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인지심리 매니아


지난 19일 아침, 필자는 ‘마음과 뇌'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마로니에 공원에서 고등과학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마음과 뇌'라는 주제를 놓고 강연을 했다. 그 중 흥미로운 내용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글로 적어 봤다(발표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서 글에 오류가 있더라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고등과학원 '마음과 뇌' 컨퍼런스. 사진 : 인지심리 매니아



첫 시간은 카이스트의 Christopher D. Fiorillo 교수가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뉴런을 연구할 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또 뇌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는지 설명하고자 했다.


기존 물리학이나 심리학은 대상을 연구할 때 대상에게 주어지는 input이나 output을 관찰했다(심리학에서는 스키너가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발표자는 뉴런을 관찰 ‘대상(object)’로 취급하는 극단적인 입장을 지양하고자 했다. 대신 뉴런을 인간과 같은 ‘관찰자(observer)’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대상이 아닌 주체적 정보처리자로 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뉴런을 연구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뉴런이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면 물리학 실험 같은 기존 연구 방식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대신, 인간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뉴런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발표자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인간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식에 관한 이론)이 인간 뿐만 아니라 뉴런 연구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발표자는 뇌라는 물리적 구조물이 어떻게 다른 물리적 구조물(예,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뇌는 환경으로부터 정보(확률)를 얻고 이를 통해 예측, 추론을 하며, 이런 정보처리 방식은 베이지안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더불어 그는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뉴런이 각각의 관찰자 역할을 담당하며, 결국 뇌는 수많은 관찰자가 정보를 포착,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최적의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점심 식사 후 재개된 오후 강연은 컬럼비아 대학의 Hakwan Lau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발표자는 인간의 메타 인지(metacognition)의 불완전성, 메타 인지의 영역특수성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가 인용한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시각 또는 단어 기억 과제를 낸 다음, 참가자들의 메타인지를 측정해서 d’(신호탐지이론을 참고할 것)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시각과 기억 점수 간 상관이 발견되었다. 이는 메타인지가 영역 일반적임음을 증명해주는 듯 하다. 하지만, 뇌영상 결과는 두 과제에서 다른 부위가  활성화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이 결과를 통해 각기 다른 유형의 메타 인지가 존재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다양한 종류의 메타 인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필자에게 다소 혼란스러웠다. 바우마에스터는 의지력이나 통제력이 단일한 resource에 기반하며 영역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주의력이 영역 일반적이라는 연구 결과들도 알고 있다. 따라서 이런 사실들을 메타 인지에도 자연스럽게 유추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던 셈이다.




마지막 발표자인 옥스포드 대학의 Neil Levy 교수는 강연을 통해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결정론적 관점을 반박하고 인간의 자율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최근 인간의 자유 의지가 뇌의 발화에 따른 현상일 뿐이며, 우리 행동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발표자는 이를 반박하는 연구 자료를 통해 자유 의지가 위협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유 의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던 리벳(Libet)의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리벳은 Readiness potential(RP)이 행동을 취하려는 의도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점을 들어 인간의 자유 의지를 의심한다. 그러나 RP는 행동이 일어나지 않을 때 관찰되기도 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RP는 무선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RP가 의지 또는 예상된 행동과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결과도 있다.


결국 행동에 대한 자발적 의도를 지각하기 전에 뇌의 발화가 선행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유 의지를 부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발표자는 신경과학연구가 인간의 자유 의지를 부정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벗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식 액센트에 유독 약한 필자의 영어 실력 때문에 발표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자유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2013.4.20 토요인지모임. 장소: 서강대 정하상관. 발표자: 김정한 작가님. 사진: 인지심리 매니아.



글 : 인지심리 매니아


2013년 4월 20일 서강대에서 열린 토인모에 다녀왔다. 이번 모임은 ‘인지과학과 시각예술’이라는 주제로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정한 작가님이 발표를 맡아주셨다.


김정한 작가님은 인지 과학을 공부하기 전부터 인간의 지각-인지를 예술 작품과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한 대상이 다른 대상의 경험을 왜곡없이 경험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작가님의 문제 의식은 세미나를 통해 제시한 작품에서 엿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제시한 작품인 ‘Acrophobia(고소공포증)”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머리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비춰진 세상을 보여준다. 크레인에서 작업하는 사람의 고소 공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동물의 지각을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이 설치 작품은 새가 바라보는 세상을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필자는 새가 경험하는 세상이 우리의 세상과 어떻게 다를지 상상하면서 작품을 감상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새가 된 기분이었다.


그 외에도 대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한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었다. 무엇보다 주목을 끈 것은 인지 과학을 공부한 이후 제작한 작품인 ‘도시의 마음'이었다. 이 작품은 도시를 관통하는 데이터의 흐름을 Bio information + 빅데이터로 표현했다. 각각의 키워드들을 뉴런망 형태로 표현하고, 키워드들의 정서에 따라 신경망의 색상이 결정되는 기발한 작품이었다. 소셜 데이터를 시각화하거나  감성 분석을 시도하는 기업에게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명 : 도시의 마음. 김정한 작



발표 내용을 통틀어, 작가님이 풀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감각질(Qualia)’이었다. 위키피디아 정의에 의하면, 감각질은 ‘어떤 것을 지각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이나 심상’을 의미한다. 감각질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일인칭 시점이기에 주관적이며 객관적인 관찰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위 정의처럼 감각질은 어떤 대상의 주관적 경험이기 때문에 다른 대상이 공유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박쥐가 소리를 어떻게 ‘보는지’ 체험할 수 없다. 우리는 돌고래가 고주파음을 어떻게 듣는지 체험할 수 없다. 심지어 인간 간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적녹 색맹인 사람이 보는 빨강과 녹색을 우리가 그대로 체험할 수 있을까?


비록 완벽하진 않았지만 다른 대상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했던 작가님의 시도는 매우 훌륭하다. 비단 예술 분야 뿐만 아니라 인지 과학에서도 이런 시도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만약 인지 과학이 주관적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면, 폴 블룸의 주장[각주:1]처럼 어린 시절부터 ‘유아론'에 빠져있는 인간의 제한된 인식도 보다 확장되지 않을까?



필자는 세미나 후 식사 자리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려 봤다.


1. 학부생들을 위한 멘토링

토인모에 참석하는 학부생 중 상당수가 인지 과학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HCI, UX 등을 공부할 수 있는 관련 대학원, 입학 절차, 커리큘럼 등을 알려줄 멘토가 필요하다. 필자가 식사 자리에서 조언을 많이 해 주고 있지만, 보다 내공이 높으신 분들이 학부생들을 지도해 준다면 인지 과학 후학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 학문 - 기업 간 연계

토인모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인지 과학이 기업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례를 종종 발견한다. 그러나 세미나 후 점심 시간만으로는 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Collaboration을 하기에 부족한 감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별도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기업 종사자분들과 관심 분야를 공유하거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토인모는 매월 셋째주 토요일날 서강대에서 열린다. 다음 모임은 5월 25일 서강대 정하상관(J) 302호에서 열리는 ‘한국인지과학회'로 대체된다.

  1. Bloom, Paul. "The Moral Life of Babies". New York Times Magazine May 2010: 44-65. [본문으로]



2013.3.16 토요인지모임. 장소: 서강대 정하상관. 발표자: 박도영 책임님. 사진: 인지심리 매니아.





글 : 인지심리 매니아


2013년 3월 16일 서강대에서 열린 토인모 다녀왔다. 이번 모임은 ‘Auditory Interface Design for Product’라는 주제로 박도영 책임연구원(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님이 발표를 맡아주셨다.


최근 UX 분야는 시각 뿐만 아니라 청각적 UI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정보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세미나에 참석하신 것 같다. 인지심리와 음악을 함께 공부한 필자도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다.


세미나의 초점은 Sonification의 개념과 디자인 과정에 맞추어졌다. 위키피디아 정의에 의하면, Sonification은 ‘정보 전달 또는 데이터를 지각하기 위한 비언어적인 소리의 활용'를 의미한다. 즉, 말을 하지 않고도 소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거나 데이터를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박도영 책임님은 Sonification이 세 가지 과정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Rendering sound’는 시급성(Urgency)과 중요성(Importance)을 소리의 특성(음높이, 음색, 음량)에 매핑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필자의 아버지가 소유한 승용차는 후진 시 물체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경고음의 비트수가 점점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지해야 한다는 시급성이 높아지면 비트도 함께 증가하도록 매핑된 경우다.


두번째로, 발생한 소리가 청자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단계다. 소리는 정보(피드백, 알림, 회사 브랜드, 엔터테이닝)나 심미(아름다움, 즐거움, 감동이나 인상, 차별화)를 전달할 수 있다.


세번째로, 청자가 소리를 듣고 정보나 미적 가치를 ‘이해’하는 단계다. 만약 청자가 정보를 올바로 이해했다면 Sonification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세미나는 auditory interface를 활용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또, 도형을 음으로 표현하는 재미난 실험을 즉석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건반을 보면 눌러야 직성이 풀리는 필자가 제일 먼저 나섰는데, 다른 분들도 필자의 소리에 공감을 하셨는지 모르겠다.



세미나를 듣는 동안, 필자는 발표 주제와 관련된 인지심리학 이론이나 연구들을 떠올려봤다. 그리고 몇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우선, 소리가 추상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단순한 소리가 정보가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면 ‘위급’한 상황이라는 사실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소리가 그보다 훨씬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개념을 전달할 수 있을까? 가령, 소리가 동물이나 물체를 표현할 수 있을까?


소리의 경우는 아니지만, ‘음악'이 사물을 전달할 수 있는지 연구한 사례가 있다. ‘Cognitive Daily’라는 블로그의 저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Dave Munger는 블로그를 통해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었다. 블로그 독자들을 대상으로 클래식 곡(바람이나 바다처럼 특정 대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들의 일부를 들려준 다음, 곡들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물어본 것이다. 이 때 응답자는 ‘아름답다' 등의 형용사를 쓸 수 없으며 ‘강'처럼 구체적인 명사를 이용하여 응답을 해야 한다.


연구자는 응답자가 주제를 정확히 맞추었을 경우 2점, 주제와 유사한 사물을 언급한 경우 1점, 전혀 다른 사물을 언급한 경우 0점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동물의 사육제 중 ‘코끼리를 들은 사람이 ‘코끼리’라고 대답하면 2점, ‘하마'라고 대답하면 1점, ‘새'라고 대답했으면 0점을 받는다.


그런데 실험 결과 응답자의 스코어는 전반적으로 낮았다. 아래 그래프는 네티즌들의 응답 결과다.



Image : Cogitive Daily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음악 전공자들의 평균마저 1점을 넘지 못했다. 참가자 대부분 주제와 관련 없는 사물을 지칭한 것이다. 이 온라인 실험 결과에 대해선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 가능성은 생상스가 코끼리에 해당하는 음악을 제대로 매핑하지 못한 경우다. 이 경우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 하지만 애시당초 음악이 코끼리같은 복잡한 개념을 표현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음악이 전달하는 정보의 복잡성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 결과가 소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까? 소리는 어느 수준의 복잡성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소리가 도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색깔은? 코끼리는? 


둘째로, 소리에 대한 선호도 조사가 매번 실패로 끝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심리학 문헌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실험은 독립 변인 외에도 수많은 변수들이 개입(혼입)할 여지가 있다. 한 연구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음악 투표를 실시했는데, 참가자들이 투표 초반 많은 표를 받은 음악에 몰표를 주면서 특정 음악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음악의 특성보다 곡에 대한 타인의 반응이 자신의 선호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 외에도 음악의 제시 순서, 환경 등에 따라 실험 결과는 무수히 달라질 수 있다. auditory interface를 개발하기 위한 서베이가 전체 사용자의 의견을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필자는 세미나 후에 이어진 식사 시간에서 발표자 및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누어봤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음악이라는 분야에 과학적 검증을 거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모한 시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청각적 UI 설계의 과학적 검증을 회의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UX는 디자이너의 인사이트와 과학이 어우러지는 분야다. 때로 이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한다. 마치 우리 뇌의 System 1과 System 2가 갈등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디자이너의 인사이트는 빠른 시간에 유저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반면 서베이나 실험 등 과학적 검증은 느리지만 인사이트가 저지르는 오류를 바로잡아줄 수 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것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두 가지 방법을 잘 조화시킬 때 사용자의 경험도 최적화될 것이다.



