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트
작가
제프리 밀러
출판
동녘
발매
2010.08.12


난이도:


' 진화심리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윈, 짝짓기, 유전자 등일 것이다. 그런데 이 학문이 소비심리학에 적용된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인간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이 소비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둘 간의 관계를 떠올리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나 는 갓 사드(Gad saad)의 블로그를 즐겨 읽는 편이다. 그는 '진화소비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홀로 개척한 사람이다. 이 블로그의 글을 읽다보면, 진화심리학이 마케팅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수 있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갓 사드와 같은 관점을 가진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제프리 밀러라는 학자가 바로 그 사람인데, 그의 저서 '스펜트'가 국내에도 출간되었다.


인 간이 사용하는 물건은 대략 몇가지 범주로 나뉜다. 그 중 일부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사용성 여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도 있다. 이런 부류의 물건을 '과시재'라고 한다.

과 시재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비싼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명품 백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진화소비 심리학은 이 과시재가 우리의 '적응도 지표'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신체 건강, 마음씨, 생식 능력 등 진화를 거치며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표들을 표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 마케팅이 추상적으로 정의했던 사람들의 소비욕구를 Big5(인간의 성격을 분류하는 대표적 5요인을 말한다)로 설명한다. 그는 과시재가 Big5(결국 이것도 하나의 적응도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어떤 물건이 잘 팔릴지를 알아보려면 개인의 성향(개방성, 외향성, 성실성, 친화성, 신경성)을 알아보는 것이 훨씬 빠르다. 기존의 관점처럼 소비자 집단을 성별이나 나이, 집단 등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Big5를 사용하는 것이 소비패턴을 훨씬 잘 설명한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는 Big5가 좋아하는 음악, 자신의 블로그 사이트 꾸미는 방식, 심지어 페이스북 사용 패턴까지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연구들을 잘 요약한 책으로 '스눕(snoop)'을 추천한다)


이 설명은 다소 급진적으로 보인다. 저자는 책의 중간 부분에서 각 요인에 해당하는 과시적 물건을 예시하며, 인간의 허황된 과시 욕구를 풍자한다. 지능이라면 형질을 과시하려면 대학 졸업장, 성실성이라면 잘 손질해야만 하는 화분이나 어항, 낮은 친화성은 공격적으로 생긴 대형 오토바이나 대형차.... 우리는 자신의 소비가 결국 허황된 자기 표현 욕구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모른 체로 살아간다.


책 의 끝부분에서는 극으로 치달은 과시적 소비 현상을 해결할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5요인을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조금 황당하다. 이 해결책은 아마 많은 사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실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정부와 법의 간섭 대신 사회 규범(지역 공동체의 규범이나 도덕, 보통 배척이나 조롱 등 집단적 행사를 통해 개인의 일탈을 징계한다)의 활성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역적, 또는 소규모 공동체는 그들만의 가치관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에, 과시적 소비로 사람을 판단하는 천편일률적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과시적 소비를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그들 자체의 징계 방법으로 일탈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 신의 형질을 알리기 위해 미친듯이 돈을 벌고 미친듯이 물건을 사는 이 어지러운 세상이 쉽게 종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의 유전자 과시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고 보다 도덕적, 효율적인 방법으로 표현한다면 본인 스스로에게는 천국이 될 것 같다.



온갖 과시적 소비재로 즐비한 청담동 한복판에서 이런 글을 쓴다는 게 참 묘하다.

출처: The Primate Diaries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Introduction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협력적인 종이다. 인간은 이런 능력 덕택에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사회를 만들어냈다(미생물 매트나 몇몇 Hymenoptera mega-colonies를 제외하고 말이다)

 

협 력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협조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떤 집단이든 간에 한 개인은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과 보통 협력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조력을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가? 이런 개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 덕분에 번성할 수 있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한데,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이 협력을 하는 동안 자신은 힘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동안 이런 free rider가 무리 속에서 잘 먹고 잘 지낸다는 사실 때문에 협력의 진화이유를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집단이 이런 free rider를 처벌할 때 협력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Robert Boyd, Herbert Gintis, and Samuel Bowles은  Science 저널에 실은 논문에서 수학적 모델을 통해 집단이 협조하지 않는 자를 처벌함으로써 협력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설명했다.



