 된다. (후속 연구에서, 솔로몬은 9/11에 대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공화당을 훨씬 지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만약 당신이 사람들에게 죽음을 연상시키는 사건에 휘말렸다면, 판사가 점심을 먹고 들어오기 전까지 재판장에 나타나지 않는 게 좋다.


이 결과는 특별히 놀라운 것도 없다. 판사 또한 사람이고, 그들의 결정은 일반적인 감정과 오류에 의해 형성된다. (만약 그들의 도덕 판단이 이런 요소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신기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판사로 하여금 이런 경향성을 인식하게 해서 이 효과들을 줄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도덕적인 결정은 감정과 본능에 의해 형성되지만, 우리의 판단이 항상 휴식 여부에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감정은 다른 것보다 적절할 때가 있다. 그래서 판사들은 자신의 직관에 항상 의문을 제기하고 자기 마음 속 변호사에게 질문을 해봐야 한다. 이 죄수의 가석방 집행을 거절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아니면 단지 배고 고파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가?


 

 

출처: BPS Research Digest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이르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하고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이르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에 저 바리새인이 아니고 이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고 그의 집으로 내려갔느니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18장

더러워진 손을 깨끗이 씻을 때 인간은 신체적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깨끗해졌다고 느낀다. 그런데 도덕적으로 무결하다는 느낌이 다른 사람에 대한 가혹한 도덕 판단으로 이어진다. Chen-Bo Zhong 연구팀은 58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실험실에 초대했다.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소독제로 손을 씻게 해서 실험실 장비들을 더럽히지 않게 했다. 그 다음 모든 학생들은 포르노나 쓰레기 투척같은 여섯 가지 이야기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했다. 참가자 중 손을 씼었던 학생들은 이야기에 대해 훨씬 가혹한 도덕적 비난을 했다.


이어진 실험에서는 수백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 참가자 중 일부에게는 "내 머리가 깨끗해지고 밝아진다. 내 숨이 상쾌해진다..."라고 적힌 짧은 문장을 읽게 해서 'clean'을 점화시켰다. 이 학생들은 더러움에 관한 문장을 읽은 학생들보다 16가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강하게 했다.


세번째 실험은 두번째 실험과 동일하지만, 문장을 읽은 후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자신의 지능, 매력, 도덕적 특성에 순위를 매기게 했다. 두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깨끗함'에 관한 문장을 읽은 학생들은 가혹한 도덕적 비난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경향은 자신이 다른 참가자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우월성과 관련이 있었다(즉, 지능, 매력 등 다른 원인들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청결의 행동은 자신의 도덕적 위상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일종의 권리를 주는 것 같다'라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Zhong, C., Strejcek, B., & Sivanathan, N. (2010). A clean self can render harsh moral judgment.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6 (5), 859-862 DOI: 10.1016/j.jesp.2010.04.003

Posted by 인지심리학 매니아




당신이 판사라고 가정하자. 사건 기록을 읽으려고 하는데 글씨가 너무 희미해서 잘 읽을 수가 없다. 한참을 봐도 글씨가 희미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제 다른 사건 기록을 읽는다. 이번에는 글씨가 선명하고 읽기가 수월하다.

글씨가 선명했던 사건기록의 피고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형량을 덜 받을까? 정답을 맞춰보라.


정답은 놀랍게도 '그렇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1. Processing fluency
사 람이 어떤 정보를 처리하면서 '이해하기 쉽다' 또는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느끼는 것을 Processing fluency라고 한다. 즉, 인지적 처리과정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 난이도를 말한다. 공부를 하는데 책이 너무 어려우면 그 책은 disfluent한 책이고, 쉽다면 fluent한 책이다.

정보처리가 용이한 정보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 쉽다(Hedonic marking hypothesis). 복잡한 내용을 쉽게 설명해 놓은 책이 호감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 Naive theory에 의하면 쉽게 처리되는 내용은 친숙하거나 진실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보통 두번 본 책은 한 번 본 책보다 이해가 쉽다. 친숙하기 때문에 이해가 쉬운 것이다. 이런 사실 때문에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무언가를 발견하면 그 이유는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이 Processing fluency가 도덕적 판단과 무슨 상관 있을까? Hedonic marking 가설에 의하면 쉽게 처리되는 정보는 비난을 덜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해하기 쉬운 사건기록의 피고인은 형량을 가볍게 받을 것이다.
이 논문의 연구자들은 이것 외에도 fluency가 불일치하는 경우(Discrepant fluency)가 도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판단했다. 지저분하게 씌여진 사건기록만 보다가 깨끗하게 씌여진 기록을 봤을 때, 그 피고인에게 가벼운 형량을 주기 쉽다는 것이다. 즉, 일종의 대비효과인 셈이다.

이 두 가설이 과연 맞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2. 실험
실험 참가자들은 6개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읽게 된다.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유인물에는 Punch 스토리(다른 사람을 주먹으로 때리다), Flag 스토리(교사가 국기를 불태우다) 등 비도덕적 행동을 적혀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이야기가 적힌 종이의 음영을 조절해서 글씨가 잘 안 보이게 해 놨다. 다른 경우는 글씨가 선명하게 조작했다. Perceptual fluency를 조작한 것이다.



참가자 1에게 나눠준 유인물의 스토리 순서
Punch
Flag
Deface
Dog
 Hitler Kiss
참가자 2의 경우
 Punch Flag
Deface
Dog
Hitler
Kiss
(회색 음영: 글씨가 잘 안 보이는 경우)

실험 결과 글씨가 잘 보이는 경우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비난이 감소했다. Hedonic marking 가설이 지지된 것이다. 또 4번 스토리(특히 글씨가 잘 안 보이다가 갑자기 잘 보이는 경우; 참가자 2)의 경우 비난이 현저히 감소했다. 이는 Discrepant fluency가 지지된 것이다. 일종의 대비효과로 인해, 글씨가 잘 보이는 경우 비난을 덜 받게 된 것이다.