끝으로, 필자의 블로그를 보고 토인모를 찾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필자가 토인모의 부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토인모는 매달 세번째 주 서강대에서 열린다.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방문해도 괜찮을 것 같다.

2013.2.16 토요인지모임. 장소: 서강대 정하상관. 발표자: 배문정 교수님 사진: 인지심리 매니아



글 : 인지심리 매니아


2013년 2월 16일 서강대에서 열린 토인모에 다녀왔다. 이번 모임은 ‘체화된 인지의 문명사적 의의’이라는 주제로 우석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님인 배문정 교수님이 발표를 맡아주셨다.


인지 과학이 문명사에 미칠 영향은 좁은 학문 영역을 공부한 필자에게 있어서 대단히 큰 담론이다. 이렇게 큰 주제를 작은 그릇에 담기가 쉽지 않았지만, 배문정 교수님이 강의를 재미있게 풀어주셨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들은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아래에 강의 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인간의 문명은 르네상스를 계기로 큰 성장을 거두었다. 이 시대의 철학자들이 선도한 ‘제 1의 계몽'은 인간 인식의 확장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 인식은 현상과 거리를 둔 체 관찰자의 입장에서 본 지식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또 이 시대의 도덕은 개인에게 부여하는 ‘정언 명령'으로써 강제성을 띄고 있었다. 상호작용 측면에 있어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문명의 접촉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시대였다.


그러나 이런 토대를 바탕으로 성장한 문명은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 인간 문명은 아직 불완전하며, 개개인의 삶은 여전히 위태롭다. 우리는 이 문명을 계속 발전시킬지, 또는 수정을 가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배문정 교수님은 현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문명의 수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제 2의 계몽'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셨다. 그리고 제 2의 계몽을 위해서 인지 과학이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제시해 주셨다. 우선, 인식의 측면에서는 ‘체화된 인지'를 통해 앎의 개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체화된 인지는 입력과 출력의 구분이 없으며, 인식과 체험을 구분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역동적인 ‘앎'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삶이 곧 앎인 것이다.


또, 도덕 대신 ‘윤리의 계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하셨다. 윤리는 개인에게 주어진 정언명령과 달리 자발적 성격을 띠고 있다. 윤리는 즐거워야 한다. 우리 모두가 윤리에 즐겁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새로운 문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제 2의 계몽은 하나의 큰 전제 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 전제는 바로  ‘we’라는 개념이다. 삶=앎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즉 사랑과 공감의 다른 표현이다. 윤리의 실천 역시 마찬가지다. 윤리의 자발적 참여는 우리라는 틀 안에서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강의를 들으면서 역사 속 ‘우리’라는 개념이 희미해졌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되짚어봤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로버트 퍼트넘은 ‘나 홀로 볼링'이라는 저서에서 산업화와 급속한 사회 변화로 사회적 자본이 파괴되는 현상을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설명했다. 저자는 법률, 제도 등 다른 수단이 사회적 자본을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개인화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적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제 1의 계몽'이 낳은 부작용은 아닐까?



나 홀로 볼링

저자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출판사
페이퍼로드 | 2009-03-0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볼링을 치는 사람은 더욱 늘고 있지만 리그 볼링에 가입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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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자본은 자발적이고, 공동체적이고, 비용면에서도 저렴하며, 현대 문명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사회적 자본은 인간과 인간 간 역동적인 상호작용(이것이 곧 체화된 인지의 앎이 아닐까?)을 필요로 하며, 결국 ‘우리'라는 개념으로 수렴한다. 필자는 강의를 듣는 내내 ‘윤리적 계몽'을 통한 문명의 수정이 ‘사회적 자본'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비록 정치 학자와 인지 과학자가 다른 용어와 다른 Scope에서 현상을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의 회복이라는 대 주제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임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필자는 이 모임에 올 때마다 학문적 갈망에 목을 축일 수 있어서 기쁘다. 이질적인 학문 간의 조우는 필자의 학문적 식견을 넓혀주고 스스로 성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더불어서, 필자의 부족한 블로그를 애독하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토요인지모임은 매달 1번씩 정기 모임을 가진다. 3월 모임 역시 서강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Image : http://aplangwjps.blogspot.kr/2007/11/syllogism-class-notes-11207.html



글 : 인지심리 매니아


그럴싸함 효과(Belief bias)는 관계 추리에서 그럴 듯한 내용이 추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전제 1: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다.

전제 2: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 중의 어떤 사람들은 미식가다.

결론: 따라서 어떤 프랑스 사람들은 미식가다.


위의 결론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답하기 쉽지만 사실은 타당하지 않다. 미식가 중 프랑스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 사람들이 결론을 논리적이라고 받아들인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논리적' 참과 ‘현실 세계'의 참을 헷갈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프랑스 사람들이 미식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삼단논법추리는 현실 세계의 참이 아니라 ‘논리적’ 참을 묻고 있다. 문장의 내용이 실제 세계의 참을 말하는지 여부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그럼 Belief Bias가 일어나는 원인은 뭘까? Banks가 2012년 Cognitive Science 저널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Anderson의 ACT-R 모델을 통해 Belief Bias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ACT-R(Atomic Components of Thought-Relational)은 Anderson이 주창한 모델로써, 각종 인지적 현상을 활성화 수준으로 설명한다. 특정 chunk(부호화된 사실의 상징적 표상)가 반복적으로 학습, 인출되면 활성화 수준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 수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한다. 


저자는 이 모델이 Belief Bias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특정 사실이 반복적으로 학습될 경우(예, 프랑스 인들이 미식가라는 정보를 자주 접한 경우) 그 사실의 활성화 수준은 높아진다(즉, 그 사실에 대한 Belief가 강화된다). 따라서 추리 시 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심지어 그 결론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때조차 그렇다. 결국 Believable & invalid한 결론일지라도 타당하게 여기는 현상(Belief bias)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서 흥미로운 예측을 했다. Belief bias가 결정적 문제(determinate problem)보다 비결정적 문제(indeterminate problem)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비결정적 문제는 앞서 소개한 삼단논법추리 사례처럼 결론이 ‘가능하지만 필연적(necessary)’이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몇몇 프랑스 인이 미식가일 수도 있지만, 프랑스인 중 미식가가 한 명도 없을 수 있다. 반면 결정적 문제는 아래의 예처럼 전제가 필연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제 1: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다.

전제 2: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모두 미식가다.

결론: 따라서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미식가다.


사람들은 비결정적 문제의 결론을 판단할 경우 두 가지 심적 모델을 형성해야 한다. 한 가지는 어떤 프랑스인들이 미식가일 경우(Believable), 또 하나는 프랑스인 중 미식가가 하나도 없을 경우(Unbelievable)이다. 이때, Believable한 결론이 Unbelievable한 경우보다 활성화 수준이 높으므로 인출 가능성이 높다. 인출된 결론과 제시된 결론이 일치할 경우 설사 그 결론이 invalid할지라도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심적 모델이 하나만 형성되는 결정적 문제에 비해 Belief Bias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험 1


연구자는 이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참가자에게 다양한 추리 문제를 제시한 다음, 결론의 Believability(believable or unbelievable), Belief의 강도(strong, weak), 결론의 타당성(valid, determinately invalid, indeterminately invalid)을 조작했다. 그리고 참가자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인 결론의 수를 세어보았다. 


지문 예시


케임브리지 대학은 영국 시민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지어졌다.

냉전은 영국 시민 전쟁 이전에 일어났다.

그레이엄 벨은 영국 시민 전쟁 기간 동안 전화기를 발명했다.

베를린 장벽은 냉전 동안 파괴되었다.

따라서, 벨은 베를린 장벽이 파괴되기 전에 전화기를 발명했다.



실험 결과, strong 조건은 weak 조건과 달리 belief의 주효과(F(1,33)=13.36, p=.001, \eta^2=0.29)가 발견되었다. 즉, 정말로 (실제 세계에서) 그럴듯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졌다. 또 strong & invalid한 조건끼리 비교한 결과 validity와 belief의 상호작용이 발견되었다(F(1,33)=14.23, p=.001, \eta^2=0.68). 즉, indeterminate&invalid 한 문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belief bias).  연구자의 예상이 모두 맞아떨어진 것이다.






실험 2


연구자는 실험 2에서 작업 기억의 부담이 Belief Bias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만약 추리 도중 작업 기억에 추가적 부하가 가해지면, 추리는 처리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unbelievable한 결론의 활성화가 believable한 결론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망각(Decay)된다는 것이다. 


실험 2의 절차는 실험 1과 동일하지만, 추리 과제 동안 5자리  숫자를 계속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숫자 외우기를 통해 작업 기억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다.


실험 결과, 숫자 외우기 과제를 동시에 진행했던 참가자는 추리 과제만 한 참가자에 비해 believable한 결론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니었다(F(1,31)=3.53, p<.07, \eta^2=0.1). 또 실험 1과 마찬가지로 belief bias는 indeterminately invalid 조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그 동안 연역 추리를 설명하는 이론은 에반스(evans)의 Selective Scrutiny model, Selective Processing model,  존슨 레어드(Johnson-Laird)의 심성 모형(mental model)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번 논문은 Anderson의 ACT-R 모델을 이용하여 연역 추리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참신하다고 할 수 있다. 


Reference

  1. Banks, A. P. (2012). The Influence of Activation Level on Belief Bias in Relational Reasoning. Cognitive Science. [본문으로]


2013.1.19 토요인지모임. 장소: 서강대 정하상관. 발표자: 윤홍옥 박사 사진: 인지심리 매니아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오랜 망설임 끝에 마침내 토인모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번 모임은 서강대학교에서 개최되었으며,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윤홍옥 박사님이 발표를 맡았다. 발표 제목은 ‘예측성과 유사성이 문장 처리에 끼치는 영향’이었다.


언어 연구는 통제해야 할 factor가 많기 때문에 실험 설계가 까다롭고 이론도 복잡하다. 또 필자의 전공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해한 내용과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을 적고자 한다.


인간의 언어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우리는 상대방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다음 말을 예상할 수 있다. 이 놀라운 능력에는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관여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발표는 문장을 통해 활성화된 후보 단어들(cohort) 간의 의미적 유사성, 문맥적 제약, Timing이 단어 예측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다뤘다. 


필자의 관심을 끈 대목은 문맥적 제약의 효과였다. 문맥적 제약이 강한 조건에서는 target 단어의 활성화가 강해진다. 하지만 문맥적 제약이 약할 경우 (target 단어를 포함한) cohort 내 단어들은 비슷한 활성화 수준을 가진다는 것이다(필자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


이 결과는 영어 교육에 큰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4년 수능 영어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바로 ‘빈칸' 추론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빈칸 추론을 두려워한다. 필자가 가르치는 학생 한 명도 빈칸 추론에 유독 약하다. 이런 학생들은 보통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어쩌면 학생들의 뇌에서  보기로 제시된 단어들의 활성화 수준은 모두 비슷할지 모른다. 해당 문장의 문맥, 또는 글 전체 문맥의 제약을 통해 정답을 골라내지 못한다면 빈칸 추론하기 문제는 고역이 될 것이다. 영어 교육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화용적 의미'의 활용을 가르치는 것은 단어나 문법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일지 모른다.  


필자는 발표를 듣는 동안 이따금씩 이정모 교수님이 앉아 계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만약에 교수님이 없었더라면 이런 값진 모임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을까? 지난 수십 년 동안 인지과학 발전을 위해 공헌하고 계신 교수님을  보면서, 후학 양성은 위대한 스승의 지도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순간, 모교인 성균관대의 인지심리 동아리 후배들이 떠올랐다. 필자 역시 교수님처럼 후배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을 주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을 지도하는 일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발표가 끝나고 참석한 사람들끼리 점심을 먹으면서 분위기는 보다 화기애애해졌다.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임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이색적인 전공과 이력을 접하면서 이 모임이 참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가 인지과학을 접하고 처음 받았던 느낌과 묘하게 닮은 느낌이었다.


토요인지모임은 매달 1번씩 정기 모임을 가진다. 다음 모임은 2월에 서강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필자가 항상 앉아있는 벤치. Image : http://cafe.naver.com/canon450dclub/206678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모처럼 쉬는 날을 맞아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한 주일 동안 갑갑한 회사 건물에 갇혀 지내다가 탁 트인 풍경을 보니까 가슴이 시원했다. 