 

기존이론

이 모델이 협력의 출현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기 앞서 협력에 관한 기존 이론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하나는 William Hamilton'의 kin selection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Robert Trivers의 reciprocal altruism 이론이다.

 

Kin selection은 협력 관계가 가까운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해밀턴의 법칙에 의하면 협력은 협력자의 협력비용 (c )가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이득(b) X 유전적 관계의 정도 (r) 보다 작으면 발생한다. 즉 rb > c일 때 협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이론은 곤충이나 새 등 다양한 집단에서 일어나는 협력을 잘 설명하고 있으며 검증을 거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예 를 들어 설명해보자. 우두머리 숫사자와 그의 형제가 유전자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의 유전적 관계는 0.5정도 될 것이다. 이 형제가 우두머리 사자가 병약해졌음을 눈치챘다. 만약 동생이 왕좌를 차지하게 된다면 8명의 새끼를 더 나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동생은 형의 왕자를 뺏지 않기로 결심했고 결국 우두머리 사자는 8명의 새끼를 얻었다. 그에 반해 동생은 5명의 새끼를 낳았다. 결국 동생은 3명의 새끼를 손해 본 것이다. 그러나 동생은 형을 지지함으로써 유전적으로는 번식에서 성공을 거둔 셈이다. 0.5 X 8 = 4 > 3. 동생이 형을 내쫓고 왕좌를 차지했다고 해도, 유전적으로는 가만히 있었던 경우보다 나을 게 없는 것이다.

 

상호적 이타주의 이론은 위 이론과 유사하지만 서로 관계가 없는 개인간 협력을 설명한다는 점이 다소 다르다. 이 이론에 의하면 협력은 협조자의 협력비용(c)이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이득(b) X 협력자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협력을 받을 확률(w)

보다 작을 때 발생한다. 이 이론은 흡혈박쥐 집단에서 먹이사냥에 성공하지 못한 날 밤 한 박쥐가 아무 관계 없는 다른 박쥐에게 피를 게워주는 현상을 설명한다. 이 박쥐는 다른 날 밤 다른 박쥐로부터 다시 협력을 받게 될 것이다.

 

kin selection 이론은 개인간 친밀한 관계형성을 전제로 하는 반면, 상호적 이타주의 이론은 개인이 단일 집단의 멤버일 것을 전제로 하며, 멤버들 간은 주기적으로 자주 만나는 ‘이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두 이론은 아무 관련 없는 개인들로 구성되거나 낯선 사람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협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인간 사회에서의 협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새로운 가설

Boyd et al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개인의 건강(fitness)이 비협조자를 처벌함으로써 증진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회 집단에서 개인은 협력할지 또는 무임승차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사냥에 성공한 사람은 이 사냥감을 부족 사람들과 나눠 먹을지, 아니면 혼자 먹을지 결정해야 한다. 이 모델에 의하면 협력에 드는 비용(c)은 전반적 이익(b)보다 작지만 집단 성원(n)에게 돌아가는 이익보다는 여전히 크다. b > c > b/n. 만약 이 사람이 고기를 나눠먹는다면 본인은 다른 사람보다 약간 큰 몫을 받을 수 있다(c가 b/n보다 클 수 있다는 뜻). 또 다른 사람이 사냥해온 고기를 먹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이 사람이 고기를 나눠먹기 거부한다면 다른 멤버들은 두 가지 단계에 걸쳐 이 문제를 대처하려 할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비협조자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특히 영장류에게서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aboon은 비협조자를 째려보거나 눈썹을 올리거나 송곳니를 드러내어서 위협한다. 인간 역시 화난 표정으로 쳐다보거나, 손동장을 하거나 비난을 한다. 이런 메시지는 비용이 적게 들지만, 비협조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기에는 부족하다.