3. 논의
인 간의 도덕적 판단에 대해 기존 학설은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해 왔다. 글씨를 잘 썼는지, 내용이 기분 나쁜지 등 기타 요인은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합리적이므로 오로지 내용의 객관적 사실만을 근거로 도덕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Haidt가 인간의 도덕적 판단이 직관에 의존한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도덕적 판단은 합리적이라기 보다는 직관적이며, 내용 외에 다른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물리적 지각이 수월한지 여부가 도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이 논문은 물리적 지각만을 다루었다. 그러나 conceptual fluency의 경우도 이와 동일할까? '내용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정보가 긍정적 평가를 받을까? 추후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파출소에 가서 사건 경위서를 쓸 때는 최대한 또박또박, 알아보기 쉽게 써야 한다. 또 내용도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할지 모른다(만약 conceptual fluency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면).


Simon M. Laham et al, Easy on the mind, easy on the wrongdoer: Discrepantly fluent violations
are deemed less morally wrong, Cognition, 2009

출처: Sciencedaily

번역: 인지심리학 Mania

 

단지 친환경제품 주변에 있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이 훨씬 이타적이 된다는 주장의 논문이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되었다.

 

그러나 친환경 제품을 '구입'한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친환경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이 이타적 행동을 덜 보였고, 심지어 기존 제품을 구입한 사람보다 절도, 거짓말을 훨씬 많이 했다. 환경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친환경제품이 사람들 마음속에 '도덕적 credentials'를 심어주게 되고 이기적 행동에 대한 면죄부가 된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는 친환경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을 비난하게 위해 한 건 아닙니다. 여기에는 중대한 메세지가 담겨 있습니다"라고 nina mazar(a marketing professor at University of Toronto’s Rotman School of Management and a self-admitted green consumer)는 말했다. "우리가 한가지 도덕적 일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다음번엔 더 도덕적이 될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mazar와 Chen-Bo Zhong( an assistant professor of organizational behaviour at the Rotman School)은 세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번째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기존 제품 구매자에 비해 친환경 제품 구매자들을 훨씬 협력적, 이타적, 도덕적이라고 생각했다. 두번째 실험에선 green store에서 단순히 친환경 제품에 노출된 사람들이 뒤이은 실험에서 돈을 많이 공유한 반면, 친환경 제품을 구입한 사람은 돈을 적게 공유했다. 마지막 실험에선 친환경제품을 구입한 사람이 뒤이은 실험실 게임에서 거짓말, 돈 훔치기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친환경제품 구매를 도덕적 '손씻기'로, 더 나아가서 윤리적 기준을 어기는 행동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라고 생각할까? 미래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

 

Nina Mazar, Chen-Bo Zhong. Do Green Products Make Us Better People? Psychological Science, in press



출처: the big question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부조리나 의미없는 이야기에 노출된 사람은 학습을 더 잘할까?


도식(schema)은 사람의 기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포커 카드 중 하트는 빨강이며, 스페이드는 검정이라는 도식을 가지고 있다. 만약 색깔이 뒤바뀌면, 당신의 도식은 깨진다.

도식은 인지적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도식은 매 초마다 접하는 수많은 정보를 별 노력없이 빠르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곳에 갔다고 생각해보자. 도식 없이 오직 노력으로 이해하려면 금방 지치게 될 것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는 자신이 가진 도식을 유지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한 연구 중 하나가 'meaning maintenance model'(Steven Heine, Travis Proulx & Kathleen Vohs)이다. 이 관점에 의할 때, 사람들은 모든 것을 이해(자신의 도식이나 기대와 일관되거나 의미가 있는)하려는 욕구가 강해서, 만약 이것이 방해를 받을 경우 자신의 '의미있는 틀'을 회복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실험이 진행되는 중간에 실험자가 바뀌었다. 실험자가 갑자기 바뀜으로써 의미/도식의 위협을 받은 참가자들은 도덕적 신념을 위반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한 경향이 있었다(성매매 위반자를 보석으로 석방하는 데 반대했다). 그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를 방어함으로써 세상을 의미있게 해석하려는 성향을 유지했다.


그럼 이것이 학습과 어떻게 관련있을까?


Proulx와 Heine의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프란츠 카프카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 이야기는 명확한 스토리 라인으로 시작하지만(의사가 어린 아이의 치통을 도와주고자 했다), 의미없는 문장들로 끝을 맺는다. meaning maintenance model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는 참가자로 하여금 자신의 도식과 기대를 더욱 고수하게 만들것이다.


이 연구에서, 이런 현상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참가자는 일련의 숫자 목록을 보고난 다음 카프카의 부조리하거나 의미없는 이야기를 읽으면 인공문법의 패턴을 잘 파악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도식에 위협을 받게 되면 사람들의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 연구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도식은 유용한 기능을 많이 제공한다. 그러나 도식이 깨졌을 때 사람들의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 아마 사람들은 자신의 학습 능력을 극대화함으로써 도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극복하는 것 같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만약 사람들이 자신의 도식을 지키기 위해 외부 정보와 유리될 경우 타인의 관점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도 배우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의미체계가 위협을 받을 때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점은 참 흥미로운 것 같다.


역자 후기

저 는 얼마전에 Proulx et al., 2010 의 논문을 이미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도식의 위협이 신념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설명만을 했는데, 학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기사를 발견하고 번역해 봅니다. 지난 블로그를 참고하실 분은 엮인글을 보시면 됩니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