호숫가 주변을 돌면서 아이들과 강아지 구경도 하고, 해바라기랑 코스모스도 구경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갈대습지공원 중간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 앉아서 흘러가는 물을 보고 있으니까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예전 추억, 쌓인 일들, 장래 계획…. 그러다 문득 ‘나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답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바라보던 중 ‘강물도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약간의 자기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강물이 목적 없이 유유히 흐르는 것을 보면서 필자도 그렇게 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필자는 호숫가에서 했던 두 가지 질문이 모두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질문에 답해줄 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로 제시 베링의 저서 ‘종교 본능’이다.




종교 본능

저자
제시 베링 지음
출판사
필로소픽 | 2012-04-0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신의 탄생은 ‘마음이론’에 있다!나와 세계 그리고 삶의 의미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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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 낳는 부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마음 이론이란 자신이나 타인의 신념, 고의, 욕망 등을 파악하거나 구분하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기 위해 마음 이론을 사용한다. 우리는 ‘저 사람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했을까?’,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할까?’와 같은 질문에 답을 내놓기 위해 끊임없이 추측을 하며 살아간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필자가 했던 질문 두 가지는 마음 이론이 낳은 부작용이다. 우선, 내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질문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마음 이론은 모든 현상에 ‘의도나 목적’이 숨어 있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발전하기 쉽다. 인간의 삶 역시 목적이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이론은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삶의 목적을 찾게 한다. 저자는 이런 욕망이 마음 이론의 부작용이라고 설명한다.


‘운명, 그리고 본질적 목적이라는 관념은 무해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개개인의 존재에 목적기능 추론을 적용하는 것은 때로는 어처구니없게 일그러지는 상태까지 나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추론은 순진한 젊은 신병들이 위험천만한 임무에 나서도록 꾀는 핵심 전술 중 하나이다. 정신이 똑바로 박혀 있다면, 신이 관절염 걸린 할머니를 불구로 만든다는 끔찍한 목적을 위해 자기를 창조했다고 믿거나, 사제폭탄을 던져 옹알이하는 아기의 연한 머리를 날려버린다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 자기를, 오직 자기만을 설계했다고 믿지 않으리라.’


종교 본능 - 94p


둘째, ‘강물도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겠지’라는 질문 역시 잘못된 질문이다. 저자는 마음 이론이 자연 현상에 투영될 경우, 자연 역시 어떤 의도나 목적에 의해 움직인다는 착각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보스턴 대학의 심리학자 데보라 켈레먼의 연구[각주:1]를 인용하여 이런 오류를 지적했다. 이 연구에서 7~8세의 아동들은 산이 왜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에 ‘동물들이 오를 곳을 주기 위해서’라는 등 목적기능 설명을 선호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목적기능 설명보다 기계론적 설명을 선호하긴 하지만, 성인 역시 목적기능 설명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강물은 아무 목적 없이 그냥 흘러가는 것이지만, 필자는 강물에게 인격이 있고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싶어한다고 추측했던 것이다.


‘종교 본능’은 철학, 인지과학, 심리학 연구를 통해 마음이론이 어떤 부작용들을 낳는지 설명한다. 이 책은 그 동안 진화심리학과 생물학에서 주장했던 이론들과 다소 차별된 주장을 하고 있다. 기존의 학설이 오류 관리 이론이나 공포 관리 이론 등을 통해 인간이 신과 내세를 믿는 이유를 설명하는 반면, 저자는 마음 이론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자 한다. 


  1. Are Children "Intuitive Theists"? Reasoning about purpose and design in nature. Kelemen, Deborah Psychological Science, Vol 15(5), May 2004, 295-301. [본문으로]




글 : Paul Thagard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창의성의 심리학은 대부분 새로운 아이디어나 가설의 창조에 관심이 많았다. 예를 들면, 다윈이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 이론을 만들어낸 과정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새롭고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방법론 역시 중요하다. 절차적 창의성은 과학적 발견, 기술적 발명, 예술적 상상, 사회적 혁신에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절차적 창의성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창의성과 동일한 심적 과정을 가지고 있을까?


16세기 이후 과학의 발전은 체계적 실험, 망원경이나 현미경, 통계적 추론 등 새로운 방법론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지금도 몇몇 철학자들은 갈릴레오가 추상적 사고에 의존했다고 믿지만, 그는 시계, 온도계, 망원경을 개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정 과학 분야에서 특히 중요한 방법론도 있다. 물리학의 분광기, 생물학의 중합요소 연쇄반응, 신경과학의 뇌 영상 촬영 등이 그렇다. 컴퓨터 모델링은 1950년대 물리학에서 시작된 이래 경제학이나 인지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 되었다.


기술적 발명에도 절차적 지식이 필요하다. 유전자 조작은 현재 농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급격한 발전은 트랜지스터의 생산과 관련이 있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기술 때문에 발전했다. 에너지 생산의 발전은 가스 생산에 사용하는 수압파쇄기법 때문에 가능했다. 새로운 방법론은 의약, 커뮤니케이션, 그 밖의 다른 기술 분야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예술적 창의성 역시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 stream-of-consciousness 소설, 자유시, 현대 무용, 인상주의 화풍, 큐비즘, video installation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많은 예술적 작품들이 이런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 하지만, 방법론 자체를 개발하기 위한 창의성도 존재했다.


또 다른 창의성의 주요 영역은 사회적 혁신이다. 사회적 혁신은 인간이 새로운 형태로 상호작용 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는 단순한 개념 뿐만 아니라 선거 절차, 대표, 국회 절차 등을 포함한다. 공공 보건 기구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부가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적 혁신은 창의성의 심리학 연구에서 무시되어 왔지만 실은 과학, 기술, 예술만큼이나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절차적 창의성의 심리학과 관련한 어려운 질문을 하려고 한다. 첫째, 새로운 방법을 창조하려면 어떤 심적 표상이 필요한가? 가장 유력한 설명은 만약 당신이 별을 효율적으로 보기 원한다면, 망원경을 만든다는 규칙일 것이다. 이런 언어적 규칙은 방법을 표상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지만, 시각, 촉각, 운동감각을 포함하는 비언어적 정보 역시 몇몇 분야에서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상주의 그림은 시각과 붓의 터치 등 촉각적 정보가 필요하며, 언어적 특징화도 필요하다. 그리고 과학이나 기술에서 사용하는 실험실 기술 역시 기구를 조작하는 체화된 표상과 언어적 표상이 필요하다. 


둘째, 절차를 위한 새롭고 가치 있는 표상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나는 ‘The Cognitive Science of Science’에서 창의성이란 이전에 관련 없었던 심적 표상의 조합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런 조합이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주장은 1792년 Dugald Stewart의 “Elements of the Philosophy of the Human Mind’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존의 방법과 개념들을 새롭게 조합하는 심리적 과정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유추나 수단-목표 사고 같은 인지적 과정 또한 중요하다.




발표 논문


EEG 기반 BCI에서의 주파수-공간 필터 최적화를 위한 베이지안 확률 기법; 석흥일;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이성환;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 A Bayesian Probabilistic Method for Spatio-Spectral Filters Optimization in EEG-based BCI


그룹 수준의 fMRI 데이터 분석방법 비교: 일반선형모델 vs. 그룹독립성분분석; 김동율;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이종환;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 Comparison of group-level fMRI data analyses: General linear model vs. Group Independent component analysis


교차 최소제곱법을 통한 기능 자기공명영상 데이터의 개별 디폴트모드 네트워크 추정 방법; 김용환;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이종환;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 Alternating least-squares of individual default-mode networks from group independent component analysis using functional MRI


경증 인지장애 진단을 위한 구조적/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의 통합; 김중회;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이종환;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 Integration of structural and functional MRI for mild cognitive impairment detection


시각 영상 복원을 위한 Correlational Spectral Clustering 기반의 영상 기저 추출; 조성식; 고려대학교; 이성환; 고려대학교;

// Image Bases Extraction Based on Correlational Spectral Clustering for Visual Image Reconstruction


기계학습을 이용한 한국인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 예측; 조선호; 부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권혁철; 부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 Prediction of Mortality in Korean Patients with Acute Myocardial Infarction using Machine Learning


부정 피드백이 관련 자극의 재인 기억에 미치는 영향; 남혜영;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김민식;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 "Negative feedback enhances recognition memory of feedback-related faces


의사 결정에서 무의식적 사고 과정의 질적 평가 한계; 주은아; 연세대학교; 김민식; 연세대학교;

// Exploring the Weight Principle of Unconscious Thought Theory


심상 완성 과제를 통한 지각적 인출 유도 망각; 차지현;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김민식;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 Retrieval-induced Forgetting of Perceptual Representation by Imagery Fragment Completion.


참신성과 친숙성이 출처 기억에 미치는 영향; 이홍미;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도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 Effects of novelty and familiarity on source memory


보이지 않는 자극에 의한 맥락 단서 효과; 이훈재;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박희우;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정상철;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 Can suppressed stimuli be contextual cues in visual search?


문자적 의미의 맥락; 김영진; 경기대학교 교양학부;

// On the Context of Literal Meaning


유전자 알고리즘을 이용한 신경생리신호 분석; 차옥균;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정상철;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 Analyzing electrophysiological signals using genetic algorithm.


다수 자극이 뇌에 표상되는 상호작용의 원리; 신은삼;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 The interactive nature of multiple stimus representations in the brain


뇌파에 나타난 운동반응 선택에 미치는 행위단어의 간섭효과; 이창림; 부산대학교 인지메카트로닉스 공학과; 장건; 부산대학교 인지메카트로닉스 공학과; 신천우;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이동훈; 부산대학교 인지메카트로닉스 공학과; 정명영; 부산대학교 인지메카트로닉스 공학과"

// Interference effect of action words on the selection of motor responses: An EEG study


좌측 전측두엽에서 관찰된 복합어 따라말하기 과제의 의미처리 과정 연구; 유세진; 서울대학교; 이경민; 서울대학교;

// Verbal repetition of complex words reveals semantic processing within left anterior temporal lobe


범주지식처리에 미치는 자극 양상의 효과: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 연구; 이다솜; 부산대학교 인지메카트로닉스 공학과; 신천우;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신현정;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이동훈; 부산대학교 인지메카트로닉스 공학과; 정명영; 부산대학교 인지메카트로닉스 공학과;

// Influence of Stimulus Modality on Categorical Knowledge Processing: An fMRI stuy


뇌전도 사건유발전위 분석을 통한 흡연유발 시각자극 선택; 이한길;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김용환;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이종환;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 Electroencephalography(EEG) based smoking image selection via event-relate potential(ERP) analysis


역행패턴차폐가 시각작업기억 공고화 및 비교 과정에 미치는 영향; 한지은;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현주석;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 The Effect of Pattern-Backward Masking on VWM Consolidation and Comparison


순차 제시된 기억 항목에 대한 시각작업기억 저장 과정의 효율성; 장준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현주석;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 The Efficient Storage Process of Serially Presented Items into Visual Working Memory


시각 작업 기억 처리 단계에 따른 주의 자원의 활용 특성; 강해인;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현주석;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 Attention Plays a Role for VWM Consolidation and Maintenance but Does Not for Comparison


세부특징 부재 탐색과 시각작업기억 공고화 과정 간 주의자원 경쟁; 김대규;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현주석;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 Attention Competition between feature-absence search and VWM consolidation in change detection


시각 작업 기억 표상에 대한 시각적 그룹화의 이득과 손실; 황성민;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정상철;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심리학과;

// Benefits and costs of visual grouping on the visual working memory representation


작업기억 훈련이 지능에 미치는 효과; 김권현;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인지과학;

// Working Memory Training Effects on Intelligence


얼굴 심상으로 유도된 성별 잔여효과; 어강용; 연세대학교; 정상철; 연세대학교;

// Gender aftereffects induced by visual imagery


항공관제 전문가와 훈련관제사의 시각정보 기억처리 차이; 권혁진; 연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협동과정; 손영우연세대학교 심리학과;

// Expert-novice differences in visual information processing by chunking memory in air traffic control


전문성이 항공교통관제사 상황인식에 미치는 영향; 송창선;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윤용식;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손영우;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The Effect of Expertise in Air Traffic Controller's Situation Awareness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창의력과 성격 간 상관 연구; 표두미; 아주대학교; 김세나; 아주대학교; 김경일; 아주대

학교; 

// A Cross-Sectional Study between Creativity and Personality of elementary·middle and high school students


영재 응시 아동과 성인 대학생 간 창의력 검사간 상관 연구; 이송이; 아주대학교; 김영진; 아주대학교; 신강현; 아주대학교;