 

만약 비협조자가 경고를 무시할 경우 다음 단계는 비협조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이 모델에 의하면 비협조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같이 처벌에 동참할 사람들이 필요하다(τ). 이 경우 비협조자를 처벌하기 위해 드는 비용(p)과 처벌하는 사람 개개인에게 드는 비용 k/npa이 발생한다(여기서 npa란 처벌에 동참한 사람 수를 의미한다). 비협조자의 숫자가 처벌에 동참한 사람보다 많을 경우 비협조자가 처벌에 동참한 사람들에게 비용을 부과할 리는 없기 때문에, 이 모델은 a > 1라고 가정한다. 이는 처벌에 동참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각자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작아진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때의 처벌은 반드시 신체적 공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모델은 처벌이 소문, 집단 따돌림 등의 형태로 비협조자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고 설명한다. 



Punishment is an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when multiple punishers are involved.
From Boyd et al. (2010).

 

이 모델에 의하면 사회는 처벌에 동참하는 사람 Wp과 동참하지 않는 사람 Wn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만약 처벌자가 단 1명만 존재한다면(Lone Ranger) 처벌에 드는 비용이 이득보다 커서 결국 처벌자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처벌에 동참하는 사람 수가 많다면 이득이 비용을 압도한다.

 

이 모델은 경험적인 증거를 얻지는 못했지만 사회적 유대가 약하고 낯선 사람의 유입이 많은 사회에서 협력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위에서 말한 이유가 협력의 진화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유의 사회 시스템이 정의를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보통 가해자가 피고인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비협조자를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 모델이 현상을 얼마나 정확히 설명할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 모델은 협력을 설명하는 최근 모델들과(e.g. Generalized Reciprocity, 개인의 이윤추구 속에서 어떻게 공공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지 설명하려는 이론들이다) 일맥상통한다.  

 

 

Reference:

Boyd, R., Gintis, H., & Bowles, S. (2010). Coordinated Punishment of Defectors Sustains Cooperation and Can Proliferate When Rare Science, 328 (5978), 617-620 DOI: 10.1126/science.1183665



<이 기사를 외국 사이트에서 오늘 접했는데 국내에는 소개된 것 같지 않아서 번역하여 올립니다>

원 숭이에서 호모사피엔스로 수백만년 동안 진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DNA의 유용한 정보는 몇백만 bit 정도 변화했다. 스티븐 호킹은 Life in theh Universe 강의에서 결국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는 일년에 수 bit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 티븐 호킹은 "반면 영어로 씌여진 책은 매년 50,000권씩 출판되고 이 책들은 1000억 bit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정보들이 쓰레기로 변하게 되고 더 이상 생활에서 필요없게 됩니다. 그렇지만 유용한 정보들이 수백만 단위로 추가되기 때문에 DNA의 진화보다는 훨씬 빠른속도입니다."라고 말했다.



호킹박사는 이것이 우리가 새로운 진화 단계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처음엔 진화가 무선적인 돌연변이에서 자연적 선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Darwinian 단계는 35억년동안 지속되고 언어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우리'를 만들어낸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동굴에 살던 우리 조상과 다른 점은 지식을 수천년동안 축적해왔으며 특히 지난 3백년동안은 더더욱 그랬다는 점이다.

"우리는 보다 넓은 관점으로 인류 진화에 DNA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 전송된 정보 또한 여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호킹 박사는 말했다.


지 난 수천년 동안 인류는 호킹 박사가 "외부적 전송 단계(external transmission phase)"라고 하는 과정에 있었으며 이 시기 동안 내부적으로 저장된 정보가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던 DNA를 통해 후대에 전수되었다. " 그러나 외부적 저장, 즉 책이나 다른 형태의 장기 정보 저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진화라는 용어를 오직 유전자를 통해 내부적으로 전수된 정보만을 지칭하는  데 사용하고 이 용어를 외부적으로 전수된 정보에 적용하기를 꺼려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협소한 관점입니다. 분명 유전자 외에 다른 요인들이 있습니다.




외부적인 정보의 전달이 진행된 time scale은 대략 50년 정도가 된다. "그 동안 이런 정보를 처리 하는 우리 인간의 뇌는 Darwinian 시간 척도상 수 천년 동안에 걸쳐 진화되었습니다. 이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18세기에는 한 사람이 모든 책을 다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한 사람이 하루에 한권씩 읽어나갈 경우 국립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기 위해서 15,000년이 걸립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새로운 책들이 계속 쏟아져 나올 겁니다."라고 호킹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호킹박사가 말한 "self designed evolution"단계에 돌입했다. 이 단계에서 인류는 자신의 DNA를 개선하고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낭포성 섬유증이나 근 위축증같은 유전적 결함을 치료하는데 국한될 것입니다. 이런 질환들은 단일 유전자에 의해 발생되기 때문에 발견하고 수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능과 같은 다른 면들은 보다 많은 수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런 것들은 훨씬 찾아내기가 어렵고 유전자간 관계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도 저는 다음 세기에는 사람들이 지능이나 공격 본능같은 것들을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박사는 말했다.



만 약 인류가 자기 파괴적인 위험을 줄이거나 제거하기 위해 자신을 다시 디자인한다면, 우리는 분명 다른 별들에 도착하거나 다른 행성을 정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호킹 박사는 이런 일들이 거대분자(macromolecules)보다 기계-전기적인 기반에 입각한 지능 기계로 가능할 것이며, DNA가 인류의 초기 삶을 바꿔놨던 것처럼 이런 기계가 DNA에 기반한 우리 삶을 다시 한번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


Casey Kazan


http://www.dailygalaxy.com/my_weblog/2009/07/stephen-hawking-the-planet-has-entered-a-new-phase-of-evolution.html


나 마이크로 코스모스
작가
크리스티안 베버, 베르너 지퍼
출판
들녘
발매
2007.10.17


난이도:

대상: '내'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궁금한 사람들


'나'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우주를 떠돌던 영혼이 육체를 빌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일까? 그럼 나란 존재는 내 육체와 별개인가? 아니면 뇌세포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나'라는 자각이 생겨난 것일까?


이 책은 환자들의 사례를 들기 시작해서 기억, 진화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연구들을 나열하기 시작한다. 인지심리나 사회심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관련된 연구를 모두 설명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산만해 보인다. 하지만 연구들이 하나의 정점을 향해 수렴한다. 이 책은 '나'라는 개념이 진화를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었으며, 수많은 하위체계(뇌세포 등)활동의 집합으로 이루어져다고 설명한다.


결 국 나는 깨지기 쉬운 임시적인 개념인 것이다. 기억이 없다면 나는 '나'라는 개념을 만들어낼 수 없다.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오늘 할 일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모든 일들일 단편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기억 하나만 손상을 입어도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 뿐 아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제한되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운명이라는 틀 속에 움직이면서도 자신이 '자유의지'에 의해 행동하고 있다고 착각하는지 모른다. 책에 소개된 연구들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제한되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자유의지를 가진 '내'가 허구일 수도 있음을 일깨워준다.


' 나'라는 존재는 사실 허구의 존재다. 나를 지탱하고 있는 수많은 하위요소 중 어느 하나만 무너져도 '나'라는 개념이 사라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불교의 가르침을 새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인간은 무아를 알지 못하고 '나'라는 존재가 영원불멸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죽어도 영원히 구천을 떠도는 불멸의 영혼이라기보다 진화과정에서 탄생한, 그리고 언젠가는 변하고 사라질 임시적인 존재다.  나라는 존재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우연치 않게 생겨났으며, 불완전하고,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내가 자연의 지극히 작은 일부임을 깨닫게 되면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 때부터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집착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 같다.


출처: The thoughtful animal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우리 마음 속 숫자라는 개념은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 수라는 개념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것일까?