// A Cross-Sectional Study of Creativity Tests between Gifted Children and University Students


실시간 시각 피드백에 기반한 집단 협동 제어 학습 연구; 홍원준; 고려대학교; 김성필; 고려대학교;

// A study on population learning of a cooperative control task using visual feedback


사업용 운전자들을 위한 위험판단과 상황지각 검사의 개발과 타당화; 이경수;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강의진;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박상혁;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이정은;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정혜승;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손영우;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hazard perception and situation awareness tests for commercial drivers


타인의 긍정, 부정 반응 성향에 대한 피드백 기반 학습의 상태 공간 분석; 신연순;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김혜영;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한상훈;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 State-Space Analysis of Feedback-based Learning for Yeasayer and Naysayer’s Response Tendency


감정 및 이성적 사고가 도덕적 딜레마 판단에 미치는 영향의 신경학적 차이; 정주연;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한상훈;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 Differential neural mechanisms during moral judgments after priming emotion versus reasoning


조망수용과 미래기억의 신경학적 유사성과 시점 간 선택에 미치는 영향; 김혜영; 연세대학교 기억 및 의사결정 연구실; 신연순; 연세대학교 기억 및 의사결정 연구실; 한상훈; 연세대학교 기억 및 의사결정 연구실;

// Neural Similarity of Perspective-taking and Future thinking and its Influence on Intertempoal Choice


----------- ; 안현빈;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황인재;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정훈;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김

현택, 김상희;

// Cognitive reappraisal modulates emotional memory


정서조절과 편도체의 기능적 연결성 연구; 윤홍식;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김상희;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 Emotion Regulation and Functional Connectivity of the Amygdala


도파민 D2 수용체의 availability와 성격기질간 관계연구; 백상현;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김상희;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 Dopamine Receptor Availability and Personality Traits of Behavioral Disinhibition


양안 경합과 맹점에서의 표면 지각; 백이화;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차옥균;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정상철;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심리학과;

// Binocular rivarly and the perception at the blind spot


이심률에 따른 물체 범주별 시각 정보 처리; 유상아;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정상철; 연세대학교 인지과학 협동과정, 심리학과;

// Different processing of object categories depending on the eccentricity


회화 작품에서 구도의 심적 표상과 시각적 유사성; 박운주;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인지심리/ HCI 연세대 학교 심리학과;

// Processing of Compositions Influences Perceptual Similarity in Paintings


--------- ; Chia-huei Tseng; Department of Psychology, The University of Hong Kong; Ryota Kanai;

Institute of Cognitive Neuroscience & Dept of Psychology, University College London; Vincent Walsh;

Institute of Cognitive Neuroscience & Dept of Psychology, University College London;

// Subjective discriminability of invisibility distinguishes perceptual blindness and attentional blindness


반응간섭에서의 범주별 희석과 자극 중복의 효과; 이지영;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도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 Category-specific dilution and redundancy effects in a response interference task


전역 및 국지적 정보 간 주의와 부적 일치 효과; 변선정; 연세대학교 인지과학협동과정; 이도준; 연세대학교 심리

학과;

// Attention and negative compatibility in local and global processing


--------- ; 이춘길; 서울대학교;

// Physiological aspects of 3D display


3D 환경과 휴먼 팩터; 감기택; 강원대학교;

// ..........


3D 환경에서의 사용자 경험; 박수진; (주)씽크유저;

// .........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최근 미국인지과학회가 최우수로 선정한 인지과학 박사학위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오늘은 그 중 시각 작업 기억 분야를 연구한 논문[각주:1]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논문의 저자는 학제적 연구를 통해 시각 작업 기억이 대상을 구조적으로 표상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 시각 작업 기억의 최소 단위


기존 인지심리학 연구들은 시각 기억이 대상(object)의 숫자에 영향을 받지만, 대상이 지닌 특징의 수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동그라미를 기억하는 경우와 빨강과 파랑 동그라미를 기억하는 경우, 후자(색상이라는 특징이 추가되었다)가 전자보다 기억하기 더 어려운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관찰되었다. 대상의 수가 동일하더라도 특징의 수(색상, 기울기 등)가 늘어나면 기억하기 더 어려워지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저자는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hierarchically structured feature-bundle이 시각 작업 기억의 최소 단위라고 주장한다. 



사진출처: 논문에서 인용

인간이 a라는 장면을 머리 속에 기억할 때, 그 표상은 온전한 object(B) 또는 각각 분리된 특징(C)의 형태를 띄지 않는다. 대신 완전한 object와 특징을 모두 포함하는 hierarchically structured feature-bundle(D)로 표상된다. 


이 모델은 특징의 경우 어느 정도 독립된 저장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워야 할 특징의 숫자가 늘어나도 기억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한다. 반면 새 물체(즉 새로운 bundle)를 기억해야 할 경우, 기억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기억이 대상의 수에 영향을 받는 경우를 설명할 수 있다.  또, 이 모델은 특징의 저장 공간이 ‘어느 정도' 독립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동일한 대상 안이라도 특징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기억이 힘들어 질 것이다(필자는 이렇게 이해했다). 따라서 같은 대상 안에서 특징의 수가 늘어나면 기억이 어려워지는 경우를 설명할 수 있다. 결국 기존 연구 결과들의 모순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2. Ensemble statistics bias


인간은 물체를 지각할 때 패턴 속에서 통계치를 발견한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도형을 볼 경우 평균 크기, 평균 기울기 등을 매우 빠르게 계산해낸다. 이 통계치를 Ensemble statistics라고 한다.


Ensemble statistics는 시각 작업 기억이 정보를 효율적으로 부호화하도록 돕는다. 수박이 여러 개 있는 사진을 보여준 다음 특정 위치에 있던 수박의 크기를 기억해 보라고 할 경우를 상상해 보자. 우리는 사진을 볼 때 이미 수박들의 평균 크기를 무의식적으로 계산한 다음 이 수치를 토대로 수박의 크기를 기억한다. 즉, 패턴의 통계치를 기반으로 기억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기억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만약 Ensemble statistics 없이 물체의 크기를 따로따로 기억해야 한다면 작업 기억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저자들은 Ensemble statistics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아래 그림처럼 빨간 또는 파란색 점들이 섞여 있는 그림을 본다. 그 다음,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특정 위치에 있던 점의 크기를 정확히 기억하는지 검사했다.



사진출처: 논문에서 인용



연구 결과, 참가자들은 해당 위치의 점이 파란색일 때 점이 훨씬 컸다고 기억했다. 즉, 파란색 점의 평균 크기가 해당 점의 크기를 기억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효과를 직접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동일한 점의 색깔을 빨강 또는 파랑으로 조작한 다음 크기를 물어봤다. 동일한 점임에도 불구하고 색상이 파란색인 경우 참가자는 점의 크기가 컸다고 기억했다. 


결국 인간은 물체의 개별적 특징 뿐만 아니라 물체들의 평균적 특징도 함께 표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구조적 부호화 때문에 시각 정보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다.



3. 정보 압축


인간은 주변 환경의 구조적, 통계적 정형성(statistics regularity)에 민감하다. 예를 들면, 우리는 뜨거운 열의 중심부는 노란색이고 주변부는 붉은 색을 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통계적 정형성은 한낮의 태양부터 양초의 촛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난다. 


이 통계적 규칙은 우리가 기억을 효과적으로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들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아래 그림처럼 8개의 색으로 이루어진 4개의 원을 보게 된다. 1초가 지난 다음, 이번에는 색상이 모두 제거된 원이 제시된다. 참가자는 그 중 까맣게 표시된 원의 색상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면 된다. 



사진출처: 논문에서 인용



연구자는 참가자를 Uniform 조건과 Patterned 조건으로 나누었다. Uniform 조건의 참가자는 색상의 짝이 무선적으로 구성된 원들을 보게 된다(원과 테두리의 색상 조합이 무선적이다). 반면, Patterned 조건의 참가자는 규칙성이 있는 색상 조합에 노출된다. 예를 들면 빨간색 원이 노란 테두리와 함께 나타날 확률을 80%로 조작하는 식이다.


실험 결과, patterned 조건의 참가자는 uniform 조건의 참가자보다 색상의 회상률이 높았다. 이 효과는 실험 횟수가 거듭될수록 더욱 커졌다. 연구자들의 주장의 의할 때, 이 결과는 참가자들이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빨간색이 노란 테두리와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이 통계적 규칙성이 중심원의 색상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연구자들은 통계적 정형성이 정보를 압축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기억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인간이 색상 간 규칙을 학습하는 과정을 베이지안 모델로 만든 다음, 색상을 비트로 바꿔서 기억해야 할 양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냈다. 그 결과, uniform과 patterned 집단 간 기억해야 할 정보량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atterned 집단의 수행이 높았던 이유는 통계적 정형성이 정보를 압축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동안의 연구들은 시각 기억을 연구할 때 기억해야 할 항목의 개수에만 관심이 있었다. 또, 항목들을 묶어서 기억(청킹)하는 경우 항목이나 특징 간 위계적 구조를 고려하지는 않았다. 이 논문은 우리의 시각 기억 표상이 훨씬 복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대상을 특징 별로 나누어서 기억하는 동시에 그것을 구조적으로 조립한 완전한 대상으로도 기억하며, 거기에 다른 물체에서 발견한 통계적 규칙까지 적용한다. 




  1. Structured Representations in Visual Working Memory, Timothy F. Brady, Department of Brain and Cognitive Sciences,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2012 [본문으로]


이정모 교수님이 아시아 대학 별 인지과학 관련 학과 목록을 올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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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결정의 비밀
작가
조나 레러
출판
위즈덤하우스
발매
2009.10.20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한 친구가 수능 모의고사가 끝난 다음 나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상해. 처음에 쓴 답이 미심쩍어서 고쳐쓰면 꼭 틀린단 말이야. 처음에 쓴 답이 오히려 신중하게 생각할 때보다 정답인 경우가 많더라고."

여 러 친구들이 모여서 어떤 전략이 더 현명한 방법일지 궁리해 봤지만 답은 찾을 수 없었다. 나도 뾰족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일까? 처음에 생각 난 답과 신중하게 생각하고 고쳐 쓴 답 중 정답이 될 확률은 어느 쪽이 높을까?


10년이 지난 다음 우연히 조나 레러의 '탁월한 결정의 비밀'을 읽다가 실마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옛 친구들은 이미 대학에 진학한 상태다. 그래도 이와 동일한 궁금증을 갖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이 책은 도파민을 통한 '경험적 학습'이 직관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예상이 적중했을 때 도파민이 왕성해지고 반대로 무언가 예상과 다를 때는 negative 신호가 주어져서 일련의 학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습된 지식은 우리의 직관을 이루게 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 발휘된다.

이 직관은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식적인 사고의 수준을 뛰어넘기도 한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전 고등학교 친구는 당시 엄청난 양의 공부를 소화하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문제집을 푸는 과정에서 친구는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정보를 기억 어딘가에 저장했을 것이다(정답이 맞았을 때 느끼는 도파민 분출과 틀렸을 때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말이다). 그리고 같은 문제가 나왔을 때 친구의 직관은 신속하게 해답을 내놓은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의식이 이런 gut feeling을 방해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구는 바로 그 점에서 실수를 한 것이다. 때로는 전전두피질이 변연계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때도 있다. 전전두피질의 능력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친구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해답을 내놓고도 다시 의식을 써서 답을 망친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의사결정에서 이성과 감정이 담당하는 역할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심리학이나 신경과학 연구결과들을 다루고 있지만 내용이 재미있어서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 '보기 드문' 책이다.

의사결정은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 의사결정이란 언제나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의사결정의 종류에 따라 어떤 도구를 사용할지 고민한다. 마트에서 라면을 살 때는 뇌의 어떤 부위를 사용해야 하는가? 수능 시험에 정답을 고칠까 말까 고민할 때는? 이 여자랑 결혼을 할지 말지는?

완 벽한 결론은 없지만, 저자는 어느 정도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위에서 든 친구의 사례처럼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식이 활용될 때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직관(감정)을 믿어봐도 괜찮다는 것이다. 반면, 새로운 상황이거나 우리의 작업기억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가 주어진 상황이라면 이성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그래도 의사결정은 여전히 불확실한 영역이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앞날을 예측할 수 없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쉽다. 결국 이성과 감정이라는 두 개의 도구를 어떻게 적절히 사용하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플라톤이 말한 마부와 말을 화해시켜서 의사결정 너머에 있는 저 이데아에 도착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정모 교수님이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기억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네요.