숫자는 인간의 지식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 개념이다. 삶의 많은 결정들이 수량적 증거에 근거하고 있으며, 가끔은 삶과 죽음이라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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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Fight or flight?


나는 인간이 '선천적 숫자 개념'을 타고나서 복잡한 수학 개념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경험주의자들은 수 개념에 대해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수는 순수하게 개념적이다 - 수는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에 포함됨을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2)수는 추상적이다. 우리는 세 사람, 세 물건, 세 소리, 세 냄새, 3 달러, 3초, 3시간, 3년이라는 단어에서 유사성을 찾아낼 수 있다.

(3)수는 문화간 동일하지 않다. 어떤 문화는 다른 문화보다 훨씬 정교한 수 개념을 가지고 있다.

(4)아기와 원숭이는 긴 나눗셈을 못 한다.


확실히 인간은 특별한 존재인 것 같다. 그러니까 다변량분석을 이해하고 기하학적 지붕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기원부터 시작을 해 보자. 나는 우리의 진화적 조상이 비언어적 표상체계를 통해 개체의 숫자를 파악하는 능려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지식 시스템은 인간과 아기, 원숭이, 쥐, 비둘기 등 다른 모든 종에서 동일하다.


내가 소개할 첫번째 실험에서, 성인 참가자들은 컴퓨터 화면에서 일련의 점들을 보게 된다. 이 점들은 두번째 보여줄 화면의 일부분이다. 이 점들을 보면서 참가자들은 두번째 화면에서 이어지는 점들이 첫 화면의 점들보다 많은지 적은지를 판단하게 된다. 연구자들은 점의 크기, 분포 정도, 모양 등을 통제했다. 참가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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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Results. They were at chance on trials comparing 32 and 34 dots (center). All other comparisons, adults demonstrated above-chance discrimination.


만약 참가자들이 점들의 숫자를 '세어'보았다면, 32 VS 34와 8 VS 10개의 점 비교간 정확도가 동일해야 한다. 또 8 VS 6보다 32 VS 64개의 점을 셀 때 시간이 많이 걸려야 한다. 각 화면을 보여주는 시간은 동일했고 참가자들이 이 두 세트를 모두 잘 구분해냈기 때문에, 점을 일일히 세어보았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물체 갯수의 많고 적음을 판단할 때는 물체의 갯수가 아니라 두 숫자의 비율에 의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32 VS 64와 8 VS 16은 전부 1:2 비율을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의 심적 표상이 부정확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의 심적 표상은 정확한 수를 표현한다기 보다는, 대략적인 수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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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Where the ratio was 1:2, responses were perfect. Success rate decreased as the ratio decreased. When the ratio was 1:1.1, success was basically at chance, but considerable success at 1:1.15.


이런 현상이 시각적 측면에만 국한될까? 다음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동일한 일련의 점들을 보게 되는데, 그 다음 소리(참가자는 소리 발생의 수와 점의 숫자를 비교하게 되는 것 같다 - 역자 주)를 듣게 된다는 점이 앞 실험과 다르다. 다른 양상(시각-청각) 간 수의 비교는 시각 자극간 비교와 동일한 정확도 수준을 보였다(73%). 참가자들은 또 물체의 갯수를 더해보라는 지시도 받았다. 참가자들에게 두 줄을 연속적으로 보여준 다음, 이 두 줄에 있는 점들의 갯수의 합이 다음에 나온 세번째 점들의 숫자보다 많은지 적은지 판단하게 했다. 그 결과 구분의 정확도는 72%였다. 마지막으로 이 실험을 다른 양상간(시각-청각 간) 실시해 보았다. 즉, 점들의 개수+소리의 개수 VS 또 다른 점들의 개수를 비교할 때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확도는 역시 74%였다. 정확도는 모든 실험조건에서 비슷했다. 이는 숫자적 표상이 추상적임을 보여준다. 또 추상적 숫자 개념이 덧셈에 기여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barth crossmodal.jpg

Figure 4: Results. Equal success for each condition.