어떻게 하면 기억을 잘 하는가?:

- 처리 깊이와 냉엄한 인지세계 -

 

 

How memory works:

Deeper Processing and the no nonsense world of Cogn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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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1980년. 11월. 25일 [고대신문] 1면 학술기사로 기고한 [기억과 처리깊이] 원고 내용을 기초로 하고 일반 독자를 위하여 수정, 보완, 확장, 재편집한 글이다. 이 글의 기억전략 관련 일부분은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5년 5월 19일에 이공계 학생들을 위하여 한 [학습 및 사고 기술 개발]학부세미나의 일부의 내용이다. 이 세미나 발표 내용은 후에 편집하여 다른 텍스트 파일로 공개하겠다.

** 이 글은 2008년 8월 4일 EBS 교양 프로그램 [다큐프라임] 에서 방영된

[『다큐프라임』 공부의 왕도 - <제1부> 인지세계는 냉엄하다 (48분 길이) ]

http://www.ebs.co.kr/actions/TvSubIntro?menu_id=highlight&media_code=A&onair_date=20080804&highlight_seq=26002 (김경은 PD, 박계영 작가 구성) -

와 함께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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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심 리학의 중요 문제 중의 하나는 「인간은 어떻게 아는가」하는 문제이다. 어떻게 아는가를 물음에 있어서 우리는 기억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거의 모든 앎이란 우리의 기억에 집적된 경험에 비추어봐서 그것이 무엇인가를 재인(再認; recognize)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집적된 경험을 근거로 새로이 형성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험은 기억 속에 어떻게 쌓이며 또 어떻게 활용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은 앎과 기억의 문제를 연구하는 인지심리학자들의 중심물음이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연구들 중의 하나가 기억의 정도의 차이를 중심으로 한 연구이다.

일 상생활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건과 대상들과 접하게 된다. 이러한 사상(事象) 중의 어떤 것들은 우리의 기억에 분명하게 남아 기억할 수 있으며 어떤 것은 약간 모호하게 기억되고 어떤 것은 아주 완전하게 망각되어 버린다. 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왜 어떤 것은 더 잘 기억되고 어떤 것은 더 잘 기억되지 않는 것일까.

 

이 러한 기억의 차이의 이유를 상식적으로 이야기하여 단순히 흥미 또는 관심의 정도 차이에 따른 차이로 설명할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설명은 흥미 또는 관심의 정도가 같은 대상들 사이의 기억되는 정도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하며, 또 흥미나 관심의 정도가 차이가 남에 따라서 우리의 기억과정에서 어떠한 독특한 심리과정이 일어나서 기억의 차이를 가져오는 지를 밝히지 못하기에, 불확실한 설명이라고 하겠다. 상식적 설명을 떠나 고전적 심리학의 언어학습과 기억의 연구에서 세워진 기억흔적이론이나 간섭이론을 끌어들여, 더 잘 기억되는 것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보다 지속적이고 강한 기억흔적을 남겨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흔적 소멸속도가 비교적 느리기 때문에 더 잘 기억된다고설명하거나, 더 잘 기억되는 것들은 다른 것들에 의한 간섭 또는 혼동을 적게 받았기 때문에 더 잘 기억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 러나 전자(前者)의 설명은 비슷한 사상들이 어째서 어떤 것은 강한 흔적을 남기며 어떤 것은 약한 흔적을 남기는지를 설명하지 않고는 미흡한 설명이 되며 후자(後者)의 설명은 혼동 또는 간섭을 일으키는 것들의 양이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기억정도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하기에 부족한 설명이 된다고 하겠다. 하지만 위의 두 설명의 무엇보다도 큰 결점은, 기억을 마치 사진을 찍고 필름을 저장했다 꺼내는 것 같은 수동적인(passive) 흔적의 저장과 되꺼냄(retrieval)으로 본다는 점에 있다.

 

 

2. 기억과 초기 처리 깊이 이론

 

기 억이란 오히려 능동적으로 자극을 해석처리 해 넣고 그것을 후에 다시 재구성하여 내어 놓는 과정임이 1970년대 이후의 기억연구에서 밝혀졌는데, 이는 위의 두 이론의 입장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같은 정도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다른 것들로부터 같은 정도의 간섭을 받는 사건이나 대상들에 대한 기억정도에 왜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우리는 왜 어떤 것을 다른 것보다 더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 같은 특성을 지닌 자극들이 왜 어떤 것은 더 잘 기억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은가?

이 에 대하여 과거의 행동주의심리학은 아무런 해답을 주지 못하였다. 이러한 행동주의; 심리학의 한계 상태가 지속되다가, 1960년대 이후에 정보처리 이론과 개념이 심리학에 도입되어 인지심리학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보는 틀이 형성됨에 따라 기억을 보는 관점의 변혁을 맞게 되고 앞서 제기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이론의 형성과 실험적 연구들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정 보처리적 인지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무엇을 어떻게 아는가 하는 문제를 그 주제로 삼으며, 이를 인간이 어떻게 각종 환경자극을 처리하여 정보를 추출, 저장, 활용하는가의 문제로써 접근하여 이해하려 한다. 또한 기억과정을 앎의 중심과정으로서 간주하고 기억과정에서 어떻게 각종 자극 대상이 뇌 속에 심적 내용으로서 표상(表象; representation)되고 저장, 보유(파지(把指); retention)되며, 후에 필요한 때에 되찾아 꺼내어지는가 하는 관계에서 「앎」의 심리적 과정을 연구하려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은 환경자극의 특성보다는 자극의 인지적 정보처리 과정에 더 관심을 지닌다.

 

이 러한 인지심리학적 이론 틀 내에서의 기억에 관한 연구들은 자연히 자극에 대하여 가하여진 정보처리(information processing) 과정 특성에 따라 기억이 달라지는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환경의 각종 자극에 대하여 인간이 어떠한 정보처리적 작용(연산, operations)을 가하였는가에 따라서 그 자극에 대한 이해, 기억, 활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렇다면 동등한 부류의 자극들이 어떤 것은 잘 기억되고 어떤 것은 잘 기억되지 않는다는 이유는 각각의 자극을 처리함에 있어서 이루어진 어떠한 인지적 정보처리 과정의 차이 떄문인가?

 

캐 나다 Toronto 대학의 F. Craik 등은 이러한 정보처리의 특성의 차이를, 정보처리 특히 지각적 분석처리의 깊이 또는 수준의 차이로서 개념화하여 [Levels of Processing]이라는 이론을 내놓았다. 이 이론의 요점은, 어떠한 입력(input)된 자극 대상/사건의 기억이란 그 자극에 가하여진 정보처리의 수준의 함수이며 정보처리 깊이가 깊을수록 그 자극은 더 잘 기억된다는 것이다.

 

다 시 말하여, 기억이 잘된다는 것은 목표 자극의 기억 흔적의 명료성과 지속성의 함수로 보며, 이 지속성은 그 자극에 대하여 정보처리의 일환으로 가하여진 지각적(知覺的) 분석 처리 수준의 산물로써 보며 이 지각적 분석수준이 깊을수록 보다 다양하고 또렷하며 지속적인 기억 흔적을 남기게 되며 따라서 그 자극은 기억이 잘 된다는 것이다.

 

Craik 등은 이 지각적 분석 처리수준을 3개의 주요 수준으로 나누어, 하위의 수준을 시각형태적 분석수준, 중간 수준의 분석 수준을 음성, 운률적 분석 수준, 상위의 분석 수준을 의미적 분석수준으로 규정하여놓고, 「어떤 자극을 의미수준에서 분석 정보처리하는 것이 음성, 운율적 수준에서 분석처리하는 것보다 기억을 더 좋게 하고, 음성-운률적 정보처리는 또 시각적 형태적 분석처리하는 것 보다 더 강하고 지속적인 기억흔적을 낳게 하고 따라서 더 잘 기억된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언어의 기억 실험을 통하여 입증하려 하였다.

 

 

3. 처리 깊이 이론의 재구성

 

이 러한 시도는 많은 연구를 낳기는 했으나 반론에 부딪쳐 점차 그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즉 지각적 분석처리수준이론이 정보처리의 깊이의 함수로서 기억의 차이를 개념화하려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으나, 정보처리의 깊이를 단순한 지각적 분석처리수준의 차이로 환원시키려한 것은 잘못된 것이며 의미적 정보처리 수준의 차이로 새롭게 개념화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의 미적 수준의 정보처리는 이를 정보처리적 개념으로 줄여서 이야기한다면, 자극을 정보처리함에 있어서 우리의 지식의 저장고에서 동원된 또는 활용된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후에 그 자극을 되찾아 꺼낼수 있는 길(인출 통로)이 많아지며 또한 다른 자극과 혼동되지 않게 하여 주는 근거들이 많아져서 기억이 잘된다는 말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즉 「정보처리의 깊이」라는 것은 입력(Input)된 자극대상을 받아들여 의미분석 처리하기 위해 우리의 장기기억(LTM; Tong Term Memory)에서 동원한 각종단위의 정보의 양의 많고 적음으로 바꾸어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심리학자 E. Martin 교수의 부호화 변이성(Encoding Variability) 이론의 변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떤 자극의 기억이 잘되고 안 되는 것은 그 자극을 우리의 인지과정에서 처리함에 있어서 동원된 정보들의 총량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다음과 같이 함수 관계로 표현하여 볼 수 있다.

【기억= f (정보처리의 깊이);

정보처리의 깊이= f (동원된 정보의 양)】

 

그 런데 정보처리의 깊이는 과연 단순히 동원된 정보처리의 양에 의하여서만 결정되는 것일까? 그렇지만은 아닐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아무 관련성, 연결성 없이 산만하게 제시된 단어, 문장보다는 어떠한 특성이나 관계성에 의해 범주로 묶을 수 있는 것이 더 잘 기억되며, 글의 의미의 상위 구조에 있는 내용들이 하위의 것보다 더 잘 기억됐다.

 

이 러한 연구들은 우리가 「정보처리의 깊이」를 개념화함에 있어서 동원된 정보들을 그 양뿐만 아니라 동원된 정보들이 조직화된 정도와, 그 조직화(연결하여 묶음)의 결과가 어떠한 새 상위 수준의 의미 정보로(더 높은 추상화 수준의 정보로) 새롭게 저장되었는가도 함께 고려하여야 함을 시사한다.

 

즉 자극의 기억의 잘, 잘못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는 정보처리의 깊이란 것은 자극을 의미 분석 처리함에 있어서 동원된 각종 정보의 총량과 그 정보들이 어떤 일관성을 가지고 하나의 상위 의미 수준의 정보단위로 묶이어진 정도와 그렇게 묶이어진 정보들이 의미 추상화 수준에 있어서 얼마나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개념. 명제 등을 이루고 있느냐의 함수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추상화 수준의 한 예: 콩나물 가격에 대한 일반 주부의 생각은 낮은 수준의 추상화의 한 예이고, 국가 경제정책 입안자가 국가 경제 관리 차원에서 보는 콩나물 가격에 대한 생각은 거시적 측면을 고려하고 보다 놓은 상위 추상수준의 생각임). 이를 함수 관계로 다시 정리하여 나타내자면 다음과 같다.

 

【기억= f (정보처리의 깊이),

정보처리깊이 = f (자극의 의미분석처리에 동원된 정보의 양)

X (조직화 정도)

X (조직화 결과의 추상화 수준)】.

 

이렇게 재개념화한 「정보처리의 깊이」의 개념화는 「지각수준의 깊이」로서 개념화 했던 Craik 등의 설명적 약점을 극복하고, 의미분석의 차원에서 정보처리의 「깊이」에 대하여 포괄적이면서도 실험검증 가능한 이론을 제시한다고 하겠다.