그러나 경험주의자들은 이 표상들이 언어적 수 개념에 매핑될 수 있다고 반박할지 모른다. 우리가 설사 대략적인 점들의 개수만을 파악하고 있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대충 50개 정도가 있군", "300개 정도는 되겠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실험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은 다년간 수학을 배운 성인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런 경험주의자들의 반론에 대해 자연주의자들(nativist: 선천적 숫자 개념이 있다고 주장하는 쪽)은 이렇게 말한다. "좋아. 그렇다면 유아들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해 보자"



그래서 우리는 언어를 배우지 않은 6개월된 아기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우리는 아기에게 어떤 줄의 점들이 더 많냐고 물어볼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행동적 패러다임을 사용하기로 했다. 우리는 아기들에게 동일한 수의 점들을 보여주고(예를 들어 8개의 점), 아기들이 이 자극에 질려서 자극을 쳐다보는 빈도가 줄어들 때까지 기다렸다. 그 다음 우리는 새로운 점들의 줄을 보여주었다(예를 들어 16개의 점). 아기들은 새 자극으로 16개의 점이 나온 경우 10개가 나온 경우보다 더 신기해 할까?(16은 8과 비교해서 두배나 가까운 수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10개는 8개와 별 차이가 없어서 흥미롭지 않을 것이다. - 역자 주) 만약 이 가정이 맞다면 아기들은 16개의 점들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 가정인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기들은 8 vs. 16, 16 vs. 32, and 4 vs 8개간 비교를 하는 경우 새 자극을 많이 쳐다봤다. 그러나 8 vs. 12, 16 vs. 24, or 4 vs. 6개의 경우 새 자극에 관심이 없었다. 결국 아기들 역시 숫자간 비율을 통해 수를 비교한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물론 아기들은 성인의 경우인 1:1.5보다 큰 비율은 1:2일 때서야 구분을 할 수 있었지만).


이 능력을 어떻게 일반화 할 수 있을까? 이 현상은 소리에도 적용되는가? 6개월, 9개월 된 아기들을 대상으로 다시 한 실험에서 아기들은 두 개의 스피커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아기들은 소리가 나는 스피커 쪽으로 고개를 돌릴 것이다. 이를 이용해 유아가 소리가 발생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횟수를 측정했다. 예를 들어 아기들은 8개나 16번 발생하는 소리를 들은 다음(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다시 8번(또는 16번) 발생하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실험 결과 아기들의 숫자 구분은 시각 자극의 경우와 유사했다.


개월 된 아기들은 8 vs. 16 and 4 vs. 8개의 소리는 구분했지만 8 vs. 12 and 4 vs. 6개의 소리 간 구분은 실패했다. 9개월 아기의 경우 vs. 12 and 4 vs. 6는 성공, 8 vs. 10 and 4 vs. 5는 실패했다. 이번에도 아기들의 숫자 간 크기 비교는 비율에 의해 결정되었다.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가보자. 시각적 물체나 소리의 갯수를 대략적 숫자 표상으로 파악하는 것은 알았다. 그럼 동작의 경우도 적용되는가?


유아들은 토끼가 4번 또는 8번 점프하는 만화를 보게 된다. 4번이든 8번이든 간에 점프해서 착지하는 최종지점은 전부 동일하다(결국 4번 점프할 때는 점프 간격이 길어질 것이다). 이는 아기들이 점프 거리를 통해 숫자를 파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실험 결관는 점이나 소리를 사용한 경우와 동일했다. 숫자의 표상은 확실히 추상적이다.


결론적으로, 유아들은 수를 세고 셈을 배우기 전에 큰 숫자를 구분하는 법을 알고 있다. 이들의 표상은 대략적이고 비율에 의존한다. 이 표상은 추상적이고, 동일한 비율이 물체, 소리, 동작에 적용된다. 이 능력은 어릴 적부터 나고나며, 정확도는 발달과 함께 증가한다.



이번에는 동물의 경우를 살펴보자.