 

자 극을 처리하기 위하여 동원된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그리고 더 잘 조직화될수록, 또 상위의 추상화 수준에 이를수록, 그 자극(사건, 대상)에 대한 표상이 보다 특유하고 상세한 형태로 보다 높은 수준의 지식과 결합되어 저장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기억 표상(흔적)은 다른 표상들에 의한 혼동을 적게 받으며, 보다 많은 인출 통로를 제공하며, 그 기억 흔적(표상)을 구성하고 있는 내용의 일부만 회상되어도 전체가 쉽게 재구성되어 질수 있으며, 상위 추상 수준의 내용들이 독립적인 회상단서로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억 표상이 나타내는 자극이 쉽게 기억되어 꺼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4. 기억과 의미에의 노력

 

기 억에서의 정보처리의 깊이의 차이와 그 작용의 인지과정 메커니즘에 대한 이상의 논의는, 기억을 정체된 수동적 의식내용이라기 보다는, 역동적으로 환경자극에서 의미를 찾아 구하는 ‘의미에의 노력’(Effort after meaning: 1930년대의 영국의 실험심리학자 F. C. Bartlett 교수의 용어)의 활동으로 본 것이며, 기억을 대상에 대한 「앎」 또는 「이해」를 결정하는 인지과정의(더 나아가서는) 주축으로 본 것이다. 즉, 자극대상을 기억해 넣을 때나 기억해 낼 때나 우리는 항상 능동적으로 지식을 적용하여 자극에 대한 각종 의미정보를 짜내어 넣고 또 짜내어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자 극 대상에 대한 사진, 복사를 하여 사진판을 떠서 저장했다가 그대로 꺼내는 것이 아니라, 자극대상에 대한 개인 자기 나름대로의 스케치(Sketch-1) 또는 지도를 그려 넣고(구성하기; construction) 또 꺼낼 때에도 새롭게 스케치(Sketch-2)를 재구성하여(reconstruction)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꺼낼 때의 스케치(2)가 얼마나 잘 이루어져 나올 것인가는 넣을 때의 스케치(1)가 얼마나 상세히 또 잘 조직되고, 또 재구성하기 쉽게 그려 넣어졌는가에 달린 것이다.

 

 

5. 기억해 넣을 때와 낼 때의 단서의 합치도

 

그 런데, 기억 해 낼 때에 어떻게 하면 재구성하기가 쉬울까? 토론토 대학의 심리학자로 1970년대 이후 기억 심리학이론 학계의 중요한 인물이었던 Endel Tulving 교수는 ‘부호화 특수성이론(Encoding Specificity Theory)’을 제시하였다.

우 리가 무엇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무엇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시된 배경 맥락과 함께 기억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학교에서 한 반에서 같이 공부하던 학생도 남대문 시장 한 가운데서 새벽에 마주치면, 아는 사람 같기는 한데, 누구인지, 어디서 보았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생각이 안 날 수가 있다. 또 술에 취해서 집에 돌아와 둔 열쇄를 그 이튿날 아침 술이 깬 말짱한 정신으로는 어디에 두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 안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이틀째 밤에도 술을 마시고 집을 들어서서 문지방을 넘자마자 ‘아하’ 하고 열쇄를 둔 곳이 생각날 수 있다. 기억해 넣을 때의 상황맥락과 기억해 내려 할 때의 상황 맥락 단서가 부합되어야 기억이 좋다는 이 이론을 지지하는 사례이다.

 

‘부 호화 특수성 이론’은 ‘단서의존적(cue-dependent) 기억’임을 주장하는 이론이다. 우리가 기억할 때에 배경 단서 맥락들을 함께 기억 한다는 것이다. 기억해야 할 내용과 어떤 단서가 연합되었으면, 그 단서가 다시 주어져야 회상기억이 잘 된다는 주장이다. 단서가 틀려지면 기억해낼 수가 없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잘 기억하기 위하여는 기억해 넣을 때에 (되기억해 낼 때에 사용할) 좋은 단서와 연결지어 넣는 것이 필요하다. 시험보기 전에 커닝 페이퍼를 만든다거나, 시각적 이미지와 연결해 기억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모두 이러한 기억 단서들, 다시 말하여 나중에 기억해내기 위한 ‘인출 단서’들을 만들어 내서 기억하는 것이다.

 

따 라서 기억의 잘잘못은 인출단서, 즉 기억 흔적의 재구성 단서의 좋고 나쁨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인출단서가 쉽게 떠오르느냐, 그것과 목표 내용과 연결이 잘되어 있느냐, 기억 단서가 많은가 등에 따라 기억의 잘잘못이 가려 질 것이다.

 

그 런데, 우리의 많은 기억 중에서 가장 잘 떠오르는 것은 자신에 관련된(self-related) 내용이다.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려도 누가 자신을 칭찬한 것, 욕한 것은 잊지 않는 것이다. 자신에 관련된 내용은 우리 자신의 뇌의 기억저장고의 가장 위에(출구에 가까운 곳에) 있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억을 잘하기 위하여는 기억해야 할 내용을 자기 자신과 관련된 정보와 연결지어 넣는 것도 한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6. 기억 능력의 개인차를 결정하는 요인들

 

그러면 그래도 기억의 개인차이 나는 원인이 되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기억을 잘하고 잘못하는 개인 차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에서 온다고 하겠다.

 

a. 보유하고 있는 일반지식의 양적 차이 (다양성의 차이)

b. 보유하고 있는 일반지식의 질적 차이 (조직화, 추상화 수준 정도)

c. 작업기억(Working Memory) 또는 단기기억 처리 전략의 풍부성의 차이

d. 주의 할당 전략의 효율성의 차이

e. 부호화처리 능력의 차이 - 깊이 처리 인지전략의 차이.

- 이것은 기억해 넣을 때에 자극을 능동적으로 정보처리(즉 부호화) 함에 있어서, 자신이 이미 지니고 있던 지식에 기초하여, 살붙이기, 가다듬기, 조직화 등의 부가적 인지적 정보처리하기인 정교화(elaboration) 처리 전략의 풍부성과 그 깊이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은 면이다.

 

e-1. 기억해야 할 것을 많은 정보를 동원하여(다양한 맥락) 정보처리하기

e-2. 기억해야 할 것을 의미있는 덩이들로 조직화 (가능한 덩이 수가 적을 것)

e-3. 기억해야 할 것을 보다 더 높은 상위의미 수준으로 조직화 하여 넣기

e-4. 기억해야 할 것을 자기와 관련된 의미 내용으로 정보처리하여 넣기

 

f.. 기억해 넣을 때와 꺼낼 때의 단서를 합치시키는 능력의 차이

- 후에 기억해 낼 때에 사용할 맥락과 관련되는 단서들이 처음 기억 해 넣을 때에 얼마나 풍부하게, 적절하게 연결되어 기억 처리가 되는가와, 이 단서들이 실제로 기억해 낼(인출) 단계에서 사용될 수 있는(available) 가의 차이를 지칭한다.

- 이는 자극을 기억해 넣을 때에, 후에 되꺼낼 때의 인출 맥락이 될 단서들을 미리 연결하여 처리하여(부호화하여) 넣는 능력의 차이와, 다양한 맥락 정보의 활용 능력의 차이, 되꺼낼(인출할) 때에 틀린 부적절한 인출 단서에의 고착(편향) 경향으로부터의 얼마나 쉽게 벗어날 수 있는가 여부, 곧 인출 융통성 차이이다. 또한 부호화-인출 단서간의 부합 여부를 미리 생각,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도 포함된다.

g. 기억 연습 양의 차이

- 기억 흔적이 많이 쇠약하여 지기 전에(즉 학습한 이후에 오랜 시간이 흐르기 전에) 목표 자극에 대한 반복된 인출(기억에서 되꺼내기) 연습 양의 차이이다. 이 때 목표 자극에 대한 인출 연습 뿐만 아니라, 인출 단서의 활용하기, 인출 인지전략 사용하기의 익히기 등의 연습 활동이 포함된다.

 

 

7. 냉엄한 인지 세계의 원리와 기억 전략

 

- 인지의 세계는 냉엄하다. 빈익빈 부익부의 원리가 철저히 지켜진다. 경제의 세계, 부의 세계에서는 하루 사이에 복권에 당첨되거나 거대한 유산을 물려받거나, 다른 횡재의 가능성이 있지만, 인지의 세계에는 그런 갑작스런 변화라는 것이 절대 불가능한 빈익빈, 부익부의 원리가 철저히 지켜지는 세계이다.

- 우리가 무엇을 이해한다, 기억한다 라고 하는 인지적 작용은 자동적으로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해, 기억, 사고의 인지의 과정에는 항상 개인의 지식과 추론이 동원된다.

- 교과서, 참고서, 일반 책, 강의 등에서 이루어지는 언어 이해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자동적으로 기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해에는 추론, 예측이 필요하다. 그리고 추론, 예측에는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 살인사건의 탐정과 수사 진행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탐정소설이나 TV방영 수사드라마를 읽거나 본다고 하자. 전혀 이해를 못할 것이다. 시골 벽지에서 자라나 미래에 대한 아무런 생각을 못하여 본 사람들이 현대판 공상과학 소설을 읽고 있다고 하자. 이해를 못할 것이다. 예측과 추론을 할 지식이 없으니까 그렇다. 책이나 강의, 드라마에서 나오는 언어 표현(글, 말)이란 그 자체가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다. 그 언어 표현이란 우리가 그것들을 단서로 하여 우리의 뇌(기억 저장고)에서 어떤 지식을 동원하여 추론, 예측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단서, 신호 표지에 지나지 않는다. 주제에 관련된 적절한 지식이 없다면 이해가 잘 안 된다.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의 경우, 관련 주제에 대한 관심, 따라서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학생이 이해를 잘 못한다는 현상은 당연한 것이다.

 

- 기억도 마찬가지이다. 지식이 있어야 기억을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기억은 사진을 찍어서, 복사판을 만들어서 뇌에 집어넣었다가 후에 그 사진, 복사판이 들어 있는 곳의 주소를 찾아 그대로 기계적으로 꺼내는 일이 아니다.

지 식 동원, 활용이 중요하다. 기억해 넣을 때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동원하여, 그리고 환경 맥락의 단서를 활용하여 자기 나름대로 기억 내용을 구성하여 자신의 생각 틀, 언어로 기억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후에 기억해 낸다는 것도 뇌에 있는 것을 기계적으로 꺼내는 것이 아니다. 기억 해 낼 때의 환경 맥락에 주어져 있는 단서들을 활용하여(또는 이러한 단서들을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내어서) 그리고 자신의 지식 저장고에서 적절한 지식을 동원하여, 저장되었을 기억 내용을 이렇게 저렇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실 상 기억해 낼 때에 목표 자극 하나만 재구성해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여서 그렇지 우리의 뇌 안에서는 기억해내야 할 것에 대한 여러 후보들을 재구성하여 그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것을 골라내는 통계적 판단 과정이 우리의 의식 수준 이하에서 진행된다. 기억해 낼 때에 재구성되는 이들 여러 후보들 중에 특정한 재구성물에 대하여 ‘아하, 이것이다’라고 통계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전혀 의식이 안 된 채, 의식 이하의 수준에서 자기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무의식적(하의식; subconscious) 인지과정이다. “내가 재구성한 이것이(A) 맞는 답(기억)일 가능성이 95%이니 이보다 확률이 낮은 것들, 즉 내가 재구성한 B(80%), C(70%), ...의 다른 후보 구성물들은 제쳐 놓고 이것이 기억된 바라고 하여 내어 놓자” 라고 무의식적으로 판단과 결정을 하여 최종기억을 해 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억 오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기억은 지식에 의해 결정된다.

그 렇기에 지식이 많은 사람은 많은 지식, 여러 인지적 전략을 동원하여, 자극 대상에 대하여 ‘깊은 정보처리’를 하여 풍부한 정보를 지닌 기억 흔적을 만들어 저장하고, 풍부한 정보를 지닌 이 기억 흔적은 후에 기억해 낼 때에 그 기억 흔적이 보다 더 명료하며, 또한 여러 정보에 바탕을 둔 여러 인출 통로가 있기 때문에 잘 꺼내어진다(재구성이 잘된다). 그렇게 하여 잘 기억하니까 더 좋은, 더 많은 지식을 보유하게 되고, 그리고 그 더 좋은 지식이 또 다른 더 좋은 기억을 낳고, 이것이 더 좋은 지식을 낳고, 그것이 더 좋은 기억을 낳고, .... 눈덩이 불어나듯이 지식과 기억이 불어나는 것이다. 인지적 부익부이다.

그 런데 지식이 적은 사람은 기억처리를 할 때에 동원할 마땅한 지식이 없기에, 기억해야 할 내용에 대하여 깊은 정보처리를 할 수가 없고, 표면적 처리만 하여 기억 저장고에 빈약한 기억흔적으로 저장하게 된다. 기억흔적이 빈약하니까 후에 기억해 내려고 하여도 기억이 잘 안되고, 기억이 잘 안되니까, 이 기억 흔적을 사용하여 잘 정보처리하여 새 지식을 만들어야 할 상황인데 새로운 정보처리가 잘 안되어 얕은 정보처리만 하여 새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그 지식이 좋을 리가 없고 기억이 잘 될 리가 없다. 기억과 지식이 빈약하니 그 다음 단계의 이해와 기억 처리가 잘 될 이유가 없고, 결과적으로 빈약한 지식을 낳고, 따라서 그 사람은 인지적 빈익빈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인지의 세계는 이러한 인지적 빈익빈, 부익부의 원리가 냉엄하게 지켜지는 세계이다. 로또 당첨과 같은 이변(pop-out) 가능성은 전혀 없는 냉엄한 세계이다.

 

이 러한 상황에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면, 꾸준히 지식(특정 영역에 대한 일반 지식과, 이해 및 기억 관련 인지적 전략 기술)을 쌓고 갈고 닦아야한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운 좋게도 일찍이 이런 것을 (대부분의 경우에 무의식적으로) 체득하여 이러한 인지적 습관을 계속 자기도 모르게 갈고 닦아 더 좋은 인지적 전략을 그리고 지식을 키워 온 사람일 뿐이다.

 

이 러한 이야기의 메시지는, ‘누구나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 하는 데에는 높은 지능지수(IQ)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자기가 처한 상황에 적절한 주제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그를 잘 기억하는 자기만의 인지적 전략 기술을 얼마나 잘 개발하였으며, 이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이 지식과 인지적 전략기술을 얼마나 계속 향상,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자신의 지식 수준과 인지적 전략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이러한 인지적 기술 또는 지식을 인지심리학에서는 메타인지적인 지식 또는 기술이라 한다. 공부를 잘 하고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바로 이러한 메타인지적 지식/기술이 있느냐 여부와 그것이 좋은 지식/기술인가 여부일 뿐이다.

 

 

8. 기억을 증진시키기 위한 인지 기술 / 전략

 

그러면 기억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위에서 제시한 원리들에 바탕을 두고 기억의 인지전략을 짠다면 어떤 전략/ 기술이 될까? 또 기억을 좋게 하기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습관을 키워야 할까? 여기에서는 기억 과정과 관련된 [8A. 기억의 인지기술과], [8B. 기억을 증진시키기 위한 일상의 습관 전략] 으로 나누어 개요식으로 설명하겠다.

 

[8A. 기억 인지기술의 개요]

 

어떤 것을 기억하고자 할 때, 그 과제에 가장 잘 맞는 인지기술들을 선택하여, 이 기술들을 조합해서 사용하여야 한다. 기억의 과정별로 처방적 인지기술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1]. 기억기술 1: 학습할 (기억해 넣을) 때

 

(1) 주의 집중하라

(2) 의미를 점검하라

(3) 분산 학습하라

(4) 조직화하라

(5) 인출을 위한 다양한 단서들을 생성하라

(6) 많은 학습을 하라

(7) 정신과 신체 건강을 잘 유지하라

(8)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라

(9) 학습의 쉽고 어려움을 평가하라

(10) 학습과정(획득과정)을 계속 점검하라

(11) 가능하다면, 외부의 보조 기억 수단을 사용하라

(12) 현재 학습중인 과제에 적절한 기억술 방법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라

(13) 가능하면 이미지를 사용하라

 

[2]. 기억기술2: 기억저장하고 있는(retention) 동안

 

(1) 기억이 변화할 수 있는 방식에 주의하라

(2) 추론이 개입된다. 추론된 내용을 실제기억으로부터 분리하도록 하라

(3) 가능하면, 주기적으로 반복하라

(4) 알고 있다는 느낌에 대한 평가 판단을 하여라.

 

[3]. 기억 기술3: 기억해 낼(인출할) 때

 

(1) 기억에 대한 과신을 조심하라

(2) 기억해 낸 내용에 오류가 없는지 점검하라

(3) 학습할 때 만들었던 단서들을 사용하라

(4) 계속 인출하려고 노력하라

(5) 회상이 정확한지 그 신뢰성을 판단하라

(6) 학습할 때 사용했던 기억전략을 사용하라

(7) 학습할 때 사용했던 외부 보조 수단을 활용하라

(8) 회상하려는 정보를 상상하라

 

8B. 기억을 증진시키기 위한 일상의 습관 전략

 

- 이에 대하여 다음의 사이트에 있는 정보를 편집, 수정하여 제시한다.

http://www.wikihow.com/Improve-Your-Memory

 

-기억을 증진시키기 위한 습관 형성 전략

1. 나의 기억력은 괜찮은 편이며 더 향상될 수 있다는 확신을 지니기

2. 뇌를 활용하는 활동을 규칙적으로 하기 (Exercise your brain. Regularly)

외국어나 악기를 배우거나 뇌 게임 등

3 매일 유산소 운동하기

4 스트레스 줄이기

-스트레스는 뇌의 해마를 자극하여 송과선을 가동시키고 이는 (ACTH)홀몬을 분비시키고 이는 기억의 주 기관인 해마의 혈행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5 건강식 섭생

6. 좋은 영상적 기억을 하려도 노력하기 (사진으로 연습하기)

7. 기억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이기

8. 일상애서 생생한 이미지로 기억하기

9. 배워야 할 것, 학습해야 할 것은 반복하기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어서)

10. 기억해야 할 것을 덩이로 묶어 조직하여 기억하기

11. 일상의 생활의 일, 대상들을 짜임새 있게 하기, 조직화하기

12. 명상하기

13. 충분한 숙면

14. 기억 기술 전략 창고 만들기

15. 기억을 능동적으로 접근하고, 실수에서 배우기

 

- “기억에 대한 좋은 기쁜 소식은,

누구나 시간을 들여서 연습을 하면 기억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임.”

 

 

9. 기억 과 뇌

 

기 억은 어떻게 하여 이루어지는가? 가만히 생각하여 보면 기억이란 주로 우리의 뇌가 작동하여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의 인지 이론에 의하면 뇌가 파악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몸은 기억한다고 한다. 우리의 뇌와 몸이 다 기억에 관여한다고 하겠다. 특히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의 일부분은 우리의 몸이 기억한다고 할 수 있ㄷ.

그 렇기는 하지만 기억의 과정 및 저장고 역할은 거의 대부분이 뇌가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뇌와 기억에 대한 초기 연구의 물음은 흔히 뇌의 어떤 특정 부위가 기억을 담당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점차 기억 관련 신경과학적 물음은 어떠한 종류의 기억, 어떠한 종류의 기억처리과정을 뇌의 어떤 부위가 어떤 다른 위와 연결되어서 주로 담당하는가의 물음으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 뇌의 작용과 기억 관련 내용은 이미 국내에 많이 나온 뇌과학 관련 서적들에서 다루어지고 있기에 여기에서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음의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 Marie T. Banich (지음)/ 김명선, 강은주, 강연욱, 김현택 (옮김). [인지 신경과학과 신경 심리학 (제2판)]. (시그마프레스, 2008). 제10장 기억.

* 에릭 캔델 (지음)/ 전대호 (역). [기억을 찾아서].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 BERNARD J. BAARS,NICOLE M. GAGE (저)/강봉균 역 [인지 뇌 의식 : 인지신경과 학 입문서] (교보문고, 2010). 9장. 학습과 기억

* 이정모 (지음). 인지과학: 학문간 융합의 원리와 응용.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09)

10장. 학습과 기억. 12절. 학습과 기억의 신경적 기초 (464-472쪽)

 

 

10. 뇌, 기억을 좋게하는 건강식 그리고 노령화의 문제

 

[뇌에 좋은 음식]: 감자, 귤, 기름뺀 소고기, 달걀, 두부, 땅콩버터, 밀 배아, 바나나, 발효이스트, 브로콜리, 상치, 아마 기름, 아바카도, 양배추, 양상치, 연어, 오트밀, 완두콩, 요거트, 우유,

참치, 치즈, 닭 살, 칠면조 고기, 캔털로프, 콩, 현미 등

 

[뇌에 해로운 음식]: 술, 담배, 인공채색 음식, 인공감미제, 콜라, 옥수수시럽, 과자, 빵에 입힌 설탕, 고당류 음료, 단 과자, 흰 빵, 그리고 과식

 

[기억에 좋은 음식]

1. 오메가-3 지방산; 뇌세포의 회질세포의 요소가 되면 신경기능, 신경막, 시냅스, 뇌세포의 신경활동에 필수적인 성분이다. 야생 연어, 참치, 고등어, 청어 등. 좋은 생선 기름은 뇌와 기억을 좋게 한다.

2. 항산화물: 항산화성 식품은 연령증가에 따른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급격한 뇌세포 손상을 완화시킨다. 신선하고 색깔이 뚜렷한 야채와 과일 등에 많다. 제일 좋은 항산화 물질은 딸기(일반딸기, 불루베리, 산딸기, 검은나무딸기)와 상치, 방울양배추, 서양자두, 브로콜리, 붉은무우(비트), 아바카도, 오랜지, 붉은 고추, 버찌 등이다. 다양한 색깔의 야채와 과일을 먹는 것은 다양한 항산화물질이 뇌에 영양분을 주고 보호하게 하는 것이다.

- 이외에도 호두, 잣, 참깨, 콩, 사과, 홍삼 등을 권장한다. 참깨의 레시틴 성분은 혈액의 순환을 도와 두뇌활동에 필요한 산소와 포도당 공급을 도우며, 사과에는 기억을 돕는 아연이 다소 포함되어 있다. 홍삼이 포도당 흡수를 도와 학습기억력 뇌활동 증진에 도움되며, 콩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뇌세포의 신경정달화학물질인 아세틸콜린을 합성하고 뇌에 해를 주는 물질을 분해하는 콜린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3. 기억, 학습 및 언어 기술 증진 영양제

알 파리포산, 비타민 E, 비타민 C 등은 기억에 좋다. 두잎은행은 뇌 혈액순환을 증진시키고, 기억려과 집중력을 증진시킨다. 인산염계의 Phosphatidylserine 약이 노년기의 기억, 정서, 인지기능을 강화시킨다는 보고가 있으나 미국 FSA는 유보적이다.

 

[기억에 해로운 음식]

위에서 열거한 뇌에 해로운 음식들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공색깔, 인공감미료, 포화지방 등이 들어간 것이 기억에 해롭다

 

[기억과 노령화]: 기억과 집중력은 나이가 든다고 하여 감소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뇌기능의 급격한 변화는 정상적 노령화의 증상이라기 보다는 질병이 진행된다는 것의 표징이다. 뇌는 정상적으로 기능하여 작용하기 위하여는 건강식과 맑은 물이 필요하다. 가족 중에 알짜이머 질환의 사람이 있었다면,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뇌손상 병력이 있었다면 뇌영양제를 사용하고 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의사와 상의하여 구체적 추천안을 받는 것이 좋고, 기억을 잘하는 일생이 되기 위하여 가능한 한 일찍부터 건강한 뇌 습관을 유지하여야 한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에게는 조금 다른 지침이 필요할 것이다.

 

 

11. 맺는 말

 

우 리의 기억은 인지작용의 결과이다. 인지는 우리의 마음의 큰 부분이 작동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원시시대부터 인류가 기나긴 진화과정에서 동물과는 달리 발달시켜온 우리 인간의 중심 기능이다. 따라서 기억은 인지의 원리, 곧 마음의 일반적 작동 원리를 따라 작용한다.