1950년대와 60년대에 Dr. Francis Mechner는 쥐를 훈련시켜서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한 실험에서, 쥐는 보상을 받기 위해 레버를 4, 8, 12, 16번 누르도록 훈련받았다. 이 때 레버의 텐션을 조절해서 쥐가 총 투입한 노력을 레버 누르는 횟수와 연관시키지 못하게 통제했다.


mechner.jpg

Figure 5: Presses on the lever by rats.


이 데이터는 쥐 역시 불완전하고, 대략적인 숫자 표상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이 표상이 숫자간 비율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확도는 레버 누르기 목표횟수가 증가하면서 감소했다.


몇 년 후, 하버드 연구진이 타마린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또 한번 검증해봤다. 이들은 전에 유아에게 했던 방식과 동일하게 원숭이에게 소리를 들려주었다. 원숭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에도 연구자들은 원숭이가 고개를 돌리는 행동을 숫자를 구분하는 행동으로 간주했다. 원숭이들의 수행은 9개월된 아기들의 행동과 유사했다. 원숭이들은 4 vs. 6 and 8 VS 12개를 구분했지만, 4 vs. 5 or 8 vs. 10개는 구분하지 못했다. 이들은 2:3의비율은 구분했지만, 4:5의 비율은 구분하지 못했다.


진화적 조상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와 타마린 원숭이의 공통조상은 어류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Italian fish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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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6: Eastern mosquitofish (Gambusia holbrooki). This one is about 4cm long.


암놈 모기고기는 다른 암놈과 어울려 다님으로써 수컷이 추근덕 대는 것을 방지한다. 우리는 암놈 모기고기의 행동 패턴을 이용할 수 있다. 아래 그림처럼 어항을 3등분 한 뒤, 양쪽 끝에 암놈 모기고기 무리를 집어넣는 것이다. 중앙에는 암놈 고기를 한 마리만 집어넣는다.


fish.jpg

Figure 7: Something like this.


그리고 수컷 고기를 몇 주일 동안 혼자 지내게 한다음, 이 어항 가운데에 집어넣는다. 아마도 이 수컷은 암컷 고기를 필사적으로 따라다닐 것이다.


수 컷이 암컷에서 추근덕거리는 동안, 연구자들은 이 암컷이 어느 암컷 집단쪽으로 도망가려했는지를 관찰했다. 암컷은 아마도 집단수가 큰 무리를 선호할 것이다. 두 그룹의 개체수가 1:2 비율일 때, 암컷 고기는 항상 큰 쪽 집단쪽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나 비율이 2:3이 되자, 암컷은 집단을 무선적으로 선택했다. 원숭이, 인간의 경우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fishnumber1.jpg

Figure 8: Success for 1:2 ratios, but not for 2:3 ratios.


이 일련의 실험으로 우리가 얻은 결론은 무엇일까?


동물과 인간은 4보다 큰 수를 추상적, 대략적 숫자로 표상할 수 있다. 동물과 인간의 아기, 성인은 이 때 비율을 사용한다. 서어인 타마린 원숭이는 9개월된 인간의 아기능력고 비슷하다. 나이를 먹거나 훈련을 통해 이 능력은 점점 정확해지며 critical ratio는 줄어든다.


큰 숫자를 파악하는 인지적 능력은 진화적으로 오래되었으며, 비언어적이고, 선천적인 것 같다.



Reference

Barth H, Kanwisher N, & Spelke E (2003). The construction of large number representations in adults. Cognition, 86 (3), 201-21. PMID: 1248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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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chner F (1958). Probability Relations within Response Sequences under Ratio Reinforcement. Journal of the experimental analysis of behavior, 1 (2), 109-21. PMID: 16811206


Hauser, M., Tsao, F., Garcia, P., & Spelke, E. (2003). Evolutionary foundations of number: spontaneous representation of numerical magnitudes by cotton-top tamarin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70 (1523), 1441-1446. DOI: 10.1098/rspb.2003.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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