그 런데 동물과는 달리 독특한 특성을 지닌 기능을 지닌 것으로 진화시켜온 인간의 마음은 어떤 기능을 하기 위하여 진화되었을까? 다른 가능성도 있겠지만 인간의 마음의 주 기능의 하나는 자연세계의 온갖 정보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정보양을 감소시키도록, 관련되는 것을 한 덩이로 묶고 또 쉽게 처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목적에서 자극 사건/대상과 사건/대상 사이에 의미적 관계를 지어(공간적 관계, 시간적 관계, 인과적 관계, 이야기적 관계) 한 덩이로 묶음으로써 처리하여야 할 정보의 양을 줄였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의 원리는 바로 Bartlett 교수의 말대로 ‘의미에의 노력(effort after meaning)'이었을 것이고, 이것이 인간 인지의, 그리고 기억의 작동 메커니즘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 런데, 의미에의 노력은 곧 ‘구성’이다. 그리고 구성은 ‘관련 지식을 동원 하여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인간 기억의 핵심은 곧 ‘지식’과 ‘구성’이다. 이것이 인간의 인지능력의 진화의 원리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식’과 ‘구성’의 기억 작동 원리를 무시한 채, 지식의 습득과 활용에의 노력 없이, 그저 수동적으로 자극을 받아들여, 구성의 인지적 전략이나 기술을 사용함이 없이 정보처리하거나 기억하려는 사람은 인류 진화사의 원리를 거슬러 가겠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마음 작동 원리 이하 수준에서 살려는 ‘무지막지한’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인지적 빈익빈일 수밖에 없다.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잡 념은 흔히 공부의 적으로 간주된다. 수업 시간이나 공부할 때 딴 생각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공부할 때 뿐만이 아니다. 일을 할 때, 걸어 다닐 때, 심지어 게임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잡생각은 우리 머리 속을 계속 맴돈다. 정말 그림자처럼 끈질긴 존재다.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 만의 생각에 빠지는 이런 현상을 mind wandering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마음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mind wandering은 누구나 겪는 흔한 현상이다. 하지만 mind wandering이 왜 일어나는지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mind wandering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잡생각이 일이나 공부의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무관심은 놀라울 따름이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아마 스님들일 것이다. 불교는 마음이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상태(미망)를 다스리기 위해 명상을 권하기 때문이다.


그 런데, mind wandering에 관심 있는 사람이 스님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인지과학자들이다. 인지과학은 mind wandering이 일어나는 기제를 알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기초적이기는 하지만 mind wandering이 일어나는 메카니즘이나 관련된 뇌 부위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오늘은 2011년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실린 Schooler 외1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Mind wandering의 개념과 문제점


인 지과학에서 밝혀낸 mind wandering의 기제는 우리 실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잡생각은 보통 불현듯이 시작된다. 잡생각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외부의 정보(책, 선생님, 컴퓨터 등)에 무감각하게 된다(필자는 다른 생각을 하다가 표지를 보지 못해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적도 있다!). 잡생각은 한 동안 계속되다가 '내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네?'라는 자각과 함께 멈춘다.


인지과학의 설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외부의 정보와 무관하게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SIT(stimulus independent thought)라고 한다. 내부에서 사고가 시작되면 우리 마음이 외부의 정보와 단절되는데 이 현상을 perceptual decoupling이라고 한다. 잡념에 빠져있다가 불현듯 자신이 잡생각을 한다는 인식을 하는 현상은 meta-awareness라고 한다.


하 지만, mind wandering에 대한 밑그림이 명확히 그려진 것은 아니다. 각 개념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은 아직 진행중에 있다. 우선, SIT가 perceptual decoupling을 수반하는지 알 수 없다.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에 빠져 있으면, 필연적으로 외부의 정보를 무시하게 될까? 두번째로 SIT가 default mode와 관련있는지 알 수 없다. default mode는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뇌에서 보이는 활성화 패턴을 말한다. 즉,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SIT가 발생할까?

개 념 간 관계 뿐만 아니라, mind wandering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잡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할 것인가? 더 나아가서, 우리가 잡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이 개관 논문의 저자들은 mind wandering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 각 개념 간의 관계를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증거들을 같이 소개하고 있다. 



Mind wandering의 측정


mind wandering을 연구하기 위해선 mind wandering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사람 머리 속을 어떻게 꿰뚫어볼 수 있단 말인가?


행동적 측정

Mind wandering, SIT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absent-minded forgetting이다. 만약 누군가 SIT을 경험하고 있다면 외부의 정보를 부호화하는 데 방해를 받을 것이다. 따라서 SIT가 일어날 경우 부호화 수행이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독해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SIT가 일어난다면 글을 읽고 적절한 추론을 하는 데 방해를 받기 때문에 이해 정도가 떨어진다. 결국 이 방법들은 SIT가 perceptual decoupling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토대로 mind wandering을 측정하고 있다.

 

신경과학적 측정

ERP를 통해 피험자의 SIT를 측정할 때는 SART라는 과제를 사용한다. Go/No-go task라고도 불리는 이 과제는 보통 아래 그림처럼 진행된다. 참가자는 3을 제외한 모든 숫자가 나타날 경우 키를 눌러서 반응해야 한다. , 3이 나타날 경우 키를 누르면 안된다. 목표 자극이 나오기 전후로 비관련 자극들이 계속해서 제시된다. 또 실험 도중에 피험자의 주관적 보고를 관찰한다. 자극 중간 중간에 '방금 전까지 당신의 주의가 어디에 있었습니까? On-task/Off-task', '당신이 어디에 주의를 두고 있는지 인식하고 있었습니까? 인식/인식 못함'같은 질문이 나타나고 피험자가 응답을 하게 된다.





구성요소 간 관계


SIT-Perceptual Decoupling의 관계

Mind wandering 또는 SIT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럼 이번에는 잡념이 정말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는지 알아보자.

연구자들은 방금 전 소개했던 SART를 이용하여 ERP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이 SIT를 경험하는 경우 P3의 진폭이 작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외에도 동공의 크기를 측정한 연구는 SIT가 발생하는 동안 과제에 따른 동공크기의 변화폭이 작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시각적 탐색 연구의 경우 SIT가 일어나는 동안 목표자극과 방해자극에 대한 cortical response가 줄어든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전반적 연구 결과는 잡념이 외부의 정보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SIT와 Perceptual Decoupling은 서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SIT-DMN의 관계

또 다른 쟁점은 default mode(DMN)가 SIT와 관련있는지 여부다. 앞서 설명했듯이, default mode는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활성화 패턴을 말한다(Psychology today에서 default mode와 mind wandering의 관계를 설명한 글을 참조하려면 여기를 클릭). 우리는 보통 아무 일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을 때 잡생각이 많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DMN과 SIT는 서로 관련있는 개념인가?


DMN이 SIT가 어떻게 관련 있는지는 fMRI 연구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DMN은 외부 과제를 수행할 때 보이는 활성화 패턴과 부적 상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SIT DMN이 비슷하다는 간접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보다 직접적인 증거로는 Christoff 외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는 참가자가 SART를 수행하는 동안 과제에 집중하지 않으면 DMN 활성화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DMN perception과 경쟁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DMN이 Perceptual Decoupling과 관련있다는 사실은 DMN과 SIT의 관련성을 의심케 한다.



Meta-awareness


잡생각은 우리가 잡념에 빠져있다는 '인식'과 함께 사라지곤 한다. 일반인의 meta-awareness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또 일반인은 자신의 이런 상태를 얼마나 자주 알아차릴까?


행동적 측정

인간의 meta-awareness 능력을 측정하는 방법은 self-caught/probe caught methodology를 분리하는 것이다. self-caught는 참가자가 자신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인식할 때마다 반응하게 한다. 반면 probe-caught는 참가자가 실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측정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측정한 다음 비교해 보면, 사람들의 meta-awareness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또 다른 측정 방법은 위에서 설명한 방법 외에 참가자의 즉각적인 인식을 묻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참가자에게 이따금씩 Mind wandering이 일어났는지 물어보고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물어볼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참가자가 자신의 mind wandering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와 인식한 경우 뇌의 활성화가 다름을 보여준다2

 

인간의 Meta-awareness 능력

Schooler (2004)3는 위에서 설명한 방법을 사용해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참가자가 읽기 과제를 수행하는 45분 동안 4번 정도 Mind wandering을 알아차리지만, 실제로 일어난 Mind wandering과 비교할 때 15%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는 음주와 흡연 욕구가 meta awareness를 떨어뜨리고 Mind wandering을 증가시킨다는 결과를 발견했다.


Christoff Mind wandering을 인식할 때와 인식하지 못할 때 동일한 뇌 부위과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 부위는 mind wandering을 인식하지 못할 때 훨씬 강하게 일어났다. 특히, anterior PFC mind wandering을 인식하지 못할 때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만약 PFC Mind-wandering 뿐만 아니라 meta-awareness에도 관여한다면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게 왜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mind wandering의 기능


지금까지 mind wandering의 측정과 기제에 대해서 알아봤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빼놓았다. mind wandering은 무슨 목적을 위해 발생할까?  저자는 기존 연구들을 바탕으로 mind wandering이 다음과 같은 순기능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1. 미래의 일을 계획한다

2.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

3. 현재 하는 일에서 빠져 나와서 다른 일에도 주의를 둘 수 있게 한다(attentional cycling)

4. 탈습관화를 일으켜서 학습이나 일의 효율을 높인다(공부만 계속하는 것보다 적당히 잡생각을 한 뒤에 다시 공부를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우 리는 이제 개념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mind wandering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궁금증은 오히려 증폭된다. mind wandering은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 일정한 훈련(예를 들어 명상)으로 mind wandering을 통제할 수 있을까? 만약 훈련이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meta-awareness 능력의 향상 때문일까?


다음 번에는 mind wandering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과 기제를 소개한 연구를 찾아볼 생각이다.





  1. Schooler et al, Meta-awareness, perceptual decoupling and the wandering mind,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11
  2. Christoff, K et al. (2009) Experience sampling during fMRI reveals default network and executive system contributions to mind-wandering. Proc. Natl. Acad. Sci. U.S.A. 106, 8719?8724
  3. Schooler, J.W. et al. (2004) Zoning out while reading: evidence for dissociations between experience and metaconsciousness. In Thinking and Seeing: Visual Metacognition in Adults and Children (Levin, D.T., ed.), pp. 203?226, MIT Press



출처: Nou stuff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누구나 테트리스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들어 간단하지만 중독성 있는 이 게임에 대한 연구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 옥스포드 대학의 연구진은 테트리스가 외상을 겪은 후 사건을 다시 회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인지적 백신'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회상(또는 재경험, flashback)은 외상 후 스트레스(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기존 연구는 외상을 일으킬 수 있는 장면을 본 후 테트리스를 한 경우 다른 집단보다 flashback 현상을 적게 경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테트리스 외에 다른 게임도 주의 분산/즐거움 등의 요소로 인해 외상의 충격을 경감시킬 수 있는지 알아봤다. Holmes는 테트리스와 Pub Quiz - 일반 지식을 묻는 컴퓨터 게임을 말한다. - 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2개의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죽음이나 부상을 당하는 장면이 포함된 짧은 영상을 보게 된다. 그 다음 한 집단은 테트리스를, 다른 집단은 Pub Quiz를 풀게 된다. 나머지 한 집단은 아무 과제도 하지 않는다(통제 집단). 첫번째 실험의 경우 영상을 본 후 30분 경과 후에 과제를 수행하지만, 두번째 실험은 영상을 본 후 4시간 후에 과제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두 실험 전부 테트리스를 했던 집단은 통제집단에 비해 flashback 현상을 적게 경험했다. 첫번째 실험의 경우 Pub Quiz 집단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켜서 flashback 현상을 악화시켰다. 그러나 4시간 뒤에는 이런 효과가 없었다.

저자는 이 연구결과가 다음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컴퓨터 게임은 그 종류에 따라 외상 후 경험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각 게임들이 가지는 재미나 난이도가 동일할 때도 그렇다.


이 렇게 게임마다 효과가 다르다는 사실은 심리적 치료에서 컴퓨터 게임을 사용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모든 게임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Holmes는 인지과학에서 발전한 trauma memory formation 모델이 이 논문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 인간의 기억은 시각, 언어적 요소로 구성된다.
2) 외상후 사건의 재경험은 감각, 시각적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3) 인지 과학은 시공간 능력을 요구하는 인지 과제가 시각을 처리하는 자원과 충돌한다고 설명한다.

4) 기억 강화(memory consolidation)이론에 따르면 6시간 정도가 지난 다음 post-trauma가 형성되며, 그 전까지는 기억은 견고하지 못하고 유동적이다.

5) 따라서 6시간이 지나기 전에 시공간 능력을 요하는 인지 과제를 수행할 경우 기억의 형성이 방해되므로 사후 사건의 재경험을 겪는 일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6) 반면 언어 과제는 언어적 자원을 사용하는 만큼 사건의 구성을 방해하지 못한다.
7) Further, verbal tasks post-trauma will compete with the type of verbal-conceptual processing necessary to make sense of what has happened and from clinical models may serve to increase (rather then reduce) later trauma flashbacks


이 연구는 앞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환자들을 위한 '컴퓨터 게임'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Holmes, E., James, E., Kilford, E., & Deeprose, C. (2010). Key Steps in Developing a Cognitive Vaccine against Traumatic Flashbacks: Visuospatial Tetris versus Verbal Pub Quiz PLoS ONE, 5 (11) DOI: 10.1371/journal.pone.001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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